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장편소설)

노라와 모라 (김선재 장편소설)

$15.00
Description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은 이의 창가에,
이 소설을 놓아두고 싶다.”-김숨(소설가)
마음 둘 곳 없는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소설
시와 소설에서 동시에 미학적 탐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선재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두 여자가 재회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오게 되는 이야기이다. 심리적 결핍과 관계맺음의 공백 때문에 자신을 철저히 감춰야만 했던 인물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엄마가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침묵을 선택한 노라는 좀처럼 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런 노라에게 20년 만에 의붓자매인 모라가 연락을 한다. 모라 역시 친엄마를 떠나보낸 뒤 외부에 자신을 철저히 맞추며 살아왔다.
모라는 사업 실패와 계모와의 이혼 후 정처 없이 떠돌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라를 떠올린다. 이름도 생일도 비슷하지만 살기 위해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했던 두 자매가 기억과 경험의 편차를 넘어 어떻게 서로의 삶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저자

김선재

1971년경상남도통영에서태어나숭실대학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6년『실천문학』에소설을,2007년『현대문학』에시를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얼룩의탄생』『목성에서의하루』,소설집『그녀가보인다』『누가뭐래도하마』,연작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장편소설『내이름은술래』등을펴냈다.

목차

눈을감은사람
그들에게는그들만의
다시만난세계
반은맞고반은틀리다
있는것과없는것
말할수없는마음
노라
모라

혼자서하나가되는법……김숨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지금이순간에도우리는서로에게있고없다.
노라의말처럼“있거나없는것.그건우리의잘못이”아니다.
그래서우리는곁에‘있었지만없었던’존재를기억하고그리워하고,
‘애쓰는마음’을놓지못하는걸까.-김숨(소설가)

아무도모르는생애,아무도모르는죽음
가까운곳에조용히떠다니는생의물음표들

나지막한문장과섬세한시선으로삶과죽음의평행관계를역설하는작가김선재의두번째장편소설『노라와모라』가출간되었다.소설가이면서시인이기도한작가는지극히평범한사람들이살아가는애틋하고특별한삶의순간들을시적인언어로풀어내어왔다.그리고이제『노라와모라』를통해선뜻손내밀지못했던존재들의희미한삶한가운데로독자들을인도해낸다.우리의이웃이자나자신이기도한세상의모든‘노라와모라’들에게말이다.
『노라와모라』에서작가김선재는이전작품들에서도관심있게다뤄온소외된인물들을가족의연으로다시엮어낸다.그의작품에서꾸준히등장하는관계가바로‘엄마와딸’,‘아빠와딸’이다.이번에는혈연과서류로묶인가족이온전히하나가되지못하고다시혼자가되고마는중에‘죽음’을계기로삶에한걸음더나아가는인물들의이야기를그린다.그리고가족이라는이름으로희생되는개인들의역사가어떻게지금이사회에서온전히일어설수있을지고민하게만든다.

섞이다보면하나가될수있을까?
함께인순간에도더없이외로운날들에
우리를누군가에게로견인하는기억의연결고리

이야기는노라의독백으로시작된다.노(魯)가성에돌배나무라(?)자를쓰는‘노라’는자신이어째서이런이름을가지게되었는지의이유와거친손바닥의촉감으로남은아버지에대한기억을읊조린다.어린딸을두고어느밤에갑자기죽어버린아버지의유품은엄마도처음본다는눈감은사진뿐이다.아이딸린과부가되어딸에게냉담한엄마의영향으로노라는어른이되어서도매사에무심하고다른사람에게쉽게공감하지못한다.말대신침묵으로일관하기를선택한노라에게언제부턴가회사는시끌벅적한회식을강제하고,그길로노라는회사를관둔다.
그런노라가새로취직한곳은채소의종자를구별해파는가게‘명농사’다.똑같은종자를심어도여건에따라다르게자라고,겉모양이똑같아보여도실상다른종자인것들을보며세상일에조금씩마음이여는노라는자신에게몇차례걸려온부재중전화의발신자가동일하다는것을알게된다.수화기너머들려오는낯선목소리는20년만에듣는의붓자매모라의것이다.7년을함께한노라의엄마와계부가이혼한지20년만에모라가아버지의부고소식을알리기위해전화를걸었고,노라와모라는그렇게‘죽음’을계기로연결되었다가헤어지고또재회한다.
독특하게작품의중반에이를즈음소설의화자는노라에서모라로바뀐다.노라의기억에서발화되던서사는모라의기억으로치환된다.엄마가집을나간후,일터에나가는아빠를기다리며보살핌없이지내야했던‘모라’는누구에게도모나지않은사람이되기위해속내를드러내지않는다.그런모라의기억은노라의기억과조금씩같으면서다르다.아버지와달리두딸에게공평하지않았던계모에대한기억,방과후자신을기다리는노라를뒤로하고부러다른약속을만들었던일들까지같은장면이만들어내는전혀다른기억들이조우한다.그럼에도노라와모라가동일하게간직하는유일한장면은바로태풍이지나가던어느밤의기억이다.

“딱한번,노라의이불속으로기어들어간적이있었다.태풍이지나가던어느밤이었다.(……)그언젠가처럼따뜻하고안전한곳이간절했다.(……)그게내가엉금엉금기어노라의이불속으로들어간이유였다.(……)생각해보면그때내가느낀건상대적인온도였고절대적인고요였다.혼자가아니라는고요하고따뜻한실감.나는한동안혼자라는걸깨달을때마다그밤의순간을떠올리곤했다.어쩌면20여년만에노라에게연락을할용기를낼수있었던건그밤의기억때문인지모르겠다.내게는있고노라에게는없는,살을맞댄실감의기억말이다.”-「있는것과없는것」

“나는이불을뒤집어썼다.더자고싶었다.뭔가가내이불속으로들어온건내가다시잠이들던순간이었다.차고낯선감각이팔뚝과등허리에닿았다.흠칫놀랐지만나는움직이지않았다.차고말랑말랑한그감각이모라의손이고,다리고몸이라는걸닿는순간깨달았기때문이었다.뒤집어쓴이불속에서모라와내숨소리가섞이는게느껴졌다.(……)같은방에서자고깼지만살이닿은건그때가처음이었다.”-「그들에게는그들만의」

혼자서하나가되는법을알아가는삶
단하나의희망만으로도살아가는인생

소설의주인공‘노라와모라’는위태롭게소외와학대의경계를지나는이사회의약자들과닮아있다.각자의몫을감당해야하는인생의순리는강자에게도약자에게도똑같이부여된다.그렇기에척박한땅에서피어난생명의몫은때때로가혹하다.하지만“혼자서하나가되는법을배워”가는것이삶이라고말하는인물의속내에는그럼에도불구하고자신과세계를이어주는희미한연결고리가있다.작가는‘노라와모라’를통해우리가간직한아픔과외로움이기실모든인생의본질임을보여주며,이러한공감을통해타인을향해마음여는데까지이르게한다.
살기위해궁핍한기억을지우려애쓰지만따뜻했던기억은꼭붙잡아야했던노라와모라.이들이함께한7년의기억중에유일하게일치했던‘실감의기억’은불가해한삶의고통속에서도우리를연대하게만드는작은발원이존재한다고이야기한다.세상의가장자리에서의지할곳하나없다고느껴질때,그럼에도살아있는한만남은계속된다고말이다.누군가와이어지는삶에는온기가흔적으로남아계속해서우리를앞으로나아가게한다고믿어볼수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