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산문)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현기영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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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등단 41년, 12년 만의 세 번째 산문집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 대작가 현기영의 회고록이다. 또한 늙음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올해로 등단 41년이 된 노작가의 3번째이자 12년 만의 산문집으로, 2002년부터 2016년까지 틈틈이 써오고 발표해온 산문 37편을 묶었다. 늙음을 접하면서 오는 인간으로서의, 소설가로서의 슬픔, 상실감과 또 그것을 받아들이며 생기는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현기영

저자현기영은1941년제주에서태어나서울대영어교육과를졸업했다.1975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아버지」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순이삼촌』(1979)『아스팔트』(1986)『마지막테우리』(1994),장편『변방에우짖는새』(1983)『바람타는섬』(1989)『지상에숟가락하나』(1999)『누란』(2009),산문집『바다와술잔』(2002)『젊은대지를위하여』(2004)를출간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과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을역임했으며,신동엽문학상(1986)만해문학상(1990)오영수문학상(1994)한국일보문학상(1999)등을받았다.

목차

1부
인생길끝에무엇이있는지뻔한데
뭐그렇게힘들게갈것있나

노년
오늘도걷는다마는
폐가
송순필무렵
독난리와몰난리
신생
잠녀의일생
두꺼비
깅이통
별바라기

2부
소설가는늙지않는다

나는사과한다
마지막시민
덩덕개
이름들
이른봄숲에가서
남의살
선과악
시간의강물을거스르며
죽은자는힘이세다
강의자유

3부
당신,왜그따위로소설을쓰는거요

선흘리의불칸낭
메멘토모리
바다열병
순이삼촌
외할아버지
서정시쓰기어려운시대
반영웅론
사시나무
오래된낙인
압도적인불행과문학

4부
늙으며흙내가고소해진다는말

자작나무의유혹
강정이울고있어요
산방산,그평지돌출의역사
초원의빛
오래된것이새로운것이다3
박영근의슬픔
빼앗긴이름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소설가는어떠한절망속에서도
인생은살만한가치가있다고
독자에게말해야한다”

등단41년,14년만의세번째산문집
소설가현기영에게울림있는늙어감을배우다


우리현대사의비극과이면을작품에올곧게새기며독자에게깊은울림과감동을전하는소설가현기영의산문집『소설가는늙지않는다』가출간됐다.올해로등단41년이된노작가의3번째이자14년만의산문집으로,2002년부터2016년까지틈틈이써오고발표해온산문37편을묶었다.이산문집에서“싸우는동안증오의정서가필요”했던소설가는노년을지나면서“이제는비극에서정과웃음을삽입하는일을꺼려서는안되겠다”고고백하며,“사랑이란두글자”앞에“머리를조아려사과를한다.”
이책에는늙음을접하면서오는인간으로서의,소설가로서의슬픔,상실감과또그것을받아들이며생기는변화가고스란히담겨있다.노경에접어든소설가는말한다.“이전과는다른삶을꿈꾸게되었다.노경에서누릴수있는즐거움들이적지않는데,그중제일큰것이포기하는즐거움이다.”소설가는“이전것들에너무아등바등매달리지않고흔쾌히포기해버리는것”을즐거움으로받아들이고“얼굴은주름잡혔지만심장만은주름살이생기지않는그러한자유로운삶”(작가의말)을페이지마다눌러적었다.

글쓰는자는어떠한비극,어떠한절망속에서도,인생은아름답다고,인생은살만한가치가있다고독자에게확신시키는것이중요하다는각성이생겼다.이제는비극에서정과웃음을삽입하는일을꺼려서는안되겠다.(……)그리고싸우는동안증오의정서가필요했고,증오가가득한가슴으로는‘사랑’이란말만들어도속이느끼했는데,이제나는그사랑이란두글자에대해서도,그것을노래한사랑의시에대해서도머리를조아려사과를한다.(74쪽)

“노년은도둑처럼슬그머니갑자기온다
인생사를통하여노년처럼뜻밖의일은없다”


안나푸르나트레킹에올랐던소설가는“인생의우여곡절처럼산굽이를돌고오르락내리락하면서우리를녹초”(20쪽)로만들어놓곤했던길에서재잘재잘떠들고노래를부르는소녀들을보고생각한다.“나의저먼과거에서한떼의아이들이함께어울려조잘거리고노래부르며인생길을걸어가기시작했지.길위에서쏟아지는눈과비,폭염의시련을견디며우리는자라나장년을누리고차츰늙어갔지.”그시간뒤에소설가의눈시울을뜨겁게한건“인생길,그길을한참가다가낙오자들이하나둘씩”(21쪽)생겨났을때다.처음엔죽음을인정하지않으려고전전긍긍했던그들.그러다가“인생길끝에무엇이있을지뻔한데,뭐그렇게힘들게갈것있나,하면서”씩웃고만그들.먼저간그들이그리운소설가는눈물을떨어트린다.
“누구나처음에는자신의몸속에진행되는늙음을부정하고거부하려고한다.”(11쪽)소설가도그랬다.이빨이흔들리고빠질때는고개를갸우뚱했다가,두개가빠지고서야‘아하,내가늙었구나!’하며탄식을내뱉었다.“특히정년을맞아일에서쫓겨났을때,노년은더욱갑작스럽게느껴진다.평생시간에쫓기면서시간의노예로살아온탓에이제그시간에해방되었음에도전혀해방감을느끼지못한다.”(12쪽)노작가는이제TV드라마를보고도눈물을글썽인다.눈시울도입꼬리도아래로처졌다.코아래로,양쪽입꼬리아래로여덟팔자의금이새겨졌다.「순이삼촌」으로제주4·3사건을세상에널리알리며,이후소설로시대의이념문제를정면으로끌어냈던대작가현기영이접하는노년이다.

오래전,노거수(老巨樹)라는단어를처음만났을때의기쁨을나는아직도기억하고있다.아름드리해묵은나무를그렇게한단어로축약하여부를수있는게너무나좋았다.잘어울리는이름이었는데,그때문에나무의지위가한층더격상된느낌이었다.당시에고교교사노릇을하고있던나는그때부터아이들앞에서“우리도노거수처럼인생의끝까지성장을멈추지않는기똥찬삶을살아보자”하고허세떨기를좋아했다.(131쪽)

‘시민의적이면서최후의시민’이야말로
진정한지식인,진정한작가가아닐까

인생은아름답다,우리뒤에올세대들이
인생에서죄악,억압,폭력을말끔히씻어내어
삶을한껏즐겁게누릴수있기를…


제주4·3사건을소재로한작품「순이삼촌」을쓸때,소설가는“4·3사건을말하지않고서정시를쓰는것은야만”이라고다짐했다.“오랜세월동안독재정권을겪으면서발설못하게철저히금압당해왔기때문에”소설가는그것이“서정도웃음도들어갈수없는절대적사건”으로여겼다.그러나이제는세월이많이흘렀다.군사독재는물러났고,발설하지못했던사건들도이제는자신의모습을어느정도보여줄수있게되었다.노작가가문학을대하는모습도변했다.“4·4의글쓰기도조금은너그러워야”하지않겠냐며“모든걸엔터테이먼트와쇼로만들어버리는이경박한시대에해묵은엄숙주의만을고집하다가는비웃음을당하기십상이지않겠는가”(72쪽)하며스스로에게반문한다.
이제일흔이흘쩍넘은소설가는『소설가는늙지않는다』에서오랜시간지켜온문학적의식마저과감하게벗어던지고,때로는지키며새로움을향해나아간다.“비극을더선명하게보여주기위해서라도서정과웃음을작품속에적절하게배치하는것이필요”하다고인정하면서도동시에“사악한전체인사회에서맞서저항한‘시민의적이면서최후의시민’인진정한작가”로남고자한다.늙었기에,“허리를굽혀앉은뱅이노랑제비꽃을찬찬히들여다볼수있는자유”(작가의말)를얻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오랜시간삶의비극을그대로옮기려고노력했던소설가는말한다.“소설가는어떠한절망속에서도인생은살만한가치가있다고독자에게말해야한다”고.

『소설가는늙지않는다』는대작가현기영의회고록이다.또한늙음에대한아름다운이야기다.소설가는더는노년을겁내지않는다.“어른은자신의아이시절에서배운다.그시절의아이가늙은나를꾸중하면서잊어버린것들,잃어버린것들을일깨워준다.”(59쪽)그러면서도사시나무잎의떨림,“진정할수없는설렘,그아름다움”을전혀몰랐던젊은시절은이미다보냈다.소설가의노년은아름답다.“한해를마감하는저들판이아름답듯이인생의노년도충분히아름다울수있다고우리는생각한다.노년은갑자기놀랍게,두렵게마감되는게아니라저금빛의풀밭과단풍든나무들처럼아름다운모습으로서서히사라져가는것이다.”(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