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 은세계(큰글씨책)

초판 은세계(큰글씨책)

$26.00
Description
▶ 이 시리즈는 국내외 고전 작품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이인직

국초이인직은1862년경기도이천에서출생했다.그는1900년부터3년간도쿄정치학교에서수학하고러일전쟁당시일본육군성의한국어통역으로종군했다.1906년일진회기관지<국민신보>주필이되어처녀작<백로주강상촌>을연재한그는얼마후<만세보>주필로자리를옮기고<혈의누>와<귀의성>을발표한다.1907년에는이완용의후원으로<만세보>를인수해<대한신문>을창간,사장에취임한다.이후그는이완용일파의하수인으로한일합방을추진하는비밀스러운작업을수행하지만정작합박이되었을때,이인직은경학원사성이라는한직으로밀려나고만다.이시기작품으로는<빈선랑의일미인>과미완의작품<모란봉>이있다.한국의근대문화사를논할때에,제일앞에자리하는작가가이인직이다.그는우리에게신소설을개척해낸작가로알려져있다.

목차

?목차

은세계

해설
지은이에대해
엮은이에대해

출판사 서평

?책소개
<혈의누>,<귀의성>에이은이인직의세번째신소설이자신연극의효시.개화와계몽이라는주제의식과근대적서술기법을담고있으나일제의제국주의담론에흡수됨으로써당대의지배적정치구도를작품속에고스란히투영하고있다.텍스트가시대와역사속에서공감혹은불화를일으키는접촉지점을오늘의시각에서음미해볼때≪은세계≫가지닌계몽적계획과비극적명암을알아볼수있을것이다.


?출판사책소개

≪은세계≫는상편만발간되었으며하편은발간되지않았다.‘신연극’이라는한자를집자해작품표제를만들었다는점에서알수있듯,이소설은연극공연을염두에두고쓰였으며실제로원각사에서장기간공연되었다.때문에이작품은신연극의효시로기록되기도한다.그러나무엇보다≪은세계≫는문명개화와계몽이라는신소설의사회적기능,그리고이인직의소설세계의특징을명료하게보여주는작품이라할수있다.≪은세계≫를시종일관관통하는것은계몽에대한의지와열망이다.계몽의식은소설전체에걸쳐서당대의이데올로기를부정하거나새로운이데올로기와결합하면서다채로운함의로변주된다.
이인직은신소설의선구자로서한국문학의근대화에기여한문학적성과에대한지적이한축을이룬다면,이완용의하수인으로서친일적인정치행로를보여주었다는비판이다른한축을이룬다.그의작품들을살펴볼때두면모와평가가상호결합·공존하고있다는것을알수있다.


최병도는강원도의양반부자다.강원감사가최병도의재물을빼앗기위해누명을씌워온갖형벌을가하지만,최병도는이에굴하지않고저항하다결국죽음을맞는다.표면적으로볼때최병도의이야기는부정부패한관료와이에저항하는백성의대립,그리고가렴주구에시달리던민중의비판의식을드러내는텍스트다.최병도의이야기가전래하던판소리<최병두타령>에서개작되었다는사실을떠올려볼때,이러한반봉건의식은피지배층의심판의지가자연스레반영된결과라할수있다.그러나≪은세계≫에서반봉건의식은단순히봉건적관료제와불합리한지배구조의타파를목적하지않는다.이인직은최병도라는인물에게개화사상의세례를받은지사적성격을부여함으로써,최병도의이야기를봉건질서와개화사상이라는신구의사상적대립과갈등으로새롭게확장한다.그래서반봉건의식의표출은개화와계몽의시대적소명을발의하기위한문제제기로서의성격을띤다.

옥순과옥남남매의이야기가본격적으로전개되는후반부에서봉건적관습에대한비판과저항의식이전통과근대의대립구도를통해표출된다.특히가족과혈연주의라는뿌리깊은‘전통적’관습을다루는작가특유의시선은인상적인데,옥순과옥남남매의관점의대비를통해확인할수있다.
미국유학중에옥순이고향과아픈어머니를잊지못해그리워하는것과달리,옥남은미국의새로운문명을경험하느라고향의기억을잊는다.옥순이개화된세계의문물을받아들이고일찍이문명에눈을뜬계몽적인간임에도불구하고혈연과가족주의를무엇보다우선하는삶의조건으로받아들이고있는점은,봉건사회에서근대로넘어가는과도기에계몽적자아안에서이루어지는전통과근대사이의갈등과혼종화양상을사실적으로보여준다고할수있다.

그러나이소설에서작가의전언은옥순이아닌옥남의관점에놓여있다.옥남은누이를타이르며‘개인’과‘가문’에앞서‘나라’와‘백성’을이야기하며,‘효성’에앞서‘국민의의무와직분’을환기한다.개인과가족에게닥친불행과질곡을“나라의졍치가그른곡졀”로바라보는옥남에게효와가족주의는사사로운전통일뿐이다.그리하여위에인용된옥남의발언처럼,효·혈연·가족등의전통적가치들은‘국가’라는대타자와등가적으로취급되거나‘계몽’의논리속에흡수된다.전통과근대의대립적관계가근대에의한전통흡수의논리로재편된것이다.이러한장면은계몽의정신을설파하는장르로서의신소설이놓인어중간한,그러나불가피한입지를잘보여준다.전통이란결코타파해야할것도,버릴수있는것도아니지만계몽의논리에우선해서는안된다.전통을유지하면서도계몽을강조하는것이이소설이풀어내야할하나의전략인것이다.옥남의발언이혈연주의와가족주의의타파에까지이르지못한것은필연적인결과다.계몽의중요성을강조하기위해전통적가치를대타적인부정의항으로설정한것,그럼에도불구하고옥순·옥남남매와어머니가해후하는장면에서보여주듯가족공동체의복원을새로운국가설립의근간으로설정하는이율배반적태도야말로어쩌면이인직의계몽,혹은신소설이놓여있는전통과근대사이의미묘한균열을보여준다할수있다.그러므로옥남의‘흡수’논리는전통을결코삭제하지않고서근대의정신과계몽의필요성을역설하고자한작가의의도가섬세하게피력된불가피한선택인것이다.

안타깝게도작품속에서계몽의기획은결코제대로실현되지않는다.최병도에서옥순·옥남남매로이어지는세대론적플롯을통해계몽에대한아버지대의희구는자식대의미국유학으로이루어지는듯보이지만귀국이후의실천적행위로이어지지는않는다.이인직이제시한계몽의기획은애초에많은한계점을내포하고있었다.부패한나라를개혁하고혹세무민한민중을구제한다는목적을내세우는이면에는그것이신문명에개안한소수의특권층에의해가능하다는인식이자리잡고있다.이인직소설의한계는아마도자기의시대를규정짓는조건과한계상황을타자적으로사유하지못하고이미결정화된체계로받아들인지식인의한계라말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