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그가활약한시대와그가담당한분야를대표하는인물이자법령에의해권한과역할이주어지는엄연한제도이다.또한정치적피임명자이면서부처의총책임자가되어정책과정을주도하기때문에정치와행정의매개자로그려진다.특히대통령제하에서장관은선거로선출된대통령으로부터민주적정당성을수혈받고,대통령의이념적동지로서정권의얼굴이되어정부를대변한다.최근에는의회나대정부관계에서갈등을관리하고,정책현장에등장해설득과조정의기술을발휘하며,때로는정치적야심을드러내거나정치인의행보를펼치는정치지도자의예비군으로통한다.
우리나라역대장관들의성공사례와사회적공과(功過)는비단학문세계에서뿐아니라여러매체를통해공론화되어왔다.하지만장관이국가와사회공동체의발전과정에서얼마나의미있는역할을하였는지되짚는시도는간헐적으로이루어졌고,장관의리더십을사회변동의차원에서바라보는관점은부각되지않았다.또한장관연구에서도임명과해임,경력과출신배경,재임기간등의개별요건에주목해장관직을분석하기때문에장관의행동을종합적으로설명하지못하고,그의내면세계에심층적으로접근하지못하는한계가드러나곤했다.
사실장관리더십은그의성격과자질,역량,그가재임한당시의권력구조와대외동향,예측불가능한사건·사고등어느한조건만으로는설명할수없는총체성을특징으로한다.더욱이장관교체가빈번하게이루어질경우에는장관학습시간이충분하게주어지지않기때문에그때그때의의사결정은장관으로임명되기이전에형성된가치관과생애과정에서누적된갖가지경험,그리고외부요인에의해좌우되기마련이다.그러므로장관연구에서는무엇보다장관의삶에주목하여야하고,장관의행동과결정이이루어지는시대상황에관한설명이반드시수반되어야만한다.
장관직수행기는그들삶의일부만으로이루어진단막극이아니라과거의연장선상에서발현되는연속극이다.이책에등장하는여섯명의장관은모두6.25전쟁을겪은세대이자경제개발초기에사회에첫발을내디딘산업화세대로서민주화이후에출범한정부에서장관으로임명되었다.이들의생애를추적해보면전쟁으로인한혼돈속에서자신의의지와계획보다는우연히다가온운명에의해개인의삶이조타된다는사실을발견할수있다.또한직업행로에서산업화의성과와권위주의체제의모순을동시에마주하였던경험은훗날장관이되어민주적가치의실현이라는피할수없는사명을이루어나가는데주효한동력이되었음을확인할수있다.이같이시대상황은개인의삶뿐아니라공적자아와도결코분리될수없기에,이책에서는장관의리더십을한국의민주화라는프레임을통해바라보았다.
사실장관을민주주의의맥락에서다루게된계기는개인적경험에기초한다.저자가국민학교에다니던1980년대말과90년대초,서울시내에볼일보러나가시는부모님은최루가스에대비해손수건을챙겨나가시곤했다.헌법이개정되고정권이바뀌면서분명“민주주의”가달성되었음에도민주화운동은계속되고있었고,민주주의는여전히불변의시대정신이었다.이후도덕성회복을새시대민주주의의기본과제로내세운정권이들어서면서한국의민주화는선진민주주의의흐름에합류할것으로기대를모았지만,문민정부가막을내릴무렵,우리사회에서도덕적가치의위상은눈에띄게추락하였고,올바름과정의에대한성찰은찾기어려워졌으며,개인의삶은더욱각박해졌다.저자에게민주화는어린시절의기억속에각인된일상이었기에박사학위논문을쓰면서만나게된장관연구와자연스럽게결합되었다.장관이당대의시대정신을무엇이라정의하며,어떤사명감과혜안을가지고‘민주화이후’의국가무대에서활약하였는지에대한의문이연구의실마리가된것이다.
『민주화시대의장관리더십』이라는제목이암시하듯,이책에서는민주화시대를개막한노태우정부,그리고문민민주주의를표방한김영삼정부에서임명된장관들중민주주의현상을반영하는사건의중심에서역사적결단을단행한사례를선별해민주주의라는시대조건과상호작용하는리더십작용을살펴보았다.이글은지도자의성공담을다루는것과는궤를달리한다.다시말하자면,민주주의의발전에기여하거나민주적인행태를취하였다고평가받는장관,또는주어진목표를달성하거나과업을완수해성공한장관으로기록된인물을다룬것이아니라,민주화와관련된사건의중심에서도전을요구받고,문제해결에앞장선장관들을민주주의의무대에등장시켰다.한시대를주름잡은인물을섭외하는일이만만치않았고복잡한내막의사건과정책을파고들어야만하는난관에처하기도하였지만,꼭알아야하는장관이라는판단이선후에는과감하게‘민주화시대의장관’으로낙점하였다.
민주화라는시대적소명을안고역할을수행함으로써국정에뚜렷한발자취를남긴윤형섭,이명현,진념,강경식,최병렬,오인환장관은노태우~김영삼정권기의10년간주어진임무를완수하기위하여짧지만격동적인행군을지휘하였다.이여섯인물들은전환기의장관으로서여러선택지앞에서고뇌하였고,온삶의경험을끌어와결단을내렸다.민주화라는시대조건은이들의행동을추동하거나제약하였고,이들의선택과결정은한국의민주주의가이행기를거쳐공고화의토대를닦는계기가되었던것이다.그러므로독자들은시대정신이라불릴만한사회공동의가치가결여된지금,민주화의바람이휘몰아친전환기를배경으로리더십을발휘한장관들의다채로운면면을통해시대와소통하는지도자상을그려볼수있을것이다.
2024년12월
김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