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현 중단편집

남정현 중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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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60년대의 리얼리스트들은 자유를 억압하는 주체를 비판하거나 중공업 중심으로 진행되는 산업화에 저항하고자 했고 외세에 의해 형성되는 문화·경제적 예속 상태를 구체적으로 기록하려 했다. 외세는 당대를 설명하기 위해 제안할 수 있는 키워드인데 남정현의 작품 세계에서는 외세에 대한 반발이 초기부터 후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의 대표작 <너는 뭐냐>, <분지>, <허허 선생 3?귀향길>, <현장>을 수록했다.
저자

남정현

남정현은1933년충남당진군정미면매방리에서아버지남세원과어머니이낙년사이에서2남2녀중장남으로태어났다.초등학교시절을일제강점기에보내고5학년때팔일오해방을맞이했으며17세때에육이오를목격했다.
남정현이소설가로등단한것은1958년9월단편소설<경고구역>을≪자유문학≫에투고해소설가안수길의추천을받고,1959년2월<굴뚝밑의유산>으로≪자유문학≫에추천완료되면서였다.그는등단이후1965년분지필화사건으로구속되기전까지매해중단편소설을발표했다.서구문화의유입에의한가치관의전도상황을비정상적인남녀관계중심으로서술해풍자했던중편소설<너는뭐냐>는1961년제6회동인문학상수상작이다.<너는뭐냐>의결말에등장하는군중의시위는1960년의사일구혁명을연상케한다.<모의시체>,<인간플래카드>,<기상도>,<현장>,<부주전상서>등이이시기의작품이다.
남정현은초기부터지금까지체제저항적이고외세를비판하는작품을발표했다.그는약소국,주변국의일원으로서한민족이겪어왔던외세강압에의한영향을한국역사를인식하는기본조건으로설정하고있다.그의소설에서주로형상화되어나타나는‘민족적양심’의발현에대한희망,자주에대한염원은그러한역사인식에기원을두고있다.
작가이력에서가장특징적인것은분지필화사건이라불리는<분지>사건이다.<분지>는남정현이1965년≪현대문학≫3월호에발표했던작품이다.북한에서그작품전문을당기관지인<통일전선>(5월8일)과<조국통일>(7월8일)에실은것이화근이되어남정현은반공법(지금의국가보안법)위반으로구속되었다.재판에서7년을언도받았고2년동안실형을살았으며1967년선고유예판결로석방되었다.당시남정현은“이소설은당신이쓴게아니라북괴의어떤인사가써서당신에게건네주어발표시킨것이틀림없으니그경위를밝혀라”라는심문을받았던것으로전해진다(자세한사항은장석주,“반공법의족쇄에묶인<분지>”,≪20세기한국문학의탐험3≫,시공사,2000.234∼239쪽참조).남정현은반공법위반으로우리역사상처음구속수감된작가였다.당시공소장작성자는<분지>의내용을문제삼으며“북괴의대남적화전략의상투적활동에동조한것이다”라고결론지었다.재판정에서문학의자유를변호하고증언했던인사는한승헌,이항녕,안수길,이어령등이었다.
남정현은석방이후장편≪코리아산책≫을연재했으며풍자연작소설<허허선생>을발표하기시작했다.<허허선생>은일제때는일제에,해방후에는미국에동조해부를축적했던물신주의자를허허선생이라명명해풍자한소설이다.허허선생은남정현의용어로말해‘민족적양심’이없는인물이다.남정현은1974년민청학련사건으로구속되었다가긴급조치해제로석방되었다.그는감옥생활과기관의심문과정에서받았던고통의후유증으로말미암아신경안정제를복용하지않으면정신집중이되지않아글을쓸수없게되었다고밝힌바있다.정치권력과관계된그의작가이력은1960년대이후의한국정치상황을압축적으로보여준다.
창작집으로≪너는뭐냐≫(1965),≪굴뚝밑의유산≫(1967),≪준이와의삼개월≫(1977),≪허허선생≫(1978),≪허허선생옷벗을라≫(1993)가있다.장편소설로≪사랑하는소리≫(1978)가있다.작가이력을배제하고작품을읽는다면우리는외설과풍자의경계선상에서독특한문학세계를이루고있는남정현소설의미학을발견할수있을것이다.극단적인상황설정과과장된인물행동,의외의결말이등장하는점은초기작부터후기작까지일관되는특징이다.남정현은민족문학작가회의(현한국작가회의)의고문과펜클럽이사를역임했으며2020년12월21일향년87세로타계했다.

목차

너는뭐냐
분지(糞地)
허허(許虛)선생3-귀향길
현장(現場)

해설
지은이에대해
지은이작품연보
엮은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지식을만드는지식의‘초판본한국근현대소설100선’가운데하나.본시리즈는점점사라져가는명작원본을재출간하겠다는기획의도에따라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작가100명을엄선하고각각의작가에대해권위를인정받은평론가들이엮은이로나섰다.

문학작품이정치상황을포섭한다는것은당연한일같아보인다.그러나그것의미학적방법론을완성하기란매우어려운일이다.선거와여론을의식하며눈치보는현대정치인들은문화의흐름보다더욱빠르게정치의상황을변화시킨다.남정현이초기작을발표하던1960년대는지금과다르게정치상황의변화가능성이희박했다.사일구와오일륙이차례로일어났고반공과독재가보편화된시기였다.
1960년대의리얼리스트들은자유를억압하는주체를비판하거나중공업중심으로진행되는산업화에저항하고자했고외세에의해형성되는문화·경제적예속상태를구체적으로기록하려했다.그래서1960년대문학에는부의축적과정에서파생되는개인의도덕적타락상과외세개입에의해형성되는정치·사회·문화·경제적혼란상이자주나타난다.외세는당대를설명하기위해제안할수있는키워드인데남정현의작품세계에서는외세에대한반발이초기부터후기까지일관되게나타난다.
그의대표작<너는뭐냐>는당시사회에만연했던가치관의전도상황을풍자적으로형상화한작품이다.이소설의주인공이자주된초점화자로등장하는남편관수는외국소설을우리말로번역하는일을하는데경제적으로무능하다.아내신옥은무역회사의사장비서로일하면서바깥에서는독신으로행세하고,안에들어와서는남편에게애인을자랑한다.그녀는남편에게애인을자랑할수있는것이현대적자유라주장한다.도덕적이고건전한관수의이데올로기는신옥의속물적이고왜곡된자유주의이데올로기에의해번번이설복당한다.
신옥은‘현대’를최고의가치로내세우면서방안에서요강에다대변을보는희극적인물이다.재래식화장실에바이러스가많으니청결한요강에다변을봐야한다는것이그녀의주장이다.관수는아침마다아내의변냄새를맡으면서도그녀에게반항하지못하고그녀가내세우는‘현대’를마음속으로만저주한다.식모일을하면서연예인되기를꿈꾸는인숙,라디오드라마줄거리를외우는데에는천재적이면서학교공부에는그렇지못한초등학생경자와명자의태도는신옥을닮아있다.그들역시관수를비웃고조롱한다.이비정상적인관계는결말에등장하는의외의사건을통해관수가쾌감에도달하면서마무리된다.
남정현은한대담(對談)에서<너는뭐냐>의결말에등장하는시위군중이사일구혁명의분위기를상징한다고했다.“너만살면제일이냐”,“사람대접을해라”고외치는구호와“인민을학대하던일체의건물과일체의제복이인민들의그피를토하는함성과주먹방망이에의해서산산히부서져버리는순간이었다”는문장을통해짐작할수있다.거기에서관수는뜻밖에도신옥을목격한다.신옥은애인으로짐작되는사람과함께고급승용차에타고있었다.자동차에서클랙슨이울리자시위군중이유리창을깼고,차주인이“패스포드”를내민다.권위로압도하려하는것이다.군중이야유하고비웃는다.이번에는차에서신옥이화를내며내린다.군중들은신옥에게“너는뭐냐”라고꾸짖는다.관수는신옥이“현대”를들이대면서군중을휘어잡을줄알았지만그녀의태도는예상밖이다.그녀는무릎을꿇고빈다.관수는문득다가온깨달음에서쾌감을얻는다.그리고그녀에게다가가멱살을잡고“너는뭐냐”라고외치며즐거워한다.
인물간의갈등이의외의결말에의해해소되는것과함께인물의행동이과장되고감정이과잉되어있다는것은남정현소설에서일관되게나타나는특징이다.그동안당해왔던억눌림을보복하기위해관수가신옥의멱살을잡고“너는뭐냐”라고외치는행위는과장되어보인다.이런식의서사진행은연극에서말하는바과잉연기와유사하다.연극에서나타났던과잉연기(hamacting)는과장되고부자연스런몸짓이었다.이는코믹한요소를증가시켜희화화를하기위해고안되었던방식이었는데그것에는작가의의도가강하게개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