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세이 네버

네버 세이 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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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혼자만 재미 보고 쏠랑 빠져나가시겠다?”
“재……미라뇨?”
“우리 제니는 미혼모가 됐는데, 저 자식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거 아닙니까?”

제니 오빠 준탁과 경수 누나 정원은 얼떨결에 ‘개’사돈이 됐다.


사고는 경수가 쳤는데, 정원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까다롭고 예민한 그 남자, 민준탁이 신경 쓰인다.
차라리 이 낯선 남자에게 저에 대해 낱낱이 발각당하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동시에, 이 남자에게만은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고 가슴을 웅크린다.

사고는 제니가 쳤는데, 대미지는 준탁이 입었다.
그 여자, 정원을 만나고 준탁은 꿈같은 현실을 만난다.
여자와 함께 새드 엔딩도 해피 엔딩도 아닌, 결말 없는 영화 속에 박제되고 싶어질 때마다 준탁은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너를 절대, 절대로 사랑하지 않겠다고.
저자

심윤서

프란체스카.염소자리.토성의영향을받는사람.아마추어정원사.반려견‘쎄비’와‘설이’와함께어설픈시골살이중.출간작으로『로스트』,『메리크리스마스』,『당신은가벼운남자』,『사랑그이름만으로』,『우애수』,『허니비모놀로그』,『난다의일기』,『러브고라운드』,『낯설지만익숙한』이있다.

목차

01경수가사고쳤어!!!
02눈뜨고제일먼저생각난
03그럼......사과하세요.
04그여자,예정원
05그남자,민준탁
06해피퍼니
07우화
08토요일오전9시
09천겹의꽃잎을가진꽃
10나비매듭
11이러고싶을까봐.
12MazeGarden
13화;angry,fire,flower
14무지개,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별
15정원은식쇼를가자고했다.
16우리,복숭아먹으러갈래요?
17장마가끝나는게아쉬워요.
18윈터버드
19흰독말풀
20네버,네버,네버랜드
21붉은바다
22서정원
23보고싶었어요.
24사랑해.
25대나무숲이되어줄게.
26경수야,안녕.
27SunsetGarden
외전두사람
작가후기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정원은루틴한삶을사랑한다.
흔들리지않는편안함이란침대에만필요한것은아니다.매일반복되는일상이지루할수도있겠지만정원은그날이그날같은단조로운일상에서견고한편안함을느낀다.‘다람쥐쳇바퀴’처럼돌아가는편안함은곧평화로움으로치환된다.
매일같은시간에눈을뜨고,경수와아침산책을한후,토마토를베이스로한야채수프와삶은계란한알과커피한잔으로아침식사를한다.홀숫날에는흰빨래를짝숫날에는색이짙은빨래를하고토요일오전에욕실청소와침구를갈아끼우는따위의일들을의식처럼치른다.하루여섯시간의작업을마치고언니들과저녁을먹고경수와집으로돌아오는길은태풍이불거나폭우가오거나폭설이내려도소중하다.정원에게태풍이나폭우나폭설은‘일상’이라는말로수렴될수있다.그것들은자연이일으키는문제이고‘왜?’라는질문없이받아들이면되는일이다.
오늘도정원의쳇바퀴는순조롭게돌아가고있다.
표본채집을위한출장에서막돌아온정원은창을열어환기하고트렁크를풀고샤워를하고세탁기를돌리는일련의일들,그러니까자신이만든쳇바퀴를서두름없이안전한속도로운전한다.
잘지냈니?
머리카락을반쯤말리고물한잔을마신후집안곳곳에놓인화분에도물을준다.꼼꼼하게살펴보고안부를묻는것도잊지않는다.물주기를마친정원은작업실로들어가알루미늄하드케이스를열었다.하드케이스안에는농촌진흥청산하국립원예특작과학원사과연구소에서육성한32개품종의사과꽃액침표본이보석처럼들어앉아있다.꽃피는시기가달라거의한달동안사과연구소가있는경상북도군위를오가며만든표본들이다.
관상용으로육성된꽃사과‘로즈벨’의표본을들어올려찬찬히들여다보았다.하바리움용액에잠긴연분홍색겹꽃과노란수술이무중력공간을하늘하늘유영하는듯아름답다.
너,진짜예쁘구나.
풍성한꽃잎을바라보는정원의입가가부드럽게이완됐다.
로즈벨을내려놓고액침표본병을하나씩꺼내작업테이블에죽늘어놓던정원은메시지알람소리를듣고휴대전화를집어들었다.
[경수가사고쳤어!!!]
형부동희의메시지다.느낌표가세개나붙은메시지를들여다보는정원의입가에서미소가사라졌다.순조롭게돌아가고있던‘다람쥐쳇바퀴’가예고도없이턱멈추는기분이다.로션을바른매끈한미간에주름이잡혔다.
‘무슨사고요?’라고자판을누르기도전에또다시메시지가들어왔다.
[막내처제,어디야?]
[전주야?군위야?]
[출장언제까지라고했더라?]
[지금올순없겠지?]
숨가쁘게도착하는물음표너머로허둥거리는동희의모습이보이는듯했다.덩달아정원의맥박도급하게뛰기시작했다.정원은숨을깊게들이마신후통화버튼을눌렀다.
“형부,무슨일이에요?”
-어,처제.어디야?
동희의목소리에근심걱정이주렁주렁이다.
“조금전에집에도착했어요.무슨일생겼어요?”
-그게말이야……큰일났다.
“경수가사고를치다니요?”
-그러게.우리순둥이가사고를쳤네.사고를당하면당할까,사고를칠녀석이아닌데…….
“어딜다쳤어요?”
좀처럼누군가의말을자르거나끼어드는법이없는정원이지만조바심이나서한없이늘어지려는동희의말을자를수밖에없었다.
-아니.
“그럼요?”
-그게…….
숨차게어디냐고찾을때는언제고동희는뜸을들였다.
“무슨일인데요?”
-경수가임신을시켰어.
“임신……이요?”
돌연다리의힘이풀린정원은알루미늄하드케이스위로털썩주저앉았다.
-처제도알지?제니.
제니?제니.제니라.
정원은제니를기억해내려고애썼지만잘떠오르지않았다.
“제니요?”
-엄청예쁘고귀티나게생긴경수스토커말이야.
“아!”
기억났다.제니를만난적은없지만경수를유난히좋아하는아이가있다는말을언니에게서들었다.매사에무관심한경수도유일하게관심을보였다던신입생.
-지금제니아빠가언니병원으로오고있다는데,나진짜어디로도망치고싶다.
“어떻게그게…….”
-오,왔다,왔어.처제,제발빨리와주라.
정원이뒷말을채꺼내기도전에동희는전화를끊어버렸다.정원은휴대전화를멍하니바라보다끝맺지못한말을내뱉었다.
어떻게그게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