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의 각

연의 각

$18.80
Description
신소설 작가로 알려진 이해조는 널리 구연되고 있던 대표적인 판소리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끼 타령〉을 산정(刪正)해 신문이라는 근대적 매체 안에서 활자화했다. 듣기 텍스트를 읽기 텍스트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제비의 다리’라는 뜻의 《연의 각(燕의 脚)》은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 서사 흥보와 놀보 이야기를 새롭게 개작한 작품이다. 1912년 4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됐다. 흥부 놀부 이야기를 새 시대와 독자에 맞게 개작해 《흥부전》의 대표 이본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

이해조지음,장유정옮김

이해조(李海朝,1869∼1927)는친일개화노선을지향한이인직(李人稙,1862∼1916)과달리애국계몽노선을표방했다.경기도포천에서인조의셋째아들인평대군(麟坪大君)의10대손으로,이철용(李哲鎔)의3남1녀중맏아들로태어났다.호는열재(悅齋),이열재(怡悅齋),동농(東濃)이며,필명은선음자(善飮子),하관생(遐觀生),석춘자(惜春子),신안생(神眼生),해관자(解觀子),우산거사(牛山居士)등을사용했다.
1906년11월부터잡지《소년한반도(少年韓半島)》에소설《잠상태(岑上苔)》를연재하면서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주목되는작품인《자유종(自由鐘)》(1910)은봉건제도에비판을가한정치적개혁의식이뚜렷한작품이다.특히여성의사회적지위향상,신교육의고취,사회풍속의개량등계몽의식이두드러진다.
처첩문제,계모의박해등을보여주는《빈상설(鬢上雪)》(1908)·《춘외춘(春外春)》(1912)·《구의산(九疑山)》(1912)이나미신타파를내세운《구마검(驅魔劍)》(1908),일반적인젊은남녀의만남과헤어짐의사연에중점을둔《화세계(花世界)》(1911),《원앙도(鴛鴦圖)》(1911),《봉선화(鳳仙花)》(1913)등36편의작품을발표해신소설최고의작가로평가된다.모두봉건부패관료에대한비판,여권신장,신교육,개가문제,미신타파등의새로운근대의식과계몽의식을담고있다.
특히1912년《춘향전》,《심청전》,《흥부전》,《토끼전》등의판소리를명창박기홍(朴起弘)조(調)나,심정순(沈正淳)의창(唱)을듣고각각《옥중화(獄中花)》,《강상련(江上蓮)》,《연의각(燕의脚)》,《토의간(兎의肝)》등으로산정(刪正)해《매일신보(每日申報)》에연재하고단행본으로도출판해‘활자본고소설(이야기책)’의유행을주도했다.

목차

제1장놀보심술에흥보네쫓겨나네
제2장형수씨이쪽뺨도마저쳐주오
제3장흥보는매품도못파는구나
제4장가난,가난원수로다
제5장제비가물어다준보은표
제6장톱질이야,금은보화끝이없네
제7장놀보제비몰러나간다
제8장제비가물어다준보수표
제9장양반이나와협박,상놈이나와쪽박
제10장놀보심술보에똥물이특효라네

해설:너스레,장광설,수다욕망의푸닥거리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이해조의《연의각(燕의脚)》은우리가아는《흥부전》이야기를새롭게개작한소설이다.심정순의판소리창(唱)〈박타령〉을듣고이를산정(刪正,쓸데없는것을없애바르게하다)해1912년4월29일부터6월7일까지《매일신보》에연재했다.
《흥부전》은《흥부놀부전》,《흥보전》,《박흥보전》,《흥보만보록》,《놀부전》등현전하는이본이120종이넘는한국의대표적인고전소설이다.각이본별로내용과구성이조금씩다르지만우리가알고있는《흥부전》은대부분이해조의《연의각》에기반하고있다.《조선한문학사》,《조선가요집성》등을펴낸1세대국문학자김태준(金台俊)이우리나라최초의소설사인《조선소설사》에서《흥부전》을소개할때바로이해조의《연의각》을대상텍스트로삼았고,이후소설혹은아동들을위한전래동화의형태로정착된흥부와놀부이야기는현전하는《흥부전》의다른이본보다압도적으로《연의각》의영향이짙게나타난다.즉근대이후출판시장에서《흥부전》이란곧《연의각》이었던것이다.
《연의각》이다른이본들과다른점은무엇일까.《연의각》은무엇보다판소리창을모본으로하고있다.서사에중점을둔다른이본들과달리《연의각》에는‘판소리’로서의성격이두드러진다.끝없이이어지는긴사설이그하나다.놀보의심술을묘사할때“애난집서개잡고,애호박에말뚝치고,등창난놈돌짐지기,곱사등이뒤젖히고,화초밭에불놓고,태중여인배차기,활쏘는놈팔치기,종기난놈주먹박기,우는아이똥먹이기,백발노인친구하고,옹기장수작대치고,패는곡식이삭빼기,다된밥에모래넣기,장가가는놈자지베기,수절과부겁탈하기,목욕물에진흙넣기,가래끓는놈코간질이기,눈병걸린놈눈에고추넣기…”처럼끝없이이어지는신들린장광설은다른이본보다《연의각》에서두드러지는특징이다.
창작시기와독자에따른변화도나타난다.이전의오랜판본들과달리《연의각》은1910년대,즉근대의산물이다.나아가신문에연재됐기에도시에거주하는신문구독자로주요독자층이변화했다.이러한변화는《연의각》에지대한영향을미쳤다.이전의판본들에서흥보의아내는잠깐언급되는정도로그쳤지만《연의각》에서는그비중이훨씬커진데다가천하제일의식자층으로등장한다.《흥부전》의하이라이트,박타는장면에서도큰차이를보인다.‘박’이란곧읽는이들의관심사를반영하고있는욕망의결정체다.주로곡식같은먹을것을비롯해농경과관련된물건들이나왔던이전의판본들과달리《연의각》에서흥부가타는박은값비싼약재와각종소품들,금은보화등교환가치가담긴물건들을쏟아낸다.즉《연의각》은새로운시대와새롭게등장한독자들의감각에맞추어《흥부전》이라는전통서사를새롭게갱신했다.

*이해조의판소리개작소설4종을동시에소개합니다.
《춘향전》을개작한《옥중화(獄中花)》(이해조저,권순긍역,지만지한국문학,2024)
《심청전》을개작한《강상련(江上蓮)》(이해조저,권순긍역,지만지한국문학,2024)
《흥부전》을개작한《연의각(燕의脚)》(이해조저,장유정역,지만지한국문학,2024)
《토끼전》을개작한《토의간(兎의肝)》(이해조저,장유정역,지만지한국문학,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