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강정 산문)

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강정 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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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스물두 살 시인으로 데뷔해 25년 동안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시를 써온 강정 시인의 ‘울음’에 관한 에세이 『그저 울 수 있을 때 울고 싶을 뿐이다』. 어릴 적 삼촌이 지어준 별명 “짬보”처럼 울음에 관한 한 도사였던 시인은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울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 속에 갇혀 있는 것일까?”를 되물으며 써내려간 글들은 이전의 강렬한 스타일이 도드라진 에세이집 『나쁜 취향』과 『콤마, 씨』에서 벗어나 유년의 추억과 늙어감의 고독을 바라보는 진솔한 시선이 드러난다. 분별 가득한 “아픈 말”들이 떠도는 세상 속에서 진실한 욕망을 되찾고 기어이 ‘못 우는 울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문장들은 한 편의 노래가 되고 시가 되어 읽는 이의 어두운 마음에 “빛의 소리”로 울려 퍼진다.
저자

강정

저자강정은1971년겨울,부산에서태어났다.말로표현해야할걸눈물로만터뜨렸던아이였으나서른을넘기면서뒤늦은푼수끼(?)가발동했다.그렇게웃음과울음,분노와자책이뒤섞인양서류변온동물이되었다.시인이되겠다는생각을해본적없으나스물두살에덜컥시인이되어버렸다.이후25년동안어리둥절·좌충우돌하면서『백치의산수』등여섯권의시집과『콤마,씨』등세권의산문집을냈다.이책이열번째책이다.노래를부르면몸이덜아프고스스로를놓아버리면영혼이덜아프다는걸이제는조금깨닫는중이다.늘‘0살’을지향한다.제4회시로여는세상작품상,제16회현대시작품상,제3회김현문학패를수상했다.

목차

프롤로그
:내가쓴다른이의글들

1부
ㆍ여름보다뜨거운겨울남자
ㆍ물위에뜬촛불하나
ㆍ서울이라는욕망의잠수함,또는변두리잠망경
ㆍ취미가뭐냐고?
ㆍ아담이되고싶었던때
ㆍ그건대체누가썼던걸까
ㆍ동물원,지도에도없는지구의표본
ㆍ나는왜모조라이진씨(Mr.MojoRisin’)에게다시열광하는가
ㆍ돌의웃음을보여줄수있을까,과연?
ㆍ내어둠이당신에게빛의소리로울릴수있다면
ㆍ가능한미혹들
ㆍ울고싶은여자의못우는울음
ㆍ침묵의춤
ㆍ그것은과연노래가되고시가될수있을까
ㆍ아픈말,취한말,죽음이외면할말
ㆍ죽음의원펀치─소설가박상륭송사

2부
ㆍ소녀시대를보며잠들다
ㆍ엘리베이터가만약옆으로움직인다면?
ㆍ코끼리를이해하려면코끼리그림을멋대로그리지말라
ㆍ라스베이거스를떠나당신만의사막으로가라
ㆍ우리의‘똥배’는얼마나불가해한진실인가
 ─영화〈비포미드나잇〉에부쳐
ㆍ꿈을꿈꾸다
ㆍ이것은용龍이꾸는꿈
ㆍ내가‘그것’을‘노인’이라부를수밖에없는이유
ㆍ사랑에관한짧은이야기에관한단한편의소설
ㆍ검은영혼의강에서건져올린‘자수정’의언어들
 ─영화〈슬램〉에부쳐
ㆍ목마르요,차라리죽음을주소!
ㆍ시의허방,혹은세계라는영사관
 ─시에관한몇개의변설

수록작품

출판사 서평

세상의눈치와분별속에서
‘못우는울음’을품고사는
우리들에관한특별한이야기

시인강정,5년만의에세이출간!

울음이란,말로표현할수도번역할수도없지만
나의솔직한무언가를가장정확하게표현해주는것이다


1992년스물두살의나이에시인으로데뷔해25년동안자기만의독특한시세계를구축해온시인강정이‘울음’에관한에세이를펴냈다.이전의에세이집『나쁜취향』과『콤마,씨』에서도드라졌던강렬한스타일의글과는달리시인의유년시절부터데뷔시절,시인으로살아온시간에대한성찰들,2014년4월의아픈기억과최근소설가박상륭선생을떠나보낸심정을담은일화등이잔잔하면서도단단하게펼쳐진다.유년시절하도울어별명이‘짬보’였던부산‘촌놈’강정이처음시를쓰기로결심한열일곱의어느해,등단소식을전해들은스물두살젊은날을이야기하며1부를시작한다.욕망의잠수함과도같은서울에대한사색,직장생활당시의갑갑함,고흐가죽기전마지막70일을머물렀던프랑스오베르쉬르와즈여행당시의고독등을솔직하게풀어놓으며때로는우스꽝스럽게,때로는격렬하게자신을드러내는글들에는하나같이가슴에얹혀있는어떤설명하기어려운,그러나공감할수밖에없는울음에관한정서가깊이흐르고있다.

어릴땐,울음에관한한도사였다.삼촌과삼촌친구들이지어준별명이‘짬보’였다.아침식탁에계란프라이가없어서울고,혼자화장실가는게무서워울고,어머니가집을비워도울었다.

세상의눈치와분별탓일까.
어느날나는울지못하는어른이되어있었다.

가슴을가로막고있는게너무많다.
나는‘내가생각하는나’속에오래갇혀있었던건아닐까.

그저,울수있을때울고싶을뿐이다…….

강정은“어른의심정”으로는더이상낼수없는“몸안에오랫동안내장된”갓태어난아이의울음소리를흉내낸다.그러나울음을토해내고싶은충동은자꾸우는모습에대해생각하고우는모습에거울을들이대는“계산적인울음”으로나타날뿐이다.세상이요구하는조건아래“전면적자기성찰”이자“고통의표현”으로서의울음은점점사라져버리는시대에강정은슬픔을느낀다.우리모두가‘내가생각하는나’속에오래갇혀있었다는느낌.그건스스로만든감옥이자,스스로를알고있다고생각하는많은이들이그어놓은불합리한관계의굴레이다.
그굴레에서벗어나기위해서강정은사진을찍는다.화가고흐가머물렀던프랑스의작고조용한마을오베르쉬르와즈의어느골목,어떤사람,사물들을카메라에담으며비로소스스로도잘알지못했던자신을마주한다.

“화가반고흐가육안으로볼수없는밤하늘별들의소용돌이를그렸다면,시인강정은보이지않되계속뛰고있는심장을건져내어글로그린다.홀로고독하고아름답되,바람에휘둘리고버팅기며조용히울고있는듯하다.눈을감고가만히들어보자.무엇이들려오는지…….”
-강금실,前법무부장관現법무법인원변호사

고흐가그림[까마귀가나는밀밭]의배경이된밀밭에‘고독’을그려넣었듯이시인강정은타국에서느끼는고독을통해‘내가생각하는나’에서잠시벗어나해방감을느낀다.동물원을묘사하는대신동물원을빠져나가는우리의길고긴그림자를묘사하는특별한방식으로,시인강정은“못우는울음”을품고사는우리에게그해방감과도같은위로를건넨다.나이를먹어서도찾아오는사랑,이별후의울음,혼자부르는쓸쓸한노래,말이아니라침묵과표정으로드러나는마음상태를스스로차분하게느낄수있도록강정은우리에게울음을되돌려주는것이다.

“누굴사랑하면더그런것같습니다.”
3일간의식음전폐끝에써내려간
박상륭소설가송사


무엇보다울음의끝에놓인영원히풀수없는‘죽음’에관한이야기는곡진하다.7월1일타지에서조용히생을마감한박상륭소설가에관한일화(「죽음의원펀치?소설가박상륭송사」)는인간적으로도예술적으로도경외해마지않았던선생을향한절절한슬픔과그리움이녹아있다.“나를위해울지도슬퍼하지도말라,차라리축하나하라”는선생의유언에도불구하고강정은울음을터뜨린다.“이제너만의죽음을연구하고완수하라”는의미로선생의죽음을받들고한동안몸과마음을앓으며끝내마지막인사를건넨다.“죽음을감축드립니다.”
침묵하고싶었으나할수없던말,언제든내뱉으면“아픈말”이되어버리는4월의세월호사건과생존자학생을이야기하는「아픈말,취한말,죽음이외면할말」은“내가아프지만그아픔이결코당신의것으로이전될수는없다는절박한진실”을보여주면서도,고통의시절에도여전히포기하지않고,“그럼에도,쓴다”는자세를지닌시인강정의다짐을보여준다.“그러지않으면내가아프고삶이아프고죽음이아프고세계가아플것이기에.”그것이바로“더큰슬픔의공명통”을울리는시인강정의울음이다.

“울고싶다.더살고싶어서그러는것일테다.
노래하고싶다.더잘죽고싶어서그러는것일테다.”
-본문139쪽

내어둠이당신에게
빛의소리로울릴수있다면


강정은주위의풍경과사람뿐아니라지극한영감으로다가오는노래와영화이야기또한들려준다.한때많은여성들의로망이었던에단호크의“똥배”가나오는영화[비포미드나잇]을보며느낀늙어감의슬픔,만인을향해소리칠수밖에없었던억압받은흑인들의육성이담긴영화[슬램],노래가되고시가되는삶그자체를살아온패티스미스와마약같은열기로젊은이들의마음을뒤흔들어놓은록가수한대수의노래들이2부에실려있다.모두한시절의도하지않았음에도품게된,그“못우는울음”과도같은내면의어둠을비춰주는“빛의소리”에관한글이다.한때스쳐간소중한인연처럼이노래와영화들이시인의마음에두고두고영향을주었듯,5년의기다림끝에세상밖으로나온시인강정의산문또한시가되고노래가되어우리에게표현할수도번역할수도없는,그러나잊지못할울음으로다가온다.

“다시,울음소리를듣는다.
(…)
이삶이사실은거대한죽음의밭에서피어난짧은기간동안의현존일뿐이라는것을깨닫게하는울림과파동.”
-본문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