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제2판)
대법원노동법실무연구회회원들의헌신으로초판이발간된지벌써7년이지났습니다.그동안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주해는실무가뿐만아니라학계의필독서가되었고노동현장에서도권위있는해설서로자리매김하였습니다.
초판이발간된후법률개정이있었습니다.헌법재판소가노동조합운영비원조금지규정에대하여헌법불합치결정(2012헌바90)을하고,법인의대리인등에대한부당노동행위양벌규정에대하여위헌결정(2017헌가30)을함에따라2020.6.9.노동조합법의개정이이루어졌습니다.국제노동기구(ILO)의기본협약인<결사의자유에관한협약>의비준을추진하면서2021.1.5.근로자의단결권보장의범위를확대하는방향으로노동조합법이개정되었습니다.나아가정부가2021.4.20.결사의자유에관한ILO기본협약(제87호및제98호협약)에대한비준서를기탁하였고,해당협약들은2022.4.20.발효하여국내법적효력을가지게되었습니다.
새로운판례도많이축적되었습니다.대법원2015.6.25.선고2007두4995전원합의체판결은취업활동을위한체류자격이없는외국인도노동조합법상근로자의범위에포함될수있다고판시하였고,대법원2020.8.27.선고2016다248998전원합의체판결은단체협약상산재유족특별채용조항이채용의자유를과도하게제한하거나채용기회의공정성을현저히해하지않는한유효하다고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2020.9.3.선고2016두32992전원합의체판결은고용노동부장관의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대한법외노조통보처분사건에서법외노조통보에관한시행령규정이무효라고선언하였습니다.그밖에도복수노동조합에대한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관한새로운판시등집단적노동관계에서중요한의미를가지는대법원판결들이있었습니다.
이번제2판에서는이러한법률의개정과새로운판례를반영하고노동환경을둘러싼새로운논의를정리하고자하였습니다.초판에서집대성된부분을수정하는한편,집단적노동관계에관한ILO기본협약의내용과국내법적적용,집단적노동관계법상근로자<사용자에관한비교법적고찰,편의제공,도산과집단적노동관계,공무원직장협의회의설립>운영에관한법률이라는새로운주제5편을추가하였습니다.신규주제에대하여는노동법실무연구회의발표와토론을진행하고기존조문에대하여는초고작성에이어더욱치밀한독회와수정과정을거쳤습니다.
초판과마찬가지로이번에도김지형초대회장님과김선수대법관께서독회와원고작성등전반적인작업을이끌어주셨고,집필진과편집위원인권오성,권창영,김민기,김영진,김진석,김진,김희수,도재형,박가현,성준규,신권철,여연심,유동균,이명철,이병희,임상민,최은배회원님은헌신적인노력을더해주셨습니다.마은혁편집위원회간사님은개정작업의기획과세세한집행까지도맡아주셨습니다.이분들의헌신적인노력이없었다면이책이나오기어려웠을것입니다.노고에깊이감사드립니다.아울러초판에이어출판을맡아준박영사관계자분들께도감사의말씀을드립니다.
인간은노동을통해자아를실현하고사회를유지하며역사를발전시켜왔습니다.그러므로인간의역사는곧노동의역사이기도합니다.이책이집단적노동관계를공정한눈으로바라볼수있게하고헌법이보장하는노동3권이제대로구현될수있도록하는데조금이나마보탬이되기를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2.
공동편집대표
이흥구
제2판펴냄에붙여
추상과구상.신영복선생은“인간과세계에대한올바른인식을키우는것”이공부라고했습니다.공부란“문제”에마주서겠다는의지입니다.복잡한문제에직면하면먼저그본질을꿰뚫어그핵심을추출해야합니다.이것이“추상”입니다.한편문제는해결되어야하므로어찌하든구체적해법을찾아내야합니다.이것이“구상”입니다.이두가지는함께가야합니다.추상없는구상은난삽하고,구상없는추상은공허합니다.
법의문제.법문제에도추상과구상이동시에요구됩니다.이론과실무,개념과실용이함께해야합니다.오늘날까지미국을대표하는법사상은프래그머티즘입니다.이법사상은올리버웬들홈스,벤자민카도조,로스코파운드등지금도미국법조에서존경을한몸에받는법률가들에의해정립되었습니다.이법사상이야말로법의문제에접근하는관점에서추상과구상을같이추구합니다.홈스는“법의생명은논리가아니라경험이다.”라고했지만,이말은논리를배제해야한다는의미가아니라논리와더불어경험이소중하다는점을강조하기위한수사(修辭)로이해합니다.
노동법의추상과구상.노동법의세계에서추상은노동헌법입니다.이주해서에서다루는노동법문제의추상은헌법에정한“노동3권”입니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을비롯한하위법령이구상입니다.안목을국제기준으로넓혀,ILO협약들도추상인ILO기본정신의구상입니다.이구상안에이주해서가있다고생각합니다.집필진모두는초판에서한걸음이상을더내딛는공부를가열하게했고그결실을이번제2판에쏟아냈습니다.이들이쓴옥고에서,“보편적명제들은구체적사례들을결정짓지않는다.”라고한홈스의말이나,“판결들은묻는다고원칙을거저보여주지않고천천히고통스럽게그핵심을드러낸다.”라고한카도조의말,“법의역사는법률가의역사그자체”라고한파운드의말이겹쳐읽히는까닭이무엇인지는굳이강조하지않겠습니다.
오류의역설.법문헌저술에관한한,법주해서는프래그머티즘을구현하는데가장유용한방식이라고여겼습니다.2010년에근로기준법주해로그첫삽을뜬데이어,2015년에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주해까지초판을일구어냈습니다.그리고2020년에근로기준법주해제2판을펴냈고,이제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주해제2판까지내딛게되었습니다.편집대표로참여하는내내이런출판이과연실현될수있을지,책을내더라도독자들의호응을얼마나받을수있을지의심하곤했습니다.그러나그때마다이런조바심은틀렸습니다.역설적으로,틀려서오히려기뻤습니다.집필진모두가헌신적으로원고를작성했고,편집위원들과매서운강독순서를거쳤으며,이후세밀한교정작업에이르기까지환상의호흡을맞추어주었습니다.이에힘입어앞선세번의출판물에대한독자의반응은우리의기대를뛰어넘었습니다.이번에도발간의과정은같았고,조바심이없지않은것도이전과다를바없으나,남은기다림은또하나오류의역설입니다.
노동법의진화.역사학자윌리톰슨은그의저서??노동,성,권력??에서‘노동의역사는인류의역사와정확히일치한다’고했습니다.생각하면너무나뻔한이말이새삼스럽게다가오는이유는무엇일까요.아무래도노동의문제가독립된법분야로체계화된것이인류탄생이래20만년이라는노동의역사중겨우최근100년여에지나지않는극히짧은순간에지나지않은탓아닐까싶기도합니다.그러나곰곰이돌아보면지금의노동법은20만년노동의역사를통틀어꾸준히진화해왔다고말하는것이옳을지모릅니다.<종의기원>의찰스다윈은“살아남는종은강한종이아니고똑똑한종도아니다.변화에적응하는종이다.”라는유명한말을남겼습니다.<오래된연장통>을쓴진화심리학자전중환은“인간의마음은…오래된연장통이다.인간의마음은우리는왜태어났는가,삶의의미는무엇인가,신은어떤존재인가같은심오하고추상적인문제들을잘해결하게끔설계되지않았다.인간의마음은어떤배우자를고를것인가,비바람을어떻게피할것인가,포식동물을어떻게피할것인가등수백만전인류의조상들에게주어졌던다수의구체적이고현실적인,때로는구차하기까지한문제들을잘해결하게끔설계되었다.”고말합니다.이러한진화론이노동법의진화에도그대로적용될수있을것입니다.지금까지뿐만아니라미래에도노동법은노동의문제를해결하는진화의과정을밟아가야합니다.‘법은안정성을필요로하지만,정지할수없다’고한프래그머티즘법사상가들의생각도이와다르지않습니다.이들이말한법이사회적인‘갈등’문제에‘조정’이라는해결을목표로하는것이라면,그리고법을‘사회의이익을전체적으로형량’함으로써‘사회의다양한요구를조화시키기위한공동의도구’라고보는이들의법사상에동의한다면,노동법의미래진화를위한또하나의오래된연장통으로서이주해서가갖는의미는더욱각별할것으로생각합니다.
미약한헌사.이처럼뜻깊은주해서발간에정진해준집필진과편집위원,그리고교정위원모두에게는어떠한찬사를드려도부족합니다.그곁에서김선수,이흥구두분대법관께서는노동법실무연구회회장으로서아낌없는관심과조언,애정과지원을보여주셨습니다.한분한분에게다시금경의를표합니다.특히근로기준법주해에이어서이번에도편집작업을총괄해준마은혁편집위원(간사)이아니었으면제2판이언제쯤빛을보게되었을지가늠하기어렵습니다.이주해서의종이책출간을늘도맡아준박영사와관계자여러분에게도감사의말씀을빼놓을수없습니다.두말할나위없이이책의진정한주인공은독자여러분입니다.이책이집필자와독자사이에집단적노동관계법의진정한의미에대해조금이라도더공감의폭을넓히는소통의창구가된다면,더이상의기쁨은없을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이책이나오기까지의산고(産苦)를지켜보는것외에한일이거의없지만,그것만으로도제겐무척소중한시간이었음을고백하는것으로모자란소회의말씀을줄입니다.
감사합니다.
2023.1.
공동편집대표
김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