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철학사

세계철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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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1세기 대한민국은 첨단 기술과 전략적 안보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군사력 분야에서 당당히 5-6위권에 자리매김하며 국제적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또 경제력 부문에서는 세계 13-14위권의 견고한 위치를 유지하며, 국가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내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0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국으로서 위상을 선명히 했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탁월한 성취들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정치, 경제, 문화 모두를 아우르는 강력한 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 분야에서는 인접한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처럼 세계철학사의 중심에서 웅대한 흐름을 이끌 만한 성취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 학계가 맞닥뜨린 엄연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본서의 기획 의도가 비롯되었다. 이 책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는 2025년 한국동서철학회 춘계학술대회의 결실로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철학사 집필의 본격적 출발을 알리는 집단지성의 기폭제로 삼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 우리 선구적 철학자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여 서양철학을 국내에 전파하였다. 올해는 그 뜻깊은 때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시점에서, 한국철학계는 외부의 사유와 학문을 단순히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 철학자 고유의 로고스(λόγος), 파토스(πάθος), 에토스(ἦθος)를 세계철학사의 보편적 맥락에 적극 투영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맞이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이러한 시대적·학문적 요청의 구체적 응답이다. 한국동서철학회는 2025년 5월 전북대학교에서 “세계철학사, 어떻게 옮기고 어떻게 쓸 것인가?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이 자리에서 발표된 글들을 엄선하여 본서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로 엮었다. 책에는 이승종 교수의 기조 강연을 비롯하여 서상복, 황설중, 손영창, 송석랑, 조성환 교수의 주제 발표와 김요한, 한대성, 서대원, 안규식 교수의 자유 발표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원고는 발표 당시의 본뜻을 최대한 보존하며 수록되어, 당시의 학술장 분위기와 역동성을 충실히 재현하고자 하였다.
아직 국내 학계에서는 세계철학사 집필이라는 과업이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철학계의 절실한 과제는 한국 사유의 철학적 정체성을 보편적 차원에 천착하고, 이를 세계철학사의 지평 위에 확고히 세우는 데 있다. 이번 학술대회와 본서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선도적으로 제기한 최초의 시도로서, 그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본서는 한국 철학계가 어떠한 지적 자세와 학문적 태도로 세계철학사 집필이라는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저자

박규철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플라톤의《고르기아스》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월간《에머지》및《넥스트》편집장 그리고 아신대학교 교수를 지냈다. 현재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서양고대철학 교수이자 후마니타스 리더십 연구소장이며, 한국동서철학회 회장 및 한국중세철학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철학이지만, 연구 영역을 확장하여 고대 회의주의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통찰이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차원에서 「의심하는 인간」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 밖에 지은 책으로는 「그리스 로마 철학의 물음들」, 「플라톤 철학과 회의주의」, 「그리스 계몽주의와 신플라톤주의」, 「고대 그리스 철학의 감정 이해」(공저), 「고전의 창으로 본 리더스피릿」 (공저), 「글쓰기와 토론을 위한 플라톤의 국가 읽기」 그리고 「소논문 쓰기, 어떻게 할까?」(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공역)와 「신플라톤주의」(공역) 그리고 「포스트모던 시대의 철학과 신학」(공역)이 있다. 현재는 “중세철학 시기 고대 회의주의의 패러다임적 변형으로서 요안네스와 니콜라우스 그리고 알-가잘리의 회의주의 철학”이라는 주제로 12-14세기 중세 서유럽 및 이슬람 세계에서의 회의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목차

제1부 | 철학사의 지평 -배경과 기초 성찰
세계철학사, 어떻게 짓고 어떻게 옮길 것인가?: 철학사의 해석학 | 이승종 5
1. 명예의 전당 5
2. 반시대적 고찰 7
3. 유럽중심주의 10
4. The Turning Point 13
5. 철학사의 쓸모 15
6. 파르메니데스의 오류? 18
7. 그리스의 비트겐슈타인? 20
8. 철학사와 철학 23



제2부 | 사유의 번역 -철학적 아이디어의 전이와 재창조

영미권 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 서상복 33
1. 러셀의 서양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33
2. 앤서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40
3. 영미 분석철학 관점에서 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 49
4. 세계철학사 집필 전략과 방법 53


독일 철학자들은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서술하였는가?: 헤겔의 철학사를 중심으로 | 황설중 61
1. 철학하는 철학사 61
2. 헤겔의 철학하는 철학사 68
3. 철학사를 통해 철학하는 철학사를 위협하는 적(敵) 71
4. 몇몇 현대 독일철학사 저작에 대한 단평 78
5. 헤겔의 사변철학적인 철학사에 대한 비판: 들뢰즈의 경우 85
6. 철학사에서 벌어질 대결에 대한 전망 93

프랑스 철학계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적었는가?: 쿠쟁을 중심으로 | 손영창 105
1. 들어가며 105
2. 프랑스 혁명과 철학사의 요구 109
3. 쿠쟁의 철학사 분석 119
3.1. 철학사의 유형론 119
3.2. 쿠쟁 철학사에 나타난 인도철학 129
4. 쿠쟁 철학사의 한계 134
5. 나가며 140

철학의 역사와 형이상학의 귀환: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에 관한 소고(小考) | 송석랑 143
1. ‘새 보편’의 길 143
2. 「세계철학사」: ‘내재성’과 ‘형이상학의 귀환’ 146
2.1. 서술의 끈: 내재성 147
2.2. 내재적 사유와 형이상학의 귀환 155
3. 희망의 서사(敍事) 163


일본 치쿠마출판사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썼나?: 세계철학에서 지구철학으로 | 조성환 171
1. 치쿠마출판사 「세계철학사」 시리즈 171
2. 탈유럽중심주의: 서양철학을 지방화하기 176
3. 탈이성중심주의: 감정의 세계철학 179
4. ‘세계철학’ 개념의 한계 182



제3부 | 서사의 창조 -철학사의 재구성과 현대적 서술

이슬람 신학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슬람 신학 전통에서 ‘정통’(orthodoxy) 개념을 중심으로 | 김요한 197
1. 21세기 이슬람 철학 연구 197
2. 정통 문제 199
3. 이슬람 신학의 정의 203
4. 공동체와 정통 205
5. 담론적 전통과 유효기간 210
6. 정통의 다양성 217

동북아시아 철학사 서술을 위한 제언 | 서대원 223
1. 들어가는 말 223
2. 본고에서 말하는 ‘동북아시아’는 어디인가? 225
3. 어떤 내용들이 서술되어야 하는가? 232
4.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239
5. 서술의 난점 243
6. 결론: 그 결과물에 대한 예측과 세계철학사에 대한 준비 245


서구의 회의주의와 인도철학을 어떻게 쓸 것인가?
: 「숫타니파타」 「팔게품」으로 새롭게 조명해 본 헬레니즘 회의주의사 | 한대성 249
1. 인도철학사에서의 회의주의의 시원과 전개 250
1.1. 회의주의의 시원으로서의 원시불교 258
1.2. 회의주의 불교의 부흥, 중관철학 266
1.3. 회의주의의 최후의 계승자, 자야라시 바타 269
2. 헬레니즘 회의주의 탄생의 역사적 배경 273
3.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선행연구 277
4.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평행이론 281
5. 헬레니즘 회의주의의 연구역량과 방향 285

청년 류영모의 한국철학 구성과 서술: 과학과 영성 그리고 불이적 생명 | 안규식 293
1. 한국철학의 정체성과 영성의 관점 293
2. 청년 류영모 사상 속에 나타난 한국인의 자기 인식과 다이쇼 생명주의의 영향 301
3. 청년 류영모의 불이적 생명 사상 308
3.1. 「나의 一二三四」(1914) - 진화하는 초월적 생명 308
3.2. 「오늘」(1918) - 불이적 상호 연결성의 신성한 생명 313
3.3. 「無限大」(1918) - 우주로 향하는 귀일의 생명 317
3.4. 「자고새면」(1923) - 지속과 순간의 신비적 생명 325
4. 과학과 영성의 교직 그리고 한국철학 330

출판사 서평

21세기 대한민국은 첨단 기술과 전략적 안보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군사력 분야에서 당당히 5-6위권에 자리매김하며 국제적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또 경제력 부문에서는 세계 13-14위권의 견고한 위치를 유지하며, 국가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내면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40번째로 노벨문학상 수상국으로서 위상을 선명히 했다.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탁월한 성취들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정치, 경제, 문화 모두를 아우르는 강력한 국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학 분야에서는 인접한 일본이나 유럽의 여러 국가처럼 세계철학사의 중심에서 웅대한 흐름을 이끌 만한 성취를 아직 이루지 못했다. 이것이 우리 학계가 맞닥뜨린 엄연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본서의 기획 의도가 비롯되었다. 이 책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는 2025년 한국동서철학회 춘계학술대회의 결실로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철학사 집필의 본격적 출발을 알리는 집단지성의 기폭제로 삼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 우리 선구적 철학자들은 유럽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여 서양철학을 국내에 전파하였다. 올해는 그 뜻깊은 때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시점에서, 한국철학계는 외부의 사유와 학문을 단순히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한국 철학자 고유의 로고스(λόγος), 파토스(πάθος), 에토스(ἦθος)를 세계철학사의 보편적 맥락에 적극 투영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를 맞이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이러한 시대적·학문적 요청의 구체적 응답이다. 한국동서철학회는 2025년 5월 전북대학교에서 “세계철학사, 어떻게 옮기고 어떻게 쓸 것인가?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고, 이 자리에서 발표된 글들을 엄선하여 본서 「세계철학사: 사유 번역과 서사 창조」로 엮었다. 책에는 이승종 교수의 기조 강연을 비롯하여 서상복, 황설중, 손영창, 송석랑, 조성환 교수의 주제 발표와 김요한, 한대성, 서대원, 안규식 교수의 자유 발표가 포함되어 있다. 모든 원고는 발표 당시의 본뜻을 최대한 보존하며 수록되어, 당시의 학술장 분위기와 역동성을 충실히 재현하고자 하였다.
아직 국내 학계에서는 세계철학사 집필이라는 과업이 체계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철학계의 절실한 과제는 한국 사유의 철학적 정체성을 보편적 차원에 천착하고, 이를 세계철학사의 지평 위에 확고히 세우는 데 있다. 이번 학술대회와 본서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선도적으로 제기한 최초의 시도로서, 그 성과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본서는 한국 철학계가 어떠한 지적 자세와 학문적 태도로 세계철학사 집필이라는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철학사의 지평-배경과 기초 성찰”이고, 제2부는 “사유의 번역-철학적 아이디어의 전이와 재창조”이며, 제3부는 “서사의 창조-철학사의 재구성과 현대적 서술”이다.

먼저 “제1부 철학사의 지평-배경과 기초 성찰”에서는 기조강연자 이승종 교수의 글이 실렸다. 이 글에서 이승종 교수는 “세계철학사, 어떻게 짓고 어떻게 옮길 것인가?: 철학사의 해석학”이라는 주제 아래, 철학사와 철학 간의 역동적 관계를 해석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다. 철학사는 고전 철학자들의 사유를 현대인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단순한 역사적 서술을 넘어 호출과 지평융합을 통한 2인칭적 대화의 장이며, 전승과 재창조의 복합적 과정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철학사는 과거 사유의 미완성과 역사성을 드러내며, 철학의 형이상학적 경향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서구 중심적이며 과학주의적 진보사관은 철학사의 가치를 축소하고 현대적 활용을 제한하지만, 철학사는 동서고금의 사상들을 호출하고 융합하며, 철학적 성숙과 창의적 사유를 촉진하는 장으로 그의 의미를 확장한다. 철학사의 해석학은 고전철학자와 현대인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時空)의 경계를 넘어선 철학적 크로스오버를 가능케 한다. 궁극적으로 철학사는 철학이 지닌 역사적 조건과 한계를 자각케 하고, 이를 통해 철학 자체의 성숙과 혁신을 견인하는 학문적 장르임을 명확히 한다.

다음으로 “제2부 사유의 번역-철학적 아이디어의 전이와 재창조”에서는 다섯 편의 글이 실려 있다. 먼저 서상복 교수는 “영미권 철학사 집필 전략과 특성”이라는 주제 아래, 버트런드 러셀과 앤서니 케니의 철학사 서술 방식을 비교·분석하며 세계철학사 서술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분석철학적 방법론에 근거하여 전통적 형이상학을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한편, 철학을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하였다. 이 책은 명료하면서도 대중적 접근이 가능한 문체로 널리 읽혔으나, 고대와 중세철학에 대한 단순화와 편향성은 학문적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케니는 철학사의 본질을 철학 자체의 내재적 특성에 따라 규정하면서, 철학의 진보를 치료적·맥락적·해석적·분석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철학사를 단순한 사상가 계보의 나열이 아닌, 진보와 해석이 교차하는 역동적 역사로 이해하였다. 이에 서교수는 세계철학사 서술이 러셀의 분석적 방법과 대중적 명료성, 케니의 본질 규명과 진보 개념을 통합하여 철학을 시대적 맥락과 문화적 실천, 이해의 심화 과정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이러한 통합적 시각은 세계철학사의 재구성과 미래 지향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황설중 교수는 “독일 철학자들은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서술하였는가?: 헤겔의 철학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독일 철학자들의 철학사 서술이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 철학의 자기 이해로서 그 본질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조명한다. 칸트는 철학사를 경험적 사실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이성의 자기성찰 과정으로 규정하였고, 헤겔은 이 전통을 계승하여 철학사를 정신의 자기 전개이자 자유의 이념을 향한 역사적 운동으로 해석하였다. 헤겔은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다양한 철학들을 하나의 체계적이고 통일된 전체로 통합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비유럽 철학의 주변화와 차이를 동일성으로 환원하는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그럼에도 헤겔은 철학사에 대한 회의주의를 극복하며 철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였고, 그의 철학사는 이후 독일 철학자들에 의해 계승과 비판의 표준이 되었다. 들뢰즈는 헤겔 서술의 동일성 중심성을 비판하며, 차이의 생산성을 긍정하는 대안적 철학사 서술을 제안하였으나, 헤겔의 체계적 접근은 여전히 독일 철학사의 핵심 틀로 기능한다. 이 독일 철학사의 전개는 헤겔적 체계와 이를 탈피하려는 탈헤겔적 서술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는 오늘날 세계철학사 집필에 중요한 함의를 함축한다.
손영창 교수는 “프랑스 철학계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적었는가?: 쿠쟁을 중심으로”에서 혁명기 이후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상적 진공을 극복하고 새로운 철학교육과정을 제도화하려는 목적으로 철학의 역사론을 확립한 빅토르 쿠쟁의 철학사 이해를 고찰한다. 주지하듯이 혁명 이후 프랑스는 앙시앵 레짐 시기의 교과 내용과 교회 철학의 이데올로기적 유산을 더는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에 대학은 새로운 철학 교육과정을 수립해야만 했는데, 이때 쿠쟁은 관념론과 경험론을 조합한 절충주의적 입장에서 철학사를 이해하고, 이를 대학과 중등교육 기관에 제도화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철학사 이해에서 쿠쟁은 철학의 유형을 감각주의, 관념론, 회의주의, 신비주의로 구분하고, 서구철학의 발전 양상뿐 아니라 동양철학, 특히 인도철학까지도 동일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하였다. 이러한 접근법은 복잡다단한 철학사를 다소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지만, 철학사에 대한 독특한 이해 안에서 동서양을 포괄하는 통합적 시각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업은 철학사에 대한 이해가 단순히 과거의 서술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철학적 사유 자체의 전개와 제도적 정착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쿠쟁의 철학사론은 프랑스 철학사뿐 아니라 세계철학사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분명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한편 송석랑 교수는 “철학의 역사와 형이상학의 귀환: 이정우의 「세계철학사」에 관한 소고(小考)”를 통해, 「세계철학사」가 철학사를 단순한 사상가 연표가 아닌 사회·정치적 맥락 속에서 문제와 효과를 분석하는 학문적 작업으로 재조명하며, 철학사의 내재성과 현대적 실천 가능성을 탐구한다. 철학사의 핵심 개념인 ‘내재성’은 경험 세계 내에서 사유를 전개하고자 하는 탈근대적 시각을 반영한다. 근대는 형이상학을 배제하고 과학기술 발전의 기초를 닦았으나, 환원주의와 이원론이라는 한계를 내포하였다. 「세계철학사」는 동서고금 사상의 공명을 추구하며, ‘표현주의 형이상학’과 ‘생성 존재론’을 통해 새로운 사유 지평을 열고자 한다. 현대 철학은 진리의 근거를 초월적 영역이 아닌 시간과 생성의 세계 안에서 탐색하며, 이를 ‘형이상학의 귀환’으로 재해석한다. 이 과정은 주체 중심의 초월 대신, 시간과 관계 속에서 보편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비주체적’ 사유의 부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세계 내재적 사유가 진정한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시간성을 넘어 정치성을 획득해야 하며, 현대 철학의 과제는 초월에 기대지 않고 생성과 관계의 역동 속에서 보편적 진리를 길어내는 새로운 형이상학을 구축하는 데 있다.
끝으로, 조성환 교수는 “일본 치쿠마출판사는 세계철학사를 어떻게 썼나?: 세계철학에서 지구철학으로”라는 주제 아래, 일본 치쿠마출판사의 「세계철학사」 연작이 유럽중심주의와 이성중심주의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이슬람, 아프리카 철학을 아우르는 ‘세계철학’의 균형 있는 서술을 시도한다는 점을 평가한다. 이 시리즈는 감정철학을 매개로 동서 철학의 접점을 모색하고, 일본 철학의 독자성을 세계철학 내에 자리매김하였다. 다만, 집필진 대부분이 젊은 연구자들임에도 인간 중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