자연계약: 루소의 사회계약, 그 이후 - 철학의 정원 79

자연계약: 루소의 사회계약, 그 이후 - 철학의 정원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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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미셸세르

저자:미셸세르
프랑스철학자이자과학사연구자.스탠퍼드대학교교수와프랑스아카데미회원을지냈다.과학과인문학,자연과문화,신화와기술을가로지르는독창적사유로현대프랑스를대표하는지성으로평가받는다.그는학문분야사이의경계를허물며인간과세계를새롭게이해하려했고,특히과학기술의발전이인간과사회를어떻게변화시키는지탐구했다.이러한문제의식은생태학,교육,커뮤니케이션,디지털문화에이르기까지폭넓은영역으로확장되었다.
1985년출간한『오감』(LesCinqSens)으로메디치에세이상을수상했으며,『헤르메스』(Hermes)연작,『기식자』(LeParasite),『천사들의전설』(LaLegendedesAnges),『엄지세대』(PetitePoucette)등수많은저작을남겼다.특히『자연계약』(LeContratnaturel)은인간사회의계약을넘어인간과자연사이의새로운계약을제안한선구적저작으로,오늘날생태철학과환경인문학의고전으로평가받는다.특유의시적이고음악적이며유려한문체,그리고과학과철학을결합한새로운사유방식은오늘날에도많은독자와연구자에게깊은영향을미치고있다.

역자:조현수
서울대학교철학과에서학사와석사학위를받았으며,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연세대학교,성공회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서울여자대학교등에서강의했으며,능인대학원대학교명상심리학과에서철학담당교수로재직했다.지은책으로는『성·생명·우주:마조히즘에대한들뢰즈의이해로부터살펴본〈자연과영성(靈性)의일치가능성〉에대하여』가있으며,그간주로베르그송과들뢰즈,스피노자철학과관련하여많은논문을발표해왔다.번역한책으로는자크모노의책『우연과필연』을포함하여다수가있다.

목차

서문
환경11
추진중인이름13
계약15
국제적,세계적17
와펠과새로운법적주체18
두번째분열19
누가지휘하고있는가?20
철학자들의책임22
정치?23
오늘날의비극24
경보27

1부전쟁,평화
기후36
내기39
전쟁43
대화46
전쟁과폭력52
법과역사58
경쟁62
우리64
‘안다’는것74
아름다움82
평화84

2부자연계약
두가지‘시간/날씨’89
농사꾼과뱃사람90
긴시간과짧은시간93
과학철학자98
다시,전쟁에대하여99
깨끗한것과더러운것100
역전102
법률가:세계없이있는세가지법103
인권선언105
사용과남용:기생물109
균형들110
자연계약112
정치115
통치에대하여120
다시,역사125
종교적인것129
사랑134

3부과학,법
기원들139
우리의뿌리157
이재판이전개되어온일반적역사162
재판이계속되다165
소송사안들의분류194
갈릴레이205
과학과법의역사적만남217
이성원리224
이성과판단232
제3의지식인235
양육237

4부끈과그해체
브레스트항구243
쿠루기지245
발고데마르의샤부르네우251
밧줄과연결259
첫출항인가,마지막출항인가?273
팰로앨토,1989년10월17일17시04분이후281
안나,어머니마리아282
무덤너머의여정288
지구여!지구여!293
방향을잃고302
평화84

참고문헌305
역자후기309
찾아보기317

출판사 서평

오늘의생태위기를먼저사유한미셸세르의문제작
“세계와의전쟁을멈출새로운계약이필요하다”

계약은인간만의것인가

근대정치철학은인간이어떻게함께살아갈것인지를물으며‘사회계약’을발명했다.인간은서로의권리를인정하고법을세우며정치공동체를만들었다.그러나미셸세르는이위대한계약에결정적인누락이있다고지적한다.인간들끼리계약을맺는동안정작그들이발딛고살아가는세계는계약에서제외되었다는것이다.인간은법적주체가되었지만땅과강,바다와대기,동식물은인간이마음껏소유하고사용하고지배할수있는대상으로남았다.사회계약은인간의권리를확장했지만,그문을닫는순간거대한세계를바깥으로밀어냈다.

1990년처음출간된『자연계약』은바로이오래된계약을다시쓰자는급진적인제안이다.한때일부인간에게만허락되었던법적주체의지위가마침내모든인간에게확대되어왔다면,이제그역사를인간너머로밀고나가야한다.세르는자연을인간과대등한계약의상대이자법적주체의지위로끌어올리고,인간과세계사이에새로운권리와의무를설정하자고주장한다.인간들끼리만맺은사회계약이후,이제세계와맺는‘자연계약’이필요하다는것이다.그것은자연을보호해야한다는도덕적호소보다훨씬근본적인요구이다.

인간의전쟁뒤에서시작된세계의반격

『자연계약』은고야의그림〈모래위의결투〉에서시작한다.두남자가몽둥이를휘두르며서로를쓰러뜨리려하지만,정작그들이서있는땅은진흙펄이다.싸움이격렬해질수록두사람은함께더깊이가라앉는다.당사자들은오직누가이길것인가에몰두하지만,그림밖의관람자는다른질문을던질수있다.누가이길것인가가아니라,둘다살아남을수있는가.세르는이장면에서인류의역사를읽는다.전쟁과경쟁,지배와소유에몰두해온인간은서로의적만바라보느라자신들이함께빠져들고있는세계를보지못했다.

그러나인간이자연에행사하는힘이전지구적규모에이르면서상황은역전된다.우리가대상으로취급해온세계가이제인간의행위에전체적으로반응하기시작한것이다.기후와바다,땅과대기는더이상인간역사의고요한배경이아니다.인간은세계를지배하는주체인동시에자신이변화시킨세계에의해다시변화되는존재가되었다.세르에게기후위기는그래서단순한‘환경문제’가아니다.인간이세계와벌여온오래된전쟁이마침내인간자신을향해되돌아오는사건이다.지배와소유가그한계를넘어서는순간승리는패배가되고,인간은자신이의존하는세계와함께몰락한다.역사는뜨겁게불타올랐지만,그동안우리는그아래가라앉고있는땅을보지못했다.

지배와소유에서권리와공생으로

세르가요구하는것은자연으로돌아가자는낭만적인회귀가아니다.문제는‘자연과인간사이에어떤새로운법적관계를세울것인가’이다.근대의사회계약은인간들사이의평등을인정했지만자연을권리없는대상으로남겨두었고,근대과학은세계를인식하고지배할대상으로만들었다.세르는이두역사를하나의문제로묶는다.과학이세계를변화시킬만큼강력해졌는데도법과정치는여전히인간사회내부의이해관계만을조정하고있다면,인간의힘과세계의힘사이에는어떤질서가세워져야하는가.그가자연계약을단순한생태적약속이아니라사회계약과과학적계약을동시에넘어서는‘형이상학적’계약이라고부르는까닭이다.

그전환을압축하는말이‘기생’에서‘공생’으로의이동이다.인간은오랫동안자연을무한한숙주처럼사용해왔다.그러나숙주를죽이는기생자는결국자신도살아남을수없다.인간의지배가전지구적규모로확대된오늘날,지배는도리어인간을위협하는힘으로되돌아온다.따라서자연계약은자연에대한인간의선의를요구하는계약이아니다.인간과세계가서로에게의존하며서로에게작용한다는사실을법과정치가인정하는계약이다.세르가말하는자연계약은인간의자유를포기하는것이아니라,인간의자유가성립할수있는세계의조건을다시법안으로불러들이는일이다.역사의갈림길에는이제두개의길만남는다.죽음이냐아니면공생이냐.

세계와함께,세계안에서,세계에의해,세계를위해

세르는계약을하나의‘끈’으로사유한다.끈은인간과인간을묶지만인간과사물도연결하며,지식과힘,법과세계를함께얽는다.과학과기술이전지구적규모로발전한오늘날,인류와지구는이미이전에는상상할수없을만큼강하게연결되어있다.인간의국지적인행동이지구전체를변화시키고,변화한지구는다시인간의삶을바꾼다.우리는지구를소유한다고생각했지만동시에지구에의해규정되고있으며,세계를이해한다고생각했지만이제는세계가인간의정치와법을다시쓰도록요구한다.『자연계약』의마지막에등장하는‘끈’은그래서단순한비유가아니다.인간과세계어느쪽도홀로존재할수없게된시대의존재조건이다.

이책이처음세상에나온것은1990년이었다.당시에는자연에게법적주체의지위를부여하자는주장이터무니없는것으로받아들여지기도했다.그러나세르는훗날다시쓴서문에서자신이제안했던법적해결책이여러나라의입법속으로들어가기시작했음을지적하며,한세대전에는불가능하게보였던생각이이제실천가능한것이된것은아닌지되묻는다.오늘날『자연계약』을다시읽는다는것은그래서오래된생태철학의고전을되돌아보는일이아니다.기후변화와생물다양성의붕괴앞에서인간의정치와법,과학과철학의토대자체를다시묻는일이다.세계를인간의‘환경’으로둘러세웠던오래된인간중심주의에서벗어나,인간과세계가서로에게주체이자대상이되는새로운관계를시작해야한다.세계와함께,세계안에서,세계에의해,세계를위해살아갈수있는가.오래전도착한세르의경고에이제는답할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