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김민부 시선 (큰글씨책)

초판 김민부 시선 (큰글씨책)

$30.00
Description
국민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가가 바로 김민부다. 10여 년에 걸친 짧은 시작(詩作) 기간과, 남겨진 총 61편의 작품은, 31세로 마감한 그의 짧은 생애처럼 어느덧 쉽게 세상에서 잊혀 버렸다. 작품들은 시인이 마주하는 어둡고 창백한 일상, 거기에서 일어나는 우울하고 피폐한 시인의 심상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시들로 그가 추구했던 순수성과 정직성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저자

김민부

목차

시집미수록작품
기다리는마음
석류
龜裂
딸기밭에서
古寺

≪裸婦와새≫
序詩
悲歌Ⅰ
바다
裸婦와새
가을은
木炭으로쓴詩Ⅰ
銀紙畵Ⅰ
銀紙畵Ⅱ
秋日
葉書Ⅰ
生家
木炭으로쓴詩Ⅱ
斷章Ⅰ
悲歌Ⅱ
나는때때로
斷章Ⅱ
斷章Ⅲ
구름
겨울에
悲歌Ⅲ
葉書Ⅱ
祈禱
11월에
어떤版畵

落穗
龜裂
小白山에서
봄날의詩
雅歌Ⅰ
別離Ⅰ
귓속말
雅歌Ⅱ
別離Ⅱ
寄別
早春
古陶
기러기

≪항아리≫
山羊
항아리Ⅰ
항아리Ⅱ
들꽃Ⅰ
들꽃Ⅱ
무덤
피리
산그늘
象Ⅰ
象Ⅱ
해협



城趾
벼랑

바다


해설
지은이에대해
엮은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균열,그틈에비운으로떠돌다간시인

이른등단으로화려한조명과관심을받았던김민부는고등학교생활을마친후,서라벌예대문예창작과에입학한다.이후동국대국문과에편입해졸업한뒤,별세전까지계속해서MBC,DBS,TBC등의방송국에서PD와작가로근무하며생업을이어나가기바쁜일상들을보낸다.게다가그는매일상당량의방송용원고를써내려가야하는과중한부담감과스트레스에시달렸다.일찌감치결혼해가정을꾸린그는상경후,자신의가족뿐아니라처가의식구들까지일곱명의식솔을혼자도맡아벌어먹여야했기에가장으로서의그의고충이적지않았을것으로짐작된다.게다가고등학생시절비록어린나이였지만,시집≪항아리≫후기에서그는“산문적인요소와감각적인경험세계를배제함으로써순백한경지에서감동의미를추구하는것이나의시정신”이라고확고한시론을밝혔던바,“순수한시세계의경지에서우러나는감동의미를추구”하고자했던그의“순백한”시심과문학적자존심은,생계를위해불가피했던대중적이고상업적인방송원고더미에못이긴채,수없이꺾이고훼손됐을것으로보인다.이로인해그는극심한수치심과자괴감을느꼈을것이고,결국강박처럼따라다니던우울감과자살충동에시달리다가31세라는아까운나이에화마(火魔)에휩쓸려자살인지타살인지도모를죽음에이르고말았던것이다.
생업에바빠창작에소원해졌던그가,시집≪항아리≫를내고10년만에38편의시가담긴≪나부와새≫를간행한다.앞서말한바있지만,그는이시집의후기에서“목숨을줄이더라도몇편의시를쓰고픈충동에몸을떨었다”라고고백하고있다.그가시작(詩作)을향한절실한갈망에도불구하고시를오래쓰지못하고외려시를써야한다는강박관념과극심한죽음충동에만지속적으로사로잡혀있었던것으로보아,어쩌면그는오래전부터문학적으로는이미가사(假死)상태에빠져있었는지도모른다.그래서인지그의유고시집이된≪나부와새≫에는유독저승,화장(火葬),상여등죽음과관련된어두운정조의시어가자주등장한다.
살아있지만‘죽어버린’새의이미지는시집의곳곳에서찾아볼수있다.실제로시집에수록된총38편의작품중에18편의계절적배경이가을이며15편의시에서새가중심소재로묘사되고있는것을알수있다.그의시에서“가을”이나“새”는죽음과연관된다.특히새의경우화자에게죽음을암시하는존재로서현현하거나,혹은이미‘죽어버린새’역시화자와동일시되어우울하고피폐한시인의심상드러내고있다.<구름>이라는시에서화자에게“새가물어다주는종이한장”에는죽음을암시하는점괘가들어있다.또한“새가울면나부의손이떨어진다”라는시구에서처럼새는죽음을몰고오는사자(死者)의역할을하고있다.그런데<구름>이라는시에서또한알수있는것은화자역시새점을쳐주는여인의얼굴에서그녀에게다가올죽음을이미읽고있다는것이다.길바닥에서“싸리조롱을놓고”새점을치는여인의얼굴이화자의눈에는머지않아“죽을상”으로보였던것이다.그외에도그의시에서‘새’는“찻잔속에/남은죽음을/핥”(<새>)고있거나,“날개에불을적신채,잿빛하늘로/날아”(<엽서(葉書)Ⅰ>)가거나,“황혼을빨아들이”(<단장Ⅱ>)거나,“꽃상여가밀리듯/저승을건너가는저짐승떼”(<기러기>)등의어두운이미지,죽음의이미지로묘사되고있다.
시집≪나부와새≫에실린대부분의작품은죽음의분위기로일관되어있다.그의작품에등장하는연인으로서의‘너’역시죽음을전제로할경우에만다가갈수있는존재로그려진다.작품<별리Ⅱ>에서보이듯,반쯤죽은여자인‘너’와반쯤죽은남자인‘내’가만날때,만남과죽음은비로소온전한합일지점에이른다.<아가Ⅱ>에서도‘나’와‘너’가“우리의첫신방”에서만나는것역시죽음후에나가능하다.이처럼시인에게삶자체는이별과죽음으로온통점철되어있으며,대상과의화해와만남또한오로지죽음을통해서만이뤄질수있는것으로비친다.그래서일까.시인에게죽음은두렵고도불가항력적이며초월적인세계임에는분명하지만,다른한편으로자살충동과우울증,자학으로인해그가이미죽음에주도적으로다가서고있음을또한짐작할수있다.시인은<기별(寄別)>이라는작품에서도화자자신을“쳐죽이려고”섬광으로내리는“마른번개”를마치기다리기라도했다는듯“기별”로표현하고있다.시인은죽음을거부하거나부정하기보다는삶의일부로받아들이고,일상과도같은죽음의공기속에서오히려단하나의‘기별’을기다리며살고있었다해도과언은아닐것이다.요컨대이처럼그의자의식은“버리고싶은목숨과/살아있는나날의/이끓는진공”(<추일(秋日)>)의틈속,그“균열의간격”(<나부와새>)과간극사이를끊임없이드나들며,괴로움과희열을동시에혹은교차적으로감지하고있었던것으로보인다.
시쓰기에대한지나친결백증과시쓰기가구원이되지못한현실바로그지점에그의요절에대한의미가있다고김준오가지적한바있다.오히려그는목숨과맞바꾼몇편의시를통해궁핍하지만풍요한,가장순수한자기구원에이른것은아닐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