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앞서
지금이책을쓰면서나는나의데스크톱컴퓨터를사용하고있다.최근에새로구입한나의컴퓨터는잘구동된다.나는이하얀색의반짝이는이컴퓨터를여러모로잘사용한다.내가비록이컴퓨터의구조,작동방식,생산과정을모르지만그모름이하등불편하게와닿지않는다.알고보면꽤복잡한기계덩어리를사용하지만그복잡함에압도되지않고비교적편안하게사용을한다.
그런데이컴퓨터를물끄러미보면서,이것이내눈앞에오기까지수없이많은원인들의과정을생각해본다.전기의등장과사용,제철산업의발달,화학공업의등장,십진수와이진수의의미,중앙처리장치의개념,소프트웨어의발전,인터넷의등장,물류이동의획기적진전,산업디자인의기여등...무수히많은원인들이모여서그결과로서현재내앞에이하얀색의컴퓨터가있다.그무수한원인들과또원인들이얽히고얽혀서하얀색의컴퓨터라는결과를나에게선사하고있다.
나는컴퓨터를나름잘사용하지만,그러나나는컴퓨터의공학적,수학적,화학적구조를모른다.모름은여기에멈추지않고산업사회의역사속에서변화된과정역시잘모른다.현재의나의하얀색컴퓨터를있게한수많은원인들을확실히알기란거의불가능하다.단지짐작만할뿐이다.그러나그궁금함을풀어가는전문가는있기마련이다.공학자,자연과학자,과학역사가등은컴퓨터시작과변화의시간인수년,수십년동안이루어진사건을풀어줄전문가들이다.그들에의해서지혜를얻게된다.즉,컴퓨터라는새로운세계의질서에대한지혜를알게하여준다.
그럼시간을더돌려서컴퓨터의역사인수십년정도가아닌,수만아니수십,수백만년전으로가보자.수만아니수십수백만년의과정을보여주는가장이상적인대상은과연무엇이있을까?바로나자신이다.나자신인호모사피엔스그리고그선조가되는인류까지생각한다면수백만년의시간여행도무리가아니다.
분명내눈앞에있는멋진하얀색컴퓨터를부정할수없듯이,당연하게도이컴퓨터를사용하는,숨쉬고즐거워하고슬퍼하기도하는육신과정신을가진나라는존재도부정할수없다.존재를인정할수밖에없기에그존재에대한원인과결과의과정이궁금한것은어쩔수없는당연한숙명이자본능이라고도할수있다.
나자신의원인과결과도중요하지만확장된나인‘우리’의원인과결과도중요하다.중요한만큼궁금하고그궁금함을풀기위해서다양한노력을하게된다.그노력중에서학문적측면으로본다면이른바구석기고고학이라고불리는학문단위를생각해볼수있다.그학문단위가공부하는대상은사람과그사람이만든문화이다.이것을간단한단어로치환한다면인류와구석기로볼수있다.
연구자들에의해서학문단위와대상이항상순방향으로연구되는것은아니다.사람을집단으로규정하는일은생각보다어렵다.사람의규정을뼈로할것인가,유전자로할것인가아니면단순히신체외형만으로할것인가따라서달라진다.이중외형만을강조하는분류체계를따른다면인종은의미가있게보일수도있다.그리고실제인종을중시하는학문적풍토도존재하였다.고고학,구석기고고학,인류학은과거에도그리고현재도의미있는순방향적연구성과를보이고있다고할수있다.그러나인종을다루는인종학은순방향적연구사를가진다고할수없다.나그리고우리를아는과정이만만치않은과정의연속임을실감케한다.
북한역시궁극적인질문나그리고우리는누구인가?라는부분에관심을가진다.그런데그나와우리를아는과정이북한에서는매우독특하게전개된다.북한에서는그질문자체보다는질문을둘러싼정치·사회라는외피가매우두텁게존재한다.북한이생각하는나와우리를알기위해서는그외피의모습도염두에둘필요가있다.
이책을쓰면서수많은분들의도움을받았다.수많은도움과도움의합이현재의나라는존재이다.따라서나의결과물중의하나인이책도수많은도움과도움의합의일부이다.우선,양가부모님의고마움을결코잊을수없다.내가나만이아니고확장된나임을확고히알려주신분들이기때문이다.성인이후새로운확장된내가되어준아내그리고가족들의사랑과행복을생각하지않을수없다.공부를하면서만난많은인연에대한따뜻한정을잊을수없다.나의모든은사님그리고동료분들의고마움을생각하지않을수없다.이공부의결실을책으로만들게하여준출판사의인연역시놀라운고마움의체험이다.이책한권에서수많은도움의위대함과고마움을느낀다.
2024년8월여름에
이형우
글을시작하며:비북한인의시각에서북한을바라보기
이책은다소간에익숙하지않은두가지대상을담고있다.하나는북한이고다른하나는선사(先史)이다.구체적으로는선사의주된연구주제인구석기(舊石器),인류(人類),인종(人種)이다.이는사실생소한용어는아니다.그러나일상적으로쉽게체험된실체로서존재하는대상은결코아니다.
북한이라는대상을살펴보자.북한을살핌에있어서남한에사는사람들에게본질적으로떠오르는연관어는분단이다.남과북의분단은너무나도오래되었다.이제이분단의시작을실제경험한사람들은남과북어디에도극히소수일뿐이다.1948년분단이완전히고착화된시기이전에유소년시기를거쳐서어렴풋한기억을가진사람조차도이미소수가되었다.정서의공유그리고사고의공유는점차로희미해지고있다.동일한기억이없어지고동일한정서가사라지면서사고의차이는커지고있다.
한집단에서공유하는경험이극히적어진다는것은무슨의미가있는가?이는남남이비정상이아니고정상임으로인식하는구성원이많아진다는의미이다.이제남과북의사람들은먼옛날이야기하듯이,‘한때는,같은나라사람이었는데…’로서로를인식하는단계에오지않았나생각이든다.서로에게서로는남남인셈이다.
서로가남남인것도모자라그남남은서로를알기회그자체가거의박탈된상태로지내고있다.결코오감으로서로를경험하는위치에있지못하다.현재의정치·사회적상황에서는이를회복시킨다는것은요원하게만느껴진다.남한의사람으로서북한의사람은결국오감으로경험을할수있는대상이아니다.따라서그들의신념,그들의행동그리고그신념과행동의결과물들을우리남한사람은그들의시각에서결코이해할수없다.남남이된지70년이훌쩍넘은상태에서그리고결코재회의기회가원천적으로차단된상태가유지되는이상,북한의시각에서북한을이해한다는것자체는애초에불가능하다.
그럼답이쉽게나온다.애초에불가능한것은제쳐두고가능한것을하는것이현명하다.북한을북한의시각으로이해하려하지말고북한인이아닌남한인의시각으로바라보는것이다.북한인이아닌사람들,즉비북한인의시각으로보는것이다.
비북한인이북한을바라보며느끼는시각을정리하고분석하는일은오히려현재의상황에서필요한일이기도하다.서로얼마나다른시각을가지고있는지를아는것자체가북한을이해하는방법일수있기때문이다.
두번째대상인선사를살펴보자.선사의주요주제는앞서밝힌바와같이구석기,인류,인종이다.첫번째대상과결합을한다면,북한의구석기,인류,인종이된다.이주제는과거선사시대인류와그인류가남긴물적자료를이해하고해석하는과정이다.이주제는북한뿐아니라대부분의국가에서과거또는현재에도연구가진행되고있다.이는구석기학,지질학,선사고고학,인류학,생물인류학,체질인류학,인종학등의학문단위에서연구되고있다.물론시간이지남에따라서학문단위는변하기마련이라,일부는활성화되어다양해지기도하고일부는소멸의길로가기도한다.
그렇다면,비북한인의눈에비친북한에서의이세가지주제의전개는어떠한가?북한은정권이창출된초기부터이들을연구하고있다.1940년대말부터현재에이르는시간동안이들학문주제는수많은변화를겪으면서현재에이르고있다.다른말로한다면,구석기,인류,인종이라는주제를북한역시진지하게생각한다.그런데그진지함이남한을비롯한비북한과사뭇다르다.그들의눈에는어떨지모르지만,비북한인의눈에는북한이생각하는구석기,인류,인종은매우독특한전개과정을밟게된다.1948년정권수립이후70여년이상독특한정치·사회체제를구축한북한은그들의체제의특이성만큼이나학문적부분에서도특이성을가진다.즉,구석기,인류,인종이라는주제의공부를북한은북한의방식으로내재화하는작업을하였다.
비북한,북한의여부와상관없이구석기,인류,인종이라는주제는비유하자면코스모폴리탄적성향이강하다.특수한지역의특정한시기의문화의특이성으로이를연구할수도있지만,상대적으로엄청난긴시간동안의생물학적그리고문화적변이성을살피기에범지구적입장에서흔히연구된다.그러기에이를연구하는이론과방법론은현재기준으로본다면이른바국제적수준이라는이름으로수렴되어있다.즉,남한의공부방법과미국,유럽의공부방법이전혀다르지않다.오히려공통점이더많은것이사실이다.그러나,북한은이러한비북한의입장과다른길을걷고있다.
북한은지난70년이상자신만의방식으로국가를구성하고유지해왔듯이학문역시자신만의방식으로규정하고유지하고있다.북한만의방식으로내재화작업이이루어지고있다.북한에게구석기,인류,인종이라는주제역시그과정의대상이다.
그과정에서중요한정치·사회적개입이발생한다.가장포괄적인개입은이어짐을의미하는북한식표현어인피줄이다.학문과는전혀상관이없어보이는키워드라고할수있다.그러나이는북한의구석기,인류,인종을이해하는데있어서열쇠역할을한다.이는그들만의방식으로이룬내재화과정의한부분이다.
이과정을살피는것이이책의목적이다.즉,학문적인주제로서구석기,인류,인종이북한만의독특한정치·사회적맥락과만나면서어떠한전개를보이는가를살피고자한다.
주제로서구석기와인류는구석기시대라는틀에서공유점을가진다.그러나인종은이와달리연결점이쉽게떠오르지않는다.게다가비북한권에서는인종을심도연구대상으로보는데주저를하기도한다.그런데이점이사실북한과비북한의시각의차이라고할수있다.북한에서인종은현재도진지한학문의대상이다.북한은구석기시대동안의인류의시대이후,신석기시대에와서인종의시대로전개됨을강조한다.역설적으로인종은북한의구석기시대의정체성을이해하는데큰의미를가진다.마치검은색이흰색배경에있을때그검은색이잘나타나는것처럼북한의구석기시대석기를제작한인류의정체성을알기위해서는후행하는인종의시대를살피는것이또한중요하다.
비북한인그중남한인에게북한이연구하는구석기,인류,인종은생경스럽기그지없다.그생경함을독자들에게소개하는것이오히려중요한의미라고생각한다.그생경함은70여년이상동안남남이되어만든담이얼마나높고아득한지를가늠하는바로미터일수있다.
높고아득한담은남과북의불발되는회담,무력시위,경제제재로만느껴지는것이아니다.아득한현재와는전혀상관없을것같은구석기,인류,인종이라는주제에서도충분히그리고강하게느낄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