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슬퍼하고기침하는존재.
그러나,뜨거운가슴에들뜨는존재.”
“단테이후가장위대한우리모두의시인”
20세기중남미시단의거장
세사르바예호의시선집,20년만의재출간!
“나는신이
아픈날태어났습니다.
아주아픈날.”
파블로네루다의친구지만다른길을갔던시인,
체게바라가가장많이필사한시인세사르바예호!
46세에세상을떠난페루시인세사르바예호가남긴시는많지않다.생전에출간된시집으로『검은전령』(1919)과『트릴세』(1922),사후에출간된시집으로『스페인이여!나에게서이잔을거두어다오』와『인간의노래』(1939)가있을뿐이다.그러나그가세계문학사에남긴궤적은너무도뚜렷해서아르헨티나의보르헤루이스보르헤스,칠레의파블로네루다,멕시코의옥타비오파스와더불어20세기중남미를비롯한세계문단에상당한영향을미친거장으로평가받는다.특히우리에게도잘알려진파블로네루다와는동시대파리를무대로활동한중남미시단의거장이라는공통점때문에살아있을때부터누가더훌륭한시인인가하는비교의대상이되었다.후에네루다는바예호를기리는시두편을써서둘을비교하는이들을맹렬히비난하고,바예호를가리켜“하늘과땅,/삶과죽음에서/두번이나버림받은/내형제”라고노래했다.미국의시인이자신부토머스머튼은바예호를가리켜“단테이후가장위대한우리모두의시인”이라했고,영국시인마틴시모어-스미스는“모든언어를통틀어20세기의가장위대한시인”이라고평가했다.뿐만아니라정현종,민용태,문정희,최승호,김소연,한강,심보선,진은영,김선우,임솔아,정혜윤,이현우,김한민등세대를막론한국내유명작가들도바예호에대한사랑을고백한바있다.
바예호시집을기다려온,
시를사랑하고,새로운시에목말라하는독자들에게
가뭄의단비같은책
이런위상에도불구하고세사르바예호는국내독자들에게아직까지낯선시인으로남아있다.국내에그를소개하려는시도는여러번있었으나학술대회나논문같은학문적인접근은바예호를일반독자들에게까지알리는데한계가있었고,다른중남미시인들의작품과함께단편적으로소개된시는중역이거나너무적어진면목을파악하기가어려웠다.바예호의시를원전번역하여엮은시선집이두차례출간되기는했지만그마저도오래전에절판된상태다.그중『희망에대해말씀드리지요』(고혜선역,문학과지성사,1998)는평균중고가가출간당시책값의10배인7만원을웃돌아바예호시집을구하고싶은독자들의안타까움을샀다.
이시선집은고혜선번역가가『희망에대해말씀드리지요』에수록된시들을부분적으로다듬고,아직번역되지않은시들을추가로번역한책이다.미수록시에서4편,『검은전령』에서43편,『트릴세』에서36편,『인간의노래』에서24편을엄선하고,『스페인이여!나에게서이잔을거두어다오』15편전체를번역해총122편의시를수록했다.특히조지오웰,어니스트헤밍웨이,생텍쥐페리,앙드레말로,파블로네루다,시몬베유등수많은지식인들이자발적으로참여해‘지식인들의전쟁’이라고도불리는스페인내전을생생히그려낸『스페인이여!나에게서이잔을거두어다오』가완역된것은국내에서처음있는일이다.고혜선번역가는바예호시의보편적울림이독자들에게제대로전달될수있도록안데스지역스페인어의특징이나중남미문화?역사적사실들에대해꼼꼼히주석을달았다.근20년만에재출간되는이번시선집은그동안바예호시선집을기다려온열혈독자들에게는물론새로운시에목말라하는독자들에게도가뭄의단비같은책이될것이다.
“한때인생이아주싫었던날에
나는바예호를읽으며버텼다.”
고통앞에선인간의맨얼굴로
연민과희망을노래한세사르바예호
“우리는대부분의예술에넌더리가난다.바예호는예술가로서쓰지않는다.그는한인간으로쓴다.”_찰스부코스키(미국시인,소설가)
세사르바예호의시에서가장먼저감지되는것은삶에대한비극적시각으로,이것은시인의삶과밀접한관련이있다.그는가난한집안의막내로태어나학업을위해어린시절부터가족을떠나살았던고아아닌고아,억울한누명을쓰고감옥에갇힌죄수,체포의두려움속에서파리로향한도망자,평생을따라다닌가난으로고통받으며병마와싸운환자였다.이처럼늘가난하고병약한그가긍정적이고낙천적이며경제적으로큰고통을겪지않은파블로네루다와는다른방식으로자신의내면세계를표출한것은어쩌면당연한일일것이다.
“지금나는이유없이아픕니다.나의아픔은너무나깊은것이어서원인도없지만그렇다고완전히원인이없는것도아닙니다.그원인이무엇일까요?아무것도그원인이아닙니다만어느것도원인이아닌것또한없습니다.”_「희망에대해말씀드리지요」부분
희망에대해말하겠다는제목과달리이시는시종일관‘고통’에대해말한다.그럼으로써고통이지나간자리에남아있는희망이아니라고통그자체라는희망에대해생각해보게한다.그는자신의고통을미화하거나외면하지않고거리낌없이털어놓는다.“내말뒤에숨어있는/혀에한방을쏠까하다가그만두었다.”(「오늘처럼인생이싫었던날은없다」)고고백하기도하고,“내몸의뼈주인은내가아니다./어쩌면,훔친건지도모른다./아니면다른이에게할당된것을/빼앗은건지도모른다./내가태어나지않았더라면,/나대신에다른가난한이가이커피를마시련만.”(「일용할양식」)하고말하며죄의식에시달리기도한다.“나는신이/아픈날태어났습니다./아주아픈날.”(「같은이야기」)이라는말로고통스러운세상에태어난것자체를원망하고,“항상안온했던당신은,그러나,인간의/고통에대해관심조차없습니다.당신은멀리계십니다.”(「영원한주사위」)라며신을향해서도서운함을토로한다.
바예호는자신의고통에만머무르지않았다.그는신에게서내쳐진인간,고통받는인간에대한깊은연민을느낀다.“문이란문은모두두드려/모르는사람일지라도안부를묻고싶다.그리고/소리없이울고있는가난한이들을돌아보고/모두에게갓구운빵조각을주고싶다.”(「일용할양식」)는소망을내비치기도하고,“넘어져서아직울고있는아이가사랑받기를./넘어졌는데도울지않는어른이사랑받기를.”(「두별사이에서부딪치다」)기원한다.초기작부터말년의시에이르기까지면면히담겨있는이‘인간에대한연민과희망’은오랜시간이지나도세계의수많은사람들이그의시를잊지못하는가장단순하고인간적인이유다.
인간은슬퍼하고기침하는존재.
그러나뜨거운가슴에들뜨는존재.
그저하는일이라곤하루하루를연명하는
음습한포유동물,빗질할줄아는
존재라고
공평하고냉정하게생각해볼때…
(…)
인간이때로생각에잠겨
울고싶어하며,자신을하나의물건처럼
쉽사리내팽개치고,
훌륭한목수도되고,땀흘리고,죽이고,
그러고도노래하고,밥먹고,단추채운다는것을
어렵잖게이해한다고할때…
(…)
내가사랑함을알고,
사랑하기에미워하는데도,
인간은내게무관심하다는것을이해한다고할때…
인간의모든서류를살펴볼때,
아주조그맣게태어났음을증명하는서류까지
안경을써가며볼때…
손짓을하자내게
온다.
나는감동에겨워그를얼싸안는다.
어쩌겠는가?그저감동,감동에겨울뿐…
_「인간은슬퍼하고기침하는존재」부분
전투가끝나고,
한사람이죽은전사에게다가옵니다.
“죽지마!내가너를얼마나좋아하는데!”
그러나죽는사람은그냥죽어갑니다.
두사람이와서말했습니다.
“우리두고가지마!힘내!다시살아나!”
그러나죽는사람은그냥죽어갑니다.
스물,백,천,오십만의사람들이와서절규합니다.
“이렇게많은사랑도죽음앞에서는소용이없구나!”
그러나죽는사람은그냥죽어갑니다.
수백만명이모였습니다.그리고애원했습니다.
“형제여,여기있어줘!”
그러나죽는사람은그냥죽어갑니다.
그러자전세계만민이몰려와그를에워쌌습니다.
감동을받은슬픈시신은그들을보았습니다.
그리고천천히일어나
맨처음에온사람을껴안았습니다.그리고걸어갔습니다.
_「XII.대중」전문
세사르바예호시집소개
『검은전령』
1918년완성하여1919년7월에출간되었다.서시에해당하는「검은전령」을포함총69편의시가실려있다.19세기말중남미에서태동한모데르니스타문학운동의특징인색채감과음악성이두드러지는시집이다.
『트릴세』
1922년에출간되었으며,로마숫자로표기된총77편의시가수록되어있다.유럽에서초현실주의가위세를떨치기전에그런기법을사용했다고평가받는시집이다.제목‘트릴세trilce’는사전에도없는말인데,이에대해서는여러가지설이있다.시집출판에30솔,즉‘트레스리브라스treslibras’가필요했는데시인이‘트레스’라는말을여러번반복하다가나온발음이‘트릴세’였고,그소리가마음에들어시집제목을‘트릴세’로붙였다는설,‘세배로달콤하다’,즉‘세배triple’와‘달콤한dulce’의합성어라는설,‘슬픈triste’과‘달콤한dulce’의합성어로보는설이있다.
『인간의노래』
1923년파리로이주한후부터사망할때까지쓴시중에서『스페인이여!나에게서이잔을거두어다오』의15편을제외한유고시집으로,총95편의시가실려있다.
『스페인이여!나에게서이잔을거두어다오』
세계의지성인들에게1936년에서1939년까지지속된스페인내전은상당한영향을준다.1932년부터정식으로프랑스영주권을얻어서파리에거주하고있던바예호는내전의와중에문우가르시아로르카가살해당한것에큰충격을받고두차례스페인을방문,스페인내전을15편의시로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