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록, 회화나무 아래서 봄꿈 한 자락

남가록, 회화나무 아래서 봄꿈 한 자락

$32.00
Description
18∼19세기 무렵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문 장편소설이다. 불교를 숭상하는 나라 남가국에 닥친 전쟁의 위기를 사천왕(四天王)의 현신인 최석홍, 황석태, 석천장, 석화주 네 인물의 활약으로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방대한 내용과 치밀한 구성, 체계적인 주제 형상화 과정, 5원 세계를 넘나드는 광활한 공간 배경. 우리나라 고전소설사의 압도적인 성취인 《남가록》을 발굴한 조용호 교수가 세련된 번역과 정밀한 주석, 친절한 해설을 통해 소개한다.
저자

최만성

(崔晩成)
지은이최만성(崔晩成)에대해서는전혀알려진바가없다.그는서문에서객(客)의입을빌어‘글은사실을기록하는것을귀하게여기니,글이라는것은사실의손님이기때문이다.지금소설에풀어놓은수천수만마디의말은허공에사다리를놓는것과다름이없다.지나고보면허황된말이요실상이없는것이니,불태워버리기를바란다’는요지의강력한비난을받도록만들었다.비록객이말한것으로처리했지만,이런비난은경(經)과사(史)를중시하던조선후기유학자들이지닌일반적인소설관과맞닿아있다고보아도무방할정도로매우의도적인것이다.
그러나사실‘허공에사다리를놓는다’는말은허구를본질로하는소설에대한촌철살인의통찰이다.이것은가장강력한비난의말을뒤집어소설의본질과가치를설명하겠다는심산이기때문이다.그는소설과소설을쓰는일은겉으로는허공에사다리를놓는허황된것처럼보여도,그속에진리와깊은의미를담고있어서경서와사서에버금가는가치를가진다고말하고싶었던것이다.이것은소설이숨어서보는하찮은글이아니라,어떤글보다도가치가있다는인식에서나온생각이다.뿐만아니라이런인식과관점을단지말로만주장하지않고소설속에구현해냄으로써,그의탁월한작가적역량을충분히증명했다.최만성이보여준진보된인식과그것을바탕으로한창작이지식인들에의해더활발하게이루어져자력으로근대화를성취했으면좋으련만,그렇게되지못하고외세에의해강제로망국의길로접어든것이안타까울뿐이다.

목차

서문

남가기화1
제1회남가왕이불당을크게일으키고,석가모니가비게를읊어전하다
제2회거짓을희롱하여참을이루니마을노인이곧월노라,진실같으며거짓이아니니석씨가기린을안아보내다
제3회호랑이같은장수가호랑이를잡을수있고,승냥이가승냥이를이해하고아낀다
제4회황응은다리를놓아음덕을닦고,석태는마음가는대로옥포에서놀다
제5회회심이바야흐로발칵일어나니,신력이어찌우연이겠는가
제6회사내가불행하게구리냄새나는세상에빠지니,의로운선비라면누구라도보살심을갖지않으랴
제7회최고를양보한백수춘은말없이달아나고,세사람의익우(益友)를얻은황보살은희망을펼친다
제8회법사가내전에머무를때는부인이안을어지럽혔으나,보위가동궁에게로돌아가니대신들이충성을다하다
제9회넓은도량을좁은도량과어찌비교하겠으며,온힘으로법을따르지않으니죽음을면할쏜가
제10회작은여우는바야흐로머리를내주고,큰고래는다시죄에연루되다
제11회장곤은사사로운원한으로나라를그르치고,재우는혈기에의지해서화를불러일으키다
제12회꽃이옥천에떨어지니꽃이서로만나고,용이어하에귀의하니용이기쁘게맞는다
제13회고립된성에서승리를엮어내니어찌남가국에사람이없겠는가,피를바르고다시바로잡으니사직을지키는신하가있다
제14회힘을다해싸운3석은참된영웅이요,지략으로승리한장화화역시용병에능하도다
제15회종일이기이한계책을내어선봉을꺾고,최용이계산하여후일을도모할것을생각하다
제16회김종일은패배를돌려이기는데오로지8인의꾀에의지하다,개조지는거짓항복의꾀를내고풍류의형국을꾸미다
제17회좀전에패배한병사가관위로달아나는것을보았는데,승리했다는편지가암자에서나오는것을금방또보네
제18회선생이계책을주니귀신이기이함을보내고,영웅이손을벌리니천지의빛깔이변하다

남가기화2
제19회붉은비단은옥녀산의빛을움직이고,흰물결은양갑성의성을두른다
제20회술책을쓰기는진실로어려우나깨기는쉽고,머리를들이미는것은비록쉬우나꺼내기는어렵다
제21회홍관장군이무기를만나결연을맺으니이가곧월노(月老)이고,망령되게도스스로크다고믿었던황구백구는양처럼죽임을당하다
제22회옥구가수부에들어가니잠긴용이하늘로날고,종이연이갑성에떨어지니마른붕어가뜻을얻다
제23회목마른곳에서단샘이솟으니어찌경공의기도를기대했겠는가?패전한후에뜻밖의변화가생겨완연하게장수의국면이되다
제24회천가지백가지로기이하게변신하는석홍은가슴에만가지둔갑을감추었고,반신반의하는장화화는바둑을한판두다
제25회날개가돋고입으로바람을토하던날치가스스로죽는것이우습고,곤사를주머니에감추고신물을아울러가진것을기뻐하다
제26회붉은비단을마름질하여아침에결혼하고,급한물길에노를돌려저녁에는갈매기를희롱하다
제27회들까마귀가도리어단산의봉황을꾸짖는데,깊은절구만이긴것을용납할수있도다
제28회향내나는풀과누린내나는풀은같은그릇에담을수없고,귀신과물여우는서로악을돕는다
제29회나라를어지럽히는신하와도적이어느시대에없었겠는가,유영의화진이진정한장군이라
제30회복은다른곳에서구할수없으니오직나에게있으며,속임수로피할수없으니네가누구를속이랴
제31회이승에서이미승패의계산이끝났는데,명부라고어찌선악의판가름이어긋나리오
제32회신물이무사히원래주인에게돌아갔고,기이한공은운수에달려있으니감히요행을구하겠는가
제33회비로소인과응보는터럭만큼도어긋나지않음을알았으니,천지가허물을용납할것이라고말하지말라

해설
지은이에대해
옮긴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최만성(崔晩成)이창작한한문장편소설이다.제목에서알수있듯이당나라이공좌의소설《남가태수전》에서많은영향을받았다.주인공순우분이꿈에괴안국의왕녀와결혼해20년간남가군의태수가되어영화를누렸는데,그것이한갓꿈에불과했다는내용으로,‘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는성어로잘알려진작품이다.그러나성취정도나주제형상화측면에서는현격한차이를보인다.《남가록》은구성이아주치밀하고등장인물과채용된사건을포함한내용이매우방대하다.‘인생은일장춘몽’이라는동일한주제를품고있지만,한순간의꿈이아닌인물들의인생전체와나라의운명을대상으로훨씬거시적인구도에서전개된다.

《남가록》은불교를숭상하는나라남가국에닥친전쟁의위기를사천왕(四天王)의현신인최석홍,황석태,석천장,석화주네인물의활약으로극복해나가는과정을그린다.이때문에군담의비중이상당히높다.여타고전소설에서‘전쟁’은단지조정에도전하는번국의침입이나시위적성격이강하며,중앙에서파견된유능한장수에의해일거에진압되는싱거운싸움으로그려지기일쑤다.이런소설들에서전쟁은단지주인공의영웅성을드러내고‘출장입상(出將入相)’이라는당대인들의욕망을성취하게하는수단에불과하다.수십만의적군이쳐들어와도독자의손에땀을쥐게하는위기나사실적인전투장면은그려진적이없다.
《남가록》은다르다.거시적인사건으로서의전쟁수행과정뿐만아니라개별적인전투에서의전술과장수들사이의수싸움이사실적으로그려진다.더군다나남가국과달달국사이에서벌어진지상의전쟁으로끝나는것이아니라지하계,즉지옥에서의전쟁도그려진다.전쟁그자체를서사의핵심동력으로삼아전개해간‘전쟁소설’은우리고전소설사에서《남가록》이유일하다.

《남가록》의또다른특징은‘불교’를배경에깔고있다는점이다.우리나라소설에서포교의목적을배제한채불교를일관되게종교적배경으로삼은소설은《남가록》이유일하다.그렇다고해서불교만을일방적으로옹호하지않는다.국난이안정된뒤,부처를독실하게믿는남가국왕은공자의초상을그려오게하는한편공자가살았던마을을그대로본떠서조성한다.이것은통치술로서의유교와개인신앙으로서의불교가서로대립하거나배척하는것이아니라조화를이루어야한다는점을강조한행위다.역사적으로불교는교조적인유학자들에게이른바‘무부무군(無父無君)’의도라고비난을받아왔는데,《남가록》은이러한논란을전면적으로반영하면서전개된소설이라는점에서일정한평가를받아야마땅하다.비록인물들에의해직접적으로언급되지는않지만여러인물들이도교에입각한무위의삶도중요한방식으로실천하고있다는점도눈여겨볼필요가있다.현실에서공업을이루고후배들에게자리를물려주어야할사람들은산림이나한적한곳에처소를마련하고현실에서일어나는일에가능한한개입하지않는다.이는자연에귀의해인위적으로무엇인가를조작하려하지않는도교적인삶에가깝다.《남가록》은고전소설가운데유일하게유불도(儒佛道)3교의통합을가장이상적으로형상화해낸소설이다.유교와불교,도교가공존하고개인과정치속에서온전하게통합되는것이작가가가장말하고싶었던궁극적인메시지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