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조 다미오 단편집(큰글자책)

호조 다미오 단편집(큰글자책)

$37.00
Description
일본 한센병 문학의 대표 주자 호조 다미오의 국내 첫 작품집이다. 열아홉의 나이에 발병하고 스물셋에 운명해 창작 활동 기간이 단 3년밖에 되지 않음에도 호조 다미오는 삶에 대한 의지와 고뇌를 절절히 담은 작품들로 일본문학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이번 책에는 그의 대표작 〈생명의 초야〉 외에도 데뷔작인 〈마키 노인〉과 유작인 〈소극〉을 비롯해 〈나병원 기록〉, 〈나병 가족〉, 〈눈보라의 첫울음〉, 〈망향가〉의 총 일곱 작품을 수록했다.
저자

호조다미오

호조다미오(北條民雄)의본명은시치조데루지(七條晃司)로제1차세계대전이발발하던1914년에조선경성부한강도에서태어났다.당시그의아버지는육군경리부소속으로조선경성부에서근무하고있었다.열아홉살이되던1933년도쿠시마시내병원에서한센병진단을받았고,이듬해인1934년한센병수용시설인전생원에아버지의손에이끌려입소했다.입소전시치조집안의호적에서제적당하는수모를겪었다.
문학을갈망하던호조다미오는요양소내에서발행하던기관지《야마자쿠라》의7월호에〈동정기〉를발표한다.한센병을진단받고화엄폭포로자살하러갔던일을다룬짧은글이었다.이때필명은자신의기숙사이름을따서지치부라고했다.
1934년8월에가와바타야스나리에게처음으로편지를보낸다.이후가와바타의극진한격려속에〈생명의초야〉가탄생한다.〈생명의초야〉는1936년《문학계》2월호에게재되어제2회문학계상을수상했으며제3회아쿠타가와상후보에올랐다.이작품과함께‘호조다미오’라는필명도세상에나왔다.
문단에등단한지얼마안되어호조다미오는자살을결심하고요양소를빠져나온다.친구집에머물면서가와바타와절친한친구였던도조에게괴로운심정을담은편지를보냈는데,그들로부터진심어린답장을받고크게감동하여돌아온다.그후새로운작품창작에매진한다.1936년여름부터급격히쇠약해졌으나〈나병원수태〉,〈안대기〉,〈나병원기록〉을연이어발표한다.같은해12월초에는생전에간행된유일한단행본인《생명의초야》가가와바타의손을거쳐쇼겐샤에서출판된다.
12월말호조다미오는극심한신경통으로몸져눕게된다.이듬해일시귀성을목적으로외출했지만,고베,오사카,도쿄등을방황하다가요양소로발걸음을돌린다.4월경호조는〈소극〉의원고를완성하여가와바타에게보냈는데,몸을혹사한탓인지만성신경증과결핵으로고생하다가결핵병동으로들어가게된다.
도조고이치가쓴〈임종기〉에따르면호조다미오는죽기2∼3일전“나는죽음따위는두렵지않아.이미준비는되어있어.단지내가쓰지않으면안되는것을못쓰고간다는것이애석할뿐이야”라는말을남겼다.극심한통증과싸우던호조는1937년12월5일새벽“나는회복한다,나는회복한다,단언컨대회복한다”라는마지막말을남긴다.그의마지막식사는칡가루와설사를막는데쓰는생약을섞어서갠유동식이었다.호조는그날새벽5시35분9호병실에서눈을감았다.사인은장결핵과폐결핵이었다.
창작기간이단3년에불과함에도〈나병원기록〉,〈나병가족〉,〈눈보라의첫울음〉,〈마키노인〉,〈생명의초야〉,〈망향가〉,〈소극〉,〈동정기〉,〈안대기〉,《호랑가시나무울타리안에서》,〈발병했을때〉등의주옥같은작품을남겼다.

목차

나병원기록
나병가족
눈보라의첫울음
마키노인
생명의초야
망향가
소극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20세기초제국주의로치닫던일본은우생사상을받아들여국민을우열로구분하여약자를사회에서걸러내는정책을폈다.이때문에당시한센병에걸린사람들은병으로인한고통뿐아니라사회적인고난까지극심히겪어야했다.당시한센병자는법에의해격리수용되어사회로부터완전히분리되었음은물론강제불임시술과임신중절수술을당했으며가족으로부터절연당하는일도부지기수였다.그러나이런혹독한시련속에서도한센병환자들은굴하지않고자신들의삶을문학에녹여냈다.호조다미오가바로그대표작가다.1926년부터2000년까지발표된한센병문학작품들을모아2002년에발간한《한센병문학전집(ハンセン病文学全集)》(전10권)중에서도호조다미오의작품은단연최고작으로손꼽힌다.

호조를문학세계로이끈이는다름아닌《설국(雪国)》으로노벨문학상을수상한가와바타야스나리였다.호조는1934년8월가와바타에게처음으로편지를보낸다.그때호조는가와바타(川端)의성을가와바타(河端)로잘못쓰는어처구니없는실수를저지르면서도자신이할일은문학밖에없고문학에서한줄기빛을찾고있으니제발답장을부탁한다고애원하는내용을담아보냈다.만일당시문학지《문학계》의편집자이자유명인사였던가와바타가호조다미오를주목하지않았다면그의작품을세상의빛을보지못했을가능성이매우크다.마침《설국》을구상하고있던야스나리는호조의편지를받고서두달여후답장을보냈고,이후호조의작품활동에격려를아끼지않았다.그렇게발표된것이호조의대표작〈생명의초야〉다.이작품은1936년《문학계》2월호에게재되었으며이후제2회문학계상을수상했고제3회아쿠타가와상후보에까지올랐다.‘호조다미오’라는필명도이작품과함께세상에나왔다.이작품을필두로가와바타의손을거쳐간행된작품집이호조다미오의생전인1936년에출판되었는데,출판되자마자1년만에2만부가팔리는놀라운기록을세웠다.

이번책에는호조의대표작〈생명의초야〉외에도데뷔작인〈마키노인〉과유작〈소극〉을비롯해〈나병원기록〉,〈나병가족〉,〈눈보라의첫울음〉,〈망향가〉의총일곱작품을수록했다.
책의첫작품〈나병원기록(癩院記録)〉은호조다미오가직접체험한한센병요양소에대한내용을담은글로서일종의르포다.한센병요양소입원절차부터병동건물의구성과규모,병실의종류,병원내경제생활,한센병의구체적증상과치료법등이소개되어있을뿐아니라요양소내의결혼사정과단종수술의실태도엿볼수있다.
〈나병가족(癩家族)〉은아내를제외한모든가족이차례로요양소에들어오면서빚어지는부모자식사이의갈등과슬픔이잘묘사된작품이다.한센병의발병사실을숨긴채결혼한아버지사시치때문에장남사키치와장녀후유코,종국에는막내사타로까지도한센병에걸려요양소신세를지게된다.한센병을받아들여야만하는한가족을통해인간구원의메시지를전한다.
〈눈보라의첫울음(吹雪の産声)〉는병으로인한극심한고통속에서도새생명에대한희망을품는숭고한인간정신이깊은감동을주는수작이다.눈보라가휘몰아치던어느밤,한센병수용소에서새로운생명이태어나고아기와목숨을맞바꾸듯한사람이스러진다.
〈마키노인(間木老人)〉은호조다미오의문단데뷔작이다.일본모더니즘문학의거두였던요코미쓰리이치(横光利一)가격찬했으며,가와바타역시호조에게보낸편지에서훌륭한작품이라며아낌없이칭찬한것으로알려져있다.한센병요양소에입소한지얼마안되는청년우쓰와마키노인의정서적교류를다룬작품이다.
〈생명의초야(いのちの初夜)〉는오다다카오라는한남자가한센병요양소에입소하여맞이한첫날의경험을담은호조의대표작이다.이작품으로호조는제2회문학계상을수상했으며아쿠타가와상후보에올랐다.당시아쿠타가와상선고위원이었던가와바타는“이러한작품은좀처럼만나기어렵다.이런작품을곧바로선정하지않는다면편찬자로서문학에종사할자격도권위도없다”라면서문학으로서의순수성을높이평가했으며,문예평론가이자작가인고바야시히데오(小林秀雄)역시“이상하리만큼단순한이야기지만생명그자체를표현한몇안되는소설로,작품에서문학그자체의모습을보았다”라는평을《요미우리신문》에기고하며극찬했다.
〈망향가(望郷歌)〉는호조다미오가죽기직전인1937년에발표됐다.스물다섯살에발병하여요양소에서국어를가르치는교사도리조와,불행한가족사를겪고고아나다름없는상태에서한센병에걸려요양소에들어온야마시타후토시라는사내아이의교분을담은작품으로,어린아이가감당하기에는너무나가혹한현실이독자들의마음을아프게하는작품이다.
〈소극(道化芝居)〉은1938년《중앙공론》4월호에실린작품으로1937년12월에사망한호조다미오의유작이다.전향한사회주의자인야마다가한센병에걸린옛제자이자사회주의사상의동지인쓰지잇사쿠라는청년과재회하는이야기로,이작품에는복자(伏字)가상당히많다.이역시당시요양소와내무성경보국의검열이얼마나심했는지를잘보여주는증거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