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시키부 일기

이즈미시키부 일기

$32.00
Description
헤이안시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이즈미시키부. 2000수가 넘는 시가를 남긴 헤이안 최고의 여성 가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기 때문이었다. 이 일기는 사랑했던 이의 동생인 아쓰미치 황자를 처음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되기까지의 일화를 담았다. 빼어난 145수의 와카는 이 작품의 백미다.
저자

이즈미시키부지음,노선숙옮김

저자이즈미시키부[和泉式部,978?∼1035?)]의출생연도는동시대의다른여성작가와마찬가지로확실한자료가없다.따라서그녀를둘러싼육친,또는연인등과연령차이를고려해추정할수밖에없는데,대략978년출생한것으로추정된다.부친오에노마사무네(大江雅致)와다이라노야스히라(平保衡)의딸인모친사이에서태어났다.‘이즈미시키부’라는이름은부친의관직명인‘시키부(式部)’와,첫남편인다치바나노미치사다(橘道貞)의부임지였던이즈미(和泉)지방의지명에서비롯했다고전한다.995년,이즈미시키부는18세에다치바나노미치사다(橘道貞)와결혼한것으로추정된다.결혼이듬해에미치사다와의사이에서딸고시키부(小式部)를출산한다.미치사다의이즈미지방관재임기간은999년부터1003년까지로알려져있다.다메타카황자가이즈미시키부처소를찾았다고한다면그기간은1000년부터그이듬해인1001년9월까지로고작1년남짓인것으로추정된다.미치사다는이즈미시키부가아닌다른처자를동반해새로운임지인무쓰지방관생활을시작했는데,애당초두사람이결별하게된원인은미치사다가새로운부인을만들었기때문이며,이에이즈미시키부도아쓰미치황자와사랑에빠지게된것으로추정된다.이즈미시키부생애에서가장농밀한시기는아쓰미치황자와함께한때였을것이다.황자는1007년10월2일사망하므로,1003년4월황자와의관계가시작된이후4년정도의짧은기간이다.이즈미시키부는황자의사십구재를맞이해그의죽음을애도하는만가를읊는다.아쓰미치황자가사망한지1년반정도지난1009년봄,이즈미시키부는이치조(一?)천황의중궁쇼시(彰子:후지와라노미치나가의딸)를모시는여관으로출사한다.궁정에서여관으로지내는동안미치나가의가신이었던후지와라노야스마사(藤原保昌)와만나게되고,이윽고결혼에이른다.결혼한시기는확실하지않지만,대략1009년에서1011년사이로추정된다.야스마사는야마토(大和)지방지방관을거쳐1020년에는단고(丹後)지방의지방관으로임명되었고,이때이즈미시키부는남편을따라단고지방으로내려간것으로전해진다.1027년9월,야마토지방의수령으로가있던남편후지와라노야스마사를대신해황태후(후지와라노미치나가의딸)의사십구재에참석해옥으로만든장신구와와카를지어올렸다는기록(≪영화모노가타리≫)이그녀에관한마지막기록이다.당시그녀의나이50세무렵이다.이후그녀의행적은묘연한데,58세경사망한것으로추정된다.

목차

1003년4월
1.4월10일이지난무렵 ··············3
2.황자님과처음으로사랑을나눈밤 ········11
3.주춤거리는황자님 ···············20

5월
4.4월에서5월로 ·················27
5.헛걸음이되어버린황자님의방문 ········36
6.울적한장맛비 ·················40
7.5월5일경 ···················45

6월
8.달밤,황자님과한우차를타고외박을나감 ····55
9.의혹을품는황자님 ··············63
10.황자님의방문 ················70
11.여자를둘러싼터무니없는추문 ········77

7월
12.7월 ·····················83

8월
13.8월,이시야마사(石山寺)로향하는여자 ·····93

9월
14.9월20일이지난무렵 ·············107
15.감회를적은글 ···············110
16.9월말,옛연인에게보낼이별가를대신지어달라는황자님 ······················120

10월
17.10월,사랑의팔베개 ·············127
18.자택으로들어올것을제안하는황자님 ·····132
19.편지를전달하는동자 ············138
20.대낮에찾아온황자님 ············148
21.가을비와단 ·················157
22.우차안에서뜨거운사랑을나눈하룻밤 ····169
23.황자님저택으로들어가기로결심 ·······172
24.황자님저택으로들어가기전까지의기간 ····180
25.정이가득담긴화답가 ············186

11월
26.11월,황자님저택으로들어가기직 ······195
27.마음의위안을주는화답가 ··········208

12월
28.12월18일 ··················219

1004년1월
29.새해정월 ··················227
30.종국 ····················229


해설 ······················235
지은이에대해 ··················253
지은이연보 ···················268
옮긴이에대해 ··················272

출판사 서평

헤이안시대,그누구보다도열정적으로사랑하고열정적으로살았던이즈미시키부.2000수가넘는시가를남긴헤이안최고의여성가인이될수있었던것은자신의감정에솔직했기때문이었다.이일기는사랑했던이의동생인아쓰미치황자를처음만나사랑하는사이가되기까지의일화를담았다.빼어난145수의와카는이작품의백미다.

출판사책소개
≪이즈미시키부일기≫(이하,≪일기≫라약칭)는레이제이(冷泉)천황의넷째아들인아쓰미치(敦道)황자와의사랑이이루어지기까지십여개월에걸친미묘한마음의동요를기록한사랑의수기다.≪청령일기≫가미치쓰나어머니의반생을기록한것이라면,≪일기≫는아쓰미치황자와의사랑의한토막을기록한것이라할수있다.≪일기≫가아닌≪이즈미시키부모노가타리(和泉式部物語)≫라는제목으로된필사본도있으며,일기작품속에서이즈미시키부가자기자신을‘여자’라는제삼인칭으로칭하고있어소설적요소를가미한점이특징이다.
≪일기≫는이즈미시키부와황자주변에서일어나는사건이나그들의심경을묘사하는평서문과,두사람이나눈서간문?서간문에는주로와카가실려있는데,경우에따라서는와카와함께짧은문장이곁들여지기도한다?으로이루어져있다.이러한구성속에서,≪일기≫는145수의와카가중심축이되어이야기를전개하는독특한서술방식을취하고있다.작품내에삽입된와카의빈도는동시대의다른일기작품과는비교할수없을정도로매우큰비중을차지하고있어,일기문학이라기보다노래가중심이된이야기집인우타모노가타리(歌物語)와같은성격도엿보이는작품이다.

*함께읽으면좋은책
헤이안일기문학의효시≪기노쓰라유키산문집≫(기노쓰라유키,강용자)
헤이안여성일기문학의효시≪청령일기≫(미치쓰나어머니/정순분)
헤이안수필문학의효시≪마쿠라노소시천줄읽기≫(세이쇼나곤/정순분)
헤이안최초의작가일기≪무라사키시키부일기≫(무라사키시키부/정순분)
헤이안최초의기행일기≪사라시나일기≫(다카스에의딸/정순분)
헤이안최초로천황의죽음을그린≪사누키노스케일기≫(사누키노스케/정순분)
세계최초장편소설≪겐지이야기≫(무라사키시키부/김종덕)
≪겐지이야기≫에대한최고의해설서≪겐지이야기를읽는요령≫(모토오리노리나가/정순희)
헤이안최초의칙찬와카집≪고금와카집≫(기노쓰라유키외/최충희)
일본최초의시가집≪만엽집천줄읽기≫(유라쿠천황외/고용환,강용자)

-책속으로추가-
●어느덧10월이되었다.10월10일무렵,황자님께서찾아오셨다.방안쪽은너무어두워으스스하고침침했으므로황자님께서는여자와함께문가에누워서너무나도친근하게이런저런말씀을해주셨다.황자님의말씀을듣고있노라니여자의마음은더할나위없이평온해졌다.달은짙은구름에가리어있었고때마침차가운비마저추적추적내리고있었다.마치두사람을위해일부러더할나위없는정취를자아낸듯한정경이었으므로,이런저런생각에심란해하던여자의마음에는왠지오싹할만큼한기가느껴졌다.심란해하는여자를보신황자님께서는,‘다른사람들이이여인을나쁘게만말하는데이상도하지.내눈앞에누워있는이여인은이리도마음이여린사람인것을’이라는생각에안쓰러워하셨다.한밤중이되었건만여자가눈을감은채수심에잠겨잠못이룬다는것을알아채시고는여자를깨워노래를읊어주셨다.

“초겨울비도
이슬도닿지않은
사랑의팔베개
이상히도젖어있는
팔베개소맷자락”

時雨にも
露にもあてで
?たる夜を
あやしく濡るる
手枕の袖

하지만그녀는단지모든것이너무힘겨워져답변할마음조차들지않았으므로내리비치는달빛에아무런말없이주체할수없는눈물만흘리고있었다.그모습을보신황자님께서는애달파하며“어찌아무런대답을하지않는겁니까?내노래가너무형편없어마음에드시지않은겝니까?내가쓸데없는노래를지었나봅니다”라고말씀하셨다.황자님의말씀에그녀는“어찌된연유인지그저마음이혼란스러워그럽니다.황자님이읊으신노래가귀에들어오지않을리없습니다.두고보세요.당신이읊은‘팔베개소맷자락’을한시도잊지않을테니”라고농담조로얼버무렸다.
동트기전귀가하신황자님께서는어젯밤여자와다정하게이야기를나누었던농밀하면서도애잔한분위기를떠올리며,‘그녀에게는나말고의지하는딴남자가없는듯하니애처롭군’이라는생각을하시고는‘지금어찌지내고계십니까?’라는서신을보내오셨다.이에여자는다음과같은노래를읊어보냈다.

밤새흘린눈물
오늘아침엔벌써
말라있겠죠
나위해흘린눈물
팔베개소맷자락

今朝の間に
いまは消ぬらむ
夢ばかり
ぬると見えつる
手枕の袖

황자님께서는여자의노래에‘팔베개소맷자락’이라는구절이있는것을보시고서는,어젯밤‘팔베개소맷자락은잊지않으리라’했던여자의말을떠올리며‘역시그녀는매력적이야’라고감탄하시며이런노래를지어보내셨다.

말라버렸다
그대생각하지만
아직도흠뻑
젖어누울수없네
팔베개소맷자락

夢ばかり
?にぬると
見つらめど
臥しぞわづらふ
手枕の袖

●이런일이있고나서이삼일이지났건만황자님으로부터는아무런전갈도없었다.믿음직스런태도로말씀하셨던일은대관절어찌된것인지,줄곧그생각을하고있노라니밤에잠도잘수없었다.잠은오지않고,‘벌써한밤중이되었네’라는생각을하며누워있는데이때대문두드리는소리가들렸다.‘어머나,누굴까?’이시각에찾아온사람이누군지전혀짐작은가지않았지만그래도아랫사람을시켜알아보니,황자님이보내신편지를전달하러온동자였다.전혀생각지도못한시각이었으므로,‘내마음이그분께닿은걸까?’라는생각에너무나도기뻤다.여닫이창을열어달빛아래편지를펴보니이런노래가적혀있었다.

지금당신도
나와같은맘으로
보고있는지
산능선에걸려있는
청명한가을달을

見るや君
さ夜うちふけて
山の端に
くまなくすめる
秋の夜の月

황자님이보내신노래가여느때보다가슴에와닿았기에여자는자기도모르게달을바라보며황자님노래를읊조렸다.대문도열지않은채편지만받아보았으니동자가애타게기다리고있을생각에얼른답가를지어황자님께전달하도록건네었다.

밤이깊도록
잠못이루지만
그대생각나
달도보지못하네
그대너무그리워

ふけぬらむと
思ふものから
?られねど
なかなかなれば
月はしも見ず

황자님께서는여자가자신과마찬가지로달을바라보고있었다는노래를보낼줄알았는데예상과는전혀다른답가를받아보시고서는,‘역시매력적인여자야.어떻게해서라도내가까이에두고마음의위안이되는노래를화답하며지내고싶군’이라는마음을굳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