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 2(큰글씨책)

백치 2(큰글씨책)

$68.00
Description
이 책은 지식을만드는지식의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백 년 갈 번역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시리즈답게 그간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또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했던 도스토옙스키 번역의 구태를 과감히 부수었다. 독자들은 따뜻하고 친절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러시아의 천재를 만나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을 한 사람이 번역한 예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고, 한국에서는 유일무이하다. 김정아가 번역하는 4대 장편 프로젝트는 작품마다 잇닿아 있는 작가의 사상과 폭풍처럼 몰아치는 독특한 문체의 일관된 결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저자

표도르도스토옙스키

표도르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는1821년10월30일(구력)태어났다.아버지는모스크바빈민병원에서일했으며,잔인할정도로엄격한성격의소지주였다.종교적이고온화한성격의어머니와는달리,잔혹한아버지의이미지는도스토옙스키에게도큰영향을미쳐,그의작품속아버지들은처음부터부재하거나,무능하거나,잔학하여자신의자식들을길거리로내몰아몸을팔게하거나,자식들에게살해당하거나,아니면그자신이자녀에대한육체적,정신적,심지어성적인폭군으로등장하거나한다.도스토옙스키가태어나고유년시절을보낸곳은그의아버지가의사로일하던모스크바빈민병원이었는데,그병원의많은환자들은모두가가난하고억눌린사람들,사회에서버림받은사람들이었으며,어린도스토옙스키는이들과대화하기를즐겼다.가난의심리학의대가가될씨앗이여기서부터자라나고있었던것이다.물론작가스스로도평생을가난의굴레에서허덕였다.그는돈에관한문제에있어서는결코“현실적”이지못했고,감당할능력이있건없건간에떠넘겨지는짐을사양할줄몰랐다.도스토옙스키의처녀작≪가난한사람들≫(1846년)에는작가의가난에대한날카로운인식,가난이인간심리와삶에끼치는영향들,그리고가난하고핍박받는자들에대한강한동정심이잘나타나있다.이런젊은날의도스토옙스키에게형제애속에서모두가풍요롭게살수있다는믿음을가르치는유토피아사회주의자들의모임인페트라솁스키서클은목마른물고기가물을만난듯반가운만남이었다.하지만차르니콜라이1세의반동정치하에서는당대현실에대한비판뿐만이아니라,사회주의적유토피아등에대해토론하는것,금지서적을읽는것들만으로도총살감이었다.고골에게보내는벨린스키의편지를낭독했다는죄목으로체포된도스토옙스키는사형은간신히면했으나시베리아로끌려갔고,4년간의감옥생활과또4년간의유형생활을보낸다.그후,도스토옙스키의인간관및세계관은완전히다른것이되어있었다.1840년대사회주의적유토피아를지향했던도스토옙스키는1860년대완전히극우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되어있었다.유형을마치고돌아온작가는1861년러시아의문화적정치적생활에적극적으로참여하기위해잡지≪시대(Время)≫를창간했고,1863년≪시대≫지가정치적이유로발행정지조치를받게되어폐간된다.이듬해형미하일과함께두번째잡지,더욱더극우적이고슬라브주의적인잡지≪세기(Эпоха)≫를발간하여,그첫호에≪지하생활자의수기≫를발표한다.1866년,후에그의부인이된속기사안나를고용하여≪노름꾼≫과≪죄와벌≫을속기하게하여발표하고,1868년그리스도를닮은“긍정적으로가장아름다운인간”을그리고자한≪백치≫를,1872년≪악령≫을,죽기한해전인1880년≪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을발표했다.이렇게해서세계문학사중가장위대한작가도스토옙스키는1881년1월28일,그의소설만큼이나극적인사건들이넘쳐나는자신의삶을마감했다.러시아철학자니콜라이베르댜예프가말한것처럼,도스토옙스키라는작가를낳았다는사실만으로도,이지구상에러시아인의존재이유는충분하다.

목차

주요등장인물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정확한번역
도스토옙스키가가장사랑했던작품은≪백치≫였다.김정아역자역시≪백치≫를가장사랑한다.그러나아쉽게도≪백치≫는국내에출간된4대장편중가장오역이많은작품이다.김정아는한국어번역본에서오류를만날때마다늘심장의통증을느꼈다.그는자신의모든것을쏟아부어제대로된번역을해냈다.이젠마음이아프지않은≪백치≫를세상에내놓는다.지식을만드는지식출판사가늘요청하는‘100년갈번역’에호응한것이다.
김정아의번역은정확하고“힙”하다.즉,지극히현대적이어서요즘말로설명하듯쉽고,역자의발랄함이더해져유연하고따뜻하고친절하다.덕분에대작이가진위엄과육중함에짓눌리지않게한다.고교3학년때≪죄와벌≫에매료된이후≪죄와벌≫로박사논문을쓰고도스토옙스키작품들을번역하면서30년넘게그에게영혼을저당잡힌채살아왔다.
도스토옙스키의4대장편은각작품의분량이대하소설에육박할정도로장대하다.이대작들의번역역시치열한작업이다.한사람이4대장편을다번역한사례가세계적으로드물고,한국에서는유일무이하다.4대장편에는도스토옙스키의사상이서로잇닿아있다.고유한문체역시각기다른사람의작업으로는일관된결을살리기어렵다.한사람의번역이필요한이유다.국내최초도스토옙스키4대장편번역도전에작가를향한애정과열의로뭉친김정아역자가도전한다.백년갈번역으로도스토옙스키를국내에소개하고,그에걸맞은옷을입히고자출판사와역자가의기투합했다.그첫책≪죄와벌≫이2021년1월선보였고이제두번째책으로,작가가자신의창작중에서가장아끼고사랑한다고말한작품≪백치≫를선보인다.역자는그간출간된번역본들의오류를바로잡고,단어하나하나를곱씹어번역해냈다.

도스토옙스키같은천재작가의언어는풍부하고아름답고충만한언어다.그것을원어가가진힘그대로한글로번역해내기란불가능하다.하지만하나의단어,하나의문장을곱씹고또곱씹어서최대한가깝게한글로옮겨내려노력했다.

치정,살인,돈,사랑,욕망,질투의삼각관계속에철학을담다
≪백치≫는도스토옙스키의4대장편중≪죄와벌≫을잇는두번째작품에해당한다.이작품에는소설가,심리분석가,철학가,예언가로서도스토옙스키의천재성이유감없이발휘되어있다.치정,살인,돈,사랑과욕망과질투의삼각관계…흥미진진한관계와사건속에작가의철학이녹아있다.
토츠키는보호자인양자신이거두어들인고아나스타시야를키워첩으로삼고는필요없어지자돈7만5000루블을얹어팔아버리려하며,예판친장군은연줄많고돈많은자기연배의토츠키를자신의딸아델라이다와결혼시키려한다.오만방자하고방탕한겉모습의여인나스타시야는미시킨을사랑하는마음과사랑해서는안된다는마음사이에서갈팡질팡한다.7만5000루블을위해“더러운여자”나스타시야를아내로맞으려했던인물에게는불속에던져넣은돈을맨손으로꺼내면다주겠다는막장드라마와도같은장면이펼쳐진다.
이런세속적인소재를다루면서신과인간,파멸과구원등의철학적사상을버무려내어시공을뛰어넘는예술로승화시켰다는데도스토옙스키의위대함이존재한다.그의테마는직설적인시대비판을넘어시공을초월하는철학적문제들을녹여내고있다.언제나돈과시간에쫓겨기일을맞추기위해서두르며글을써내려갔지만,작가의천재성은이작품을장르적기법으로빈틈없이아귀가맞는완벽한장편으로태어나게끔했다.하나의인물나스타시야필리포브나의개인적체험속에시대의여성문제를녹여내고있으며,사회문제에대한지적뿐만이아니라,상처받은자존심강한여성의심리적문제및구원과파멸이라는거대철학의문제를모두아우르고있다.도스토옙스키의부차적인물들역시위트나유머의원천이며무거운작품에활력을주기도하나,그것은때로우스움에서그치지않고,두려움을불러일으키기도하고,때로는철학적인주요테마가그들의입을통해언급되기도한다.레베데프의묵시록해석이그러하고,이폴리트의자연법칙과자유의지의테마가그러하다.그것은도스토옙스키의전작품을관통하는거대테마들이다.

주검위에세워진환상적인무덤의도시,페테르부르크
도스토옙스키가≪백치≫를집필하던1860년대후반의러시아는급격한사회·경제적변화를겪고있었다.유럽식자본주의의물결은러시아에서가장유럽적인도시페테르부르크에가장먼저가장높은파고를타고밀려들었다.서구적인것에대한혐오와우려를나타내면서러시아적전통과문화,믿음등을수호하는슬라브주의자들에게페테르부르크는늪을메워그위에세워진,매우부자연스럽고인공적이며부정적인공간이다.도스토옙스키를포함한많은러시아작가의작품속에서페테르부르크는악마적공간이며,삶이질식당하는죽음의공간으로등장한다.이도시를짓느라수많은농노들이죽어가,돌이아닌농노들의뼈가도시의기초가되었다는말이있을정도다.이곳에실체도없는거액의돈이뭉텅이로오가는증권거래소도생겨났으며,그덕에많은수의졸부와파산자가양산되었다.유럽자본주의국가에서와같이빈익빈부익부의양상은더욱심해져갔다.사랑,결혼,가족,영혼의평화,그리고영혼을가진사람등이모든것이돈으로매매되는세상이되었다.도스토옙스키에게이모든것이세상의끝을알리는종말론적징후였다.

미가세상을구원한다?
도스토옙스키는≪백치≫에서“미가세상을구원할수있다”는명제를두고“긍정적으로완벽하게아름다운인간을그려내고자”했다.한편지에서작가스스로도인정하듯“그것은너무나어려운작업이었으므로그것이매력적인것이기도하고사랑하고있는것임에도불구하고준비할수가없었던”테마였다.그인물의현신이미시킨공작이다.세계를구원할수있을정도의아름답고강렬한영혼의소유자이나간질환자에백치이고,우스꽝스러우나무서우리만큼날카롭게핵심을보고늘진리를말한다.도스토옙스키가미시킨을창조할때염두에둔모델중하나가예수그리스도였다.“완벽하게아름다운인간”인성경속예수가그의시대에가장흉포한죄인으로몰렸던것처럼,도스토옙스키의“아름다운인간”도페테르부르크라는세계에서“백치”로여겨진다.인간으로서의미시킨공작은아글라야를연정으로사랑하지만,자신이“연민”을품은나스타시야곁에남는길을선택한다.신이인간을사랑하는방식이“불쌍히여김”,즉연민이다.인간의육체를지닌신그리스도와같이그는연민을놓지못한다.하지만파국으로이어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