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2년 11월에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보편적인 미국 정치의 특징과 더불어 새로운 미국 정치 요소들을 결과로 보여 주었다. 미국 중간선거가 가지는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실시됨으로써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2022년 미국 중간선거는 팬데믹 위기가 가장 극심하던 해인 2020년 대선을 통해 현직 대통령 트럼프를 몰아냈던 바이든이 취임 후 2년 동안 보여 주었던 국가 운영에 대한 또 다른 평가의 선거였다. 2021년 8월까지 21세기의 프랭클린 루스벨트라는 칭송까지 받으며 안정적인 지지율을 과시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8월 중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 과정에서 드러난 무능과 실패로 인해 큰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된다. 이후 극도로 정체된 바이든 지지율은 30% 후반에서 40% 초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두 번째 해인 2022년 8월은 반전 모색의 시간이었다. 2022년 7월 말에 통과된 반도체 과학법은 중국 견제를 명목으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미국 산업 정책의 부활을 알렸다. 8월 한 달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 위기, 에너지, 처방전 약값, 국세청 개혁, 전기차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민주당 정책들을 포함함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입법 정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내용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트럼프와 별 차이 없는 바이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재확인하게 만든 충격이었다. 이처럼 의회주의자 바이든 대통령이 거둔 법안 관련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비싼 자동차 기름값으로 인해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던 것이 2022년 중간선거 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2022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 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게 되었다. 이는 미국을 지역 정치, 비교 정치, 국제 정치 등의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어 온 대다수 전문가에게 특이한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1934년, 1998년, 2002년 단 세 차례의 중간선거에서만 대통령 소속당이 의석을 늘리거나 잃지 않았던 미국의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 정당인 민주당은 상원 선거에서 오히려 1석을 더 늘렸다. 2020년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50명(2명의 무소속 포함), 공화당 50명으로 상원의원수가 같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부통령이 가부 동수(同數) 상황의 결정권을 쥐게 됨에 따라 민주당이 가까스로 다수당이 된 바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현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모두 수성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 연방 상원 의석을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아 왔다. 참패(red wave)가 점쳐지던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의석을 잃는 것으로 선방했다. 2020년 선거 결과 구성된 117대 하원이 민주당 222석, 공화당 213석이었는데 이번 중간선거 결과 의석수는 그대로이고 다수당만 뒤바뀐 상황이 되었다. 2023년 1월 3일에 출범한 118대 미국 하원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3석으로 출발하였다.
이처럼 외관상 파악되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사점은 미국 정치와 선거 변화의 특징 및 흐름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사전 선거와 조기 투표를 활발하게 시행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1845년에 제정된 법률에 따라 선거 날짜를 11월 첫 번째 화요일로 정한 이래 미국은 주로 선거 당일에 투표하는 대표적인 국가였다. 물론 그동안 부재자 투표 제도가 각 주마다 있었지만 조건이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참여율도 비교적 높지 않았다. 그런데 팬데믹 위기 와중에 시행되었던 2020년 대통령 선거는 선거 날 투표라는 기존의 미국 투표 방식과 문화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COVID-19 상황에서 우편 투표를 포함한 조기 투표 비율이 거의 70% 가까이 폭증하였다. 2년 후 치러진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팬데믹 이전보다는 훨씬 높은 비율의 조기 투표가 이루어졌다. 이는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미국에서 투표하러 나오기가 쉽지 않았던 저소득층 유권자들이나 하루뿐인 선거 기회를 자주 포기했던 젊은 층 유권자들의 투표율 제고를 초래하였다. 그 결과 구조적으로 유리한 선거 상황이 민주당에게 마련되었던 셈이다.
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될 줄 모르던 이번 2022년 미국 중간선거 맥락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예상보다 훨씬 나은 성적표를 받게 된 이유는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낙태 권한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공화당 반대 여론 및 투표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는 지적도 많다. 동시에 팬데믹 이후 달라진 미국의 선거 시스템과 그 영향에 대해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주 단위에서 일부 공화당 의회가 투표 제도를 엄격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현상 역시 미국 민주주의와 관련된 중요한 화두다. 당장 2024년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간의 이념, 정당, 인물, 정책 중심의 논의 이외에도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조기 투표 변수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정치연구회에서는 오랜 기간 미국의 선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그 결과물을 출판해 왔다. 미국 정치 자체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2년마다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미국의 경우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 혹은 다수당을 정하는 과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연속성과 가변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미국의 변화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정치연구회의 연구자들은 미국의 중간선거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논점을 가지고 연구 성과를 내었고 이를 한 권의 책에 담게 되었다. 흔쾌히 출판을 맡아 준 박영사와 장규식 팀장님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늘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는 미국 정치를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데 이 책이 잘 사용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들을 대신하여
서정건
즉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두 번째 해인 2022년 8월은 반전 모색의 시간이었다. 2022년 7월 말에 통과된 반도체 과학법은 중국 견제를 명목으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미국 산업 정책의 부활을 알렸다. 8월 한 달 사이에 전광석화처럼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기후 위기, 에너지, 처방전 약값, 국세청 개혁, 전기차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민주당 정책들을 포함함으로써 지지층 결집을 도모한 입법 정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내용들은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게 트럼프와 별 차이 없는 바이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재확인하게 만든 충격이었다. 이처럼 의회주의자 바이든 대통령이 거둔 법안 관련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비싼 자동차 기름값으로 인해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던 것이 2022년 중간선거 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2022년 미국 중간선거 결과 대통령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두게 되었다. 이는 미국을 지역 정치, 비교 정치, 국제 정치 등의
다양한 시각에서 다루어 온 대다수 전문가에게 특이한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 1934년, 1998년, 2002년 단 세 차례의 중간선거에서만 대통령 소속당이 의석을 늘리거나 잃지 않았던 미국의 역사적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바이든 대통령 정당인 민주당은 상원 선거에서 오히려 1석을 더 늘렸다. 2020년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 50명(2명의 무소속 포함), 공화당 50명으로 상원의원수가 같았지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부통령이 가부 동수(同數) 상황의 결정권을 쥐게 됨에 따라 민주당이 가까스로 다수당이 된 바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현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모두 수성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펜실베이니아 연방 상원 의석을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아 왔다. 참패(red wave)가 점쳐지던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의석을 잃는 것으로 선방했다. 2020년 선거 결과 구성된 117대 하원이 민주당 222석, 공화당 213석이었는데 이번 중간선거 결과 의석수는 그대로이고 다수당만 뒤바뀐 상황이 되었다. 2023년 1월 3일에 출범한 118대 미국 하원은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3석으로 출발하였다.
이처럼 외관상 파악되는 이번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에 못지않게 중요한 시사점은 미국 정치와 선거 변화의 특징 및 흐름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사전 선거와 조기 투표를 활발하게 시행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1845년에 제정된 법률에 따라 선거 날짜를 11월 첫 번째 화요일로 정한 이래 미국은 주로 선거 당일에 투표하는 대표적인 국가였다. 물론 그동안 부재자 투표 제도가 각 주마다 있었지만 조건이 까다로웠을 뿐만 아니라 참여율도 비교적 높지 않았다. 그런데 팬데믹 위기 와중에 시행되었던 2020년 대통령 선거는 선거 날 투표라는 기존의 미국 투표 방식과 문화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 COVID-19 상황에서 우편 투표를 포함한 조기 투표 비율이 거의 70% 가까이 폭증하였다. 2년 후 치러진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팬데믹 이전보다는 훨씬 높은 비율의 조기 투표가 이루어졌다. 이는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미국에서 투표하러 나오기가 쉽지 않았던 저소득층 유권자들이나 하루뿐인 선거 기회를 자주 포기했던 젊은 층 유권자들의 투표율 제고를 초래하였다. 그 결과 구조적으로 유리한 선거 상황이 민주당에게 마련되었던 셈이다.
경제는 여전히 좋지 않았고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될 줄 모르던 이번 2022년 미국 중간선거 맥락에서 대통령 소속 정당이 예상보다 훨씬 나은 성적표를 받게 된 이유는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낙태 권한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공화당 반대 여론 및 투표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는 지적도 많다. 동시에 팬데믹 이후 달라진 미국의 선거 시스템과 그 영향에 대해서도 보다 체계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주 단위에서 일부 공화당 의회가 투표 제도를 엄격한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현상 역시 미국 민주주의와 관련된 중요한 화두다. 당장 2024년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진행 중인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간의 이념, 정당, 인물, 정책 중심의 논의 이외에도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알려진 조기 투표 변수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정치연구회에서는 오랜 기간 미국의 선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그 결과물을 출판해 왔다. 미국 정치 자체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2년마다 전국 단위의 선거를 치르는 미국의 경우 선거는 단순히 대통령 혹은 다수당을 정하는 과정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미국의 연속성과 가변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미국의 변화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정치연구회의 연구자들은 미국의 중간선거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논점을 가지고 연구 성과를 내었고 이를 한 권의 책에 담게 되었다. 흔쾌히 출판을 맡아 준 박영사와 장규식 팀장님께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늘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주는 미국 정치를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데 이 책이 잘 사용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들을 대신하여
서정건
미국 중간선거 분석 : 바이든 승리인가, 트럼프 패배인가?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