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근찬 단편집

하근찬 단편집

$23.54
Description
하근찬은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수난 이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그는 이 소설에서, 일제 강점기 징용에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은 만도와 한국전쟁에 징집되어 전투 중에 한쪽 다리를 잃고 귀향한 아들 진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가 개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를 역설했다. 이후에도 그는 아버지와 아들 혹은 딸, 젊은이와 늙은이 등의 세대에 전형성을 부여해 대비함으로써 역사적 현실의 중압감과 개인의 비극이라는 주제를 살려 냈다.
저자

이상숙

엮은이 이상숙은 1969년 서울에서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정현종론>으로 세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2005년 제6회 젊은 비평가 상을 수상. 2006∼2007년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고려대학교·서울산업대학교·한경대학교에서 강사로 있었다. 현재 가천대학교(전 경원대학교)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평론집 ≪시인의 동경과 모국어≫, 논문 <북한문학의 민족적 특성론 연구> 외 다수가 있다.

목차

수난 이대
흰 종이수염
왕릉과 주둔군
족제비
나룻배 이야기
일본도
화가 남궁씨의 수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출판사 서평

하근찬은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수난 이대>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그는 이 소설에서, 일제 강점기 징용에 끌려갔다가 한쪽 팔을 잃은 만도와 한국전쟁에 징집되어 전투 중에 한쪽 다리를 잃고 귀향한 아들 진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가 개인에게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를 역설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아버지와 아들, 팔과 다리, 개울과 외나무다리의 대비와 기차역, 용머릿재 등의 상징적 소재를 적절히 활용한 이 소설은 하근찬의 데뷔작이지만 최고의 작품이라 할 만한 수작(秀作)이다. 이 소설이 잘 씌어진 소설이라고 하는 것은, 대비나 상징 같은 소설적 형식이나 형식과 조응하는 안정되고 유려한 문장 때문만은 아니다. 수난의 역사가 인간을 통해, 또 인간이 수난의 역사를 통해 서로 새로이 해석되고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수난 이대>는 계속 태어나는 새로운 독자들에게 역사와 개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설로서 가치가 있다.
이후 하근찬은 여러 작품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민족 수난사를 보여 주는 소설적 기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흰 종이수염>에서는 징용에 간 아버지가 한쪽 팔을 잃고 돌아와 종이로 수염을 만들어 붙이고 극장 광고판이 되었고, 아들은 그 모습이 부끄러운 데다 친구들이 아버지를 놀려 대자 친구와 싸움을 한다. <왕릉과 주둔군>에는 한국전쟁이 끝난 상황을 배경으로 주둔군과 그와 함께 유입되는 새로운 풍조로부터 왕릉을 지키는 아버지와 주둔군을 따라 가출해 혼혈 아이를 낳아 돌아온 딸이 등장한다. <족제비>에는 일제 강점기 공출을 피해 볏섬을 땅에 묻었다 발각되어 옥고를 치르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나룻배 이야기>에는 한국전쟁 당시 징집되는 젊은이들과 이에 반감을 드러내는 배꾼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 혹은 딸, 젊은이와 늙은이 등의 세대에 전형성을 부여해 대비하는 것은 역사적 현실의 중압감과 개인의 비극이라는 주제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며, 그것이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세대의 대비라는 동일한 구조를 반복하는 가운데 <수난 이대>와 같은 비장함은 사라지고 <흰 종이수염>에 드러난 비애마저 공포나 두려움 같은 개인의 소회와 감정으로 한정되는 한계가 드러난다.
그러나 예술은 역사적이거나 사회적이어야 훌륭하고 깊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개인의 모습이 드러나 있어야 의미 있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치열하게 묘사한 소설이라면 소재가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이지 않아도, 배경이 역사적이지 않아도 독자는 공감한다. <수난 이대>의 부자(父子)가 각 시대를 대표하기 때문에 감동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운명에 공감하고 그들이 먹은 마음의 단단함에 독자가 위로받고 공감하기 때문에 감동적인 것이다. 우리 소설사의 중요한 소설가로서의 하근찬이 들려준 수난의 현대사와 현대사를 건너온 비장한 우리 위 세대의 이야기가 새로운 독자들 또한 감동시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