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법학

순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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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켈젠Hans Kelsen(1881~1973)이라는 이름 또는 ‘순수법학’, ‘근본규범’, ‘법질서의 단계구조’와 같은 용어를 접해보지 않고 법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번역의 토대가 된 판본은 1994년에 출간된 영인본 제2판이고, 가끔 등장하는 오탈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예슈테트가 편집한 학습판(2008)을 참고했다. 2016년 1학기와 2학기에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의 법철학 세미나에서 이 책을 강독 교재로 삼았다.
저자

한스켈젠

지은이:한스켈젠(HansKelsen)
1881-1973.오스트리아의법학자.1881년체코프라하에서태어나1973년오린다(캘리포니아)에서사망했다.1901년부터빈대학에서법학을공부했고,1906년에박사학위를,1911년에국가법과법철학교수자격을취득했다.1918년부터1930년까지빈대학법과대학의국가법,행정법및법철학담당교수,1930년부터1933년까지독일쾰른대학법과대학의국제법담당교수를역임했다.나치에의해강제해직당한이후1933년부터1940년까지스위스제네바와프라하대학에서국제법을가르쳤으며,1940년에미국으로이주하여1942년까지하버드로스쿨교수,1942년부터1952년까지버클리대학교정치학과교수를지냈다.  

옮긴이:윤재왕
고려대학교법과대학법학과,문과대학철학과,대학원법학과를졸업했으며독일프랑크푸르트대학교법과대학에서법학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현재고려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교수(법철학,법사회학,법사상사담당)로재직중이다.  

목차

서언7

I.법과자연

1.‘순수성’17
2.자연적사실(행위)과의미18
3.사회적소재의자기해석(주관적의미와객관적의미)19
4.해석도식으로서의규범20
5.행위로서의규범과의미내용으로서의규범22
6.규범의효력과효력범위23
7.법규범의인식과법사회학25

II.법과도덕

8.법과정의29
9.순수법학의반이데올로기적경향34

III.법의개념과법명제이론

10.자연법론과법실증주의39
11.법의개념범주로서의‘당위’41
a)초월적이념으로서의당위41
b)선험적개념범주로서의당위42
c)자연법과형이상학으로의회귀45
12.강제규범으로서의법45
13.불법의개념46
14.사회적기술로서의법49
a)법질서의실효성49
b)이차적규범50
c)법복종의동기51
15.당위의부정53
16.법의규범적의미55
17.법의존재와법의당위57

IV.법이론의이원주의와이원주의의극복

18.객관적법과주관적법의이원주의의자연법적기원61
19.주관적법(권리)의개념62
20.권리주체또는인격이라는개념63
21.‘주관적법’개념과‘권리주체’개념이갖는이데올로기적의미64
22.법적관계의개념66
23.법의무의개념68
24.모든주관적법(권리)은객관적법에기초한다.68
a)법의무로서의법규범68
b)권한으로서의법규범69
c)법생성에대한참여로서의권한71
25.인격개념의해체73
a)‘물리적’인격73
b)‘법적’인격75
c)개인의직접적또는간접적의무와권한76
d)중심적귀속77
e)책임의제한78
f)개인과공동체의대립이갖는이데올로기적의미79
26.순수법학의보편주의적성격80

V.법질서와법질서의단계구조

27.규범들의체계로서의질서85
28.생성의연관관계로서의법질서86
29.근본규범의의미89
30.개별국가법질서의근본규범90
a)근본규범의내용90
b)법질서의효력과실효성(법과권력)92
c)국제법과개별국가법질서의근본규범93
d)개별법규범의효력과실효성94
31.법질서의단계구조96
a)헌법96
b)입법;법원(法源)의개념98
c)판결100
d)사법과행정101
e)법률행위와집행행위103
f)법생성과법적용사이의대립의상대성104
g)단계구조에서국제법의지위104
h)서로다른단계에속하는규범들사이의갈등105

VI.해석

32.해석의계기와대상113
33.상위의법단계와의관계에서하위의법단계가갖는상대적불확정성114
34.하위단계의의도적불확정성114
35.하위단계의의도하지않은불확정성115
36.규범은하나의범위로서,이범위내에서다수의이행가능성이존재한다.117
37.이른바해석방법118
38.인식행위또는의지행위로서의해석120
39.법적안정성이라는환상121
40.흠결의문제122
41.이른바기술적흠결124
42.입법자의흠결이론126

VII.법생성방법

43.법형식과국가형식131
44.공법과사법132
45.공법/사법이원주의가갖는이데올로기적의미134

VIII.법과국가

46.법과국가에관한전통적이원주의141
47.법과국가이원주의의이데올로기적기능142
48.법과국가의동일성143
a)법질서로서의국가143
b)법적귀속의문제로서의국가146
c)공무담당기관들의기구로서의국가147
d)법이론으로서의국가이론150
e)법질서의실효성으로서의국가의권력151
f)정당성이데올로기의해체153

IX.국가와국제법

49.국제법의본질157
a)국제법의단계들:국제법의근본규범157
b)원시적법질서로서의국제법159
c)국제법을통한간접적의무부과와간접적권한부여160
50.국제법과개별국가법의통일성162
a)인식론적요청으로서의대상의통일성162
b)두가지규범체계의상호관계164
c)일원주의적구성또는이원주의적구성166
d)국가법질서의우위167
e)국제법부정169
f)국제법과개별국가법사이의‘모순’의해소171
g)국제법질서의우위174
h)국제법공동체의기관으로서의국가176
i)순수법학과세계법의발전179

옮긴이후기181

출판사 서평

[머리말]

켈젠HansKelsen(1881~1973)이라는이름또는‘순수법학ReineRechtslehre’,‘근본규범Grundnorm’,‘법질서의단계구조StufenbauderRechtsordnung’와같은용어를접해보지않고법과대학을졸업한사람은없을것이다.실제로새로운세기를목전에둔1999년에미국주간지Time은각분야에서20세기를대표하는인물을선정하면서‘JuristoftheCentury’로켈젠을지명할정도로켈젠의법이론은법학에서확고한지위를차지하고있다.그러나우리가학습한켈젠및켈젠의순수법학은대부분비판과비난의맥락을벗어나지않는다.여기에는분명한역사적이유가있다.프라하에서태어난유대인켈젠은어린시절오스트리아빈으로이주했고,빈은그의학문적성장의중심지가되었다.세계최초의헌법재판소를창설하는데결정적인역할을했던켈젠은빈대학교수와헌법재판소재판관으로활동했지만,정치적보수주의복고에견디지못하고1930년에독일의쾰른대학으로자리를옮긴다.하지만불과몇년만에나치가집권하면서교수직을상실하고복잡한과정을거쳐미국으로망명하게된다.2차세계대전이후에도켈젠은오스트리아나독일로귀환하지않았고,그가오랜기간정치학교수로재직했던Berkeley에서생을마감한다.문제는2차세계대전이후독일법학은켈젠이1911년에발간한교수자격논문국가법이론의주요문제HauptproblemederStaatsrechtslehre,entwickeltausderLehrevomRechtssatze를기점으로집요하게추구했던법실증주의와탈정치적이고이데올로기비판적국가법이론과는정반대의방향으로전개되었다는사실이다.즉전후독일법철학은이른바‘자연법르네상스’를거치면서켈젠이1차세계대전직후에비판하던‘자연법의회귀’를반복했고,헌법이론은바이마르공화국공간에서켈젠의이론적적대자였던루돌프스멘트RudolfSmend학파와카알슈미트CarlSchmitt학파가장악하게되었다.이러한상황에서켈젠의순수법학은실증주의와형식주의라는오명을온전히뒤집어쓴채,오로지부정적맥락에서만인용될뿐이었다.단지이론적고향인오스트리아에서만켈젠의법학이학문적논의의대상이었을뿐이다.주로독일의법철학과헌법학을수용한우리법학이켈젠에대해갖고있는반감또는무관심은이와같은역사적배경을감안하면어느정도이해할수있을것이다.
하지만독일식학문을배경으로성장한켈젠의법학이그땅에서겪었던운명을독일법학을수용한다른나라에서까지똑같이반복하지는않은것같다.동아시아권으로시야를좁혀보면,일단일본은근대화를지향하면서‘원조’의정치적,이데올로기적배경들을탈색한채서구의학문을적극적으로수용했다.예를들어우리에게는불구대천의원수로각인되어있는조선통감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는19세기후반오스트리아빈에가서그당시로서는드문사회주의적경향의법학자였던로렌츠폰슈타인LorenzvonStein에게서수학을했다.일관된민주주의자이자정치적자유주의자였던켈젠의저작역시1920년대초반부터일본의학자들에의해활발하게수입되었고,이책순수법학제1판의원본이출간된바로다음해인1935년에일본어판이첫번째외국어번역판으로출간될정도였다.그때문에이미일제치하의우리법학은켈젠의순수법학을분명히인지하고있었다.특히경성제대법학부교수였고켈젠에게직접수학했던토무오다카尾高朝雄로부터법철학을배운황산덕黃山德교수에의해순수법학제1판이1949년에한국어로번역되어출간된사실은한편으로는놀라운일이지만,다른한편으로는충분히납득할수있다.황산덕교수는한스벨첼HansWelzel의‘목적적행위론’을수용한형법학자로알려져있지만,그이전에는켈젠에대한관심이높았던것으로보인다.물론켈젠과벨첼의학문적지향사이에는하나의세계가자리하고있다고말할수있을정도로커다란차이가있지만,우리법철학의맹아기에는그와같은문제를의식할수는없었을것이다.어쨌든해방직후의물질적,정신적혼란기에‘순수’를기치로내건독일의법서가우리말로번역되어나왔다는것은의외의일이다.상당수대학도서관이이미‘희귀본’으로지정해서대출불가상태로만든이번역본은그당시의관례에따라토씨이외에는모두한자로쓰여있고또한종서縱書,즉위에서아래로읽어야한다.내가이책을새로번역한이유가한자와종서때문이라고말하는것은억지이겠지만,아무튼언젠가는황산덕교수의첫번역과나의번역을꼼꼼히대조해볼계획을갖고있다.그자체로역사적가치가있기때문이다.
우리나라법학과켈젠의연결가능성에서더욱중요한역할을한것은얼마전작고하신심헌섭沈憲燮교수의연구이다.심헌섭교수는일본이라는매개를거치지않고1960년대후반부터법실증주의계열의이론을소개해왔고,특히켈젠의저작과켈젠에관련된외국문헌을한국어로번역해서출간했다.적어도켈젠과우리법학의연결가능성이존재한다면이는거의대부분심헌섭교수와그의지도를받은제자들의학문적기여에힘입은것이다.내가이책의후기를쓰면서저자켈젠의생애에대해서는특별히언급하지않고심헌섭교수가번역한켈젠의자기증언(2009)을지적하는것만으로충분하다고여기는것도이러한맥락에속한다.
이러한‘과거’가아니라‘현재’에대해조금은언급이필요하다.앞에서말한켈젠순수법학의수난기는독일에서는이제다시과거가되었다.1980년대후반호르스트드라이어HorstDreier의박사학위논문Rechtslehre,StaatssoziologieundDemokratietheoriebeiHansKelsen의출간을기점으로켈젠에대한법철학적,법이론적,헌법적논의는꾸준히증가하기시작했고,2004년여름프랑크푸르트에서는2차세계대전이후독일에서처음으로켈젠을집중적으로조명하는학회가열렸다.이학회에참석했던나는오늘날국제적으로가장유명한켈젠전문가로알려져있는미국의스탠리폴슨StanleyPaulson을비롯하여다수의켈젠연구자들을만날수있었는데,이미그당시에도켈젠은더이상‘오스트리아국내용’이라는상표에머물지않는다는사실을확인할수있었다.특히마티아스예슈테트MatthiasJestaedt의주도로2007년부터켈젠전집KelsensWerke이출간되기시작하면서켈젠연구는본격적인궤도에오르게되었다.전30권으로계획하고있는전집은이제5권이출간된상태이지만,독일어권법학자가운데최초로전집이출간된구스타프라드브루흐GustavRadbruch의예에서볼수있듯이전집출간을계기로활발한학문적논의의대상이될것이다.켈젠의‘현재성’을보여주는또하나의증거로,2018년9월에프라이부르크에서‘시험대에오른순수법학DieReineRechtslehreaufdemPrufstand’이라는제목으로열리는독일법철학회는32명의발표자모두가켈젠의순수법학을주제로다루게된다.여러개의주제를다루거나하나의주제를다양한이론적시각에서접근하는통상의학회와는사뭇다른이례적인사건이아닐수없다.
물론이러한타국또는‘원조’에서진행되는학문적경향을의식해서이책을번역한것은아니다.개인적으로는독일에서박사학위논문을쓰면서그때까지별로주목받지못했던,비얼링ErnstRudolfBierling과켈젠의논쟁을다루었기때문에내게켈젠은상당히익숙한학자가되었다.그와중에나의의식속에도켈젠에대한선입견또는거부감이자리잡고있었음을깨닫게되었다.그때문에켈젠을읽는일을주저했고,그나마학위논문이라는제도적압박덕분에비로소본격적으로켈젠의저작들을접하게되었다.최근이책을편집해서학생용교재로출간한예슈테트의말처럼켈젠을둘러싼‘전설’의장막들을거두고곧장책을읽기시작했어야했다는후회는나중의일이었다.그렇다고내가켈젠추종자Kelsenianer가된것은아니지만,무엇보다한가지화두를집요하게물고늘어지면서끝없이자신의이론을성찰하고,자신을비판하거나자신과는다른전제에서출발하는학자들과진지하고성실하게논쟁하는태도를일관되게유지한켈젠의학자로서의태도에상당히매료된것만은분명하다.이러한개인적사정과는별개로이책이갖는의미는어쩌면부제법학의문제점에대한서론EinleitungindierechtswissenschaftlicheProblematik에서더분명하게드러나있다는생각이든다.법을학문적으로접근하는사람들에게는―로스쿨의도입과함께이런식의접근을시도할사람의수는턱없이줄어들긴했지만―도대체‘법’이라는대상영역이어떠한형태를취하고있고,대상영역과이를인식하려는학문적접근방법사이에는어떠한관계가있으며,법과법이외의다른사회적요소들사이의관계설정을어떻게해야하는지는궁극적인문제이자동시에출발점에해당하는문제이다.이문제를다루는방식자체도다양하긴하지만,내가아는범위내에서는이책순수법학제1판은이와관련된가장모범적인형태에해당한다.이책이라틴아메리카에서는우리나라의‘법학입문’의역할을수행한다는것은이러한사정을반영한다.즉우리가보통순수법학이라고말할때는대부분1960년의제2판을염두에두지만,1934년의제1판은나중의제2판에비해훨씬더‘순수한’형태로켈젠자신의학문적지향점을집약적으로표현하고있기때문에,법을인식하기위한걸음을내딛는단계에서는훨씬더쉬운길잡이가될것이다(쉽게읽힌다는말이아니다!).순수법학제1판과제2판사이의관계는독자적인연구가필요할정도로상당히복잡한문제에해당하고,외관상으로만보면연속성보다는불연속성이라고말해야할정도로별개의연구대상으로여겨진다.여기서이문제에대해자세히논의할수는없지만,제1판이1911년부터시작된순수법학의여정의중간결산물이라면,제2판은다시제1판이후25년동안이루어진추가연구의결정판이라는사실만은틀림없다.이점에서이책제1판은제2판을읽기위한필수적준비단계에해당한다고말할수있다.제2판은1999년에나의벗들인변종필과최희수의번역으로출간되었지만,그사이절판되고출판사도없어져버렸다.가까운장래에종필,희수와함께새로가다듬어제2판의한국어판을재출간할예정이라는점을밝혀둔다.
앞에서말한‘전설이아니라읽기!’를기치로삼아책의내용에대한‘해제’는과감히생략한다.다만번역용어와관련해서세가지점은꼭지적해둘필요가있다.첫째,subjektivesRecht/objektivesRecht는일반적으로‘주관적권리/객관적법’으로번역하지만,이책에서는주관적법/객관적법으로번역했다.이는‘Recht’라는독일어단어가갖고있는중의성때문에번역용어의선택에어려움을겪은탓이아니다.오히려근대법학의의미론의형성과정과관련된매우중요한지점에맞닿아있고,법질서의본질을어떻게이해하는가에따라세계관을달리할정도로현격한차이를확인할수있는계기가되기때문이다.간단히말하자면,근대자연법론은법질서이전에각주체가권리를갖고있고,이러한권리에기초해서객관적인법이형성되고동시에객관적인법은주관적권리를보장하는질서라는전제에서출발했다.이러한자유주의적이데올로기가법학의독자성과중립성에반한다고보는켈젠은법이전에권리가있다는사고를거부하고,권리는단지법이보장하는하나의형식이라고생각할뿐이다.그때문에주관적권리/객관적법의이분법자체를부정한다.단지법을어떠한측면에서포착하는가에따라주관적/객관적의구별이있을뿐,이구별자체가근원적이고본질적인의미를갖지않는다.공법/사법의구별을부정하는켈젠의입장역시동일한맥락에속한다.그렇지만권리/법이분법에익숙한독자들을위해혼동의우려가크다고생각하는부분에서는주관적법에덧붙여‘권리’를괄호에넣어표시해두었다.둘째,‘Tatbestand’는‘구성요건’또는‘요건사실’이라는용어로너무나도익숙한단어이지만이책에서는일관되게‘사실’로번역했다.구성요건/요건사실이일본학자들에의해이루어진걸출한의역이긴하지만,단어자체의원래의미는사실에훨씬더가깝다.물론법조문의앞부분과뒷부분을구성요건/법률효과로분리하면이번역용어는충분한설득력을갖고있다.하지만법률효과에해당하는내용(예컨대형벌이나손해배상)도그자체로하나의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