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어린 왕자: 한국 사회라는 사막에서 어린 왕자와 함께 걷기

철학하는 어린 왕자: 한국 사회라는 사막에서 어린 왕자와 함께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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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구용

저자 :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광주시민자유대학에서 세계시민적 관점으로 학문과 예술을 연구하고 교육한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으로 다원적 학문 성장과 건강한 학술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문파(문빠)는 한국 정치의 새판짜기를 요구하는 정치적 현상으로, 이 책은 의회와 광장의 교차로에 선 문파를 정치철학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작업이다. 낯설기는 하지만 문파가 제기하는 공론과 공감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작동과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었다.
주요 저서로 『우리 안의 타자』, 『부정의 역사철학』, 공저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 『포스트모던 칸트』, 『니체 이해의 새로운 지평』, 『5·18 그리고 역사』, 『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 『다시 민주주의다』 등이 있고, 번역서로 『정신 철학』, 『도구적 이성 비판』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어린 왕자』를 홀로 읽는 모든 이에게 005

1부 감각으로 읽기 - 011
01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012
02 창조의 관점에서 읽기 019
03 주체의 죽음, 혹은 누가 주체인가? 029
04 저자가 누구인지 묻지 마라 039
05 사랑은 은유와 함께 시작된다 047
06 상징적 질서 체계 바깥으로 053
07 작품은 시대의 반영이자 시대에 대한 비판이다 060
08 문화 비판, 사막을 함께 걷는 방법 069
09 『어린 왕자』는 왜 사랑받는가,
우리는 왜 철학하는 어린 왕자와 만나려 하는가? 076
10 우리는 서사적 존재이다-왜 소설을 읽는가? 082
11 교훈은 없다, 치료약도 없다 087
12 부서진 텍스트들 098
13 감각의 문을 열자 106

2부 상상과 감각의 세계 _ 113
14 상상, 추상, 그리고 느낌의 평등성 114
15 추상은 지배와 노동의 거리에서 발생한다 120
16 아파트 공화국-추상공간의 폭주 126
17 상상과 상징, 충돌과 화해 132
18 양의 상자-실증주의 비판 136
19 바오밥나무-선악은 맥락 바깥에 있지 않다 144
20 장미와 가시-센스와 센서빌리티 155
21 버섯 인간-자기 착취의 시대 160
22 눈물의 나라-교환할 수 없는 가치 170
23 아름다운 세계의 자율성과 불편한 진실 177

3부 별에서 별로, 지구로 - 191
24 이별, 그리고 장미의 자존심 192
25 왕-경성권력의 비밀 205
26 허영쟁이-존중 없는 사랑과 사랑 없는 존중 209
27 술꾼-고향 상실과 중독의 일반화 215
28 사업가-소유 중독,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219
29 가로등지기-동일한 것의 반복 속의 두 얼굴 226
30 지리학자-전문성이라는 질병 229
31 지구-사막과 뱀, 그리고 메아리 232
32 욕망의 수를 늘려라-소행성 바깥으로 가는 하나의 길 238
33 5천 송이의 장미-유일무이성의 붕괴 244
34 여우-길들이기와 의식의 철학 247
35 선로 전환공-놀이의 시간, 그리고 아이들의 코 259
36 우물-노동과 놀이가 만나는 자리 267
37 뱀과의 재회 271
38 떠남의 미학으로서 사랑 274

4부 친밀성 생산의 위기 - 281
39 우정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없다 282
40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외로운 이유 288
41 친밀성의 주체는 누구인가-가족에서 개인으로 292
42 묵시적 교류에서 명시적 합의로 297
43 전인격에서 부분 감정으로, 영원에서 순간으로 302
44 유일무이성에서 개방 네트워크로 306
45 신뢰에서 정의와 연대의 균형으로 310
46 친밀성 안의 폭력-사랑이라는 베일 314
47 능력주의-사랑을 불가능하게 하는 체제 320
48 공포의 군주제 328
49 혐오는 자기 불안의 투사이다 334
50 여성 혐오·지역 혐오·소수자 혐오 342
51 오틸리에의 침묵 348
52 취약성의 공적 인정-혐오를 해체하는 길 354
53 항복과 제3자성-여우의 길들이기 재독해 360
54 제대로 느끼는 감각을 되살리자 366
55 느낌 보살피기의 어려움-등불을 지키는 책임 372
56 교환가치로 환원될 수 없는 가치-물이 음악이 되는 순간 378
57 없음의 방식으로 있는 사랑-능력주의에 대한 가장 깊은 저항 384
58 사랑이 죽음이 아니라 죽음이 사랑 393
59 웃을 줄 아는 별, 5억 개의 샘-정신 나간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 401

에필로그-나의 『어린 왕자』 412

출판사 서평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들,
한국 사회의 낯익은 초상과 풍경

어린 왕자가 만난 소행성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기묘하다. 지배할 수 없는 것조차 지배하려는 왕, 타인의 찬사만을 원하는 허영쟁이, 술을 마신다는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다시 술을 마시는 술꾼, 소유에 집착하며 별의 숫자 세기에 몰두하는 사업가, 의미를 잃어버린 노동을 반복하는 가로등지기, 세상에 관한 온갖 지식을 축적하면서도 정작 책상 밖으로 나가지 않는 지리학자.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과 인정 욕망, 중독과 소유, 노동과 전문성의 문제를 읽어 낼 수 있다.

특히 사업가의 별에서 벌어진 이야기는 소유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 지금의 풍경을 돌아보게 한다. 더 높은 지위와 더 비싼 공간,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일이 성공의 척도가 되는 사회에서 인간은 소유한 것의 양으로써 평가받는다. 『철학하는 어린 왕자』는 이러한 소유 논리를 한국 사회의 경제, 사회, 정치적 현실과 연결하며 ‘아파트 공화국’과 추상공간의 폭주, 소유 중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의 문제를 사유의 대상으로 삼는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끝없이 착취하는 현대인, 외부의 명령 없이도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에게 노동은 생계유지 수단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강박적인 대상이 되었다.

능력주의는 사랑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 책의 비판과 성찰은 4부 속 「친밀성 생산의 위기」에서 가장 선명해진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 간 관계 맺기와 유지는 왜 이토록 어려워졌을까? 가족과 결혼, 연애와 우정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고, 개인의 자율성이 확대되어 관계를 선택할 자유는 커졌지만, 그것은 더 깊은 친밀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외로워하고, 자신은 관계 속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면서도 상대를 상대로 온전히 인정하지 못한다.

철학자 박구용은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소통 능력 부족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친밀성의 위기가 사회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성취와 효율, 경쟁과 평가를 중심으로 조직된 사회에서는 사람의 가치마저 능력과 성과로 판단되기 쉽다.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약함은 결함이 되고, 실패는 수치가 되며, 타인의 취약함을 돌보는 일은 비효율적인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유능하고 매력적이며 성공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러는 과정에서 사랑마저 서로의 조건과 자격을 평가하는 관계로 바뀐다. 그러나 사랑은 능력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사랑받을 자격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성공하지 못했다고 존엄성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철학하는 어린 왕자』에서 저자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명제는 ‘사랑이 능력주의에 대한 가장 깊은 저항’이라는 것이다. 사랑은, 인간을 측정 가능한 능력과 성취로만 환원하는 질서에 맞서게 하고, 교환하거나 계산할 수 없는 인간의 가치를 지켜 내는 행위라고 말한다.

혐오와 공포가 가득한 사회에서
타인의 취약함을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능력주의’와 더불어, 이 책은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혐오와 공포’의 문제 또한 깊이 있게 다룬다. 혐오는 단순한 편견이나 악의의 산물이 아니라 그 심리적 뿌리에 놓인 자신의 불안과 취약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은 그 약함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자신과 다른 존재를 배제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하려고 한다. 이러한 분석은 여성 혐오와 지역 혐오, 소수자 혐오 문제로 확장된다. 혐오 극복에 개인의 도덕성만을 강조하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필요한 것은 ‘취약성의 공적 인정’이다. 인간은 누구나 상처받을 수 있고, 실패할 수 있으며,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사실을 수치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기본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논의에서 철학자 박구용은 마사 누스바움의 철학을 통해 분노의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지만, 그 분노가 보복과 응징에 머무를 때 혐오는 반복된다. 같은 상처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렇듯 『철학하는 어린 왕자』는 사랑과 연대의 문제를 사적인 감정의 영역에 가두지 않는다. 사랑은 타인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태도이자 서로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 가는 실천이라고 정의한다.

경쟁의 감각에서 공감의 감각으로!
사막에서 ‘함께’ 우물을 찾는 일이 중요한 이유

철학자 박구용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감각이 죽은 시대’라고 진단한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감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아차리고, 유용한 것을 판단하며, 손익을 계산하는 능력은 과잉 발달했다. 이 감각은 ‘센스’(sense)라 명명한 뒤 그와 구별되는 ‘센서빌리티’(sensibility)의 회복을 요청한다. 센서빌리티란 쓸모없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느끼며, 타인의 고통에 반응할 수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 속 사막은 이러한 감각의 차이를 보여 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효율과 유용성의 관점에서 사막은 황량하고 척박한 땅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그곳 어딘가에 우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서 사막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철학자 박구용은 조종사와 어린 왕자가 함께 우물을 찾아 물을 나눠 마시는 장면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을 제안한다. 그 시선은 경쟁과 혐오, 고립과 불안이 지배하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선이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개인의 긍정적인 마음가짐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노동시간의 단축, 경쟁의 완화, 돌봄을 위한 사회적 시간의 확보와 같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교훈이나 치료약 없이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철학적 여정

『철학하는 어린 왕자』는 손쉬운 위로나 행복의 비결을 제시하지 않는다. 1부 장 제목 중 「교훈은 없다, 치료약도 없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철학자 박구용은 삶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줄 정답이 아니라, 익숙한 세계를 다른 감각으로 읽고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는, ‘함께하는’ 철학적 여정을 제안한다. 어린 왕자와 조종사는 사막에서 함께 우물을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은 우물이 어디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서로를 믿고 함께 사막을 걷는다. 그 과정에서 노동은 놀이와 만나고, 물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을 넘어 서로에게 건네는 선물이 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사막이라면, 그 사막을 바꾸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감각, 서로의 약함을 인정하는 용기,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 그리고 함께 걸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철학하는 어린 왕자』는 그럴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과 가능성을 얘기한다. 우리는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는 세계에서 벗어나, 함께 우물을 찾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