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도서관 : 사색하는 머무름, 머무르는 사색들

감정도서관 : 사색하는 머무름, 머무르는 사색들

$16.54
저자

정강현

기자,작가/1977년생
중앙일보에서사회,문화,정치담당기자로활동했다.2016년JTBC보도국으로자리를옮겨〈정치부회의〉출연자,정치부장등으로일했다.
지은책으로산문집『당신이들리는순간』『다행이야,너를사랑해서』『우리는눈물로자란다』,소설집『말할수없는안녕』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
머뭇거리다:마음에쉼표를찍는순간
시큰거리다:딱그만큼의슬픔에서멈출때
소중하다:시간이자주빼앗아가는것
애통하다:슬픔의비명소리
애틋하다:세상의모든B급에게
두근거리다:모든심장의첫멜로디
뜨끈하다:옆은모르는곁의온도
부풀다:연애와결혼의밑감정
공감하다:마음의전류가흐를때
가난하다:크리스마스의마음

2.
자만하다:삶에보내는긍정의시그널
기울다:마음이들리는순간
막막하다:슬픔이얼어붙는순간
허무하다:‘그렇다고하더라도’의마음
설레다:꿈이꿈틀대는순간
욕망하다:거위의꿈?거품의꿈!
순수하다:순결해서위태로운고집
단념하다:마음을잘라내는마음
무참하다:당신은모르는슬픔앞에서
가련하다:같은아픔에이웃하는마음

3.
후회하다:다시는되찾을수없는마음에대하여
호젓하다:가만히내려앉는생을기억하며
참혹하다:감히가늠할수없는비통함
무너지다:마음의건축학개론
벅차다:까슬까슬한성장통의마음
비뚤다:정치의마음
꼿꼿하다:저절로굳어버린마음에대하여
아련하다:일부러흐려진마음
가엽다:울음을참는자의표정
애끊다:작별할수없는슬픔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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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밤의서재에서건져올린내밀한사색의실체

늦은밤,기자로서바쁜하루를보낸저자는불빛이꺼진밤의도시를거슬러집으로돌아온다.성가셨던사회적삶을내팽개치고자신의내면에만집중할수있는시간.그제서야마음의얼굴이드러내기시작한다.하지만언제나그렇듯마음이한가지표정만짓는날은거의없다.

한사람을하나의단어로만표현할수없듯,누군가의마음도하나의단어로만풀어낼순없다는것.그러니까‘분인’으로서의인간은‘분심(分心)’들로복잡하게구축된영혼의성채라는것.당신의이런생각을마냥반박하기는쉽지않다.이를테면슬픔만해도그렇다.‘슬프다’는말로는도무지해명이안되는슬픈마음이있는것이다.슬픈마음은그슬픔의농도와강도에따라애끊거나애달프거나애통한마음으로분절될수있다.‘슬프다’는말로는감당할수없는어떤마음의무게가‘분심’의언어를통해서만겨우해명될수있다.(10쪽)

그럴때면서재에서뒤적이던숱한책들의이야기,함께한깊은사색의또렷한얼굴을글로담았다.누군가대신마음을읽어주기를기대하며넘겨보던책의말들,다정하게위로해주던음악의소리가정강현작가특유의따뜻한문체로표현됐다.

사회적삶과가정의삶그사이에서마주한감정의얼굴들
두근거림과애끊는마음의소리

책에서는머뭇거리다,설레다,허무하다,무참하다,벅차다,애끊다등총30개의감정을이야기한다.기자이자직장인으로서,남편이자아빠로서또그역시아들로서느낀다양한감정의실체를보기위해머물렀던사색의시간속으로독자를초대한다.

시간이란생명의다른이름이다.시간이다소진되면생명도그친다.하루를산다는건하루만큼죽는다는뜻이다.우리의일상은실은죽음의한절차인셈이다.
……사십대의중턱을넘어서면서나는중요한일이아니라소중한가족에내시간을내어줄결심을밤낮으로하고있다.회사업무의압력에짓눌려쉽지않지만,아주작은틈새시간이라도소중한가족과공유하면서시나브로시간의가치를다시가늠해보려한다.(43쪽)

40대중반을지나가며사회적삶과가정의삶그사이에서저자는새로운시선을경험한다.무릎이시큰거리기시작하지만이것이경고등이라기보다는방향등에가깝다는것을깨우치고,심장의첫멜로디를들으며두근거림을느낀다.옆은모르는뜨끈한곁의온도를깨닫지만그러면서도사랑하는이로부터슬픔의비명소리가들리기시작한다.

더이상무릎이말을듣지않아서멈출수밖에없었다는말을하면서,그는눈물을보였다.그고백에서나는인생의한고비를넘고있는자의목소리를들었다.진짜인생을살아가는우리도흔히겪는일이다.특히인생의반환점이라고할수있는중년의시기를지나다보면,자주그런생각에빠져들곤한다.아,더이상내지성과열정의무릎이말을듣지않는구나.
극한경쟁이일상처럼이어진다는점에서,스포츠와인생은꼭닮았다.무릎이더이상말을안듣는다는건어쩌면더이상경쟁에매몰되지말라는경고인지도모르겠다.(33쪽)

끝내마주한작별의시간
마음의움직임을세밀히관찰할때감춰진영혼의모습을볼수있다

감정도서관에서저자가사색의시간을보내던동안그의아버지는투병했다.그리고끝내저편세상으로건너갔다.오랜난임치료끝에아이를만나아버지가되었지만,저자는끝내자신의아버지와작별했다.그때그동안관성적으로써오던애끊는마음이실제로작동하는경험을한다.아버지를저편세상으로떠내보낸지1년이지났지만작가는여전히아버지를추억할때마다애끊는마음이피어난다.

실은장례가아니라면회를하러가는길이었다.……기차에몸을파묻고복잡한생각을떨쳐내려음악을들으며내려가는길이었다.언니네이발관이내귀에대고노래했다.‘너를떠나보내고난침묵속에빠졌네/오지않을날들을바보처럼그리다/거울속의나에게다짐하듯했던말/다시는널보내지않겠다’〈영원히그립지않을시간〉
그래,이시간들은영원히그립지않을것이다.이제는삶의끝자락에서식사조차못해서관을삽입하게된아버지.곁에서지켜보는가족들도아프지만,누구보다고통스러운건아버지일것이다.가족들에게도아버지에게도지금이순간은영영그립지않을테지.
그런슬픈생각에잠겨깜빡잠이들었을까.다급한진동음이울렸고전화를받으니더다급한엄마가울먹이며소리치고있었다.

‘태어난다.만난다.헤어진다.죽는다.영원히,헤어진다.’사람의일생을요약하자면이와같다는작가는이시간을지나오며움직이던마음의소리를꺼내놓는다.기쁨이넘쳐흐를때에도애끊는슬픔이나를덮칠때에도스스로일렁이는마음의움직임을세밀하게바라보자고.그럴때우리는감춰진영혼의모습을볼수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