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인류 역사를 통해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고, 인간이 만든 도시에서 민주주의의 싹이 트고, 역사를 바꾼 새로운 발명과 혁신, 그리고 문화예술이 꽃피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와 도시국가 로마는 민주적 정치체제를 싹틔우는 실험장이었고, 중세 도시국가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도시는 인간에게 풍요를 선사한 산업생산의 장(場)이기도 했다. 이처럼 도시가 인류문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 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도시는 재난과 위기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도시국가 로마는 민주적 정치체제의 실험을 통해 오랜 기간 번영했지만, 부패와 쾌락주의로 인한 국가 시스템 붕괴로 치달아 멸망했다. 그리고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산업혁명기에 창궐한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은 도시를 재앙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오늘날의 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활동과 성취가 차곡차곡 쌓여 축적된 공간이다. 오늘의 도시는 우리들의 선조들이 살았고, 현세대도 살고 있고, 미래 세대도 살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파리와 로마는 조상들의 성취를 바탕으로 후손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를 하루아침에 부수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 세계 곳곳에서 신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기존의 도시를 모두 허물고 금방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시는 유기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구조물이다. 이런 이유로 도시의 토지이용과 인프라는 한번 고착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도시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현세대가 결정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를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도시의 흥망성쇠를 보아왔다. 그리고 번영을 거듭해 온 도시들도 많지만, 이들 도시에 사는 시민들도 번영을 함께 했는지, 그들의 ‘삶의 질’도 건강하면서 풍요로운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과 같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대량생산의 길을 열면서 인류에게 풍요를 선사했지만,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사상적 영향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면서 산업혁명기 도시는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산업도시들은 부동산 투기와 부실 공사, 노동자 주택의 슬럼화, 상하수도 등 도시 인프라의 미흡으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싹트기 시작했고, 전원도시 운동도 나타났다.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염원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살고 있다.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국가에서 도시개발은 공공, 민간 개발사업자, 시민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 간의 게임처럼 굴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민간 개발사업자와 시민들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보다는 자산으로서 부동산을 먼저 생각한다. 따라서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원리는 도시공간의 공공성과 미래 세대를 고려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도시공간의 계획적 관리가 필요하고, 이는 공공이 해야 할 몫이다.
오늘날은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과학혁명과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과학혁명과 기술혁신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빠르게 상용화로 연결되면서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사회적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달은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할 수도 있고, 노동의 소멸과 인간 존엄성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탐욕과 자원의 남용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20세기 도시의 실패도 경험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된 자동차의 대량 보급과 도시의 교외화는 통행 거리의 확대와 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건설과 휴먼스케일을 무시한 도시개발은 인간을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 갇힌 외로운 존재로 만들었다. 여기에다 도시 간 경제적 격차, 도시 내 소득 양극화와 계층 간 공간 분리, 시민들의 삶의 질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적 생활양식과 인간의 정주(定住)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의 생존과 회복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인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고, 도시도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조망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아울러 이 책은 바람직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이 책은 과학기술의 혁신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지, 그리고 20세기 도시의 실패와 도시의 새로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한다. 이 책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도시의 변화와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후반부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할 것인지 논의한다.
도시의 미래는 앞으로도 꾸준히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가오는 도시의 미래는 오늘의 관점이 아닌 당시의 관점에서 다시 조망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 책의 내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소중한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대구경북연구원에 근무했던 이상용 박사님은 이 책의 초고 전부를 꼼꼼히 읽고, 귀중한 조언과 함께 수정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주셨다. 그리고 정치학을 전공한 권무혁 박사님은 이 책의 일부 원고를 읽고 논리의 흐름과 표현에 대해 귀중한 조언을 해주셨다. 이 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출판시장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출판을 마다하지 않고 여러모로 힘써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편집부 양수정 선생님, 그리고 장규식 차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3년 10월
저자 씀
다른 한편으로 도시는 재난과 위기의 진원지이기도 했다. 도시국가 로마는 민주적 정치체제의 실험을 통해 오랜 기간 번영했지만, 부패와 쾌락주의로 인한 국가 시스템 붕괴로 치달아 멸망했다. 그리고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산업혁명기에 창궐한 결핵, 콜레라, 장티푸스와 같은 전염병은 도시를 재앙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오늘날의 도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활동과 성취가 차곡차곡 쌓여 축적된 공간이다. 오늘의 도시는 우리들의 선조들이 살았고, 현세대도 살고 있고, 미래 세대도 살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파리와 로마는 조상들의 성취를 바탕으로 후손들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를 하루아침에 부수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 세계 곳곳에서 신도시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기존의 도시를 모두 허물고 금방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시는 유기체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구조물이다. 이런 이유로 도시의 토지이용과 인프라는 한번 고착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도시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는 현세대가 결정해야 하지만, 미래 세대를 고려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도시의 흥망성쇠를 보아왔다. 그리고 번영을 거듭해 온 도시들도 많지만, 이들 도시에 사는 시민들도 번영을 함께 했는지, 그들의 ‘삶의 질’도 건강하면서 풍요로운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도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유럽에서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과 같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통해 대량생산의 길을 열면서 인류에게 풍요를 선사했지만,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사상적 영향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면서 산업혁명기 도시는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기도 했다. 당시 산업도시들은 부동산 투기와 부실 공사, 노동자 주택의 슬럼화, 상하수도 등 도시 인프라의 미흡으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자본주의 위기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싹트기 시작했고, 전원도시 운동도 나타났다.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한 염원은 과거나 현재, 그리고 미래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살고 있다.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국가에서 도시개발은 공공, 민간 개발사업자, 시민 등 각기 다른 이해관계자들 간의 게임처럼 굴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민간 개발사업자와 시민들은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도시보다는 자산으로서 부동산을 먼저 생각한다. 따라서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모두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원리는 도시공간의 공공성과 미래 세대를 고려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도시공간의 계획적 관리가 필요하고, 이는 공공이 해야 할 몫이다.
오늘날은 세계 곳곳에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과학혁명과 기술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과학혁명과 기술혁신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빠르게 상용화로 연결되면서 긍정적 효과 못지않게 사회적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발달은 고용 없는 성장을 초래할 수도 있고, 노동의 소멸과 인간 존엄성의 문제로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탐욕과 자원의 남용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20세기 도시의 실패도 경험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된 자동차의 대량 보급과 도시의 교외화는 통행 거리의 확대와 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건설과 휴먼스케일을 무시한 도시개발은 인간을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 갇힌 외로운 존재로 만들었다. 여기에다 도시 간 경제적 격차, 도시 내 소득 양극화와 계층 간 공간 분리, 시민들의 삶의 질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시적 생활양식과 인간의 정주(定住)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도시의 생존과 회복력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인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고, 도시도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은 도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조망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아울러 이 책은 바람직한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할 것이다.
이 책은 과학기술의 혁신이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지, 그리고 20세기 도시의 실패와 도시의 새로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한다. 이 책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도시의 변화와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후반부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계획하고 준비할 것인지 논의한다.
도시의 미래는 앞으로도 꾸준히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가오는 도시의 미래는 오늘의 관점이 아닌 당시의 관점에서 다시 조망되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이 책의 내용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정?보완할 예정이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소중한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대구경북연구원에 근무했던 이상용 박사님은 이 책의 초고 전부를 꼼꼼히 읽고, 귀중한 조언과 함께 수정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주셨다. 그리고 정치학을 전공한 권무혁 박사님은 이 책의 일부 원고를 읽고 논리의 흐름과 표현에 대해 귀중한 조언을 해주셨다. 이 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출판시장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출판을 마다하지 않고 여러모로 힘써 주신 박영사의 안종만 회장님, 편집부 양수정 선생님, 그리고 장규식 차장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3년 10월
저자 씀
도시의 미래 : 현상과 전망 그리고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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