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16.51
Description
이 책은 개별 의사들의 사색을 그린 예쁜 수필이 아니다. 오히려 안타깝고 처절한 환자들의 사연과 저자의 분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장 보고서’에 가깝다.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살배기 아기는 수술해줄 병원이 없어 길거리를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 힘겹게 살려놓았던 자살 시도 환자는 얄궂게도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미 죽은 몸으로 병원에 실려 왔다. 이 책의 저자 김현지는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들을 살리고자, 그들의 목숨을 붙들어놓고자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는 손쓸 틈도 없이 목숨을 내려놓았고, 어떤 환자는 살 수 있음에도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그렇게 10여 년간 수많은 목숨을 하릴없이 떠나보내며, “대신 살아줄 것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환자의 매몰찬 말을 들으며 그녀는 깨달았다. 의학이라는 영역 너머의 것이 있다는 것을. 현대 의학의 발전만으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병원 밖으로 나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의사로 일하며 만난 환자들의 사연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서의 시선을 함께 엮어냈다. 각각의 사연은 하나같이 안타깝고 애달파서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눈물 흘리게 만들며,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어떤 사연은 나에게도 반드시 일어날 일이기에 두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후에 따뜻함과 희망의 기운이 감도는 것은,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와, 그런 의지를 가진 이들 덕에 조금씩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이 듬뿍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사회적 지위가 무엇이든, 가난하든 부자이든 그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해지도록 돕고 싶다는 저자의 순수한 의지는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줄 것이다.
저자

김현지

서울대학교병원권역응급센터진료교수
서울시의사회정책이사

내과전문의이자우리모두의존엄한삶과죽음을위해보건의료정책전문가로활동하고있다.서울대학교의과대학과동대학원을졸업했다.인턴때부터전문의가된지금까지요양병원,중환자실,응급실,암병동등다양한병원을두루거치며수없이많은죽음과마주했고,다양한환자들과만났다.
어떤이는가난하다는이유로치료를거절했고,또어떤이는그리힘들게살려놓았는데도자살시도끝에차디찬몸으로되돌아왔다.누군가는더이상살고싶지않으니죽여달라고애원했다.가난한탓에,정책과제도가미비한탓에인간답게살지못하고인간답게죽지못하는사람들이있었다.그러면서사그라드는생명뒤에는정책의부조리,제도의부재,차별이존재한다는것을점차깨달았다.제도가변하지않는다면,아무리의사가병원안에서사람을살리려애쓴들사람들은병원밖에서죽어나갈것임을알게되었다.
더많은사람을,사회를살리기위해병원밖으로나서서목소리를내기시작했다.의료현장의생생한목소리를전함으로써보다많은이들을더건강하게만들수있도록보건의료정책을보완하고,또잘못된정책을바로잡기위해애쓰고있다.지금은잠시임상현장으로돌아와서울대학교병원에서환자들을만나고있지만그녀의이상과목표는언제나변하지않는다,‘만인에게성취가능한최선의건강을위하여.’

목차

추천의글
프롤로그|포기하지못하는사람

1장.죽음
나는환자를잘죽이고싶다
소년의DNR
가난한자의죽음
현대의학의한계
병원에사는사람들
이상적인나라
의사가바라는단한가지
I’msorry

2장.삶
성인중환자실의아가야
돌아온탕아
당뇨병을앓고있던김영호씨와김영호씨
방콕에서온그대
보이지않는자들
우리가살리지못한생명들
술에대한단상
결핵을아시나요

3장.경계
의과대학에서가르쳐주지않는것들
나의특이한직업병
소개팅과돼지껍데기
아말피에서
바람이불지않는곳
주80시간만일하기위한투쟁

4장.그너머
나의신병
이게다농협때문이다
중환자실의캘빈
홈즈는과연올것인가
하루에몇번이나프로포폴을맞는사람
재래시장과마트,그리고병원
이제는말할수있다

에필로그|나의캐치프레이즈

출판사 서평

★★★이국종교수강력추천★★★

“잘살리고잘죽이는것,
내가바라는것은고작그뿐이다.”
서울대학교병원내과의사가말하는병원너머숨겨진이야기

“나는이책을몇명이탐독할지알수없다.
그럼에도저자의노력은반드시활자화되어야했다.
뼈를깎아내는것에비유될정도로힘든내과의사생활동안,
그리고국회의원실에서일하는동안
이런백서를남겨준저자의노력에경의를표한다.
정말보기어려운귀한활자들이세상에남았다.”
-아주대학교병원이국종교수

“얼마든지예방할수있고완치할수있는병으로
사람들이죽어가는모습을볼때,
나는의사로서가장격렬한분노를느낀다.”

#1.
전주의한고속도로에서두살배기아기가교통사고를당했다.
곧인근병원으로이송되었지만,모든응급실이사용중이라는이유로거절당했다.
즉시전원을요청했지만주변열세곳의병원그어디에서도아기를받아주지않았다.
결국아기는아주대학교병원에서치료받기로하고헬기에올랐지만
사고가발생한지12시간만에숨을거두었다.
아주대학교병원은전주와는무려200킬로미터나떨어진곳이었다.

#2.
눈내리던크리스마스이브,모처럼고요한응급실이었다.
갑자기병원이시끄러워지더니응급대원이새하얀천으로덮인침대를밀고들어왔다.
번개탄을피워자살한,손쓸틈도없이떠나버린환자라고했다.
‘이좋은날자살이라니….’
씁쓸한마음으로천을거둔나는그자리에서몸이얼어붙었다.
한달전쯤,내가입원시켜겨우살려놓았던환자였다.
30대,아까울만큼젊었던그는끝내자살시도에성공해주검의모습으로되돌아왔다.

#3.
요양병원에누워만있는김할아버지는병세가그리심각하지않았다.
그저자주넘어지고,음식을삼키는일이전처럼쉽지않았을뿐이었다.
요양병원은그런할아버지에게음식을공급하는‘콧줄’을끼웠고,
자꾸만그걸빼려는할아버지의손을묶어놓았다.
안그래도노쇠한할아버지의손은점차굳어갔다.
침대에만누워있느라욕창이생겼고,근손실이왔다.
할아버지를묶어둔억제대를잠시나마풀어주려는나를보며
간병인은짜증스럽게혀를찼다.
할아버지에게남은일상이라곤침대에누워멍하니창밖을바라보는일뿐이었다.

이안타까우면서도저릿한,누구라도“대체,왜?”를부르짖게만드는이이야기들은모두지금이순간대한민국에서벌어지고있는현실이다.
서울대학교병원내과의사가기록한
병원너머죽어간목숨들에대한이야기!

이책에는저자가대학병원중환자실,암병동,응급실,요양병원에서근무하며목격한수많은환자의사연이담겨있다.10년이넘는시간동안저자가맞닥뜨려야했던수많은죽음들은우리의가슴을답답하게만들고,눈물흘리게하며,때로는분노하게만든다.꼬박꼬박약을챙겨먹고병원에들러야한다는저자의말에어느환자는손사래치며그녀를무력하게만든다.
“이봐,의사양반.대신살아줄거아니면아무말도하지마.”
그렇게그녀는숱한환자를만나며현대의학만으로는결코환자를살릴수없음을가슴깊이깨달았다.

“병원에서일하며자연스럽게알게되었다.
의학이라는영역너머의것이있다는것을.
치료방법이없어서가아니라,적절한제도와법이없어서죽는사람도있다.
10년간그렇게허무하게떠나가는환자들을보면서깨달았다.
그리고동시에,임상의사로서의한계와무능력을재확인해야했다.”_본문중에서

그녀는환자가누구든간에힘껏살리고싶었고,최소한떠나보내더라도편안히해주고싶었다.그리고그방법은현대의학이아닌다른곳에있었다.그렇게그녀는더많은사람을살리기위해병원을나서기로결심했다.

“간절히살리기위해,또잘죽이기위해
나는병원밖으로나와야했다!”

그녀는이후줄곧목소리를냈다.물론들이는노력에비해변화는견디기어려울정도로더뎠다.가끔은그더딘변화에지쳐무기력과회의감이파도처럼밀려들었고,모든걸내려놓고싶기도했다.외로웠다.병원밖세상에는함께눈을맞추고어떻게치료해야할지머리를맞대는든든한동료들이없었다.

“김선생,우리가이렇게노력한다고세상이정말바뀔까요?”
“……바뀌어야죠,바뀔겁니다.”
힘주어대답했지만나역시애써불안감을눌러야했다.
사실그대답은나에게하는것이나마찬가지였다.
나도지칠때마다,뼛속까지늘흔들렸으니까._본문중에서

그럼에도그녀는포기하지않았다.100개를바꾸려고노력하면적어도하나는바뀌니까.그렇게믿고노력하는사람이있어야만세상이바뀌니까.그녀는여전히아픔에신음하는환자와보호자들을만날때마다끊임없이어떤정책과제도가미비한지살피고,통계를뒤지며환자들을대변하려애쓴다.그렇게환자너머‘세상’을건강하게만들기위해분투한다.이책에는저자를의사로서자라나게만든애달픈환자의사연들과,그틈에서어느환자도포기하려하지않았던치열한분투의흔적들이그대로녹아있다.

“그렇게보람과회의,기쁨과우울사이에서
아슬아슬한줄다리기를하며살아간다.
모든의사가그러하듯이.”

먼저이책에는누구나맞닥뜨리는사람의‘끝’이담겨있다.외과의사가촌각을다투는급박한죽음과마주한다면,내과의사인그녀는처절하고지난한죽음과마주해야했다.10년넘게죽음을지키는의사로살면서점차죽음에익숙해졌고,환자를‘잘떠나보내는’방법이존재한다는걸알게되었다.

“나좀죽여줘,선생님.”
어안이벙벙했다.몇초쯤아무생각이들지않았다.
적잖이당황해돌처럼굳어있는내게그녀는더없이담담한목소리로말을이었다.
“어차피곧죽을거잖아.뭘먹지도못하는데배는잔뜩불러서갑갑하기만하고.
선생님,나이제그만살아도될것같아.
가족들이랑인사도다했으니까조용히보내줘.”_본문중에서

내몸을조절하지못한다는자괴감과무력감앞에현대의학은무엇을해줄수있을까?의사는임종을앞둔환자에게어떤사람이어야할까?수많은환자의임종을지키며그답을찾아온그녀는조심스레고백한다.환자를살릴수없다는사실이자명하다면,나는기꺼이‘잘죽이는의사’가되어평안한죽음을돕고싶다고.

또한이책에는그녀가의사로서만났던외로이아픈사람들의‘삶’이담겨있다.어떤사람은그렇게까지아프지않아도되는데도유난히더아프다.그녀는현대의학만으로는해결할수없는아픔과사회적차별앞에으스러진건강과생명에대해털어놓는다.이는비단그들이‘가난해서’,‘소수여서’일어나는일만은아니다.너무낯설고어려워보이는탓에전문가가아니면들춰보지않으려했던보건의료정책은덕분에여기저기허점이있고,그허점은어쩌면우리를더아프게만들수도있다.세상곳곳의면면을담은환자들의이야기는‘더나은세상’에대해한번더생각해보게만든다.

이책은‘김현지’라는한의사의노동기이자분투기이며,생과사로써그녀에게귀중한가르침을남겨준모든환자와보호자들에대한헌사이다.동시에더많은생명을살리기위해세상에던지는질문이기도하다.‘만인에게성취가능한최선의건강을위하여.’수십,수백번을반복한그녀의캐치프레이즈는굳세면서도따뜻하다.이책을읽고나면‘우리는더건강하게살아갈수있다’는그녀의낙관적인생각을한번쯤은믿어보고싶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