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커뮤니케이션북스는 한국 영화 가운데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들을 선정하여 ‘한국시나리오걸작선’을 만들었다.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일본인 청년 ‘다니’는 총독부의 명령에 따라 조선인의 성과 이름을 일본식으로 개명토록 하는 작업을 수임한다. ‘다니’가 찾은 곳은 설씨 집안이 모여 사는 곳. 문중의 종손 ‘설진영’은 완강하고 강직한 조선인. ‘다니’는 설진영의 인간성과 그 집의 딸 옥순의 미모에 끌리게 되어 설진영의 진실과 조선인의 족보 정신에 감동한 나머지 심한 갈등에 젖는다. 설진영의 창씨개명 거부는 마침내 딸의 약혼자를 징용에 끌려가게 하여 파혼하게 하는가 하면 아들과 손자들까지 배척을 받아 곤혹을 치르게 한다. 그는 급기야 면사무소에 가서 가족 모두의 창씨개명을 서명한다. 하지만 자신만은 끝내 설진영 그대로 지킨 채 돌아와 족보 마지막 장에 사유를 밝히고 자결을 단행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