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의 거리

시체의 거리

$22.90
Description
작가 오타 요코는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 공습을 피해 고향 히로시마에 돌아가 있다 원자폭탄 피해를 당했다. 작가는 원폭 피해 당사자로서 원폭 투하 직후인 1945년 8월부터 11월까지의 참상을 냉정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이 소설에 모두 담아냈다. 옮긴이 정향재는 당시 사건 양상과 피해 지역, 관련 인물에 대한 상세한 주석 133개를 달아 전문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히로시마 등지에서 소설에 언급된 신문 자료 8점을 직접 수집해 와 이 책에 실었다. 이외에도 이 책에 원폭 피해 지역 지도 2점과 피해자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그림인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의 《100개의 이야기(百物語)》 중 〈오이와 씨〉 1점을 실어 몰입감을 높였다.
저자

오타 요코

(大田 洋子, 1903∼1963)

히로시마에서 출생한 오타는 1929년 《성모가 있는 황혼(聖母のゐる黄昏)》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한다. 1939년에는 《해녀》가 추오코론 출판사의 지식 계급 총동원 현상에, 그리고 이듬해에는 《벚꽃의 나라》가 《아사히신문》 창간 50주년 기념 현상 소설 공모에 1등으로 입상한다. 이는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리는 계기된 한편, 이 작품들이 담고 있는 당시의 국책 옹호적 내용으로 인해 후에, 오타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45년 피난지였던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후, 그 체험을 살린 소설 《시체의 거리》를 창작하지만 점령군의 언론 통제로 즉시 출간하지는 못하고, 1948년에 이르러서야 추오코론에서 출간하게 이른다. 이후, 오타는 1950년대 초반까지 자신의 원폭 체험을 소재로 한 작품인 《시체의 거리》 복원판, 《인간남루(人間襤樓)》, 《반인간(半人間)》 등을 창작했다. 원폭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되는 가운데 1950년대 중후반부터는 자신의 주변, 특히 노모를 주인공으로 하는 《80세(八十歳)》, 《84세(八十四歳)》 등의 사소설적인 심경 소설을 발표함으로 원폭을 중심으로 한 사회 문제에서 개인으로 소설의 소재를 바꾼다. 1963년 〈왜 그녀는 떠도는가〉를 연재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 원폭으로 굴곡진 이 세상과도 창작의 세계와도 이별한다.

목차

귀곡의 가을
무욕, 무기력
운명의 도시, 히로시마
거리는 시체의 산더미
휴식의 수레
바람과 비
늦가을의 거문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출판사 서평

제목만으로 이미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시체의 거리》. 제목의 ‘시체’는 1945년 8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고 사망 혹은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일컫는다. 이 소설은 고향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를 입은 작가 오타 요코가 환난에 꺾이지 않고 작가 혼을 실어 한 자 한 자 눌러 쓴 역작이다. 원자폭탄 투하 직후인 1945년 8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작가 자신이 겪은 일을 가감 없이 모두 담았다. 원폭문학연구회 사무국의 나카노 가즈노리(中野和典) 후쿠오카대학(福岡大学) 교수는 이 소설에 대해 "혼란 속에서도 병고를 억누르며 메모를 했던 작가 혼이 특별하여 감동했다. 특히 후반부에 죽음에 위협당하면서도 살아 있는 자의 심리를 잘 그려 내고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피폭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 작가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던 오타 요코는 전쟁 후, 원폭과 관련 없는 작품을 쓰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도시와 인간이 모두 무너져 내린 처참한 광경이 구체적 환영이 되어 작가의 머릿속에 맴돌며 다른 작품에 대한 영감을 모두 쫓아 버린 것이다. 《시체의 거리》는 이처럼 작가가 뇌리에서 지우려야 지워 낼 수 없었던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성 소설이다. 이는 원폭 소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원폭 피해 당사자가 현지의 참상을 직접 낱낱이 서술한 것이라 더욱 가치가 높다. 오타 요코는 원폭의 피해를 입고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이미 죽은 시체들로 가득 찬 시가지, 강가에 떠 있는 시체, 그것을 보고도 갈증 때문에 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모습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작가였기에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끝끝내 글로 적어 내게 한 사명감이야말로 오타 요코를 다시 일으킨 힘이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 외에도 히로시마시 전체의 상황을 신문 기사를 인용해 소상히 밝히고 있다. 피폭 이후 사상자의 숫자 등을 밝히는 신문 기사를 그대로 소설에 가져왔으며, 피폭 한 달 후에도 계속해서 사망자가 생기거나 아무 상처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죽어 나가는 현상 등이 원자폭탄병에 의한 것임도 신문 기사를 인용해 드러냈다. 이렇게 작가는 개인의 사적 경험을 넘어 히로시마시 전역의 피해 양상, 원자폭탄병에 관한 현상과 전문 지식까지 이 소설에서 모두 다루어 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선보이는 이번 책은 특히, 소설의 사실성을 더할 자료로 소설에 언급된 신문 자료를 8점 수록한 것 외에도 히로시마의 원폭 피해 지역 지도, 작가가 머무르던 지역의 하쿠시마구켄초 지도, 원폭 피해자의 모습으로 묘사된 요쓰야 괴담의 오이와(お岩)를 그린 우키요에를 함께 실어 독자들의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오타 요코는 소설의 말미에 “내가 여러 고통 속에서도 한 권의 책을 쓰는 의미”는 “일본을 참된 평화로 이끌기 위한 것”라고 말한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위기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이 책이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