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발췌 비판자(큰글자책)

원서발췌 비판자(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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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스페인 바로크 문학을 대표하는 17세기의 위대한 작가인 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대표작으로, 쇼펜하우어가 “이 세상에 나온 가장 훌륭한 책들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바치기도 한 작품이다. 두 주인공이 세상을 여행하는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 면에서 소설적 요소들은 많지 않아 단순한 소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철학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수백 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라도 공감하게 되는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 차 있다.
저자

발타사르그라시안

1601년스페인아라곤지방의칼라타유드인근한마을에서태어났다.18세되던해인1619년예수회교단에서사제수업을받기시작했으며,1623년부터는사라고사대학에서신학을공부했다.1627년사제서품을받은그는칼라타유드에돌아와이곳학교에서인문학과문법을가르치기시작했다.1636년아라곤지방의우에스카에강론담당신부로부임했는데,이곳에서첫저서≪영웅론≫을발간함으로써작가로서여정을시작했다.이후예수회사제로서주로아라곤과발렌시아지방일대에서교육,설교혹은고해관련업무를담당했고,다른한편으로는꾸준히개인적인저술작업을계속하다가1658년에생애를마감했다.
1637년에출판된첫저서≪영웅론≫은‘범속한대중의범주를뛰어넘는영웅들을특징짓는행동양식들은무엇인가’에대한저자의성찰을담고있다.이후그라시안이발표한저서들은,문학이론서와종교교리책자를제외하면,그의첫작품에나타난내용과일맥상통하는흐름을보인다.1640년에출간된≪정치가≫는통치자가지녀야할덕목과행동규범을,1646년에출간된≪사려깊은자≫는사회적성공을원하는자가갖추어야할인간적인덕성들을제시하고있으며,1647년의저서≪사려와지혜의책≫은아포리즘형식으로된일반적인삶의지혜를,그리고1651년부터1657년사이에3부로나뉘어출간된≪비판자≫는세상을바라보는저자의시각과인간삶의형태들에대한총체적관찰을보여주고있다.
그라시안이바라보는세상의모습은대단히부정적이어서,이세계는위선과기만으로가득찬곳이다.마땅히성공해야할사람은실패하고이길자격이없는자가승리하며,진실을말하는자는주위사람들에게외면당하고아첨으로상대를기분좋게하는이들일수록높은자리에올라간다.이같은세상에서성공하기위해,혹은단순히생존하기위해,그라시안이독자에게전하는주된충고중하나는신중하라는것이다.즉세상의모순에섣불리자신을던져항거하지말고,타인의생각을귀담아듣되자신의생각은외부에누설하지말라는것이그의전형적인권고다.
이처럼세상에부정적인평가를내린그라시안의세계관이그가속한교단의종교적세계관과충돌했음은두말할나위가없다.그라시안은첫작품에서부터로렌소그라시안이라는필명을사용해자신을숨겼지만,교단에서는어렵지않게그가실제저자라는사실을알아냈다.그라시안은여러차례교단의질책을피할수없었으며,특히≪비판자≫의발표이후그에게가해진징계는이미약해져있던건강을악화시켜안타깝게도그의죽음을앞당기는계기가되었다.

목차

1부
4장크리틸로의운명
6장세상에가득찬모순
11장다양한인간형들
12장안드레니오의방황

2부
5장인간의어리석음
6장행운과불운
9장어디에도없는만족
11장죽음에관한의미있는성찰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비판자≫는발타사르그라시안의명실상부한대표작이다.이작품은저자의생애말년에1부(1651년),2부(1653년),3부(1657년)로각각나뉘어출판되었는데,이후평자들은이작품을그라시안문학의정점으로평가하는데이견이없었다.이같은맥락에서,쇼펜하우어는“이세상에나온가장훌륭한책들중의하나”라는찬사를바치기도했다.
≪비판자≫를한마디로요약한다면,발타사르그라시안의사상을소설형태로집약하고있는책이라고할수있다.즉이작품은소설의형식을빌려서이전까지출판된그의모든저서들에나타난세계관을함축하고있다.따라서≪비판자≫는단순한소설이라기보다는일종의철학소설이라는이름으로불러야할것이다.혹은,그내용을기준으로보아서,하나의수상록혹은교훈서의유형으로도분류할수있을것이다.
형식상이작품은두주인공안드레니오와크리틸로가세상을여행하면서겪는체험들과그에대한의견들을기술하는구조로되어있다.이과정에서소설적인스토리구성은최소화되어있으며,등장인물도두주인공을제외한다면현실세계의인물이아닌경우가많다.즉다양한추상적개념들을의인화한인물들혹은신화나전설속인물들이주를이룬다.또이야기가전개되는무대도구체적인장소로서특징이없다.따라서그곳에어느도시,어느지방의이름을붙이든아무지장이없는,보편적배경으로서의미가있는장소들이다.
이같은사실에서유추할수있겠지만,이작품의매력은손에땀을쥐게하는스토리전개를통해독자를사로잡는다든지하는,이른바‘소설적’재미가아니다.≪비판자≫의매력은삶의전반을관조하는작가의성찰속에있다.이책을읽는독자들은전광석화처럼날카롭게삶의본질을꿰뚫는통찰의예리함과거침없이진실을설파하는언어의통렬함에공감할것이다.이런의미에서이작품의여운은단순한소설적인재미의그것보다훨씬깊고오래남아서,읽는이로하여금자신과주변의삶을돌아보게만들것이다.
≪비판자≫는세상과처음대면하게되는안드레니오라는젊은이의눈에비친인간세계를묘사하는틀을취하고있다.세상을처음으로바라보는사람의눈이야말로그곳을가장객관적으로,선입견없이,있는그대로인지하는도구일것이다.그런데이작품주인공의눈에비친인간세상은부조리와모순으로가득찬곳이다.즉“미덕은박해를받고,악덕은박수를받소.진실은침묵하고,거짓이활개를”치는곳이우리가사는세상의적나라한풍경이다.저자의관찰에따르면,인간은이세상이어떤곳인지알지못한채오는것이며죽음에이를무렵에야비로소깨달음을얻게되니,미리알았더라면결코이곳에태어나려고하지않았을것이다.
이같은부정적인세계인식은한편으로는그라시안이살았던바로크시대의전형적인세계관이기도하고,또더구체적으로는이시기스페인작가들에게서나타나는두드러진현상이기도하다.이전의르네상스시대가중세의오랜신중심적세계관에서벗어나현세의인간의삶에대해긍정적인가치를부여했다면,바로크시대는생명의제반현상들이일시적이고불확실한미몽에지나지않는다는회의와불안이지배한시기였다.특히스페인에서는신대륙의발견과함께팽창했던국운이급격하게쇠락하고민중의삶이지극한궁핍에빠지게되면서이같은비관적인분위기가한층뚜렷이나타나게된다.
그러나이와같은역사적·사회적배경을감안한다하더라도,≪비판자≫에는발타사르그라시안이다른작가들과차별되는고유의비극적세계관이존재한다.즉이시기여러문학작품들이당대스페인사회의어두운구석들을현장감있게묘사하면서조국의아픈현실을조망한다면,그라시안이제시하는생의모순들은훨씬더뿌리가깊고근원적이며해답을찾기어려운인간존재의부조리한상황들이라는것이다.
총3부38장으로구성된이방대한작품을통해그라시안은일관되게,그리고체계적으로,탄생에서죽음에이르기까지인간삶을지배하는것은질서라기보다는혼돈,정의라기보다는불의,기쁨이라기보다는슬픔과비탄임을설파한다.그에따르면,비록이세상을창조한조물주가이땅을조화로운곳으로만들고자했어도,이곳에사는인간들은세상을부조리로가득한곳으로만들고있다는것이다.이같은맥락에서볼때,그라시안이훗날염세주의철학의대가쇼펜하우어나반이성적생철학의거장니체같은사상가들에게존경을받은것은매우자연스러운귀결이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