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이덕무의 매혹적인 일침)

시의 온도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이덕무의 매혹적인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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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덕무의 시가 나를 홀로 서게 했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다간 조선 최초의 모더니스트 이덕무
그가 희망과 절망을 넘어 온몸으로 써낸 128편의 명시들!!
촌철살인의 시에 응축된 자존감. “절망은 희망처럼 허망하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의 말이다. 삶이란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다. 만약 절망이 허망한 것처럼 희망도 허망한 것이라면, 희망이 실체가 없는 것처럼 절망도 실체가 없다. 희망도 없고 절망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희망을 품지도 말고 절망할 필요도 없이 당당하고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 된다. 여기 희망과 절망을 넘어 자신의 삶을 거침없이 살다간 조선 최초의 모더니스트가 있다. 이덕무. 사상적으로는 북학파, 문학적으로는 백탑파로 조선 최초로 청나라의 근대적 지식을 받아들였으며 성리학적 규범의 문장을 버리고 동심과 개성과 실험과 일상과 조선의 시를 썼다.
저자

이덕무

李德懋,1741~1793
북학파실학자.영·정조시대에활약한조선최고의시인이자에세이스트.가난한서얼출신으로정규교육을거의받지못했으나스스로의힘으로학문을갈고닦았다.흔히‘책만읽는바보(간서치看書癡)’로잘알려졌으나,지독한독서편력만큼이나시에대한열정과문장실력,탐구정신이타의추종을불허할만큼대단했다.조선의정경을그대로담아낸‘진경시’,어린아이의천진함같은‘동심의글쓰기’,‘기궤첨신’이라평가받은참신하고통찰력있는수많은시와산문을남겨멀리중국까지이름을떨쳤고한시4가라는영예로운호칭을얻었다.1792년개성적인문체유행을금지하는문체반정에휘말렸음에도사후정조대왕의지시로국가적차원에서유고전집『아정유고雅亭遺稿』가간행될만큼대문장가로인정받았다.당대최고지성인박지원,홍대용,박제가,유득공과교류하면서‘위대한백년’이라불리는18세기조선의문예부흥을주도했다.이책에서는이덕무의삶과철학을담은오래된활자들이시간의강을건너와얼어붙은일상을깨우는매혹적인일침이된다.

목차

들어가는말동심,일상,개성,실험,조선의시인

1.하늘과땅사이를가득채운모든것이시다
2.말하지않고말하고,드러내지않고드러낸다
3.좋은시는울림을준다
4.살아움직이는생물
5.압축과생략의묘미
6.기이하고괴이하고날카롭고새롭다
7.글로표현하기어려운것을글로표현하는방법
8.매미에담은마음과귤에새긴삶
9.진경산수화와진경시
10.놀이와장난과창작
11.백탑의맑고순수한우정
12.시에는소리가있다
13.조선의시를써라!
14.기하실유금과『한객건연집』
15.나의절친박제가
16.시에는감정이있다
17.시화詩話,시품詩品,시평詩評
18.자연을묘사하는법
19.시에는색깔이있다
20.삶의온도냉정과열정사이
21.시에는경계가있다
22.사랑
23.영처?處의미학
24.매화의미학
25.나의스승나의벗박지원
26.시를많이짓지않은박지원
27.누구나시를지을수있고,누구나시인이될수있다!
28.소설은구조의문학,시는직관과감각의문학
29.담담함과읊조림
30.산문같은시,시같은산문
31.풍속화와풍속시
32.이덕무와신천옹
33.아방가르드정신-이덕무와김수영
34.중심과주변
35.언어의선택
36.꿀벌은꿀을만들때꽃을가리지않는다
37.가난한날의벗,유득공
38.이덕무와달
39.삶의냄새
40.청계천수표교풍경
41.봄날햇볕과가을서리
42.거울과동심
43.시감상법
44.꽃에미친바보,김덕형
45.국경을초월한우정
46.시회詩會와동인同人-서재문화혹은정자문화
47.일상의묘사
48.소설은스토리,시는메시지
49.시흥詩興과시정詩情
50.희망과절망
51.이덕무와굴원
52.이덕무와도연명
53.생활의발견
54.기호와취향-윤회매
55.소완정의주인,이서구
56.인생의세가지즐거움
57.세검정풍경
58.시를짓지않을수없는이유
59.왜시를읽는가?
60.기묘한발상
61.관물觀物-바라본다는것
62.향토시-이덕무와신동엽
63.득오得悟-깨닫는다는것
64.기이한시인이용휴
65.한시의미학
66.시와에피그램
67.큰처남백동수
68.작은처남백동좌
69.자득의묘미
70.한바탕울만한곳
71.그림같은시,시같은그림
72.시와계절의기운
73.오직성령性靈을드러낼뿐
74.슬픔과체념사이
75.시인과궁핍
76.작은것의아름다움
77.운율과리듬
78.감성과사유
79.절문切問의미학
80.시와여행
81.시짓는어려움과괴로움
82.검서체-실험과창조
83.작고양금酌古量今-옛시와새로운시
84.시가바로그사람이다!
85.관재의주인,서상수
86.아정雅亭-이덕무의시는우아하다

출판사 서평

여름날병들어누워

간혹가난때문에병얻으니病或因貧得
내몸돌보는일너무도소홀하네謀身奈太?
개미섬돌에도흰쌀알풍족하고?階豊素粒
달팽이벽에도은글씨빛나네蝸壁耀銀書
약은문하생향해구걸하고藥向門生乞
죽은아내좇아얻어먹네粥從內子茹
병얻어도오히려독서열중하니猶能耽卷帙
굳은습관일부러고치기어렵네結習故難除
_167쪽에서

담담함과초탈함이느껴지는시다.이덕무는가난한서얼출신으로정규교육을거의받지못했으나스스로의힘으로학문을갈고닦았다.흔히‘책만읽는바보(간서치看書癡)’로잘알려졌으나,지독한독서편력만큼이나시에대한열정과문장실력,탐구정신이타의추종을불허할만큼대단했다.조선의정경을그대로담아낸‘진경시’,어린아이의천진함같은‘동심의글쓰기’,‘기궤첨신’이라평가받은참신하고통찰력있는수많은시와산문을남겨멀리중국까지이름을떨쳤고‘한시4대가’라는영예로운호칭을얻었다.1792년개성적인문체유행을금지하는문체반정에휘말렸음에도사후국가적차원에서유고전집『아정유고雅亭遺稿』가간행된대문장가였다.

비난을환호로바꾼이덕무의힘
이덕무의시를혹평한대표적인사람은자패子佩라는사람이다.“비루하구나!이덕무가지은시야말로.거칠고서툰사람의비루함에안주하고,오늘날의자질구레하고보잘것없는풍속과유행을즐겨읊는다.지금의시일뿐옛시는아니다.”18세기조선의문인연암박지원은자패의혹평을비판하면서,이덕무의시는오늘날조선의풍속과유행을읊고있기때문에,만약공자가살아돌아와다시시의경전인『시경詩經』을편찬하는작업을한다면반드시이덕무의시를채록할것이라고역설했다.

천안농가에서쓰다

묵은찹쌀로담근술맛있게김오르니紅米爲?暖欲霞
털모자쓴글방선생날마다찾아오네氈冠學究日相過
낫을찬꼴머슴은갈대베다쉬고있고園丁斫荻腰鎌憩
냇가의수건두른여인빨래하며노래하네溪女挑綿首?歌
서리내린들녘에는벼쪼아먹는기러기쫓고?稻霜陂驅白?
볕쬐는언덕에는고양이숨겨국화를지키네蔭猫陽塢護黃花
타향의사투리는객지의시름을잊게하니旅愁消遣?鄕話
깊고깊은흙담집에누워서듣네臥聽深深土築窩
_212쪽에서

자패는유득공의숙부유금이다.그런데흥미롭게도유금은이덕무의시를훗날청나라에가져가서반정균에게“이덕무의시는평범한길을쓸어버리고새로운길을열었다”는최고의비평을받아왔다.한때는이덕무의시가중국의옛시를닮지않았다고비방하고비난했던사람이이덕무의시야말로참된조선의시라고찬미하는입장으로바뀌었다.그렇지않았다면왜당시이름없는시인에불과했던이덕무의시를청나라까지가져가서비평을받으려고했겠는가?옛것에익숙한사람에게새로운것은거부감과반감을일으키기쉽다.하지만새로운것의가치와의미를깨닫는순간거부감과반감은호감과수용그리고환호로바뀐다.

동심,일상,개성,실험,조선의문학가
이덕무는동심의시를썼다.이덕무는어린아이의마음처럼항상거짓꾸밈없는진솔한시를썼다.이때문에이덕무의시에는자연사물과사람들에대한그의진실하고솔직한감성,기운,마음,뜻,느낌,생각들이잘담겨있다.생동生動하는이덕무시의생명력은다름아닌동심에있었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둘째,이덕무는일상의시를썼다.이덕무는세상의모든존재는각자나름의가치와의미가있다고여겼기때문에특별한곳에서시를찾지않았다.이덕무에게는일상생활에서마주하는모든것들이시의소재요주제였다.특히이덕무는사람들이별반가치나의미가없다고무심히지나치는주변의하찮고사소하고보잘것없는것들의아름다움을시적언어로포착하는데있어서타의추종을불허하는달인이었다.셋째,이덕무는개성적인시를썼다.개성적인시를썼다는말은옛사람을답습하거나흉내내는혹은다른사람을모방하는시를쓰지않고자신의색깔이담긴시를썼다는뜻이다.이덕무는아무리잘쓴시라고할지라도옛사람과다른사람의시를닮거나비슷한시는가짜시요죽은시라고말했다.반대로비록거칠고조잡하더라도자신만의감성,기운,뜻이담긴시는진짜시요살아있는시라고했다.넷째이덕무는실험적인시를썼다.옛사람의시를닮지않은,또한다른사람의시와비슷하지않은개성적인시를짓기위해서는어떻게해야할까?이덕무는그방법을실험적인시,모험적인시,도전적인시에서찾았다.실험과모험과도전이없다면어떻게새로운시가나올수있겠는가?창작이란새로운글을쓴다는뜻이다.그런점에서답습,모방,흉내가창작의적이라면실험,모험,도전은창작의친구라고할수있다.실험과모험과도전이없었다면기궤첨신奇詭尖新한이덕무의시는결코탄생할수없었을것이다.다섯째이덕무는‘조선의시’를썼다.앞서살펴본동심의시,일상의시,개성적인시,실험적인시의미학이집약된이덕무의시학詩學이바로‘중국사람의시’와는다른‘조선사람의시’라고할수있다.당대사람들이시의전범이라고숭상한이백과두보등중국의시는중국의풍속과풍경,중국사람의감성과기운그리고뜻과생각이담겨있을뿐이다.이덕무는자신은조선사람이기때문에조선의풍속과풍경,그리고뜻과생각이담긴시를써야한다고생각했다.그렇지않다면조선사람이중국사람을닮으려고하거나비슷해지려고하는것과다를게뭐가있겠는가?

단호하게내리는눈처럼일깨우다
모던한감성의고전연구가한정주는이덕무를좋아하는만큼김수영을좋아한다고말한다.두사람에게서공통적으로발견할수있는것은아방가르드정신이다.아방가르드정신의본질은‘혁신’이다.혁신은이전시대와는다른새로운것을추구하고,상상하고,실험하고,도전하고,모험하고,개척하고,생산하고,창조한다.혁신을위해필요한조건은‘불온성’이다.불온해야낯익고익숙한것을거부하고부정할수있으며낯설고익숙하지않은것에대한두려움과공포에서벗어날수있다.‘불온함’이야말로‘살아있음’의증거다.글이불온하지않다면그글은죽은글이요,사람이불온하지않다면그사람은죽은사람일뿐이다.이덕무의시는때론짐짓뒷짐을지고,때론언땅에무를자르듯단호하게내리는눈처럼우리의정신을일깨운다.독자들의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