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 (최문희 에세이 | 이제는 엄마나 딸이 아닌 오롯한 나로)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 (최문희 에세이 | 이제는 엄마나 딸이 아닌 오롯한 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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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자를 위한 인생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난설헌』의 작가 최문희가 들려주는 엄마와 딸, 그리고 나답게 사는 법
『난설헌』의 작가 최문희의 에세이 『내 인생에 미안하지 않도록』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한 여자의 인생을 가로질러온 관계와 행복에 관한 55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한 사람의 아내, 그리고 엄마로 사느라 미처 자신을 보듬지 못했던 한 여자가, 여든여섯 해 삶을 되돌아보며 여자로서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과 관계, 인생에 관한 통찰을 더하거나 숨기는 것 없이 진솔하게 그려냈다. 어떠한 미화도 없이 담백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그럼에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생 자체가 발현하는 아름다움을 꾹꾹 눌러 담았기 때문이리라. 나이가 지혜가 된 한 노작가가 전하는 인생 이야기가, 삶 그리고 관계로 힘에 부쳐 하는 이 땅의 모든 여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깊은 위로를 안겨줄 것이다.
저자

최문희

경남산청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사범대학지리교육과를졸업했다.
1995년장편소설『서로가침묵할때』로국민일보문학상,같은해『율리시즈의초상』으로작가세계문학상을받으며작가의꿈을펼쳐냈다.소설집『크리스털속의도요새』(1995),『백년보다긴하루』(2000),『나비눈물』(2008)이있고,2011년『난설헌』으로제1회혼불문학상을받았다.그외장편소설은『이중섭』(2013),『정약용의여인들』(2017)이있다.
현역작가로매일같이글을읽고쓰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여자로엄마로살아온시간
엄마와딸,그영원한숙명
미안해,정말미안해
나를보듬지않았던세월
차창에비친다른얼굴,닮은표정
맞잡은손의온기
성긴잠
너무이른깨우침
오후의외출
강아지루비
철이들면
해거름

2장지금이좋아
창가에와서성이는인수봉
홍차한잔,영혼의맛
내작은울타리
겨울의맛
절제의미학
온전히나를위한시간
느슨한식탁
대봉의떫은맛
늙음이무슨자랑이냐고
내리막길
참새방앗간
한량운

3장나를키운영혼의거름
오간지너울같은11월햇살
남사마을이야기
하얀신작로
좁쌀알갱이보다작은것들
구구단외우기
기억을소환한장소
불편한속삭임
아웃사이더의운명
경모제敬慕濟
부스러지는시간
그녀의온기

4장기대를접으면홀가분해
머뭇거리는비루함
풀꽃향기
보내줄게
차와동정
만날사람은만나게돼있어
손님대하듯이
졸혼
죽음이삶을키우다
촘촘한거름망
꽃샘미소

5장내이름으로불리는삶
지금이대로
내이름으로불리는인생
여행영원한매혹,가방을꾸릴때
거기바다가있어
말의무덤
바닥으로납작엎드려
나를키워준영혼의거름
아무것도할수없는날
마침표를찍어야할때
나의글방스승들
해마다반복하는다짐

에필로그여자로산다는것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고단한세월의터널을지나이제야제이름으로선
한여자의이야기

“지금이편안해요.
내시간속에내가안주한다는만족감이나를자족하게해줘요.
나이들면서터득한건,‘조금사이를두자’에방점을찍자는거예요.
자녀,친지,친구까지도내곁에서얼마쯤밀어냈어요.
거기있겠거니하면서그들의기척을느껴요.
먼발치에서도그들이뿜어내는고른숨결을,
은은하게스미는체취를감지할수있어요.
듣고,보고,만지지않아도서로속내의문양을기척으로알아요.
자의든타의든내나이가되면
무관심,무간섭이라는세계밖으로나가는문이열리나봐요.”

이땅에서여자로살아간다는것은과연무엇일까?여기,거친세월을온몸온마음으로다받아내고이제야오롯한‘나’로서게된한여자가있다.바로예순한살의나이에『서로가침묵할때』를발표하며등단하여2011년『난설헌』으로제1회혼불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최문희다.
생애첫에세이이기도한『내인생에미안하지않도록』에는관계와행복에관한지혜의글들이실려있다.이책의중심서사는‘관계’다.특히이세상에서가장가깝고도먼부모자식사이,‘미움과사랑이버무려진’복잡미묘한관계의양상을가식없이진솔하게포착해내고있다.저자가자신이쓴소설에서보여준특유의세밀화같은촘촘한묘사는에세이에서도유감없이발휘되는데,스쳐가는삶의순간,그때느껴지는감정,생각들을놀랍도록진솔하고생생하게기록하고있다.이에세이를읽다보면내속마음을들킨것같아흠칫흠칫놀라면서도한편으로는안도하게될것이다.바로‘나만그런게아니었어’라는깨달음에서오는안도감이다.

무턱대고인생이아름답다말하지않는글
그럼에도도리어눈부시게빛난다!

삶에지워진여러역할을감당하느라오롯하게‘내이름으로불리는인생’은생각지도못하는이들에게,저자의인생이야기는잠시자신을둘러싼관계들에서한발짝물러나있는그대로자기삶을바라볼수있게해준다.저자는말한다.나도그대들처럼고단하고아팠지만,인생을살고보니행복한관계의비결이다름아닌‘거리’에있었음을알게되었다고.너무치대지말고거리를두고흘러가게하라고.

누구도내일과에걸림돌이되는건편하지않다.아무리귀여운손자라고해도세시간지나면힘들어진다.나만힘든게아니다.어린아이도자기방식이있게마련이다.(…)내가애들에게엉성한건아니다.서로편안하게하는것이사랑이고존중이라적절한사이를만드는배려다._「성긴잠」중에서

딸로,혹은아내로,엄마로살면서‘이런감정을느껴도될까’싶은순간이있다.부모자식이라는이유로,가까운친구란이유로무작정좋아할수도,모든걸받아들여줄수도없지만,그럼에도가족과친지에대한원망과미움이란감정은도통좋은것으로여겨지지않는다.가까운이를미워하는순간,스스로사랑이얕거나적다고자책하고한탄한다.그러나한여자로태어나딸로,아내로,엄마로얽히고설키며살아온저자는순수하고아름다운내용은지어낸것이고,실은인간사깊은속내에는순수무결하지않은감정,슬픔,노여움,미움,원망,아쉬움이있는게자연스럽다고말한다.심지어무조건적이고헌신적인사랑이라고일컬어지는모성애,부성애에서조차말이다.그럼에도그녀가사정없이들추어낸관계의민낯과고단했던인생이야기가어둡거나우울하지않고오히려한편의소설처럼애잔하고도아름답게느껴지는것은,비바람맞고울퉁불퉁한삶의질곡,불완전한인간이겪을수밖에없는고뇌와번민,바로거기에진정한아름다움이있기때문이다.중간에도망치지않고어떻게든자기에게주어진운명을우직하게살아낸사람만지닐수있는아름다움.긴세월동안자기몫의운명을묵묵히살아내며깨달은것들을저자는이에세이에아낌없이풀어놓았다.

혼자이면서함께,
행복하게살기원하는모든이들을위하여

사람사이에살짝거리를두어야한다는그녀의철학이조금차갑게느껴질수있다.그러나실은거리를두려는노력또한다른사람들과더불어행복하기위한것이다.저자는오히려사람은‘함께’살아야하는존재임을역설하고있는셈이다.

연근의숭숭뚫린구멍처럼가난한내영혼,다듬고가꾸려는직진행보를이젠멈춰야할때인것같다.살짝밀어냈던나의사람들,혼자라도좋다는그오만한행보는올곧지않았다.내가아닌우리,그작은공동체가서로에게빛이되었으면._「너무이른깨우침」중에서

세상물정에어둡고관계에서툰내게늘하나의축복이있다면만남이었다.내투박한손을잡아준동료.아직도내손마디에그녀의온기가맥맥이흐르고있다._「그녀의온기」중에서

이땅에서여자로태어나딸,엄마,아내,며느리의자리를감당하고사는일은분명녹록하지않다.어디여자뿐이랴.사람은누구나자기몫의등짐을지고걸어간다.힘겹지만그등짐에서완전히해방될수도없다.어떻게든웃고,울며,싸웠다가도다시부둥켜안고주어진삶을살아가야하는모든사람에게,저자의이야기는나를잃지않으면서도다른이들과조화를이루며살아갈수있다고말한다.살아온세월이지혜가된노작가의글들이,너와나사이에서어느한쪽으로치우치지않고두발로인생길을뚜벅뚜벅걸어갈수있도록현명한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