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돌봄민주주의」 출판 이후
2023년은 조안 C. 트론토(Joan C. Tronto)의 「돌봄민주주의」(Caring Democracy: Markets, Equality, and Justice) 출판 10년이 되는 해이다. 원저 출판 이후, 돌봄민주주의는 한국어와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를 주제로 학제 간 다양한 세미나와 학회가 전 세계적으로 열렸다.1 돌봄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이에 대한 실천적 적용을 탐색하는 연구들도 이어졌다. 일례로 얼반(Petr Urban)과 와드(Lizzie Ward)가 편집한 「돌봄윤리, 민주적 시민권, 국가」(Care Ethics, Democratic Citizenship and the State, Palgrave Macmillan, 2020)는 돌봄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각국의 사례를 담고 있다.
「돌봄민주주의」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 저서로 평가받는다. 돌봄민주주의는 선거와 투표 혹은 참여와 심의로 이해되는 기존 민주주의를 돌봄의 관점에서 재편해야 한다고 본다. 돌봄민주주의가 주장하듯 돌봄책임의 분담이 민주주의 핵심 의제가 된다면, 기존 사회경제제도에서 묵인되고 사장되었던 부정의, 불평등, 차별, 배제가 시정될 것이며 기존 민주주의에서 대표되지 못했던 배제된 이들의 관점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더 정의롭고 더 포용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미국과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담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 속에서, 2015년 트론토는 맥컬티 민주주의 연구소(McCourtney Institute for Democracy)에서 수여하는 로렌스와 린 브라운 민주주의 상(Laurence and Lynne Brown Democracy Medal)을 받았다. 트론토의 수상 연설은 저서 「누가 돌보는가? 어떻게 민주정치를 재편할 것인가?」(Who Cares? How to Reshape a Democratic Politics, Cornell University Press, 2015)로 출판되었다.
10살이 된 「돌봄민주주의」가 불러온 주목할 만한 변화는 요지부동 같던 서구 정치사상 주류학계의 철학적 기류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트론토는 2023년 미국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에서 수여하는 정치사상 분야 명실상부 최고 명예로운 상인 벤자민 E. 리핀콧상(Benjamin E. Lippincott Award)을 수상하였다. 이 상은 현존하는 정치사상가의 저서가 출판된 지 15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학계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 수여된다. 과거 수상자 리스트는 정치학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가히 역대급 면면들이다. 이 중 몇몇을 꼽아보면, 롤즈(John Rawls),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아렌트(Hannah Arendt), 보봐르(Simone de Beauvoir), 달(Robert A. Dahl), 벌린(Isaiah Berlin), 허쉬만(Albert O. Hirschman), 왈쩌(Michael Walzer), 테일러(Charles Taylor), 맥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 다운스(Anthony Downs), 페이트만(Carole Pateman), 스키너(Quentin Skinner), 맥퍼슨(C. B. Macpherson), 애로우(Kenneth J. Arrow), 포퍼(Karl Popper), 포콕(J. G. A. Pocock), 페팃(Phillip Pettit) 등이다. 과거 수상자 중 여성주의 학자와 비판이론가도 없지 않지만, 서구 정치사상 학계의 흐름을 보여주듯 이들 대부분은 주류 자유주의나 공화주의 사상가들이다.
트론토는 1993년 출판된 저서 「도덕의 범주: 돌봄윤리의 정치적 주장」(Moral Boundaries: A Political Argument for an Ethic of Care)을 기반으로 리핀콧상을 수상했으며, 「돌봄민주주의」는 「도덕의 범주」에서 발전시킨 돌봄윤리 논의를 민주주의 이론으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미국정치학회 수상위원회는 트론토의 저작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안착시킨(paradigm-setting)” 저작이라고 평가한다.2 트론토의 논의는 사적 영역으로 간주된 돌봄을 끌어내 정치적ㆍ공적 이슈로 위치시켰으며, 어떠한 정치공동체도 권리만을 주장하는 개인으로 구성될 수 없으며 정치공동체는 함께 서로를 돌봐야 하는 상호의존적인 개인으로 구성된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가감 없이 직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상위원회는 트론토 논의를 반영하여 정치공동체와 그 구성원인 시민은 돌봄의 관계, 돌봄필요가 요구하는 책임, 돌봄을 수행하는 미덕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트론토의 저작은 정치사상 분야를 넘어 사회학, 법학, 여성학 등 여타 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공적영역 및 공공정책에 갖는 함의가 지대하다고 평가한다. 「돌봄민주주의」에서 발전시킨 돌봄 관점(care approach)이 민주주의 이론과 그 적용에 갖는 중요한 공헌도 지적하고 있다.
1993년 「도덕의 범주」가 출판되고 20년 후 「돌봄민주주의」가 출판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오래 걸렸지만 리핀콧상을 계기로 변화가 더딘 보수적인 학계가 전환의 대안으로서 돌봄의 의미를 제대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만연한 자본주의가 낳은 뿌리 깊은 불평등과 부정의, 6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코로나 팬데믹,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참혹한 기후 위기 등은 이제 전환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웅변한다. 수상소감 인터뷰에서 트론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리핀콧상을 받는 것은 돌봄이 정치적인 아이디어와 정치적인 이상(ideal)으로서 진지하게 또한 광범위하게 곧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3 돌봄민주주의는 기존 학계와 제도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촉구이며 더 민주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다. 돌봄민주주의의 이론적ㆍ실천적 영향력은 현재 진행 중이다.
2023년은 조안 C. 트론토(Joan C. Tronto)의 「돌봄민주주의」(Caring Democracy: Markets, Equality, and Justice) 출판 10년이 되는 해이다. 원저 출판 이후, 돌봄민주주의는 한국어와 일본어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이를 주제로 학제 간 다양한 세미나와 학회가 전 세계적으로 열렸다.1 돌봄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이에 대한 실천적 적용을 탐색하는 연구들도 이어졌다. 일례로 얼반(Petr Urban)과 와드(Lizzie Ward)가 편집한 「돌봄윤리, 민주적 시민권, 국가」(Care Ethics, Democratic Citizenship and the State, Palgrave Macmillan, 2020)는 돌봄민주주의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각국의 사례를 담고 있다.
「돌봄민주주의」는 정치와 민주주의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 저서로 평가받는다. 돌봄민주주의는 선거와 투표 혹은 참여와 심의로 이해되는 기존 민주주의를 돌봄의 관점에서 재편해야 한다고 본다. 돌봄민주주의가 주장하듯 돌봄책임의 분담이 민주주의 핵심 의제가 된다면, 기존 사회경제제도에서 묵인되고 사장되었던 부정의, 불평등, 차별, 배제가 시정될 것이며 기존 민주주의에서 대표되지 못했던 배제된 이들의 관점을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더 정의롭고 더 포용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미국과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담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 속에서, 2015년 트론토는 맥컬티 민주주의 연구소(McCourtney Institute for Democracy)에서 수여하는 로렌스와 린 브라운 민주주의 상(Laurence and Lynne Brown Democracy Medal)을 받았다. 트론토의 수상 연설은 저서 「누가 돌보는가? 어떻게 민주정치를 재편할 것인가?」(Who Cares? How to Reshape a Democratic Politics, Cornell University Press, 2015)로 출판되었다.
10살이 된 「돌봄민주주의」가 불러온 주목할 만한 변화는 요지부동 같던 서구 정치사상 주류학계의 철학적 기류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트론토는 2023년 미국정치학회(American Political Science Association)에서 수여하는 정치사상 분야 명실상부 최고 명예로운 상인 벤자민 E. 리핀콧상(Benjamin E. Lippincott Award)을 수상하였다. 이 상은 현존하는 정치사상가의 저서가 출판된 지 15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도 학계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 수여된다. 과거 수상자 리스트는 정치학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가히 역대급 면면들이다. 이 중 몇몇을 꼽아보면, 롤즈(John Rawls),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아렌트(Hannah Arendt), 보봐르(Simone de Beauvoir), 달(Robert A. Dahl), 벌린(Isaiah Berlin), 허쉬만(Albert O. Hirschman), 왈쩌(Michael Walzer), 테일러(Charles Taylor), 맥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 다운스(Anthony Downs), 페이트만(Carole Pateman), 스키너(Quentin Skinner), 맥퍼슨(C. B. Macpherson), 애로우(Kenneth J. Arrow), 포퍼(Karl Popper), 포콕(J. G. A. Pocock), 페팃(Phillip Pettit) 등이다. 과거 수상자 중 여성주의 학자와 비판이론가도 없지 않지만, 서구 정치사상 학계의 흐름을 보여주듯 이들 대부분은 주류 자유주의나 공화주의 사상가들이다.
트론토는 1993년 출판된 저서 「도덕의 범주: 돌봄윤리의 정치적 주장」(Moral Boundaries: A Political Argument for an Ethic of Care)을 기반으로 리핀콧상을 수상했으며, 「돌봄민주주의」는 「도덕의 범주」에서 발전시킨 돌봄윤리 논의를 민주주의 이론으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미국정치학회 수상위원회는 트론토의 저작을 “새로운 패러다임을 안착시킨(paradigm-setting)” 저작이라고 평가한다.2 트론토의 논의는 사적 영역으로 간주된 돌봄을 끌어내 정치적ㆍ공적 이슈로 위치시켰으며, 어떠한 정치공동체도 권리만을 주장하는 개인으로 구성될 수 없으며 정치공동체는 함께 서로를 돌봐야 하는 상호의존적인 개인으로 구성된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가감 없이 직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상위원회는 트론토 논의를 반영하여 정치공동체와 그 구성원인 시민은 돌봄의 관계, 돌봄필요가 요구하는 책임, 돌봄을 수행하는 미덕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트론토의 저작은 정치사상 분야를 넘어 사회학, 법학, 여성학 등 여타 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공적영역 및 공공정책에 갖는 함의가 지대하다고 평가한다. 「돌봄민주주의」에서 발전시킨 돌봄 관점(care approach)이 민주주의 이론과 그 적용에 갖는 중요한 공헌도 지적하고 있다.
1993년 「도덕의 범주」가 출판되고 20년 후 「돌봄민주주의」가 출판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오래 걸렸지만 리핀콧상을 계기로 변화가 더딘 보수적인 학계가 전환의 대안으로서 돌봄의 의미를 제대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고 볼 수 있다. 만연한 자본주의가 낳은 뿌리 깊은 불평등과 부정의, 6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코로나 팬데믹, 지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참혹한 기후 위기 등은 이제 전환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절실함을 웅변한다. 수상소감 인터뷰에서 트론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리핀콧상을 받는 것은 돌봄이 정치적인 아이디어와 정치적인 이상(ideal)으로서 진지하게 또한 광범위하게 곧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3 돌봄민주주의는 기존 학계와 제도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촉구이며 더 민주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다. 돌봄민주주의의 이론적ㆍ실천적 영향력은 현재 진행 중이다.
돌봄민주주의 (한국어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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