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이제부동산은끝났다고들이야기했다.그녀의생각은달랐다.우리나라에서‘집’과‘땅’은특별한의미가있다고생각했다.맹목적이고도지나칠정도의‘집’과‘땅’에대한집착과소유욕은쉽게버려지는게아니었다.최소한해방둥이세대인그녀세대에게는그랬다.”
“내집마련은비단주거의안정때문만은아니다.어느순간부터개인의사회적,경제적위치를말해주는바로미터가되어있었다.그집이어디에위치하는가가매우중요한시대가되었다.투기과열지구에살고있다는것은내집의자산적가치가그만큼높다는의미이자,동시에지속해서상승한다는반증이기도했다.”
집은어떻게해서‘사는곳’에서‘사는것’으로바뀌었나
-그때집을꼭샀어야했을까?
2021년대한민국에서가장큰문제는팬데믹을제외하면부동산이다.급격하게오르는전세가와매매가에대한이야기로연일신문과뉴스에도배되었다.주택보급률이100%를넘었는데도주택가격이안정되기는커녕,여전히고공행진중이다.정부가아무리‘집을거주공간이아니라,투기수단으로전락시키는일’을용납하지않겠다고해도사람들은여전히‘온몸과영혼을끌어모아집장만’에뛰어든다.주택에대한정부의규제가심해질수록사람들의주택에대한열망은오히려더커지고있다.젊은층에서도가장먼저달성해야할게‘집’이되어버렸다.예전에는결혼한뒤에애를갖고집을샀지만,지금은집이있어야결혼도하고애도가질수있다고생각한다.집을장만한사람은여유있게미래를준비하지만없는사람은항상불안할수밖에없다.집을통해‘거주의가치’와‘자산의가치’를함께실현하려는꿈을너무도일찍부터포기할수밖에없는‘집없는젊은세대’의‘이중고통’은더욱더깊은상실감을불러오기도한다.
저자는이책을쓰기위해여러사람을만났다.어머니의친구분을만나지난삶의여정을들으면서,주택마련이삶의목표였다고사실을확인한다.또지인과집과강남에대한솔직한대화를나누었는데,서울에서최대주택구매층으로떠오른30대와주거환경이뛰어난서초와강남권의입성을서두른다는40대들과주로대화를나누었다.주택과관련한지극히사적이고,흥미로운이야기를녹여내재구성했다.
이책의주인공은30년나이차이가나는두모녀다.우리사회에서가난과풍요로움을동시에경험한세대인1945년생어머니와처음으로‘나’자신을표현하기시작한세대였지만,대학교졸업과동시에국가부도위기를경험한불우한세대인1975년생딸의눈을통해바라본집과강남에관한이야기다.
1부는2017년8월,다주택자는집을팔거나임대사업자로등록을하라는정부의권유에따라70이넘은나이에임대사업자가된어머니에관한이야기다.어머니는셋방살이,내집마련,아파트이주를경험하고마침내강남진입에성공한우리사회의전형적인중산층이다.어머니세대에게집은일차적으로‘사는곳’으로서의거주공간이지만,이와동시에자식과자신의노후를위해반드시마련해야하는‘사는것’으로서생계수단이다.
2부는2019년12월하루가다르게급등하는전세가격을보며어머니말대로집을샀어야했다고후회하는1975년생큰딸의이야기다.처음에큰딸은어머니와달리집은‘사는게’아니라‘사는곳’이라며내집마련에는관심없었지만,전세입자로겪는주거불안정때문에마침내집은역시‘사야하는것’이라고생각한다.그런데큰딸세대는더나아가내집마련을넘어,어렵게마련한집이어디에있는지가바로자신의사회적,경제적위치를말해주는,주택이상품화(Housingcommodity)된시대에살고있다.
3부에서는좀더깊은이야기를통해강남,아파트,집을둘러싼우리시대의욕망과자화상을돌아봤다.강남에입성한이는자신의사회자본과문화자본을바탕으로경제자본을형성하며,강남이라는공간을생산해낸다.강남은처음에는기회의땅이었지만,40여년의세월이지난지금은강남출신이아니면강남에진입하기가어려워졌다.
집을둘러싼두세대간의이야기는현재한국사회의모습을있는그대로매우솔직하게드러낸다.집문제를정확하게들여다보지못하면한국사회의실상을온전하게파악하기힘들것이다.이책에등장하는여러사람의이야기는언론보다더생생하고현실감있게우리사회부동산의문제를이해할수있게해준다.
공허한약속보다는똘똘한집한채가더믿음직스럽다
-‘영끌’을해서라도포기할수없는자가소유
정부는‘집을거주공간이아니라,투기수단으로전락시키는일’을용납하지않겠다고으름장을놓았지만,가격이오를것이라는기대감을막을길은없다.저자는오히려정부의1차원적대응이주택시장을혼란스럽게했다는점을지적한다.시장에서예측할수없는일들이일어나는데정부는대책을마련하는게아니라오히려끌려다니는느낌이었다.
주택이왜투기수단으로전락되었는가?2021년대한민국은아직도서민이안심하고살수있는나라가아니다.그리고주택을투기수단으로전락시키는일을용납하지않겠다는정부의약속을더이상믿는이도없다.대다수국민은부동산‘투기’가아니라‘투자’로여기고,‘그때집을꼭샀어야했다고’믿는다.
젊은층은집이없다는불안감과상실감에무모하게빚을내서집을산다.비트코인이나주식시장에뛰어드는것도결국집을사기위해서인데,어느정도목돈이모이면다들부동산으로옮겨갈생각을한다.자가소유를위해영끌까지하는젊은친구들에게공공임대주택정책은크게설득력을발휘하지못한다.집은거주공간이상의의미를넘어매우중요한자산이기에물질적욕구가점점팽배해지는상황에서가장기본이되는자가소유를포기하기란쉽지않다.그도그럴것이한국에서집값은IMF사태나세계금융위기등몇몇시기만빼면예외없이쭉상승해왔기때문이다.물론집을통한자산증식은노동의경시로이어질수있다.열심히일하는것보다갭투자를해서라도오를만한집을사는것이훨씬높은수익을창출하기때문이다.
강남은우리에게무엇인가?
-돈을찍어내는강남의아파트
2015년을기준으로우리나라전체인구(5,107만9,400명)의약3%,서울인구(990만9,400명)의약16%가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거주하고있다.1970년대이후한국의급속한경제성장과정에서과밀화되어가는구시가지의인구분산및서울의균형발전을위해개발되기시작한‘강남’이라는지역은세인들의많은관심과비판을동시에받는,사회적으로경계화된독특한공간이다.개발과정에서이미집중적인투기의대상이되었던강남은우리사회에서‘복부인’이라는신조어를만들어낸공간이기도하다.
우리사회의경우도시와자본주의의맛을본질적으로느끼기시작한건1970년대부터다.1970년11월5일서울시는새서울의균형발전을위해남서울개발을추진하는내용의‘서울시도시기본계획’을발표했고,정부는급팽창하는강북의인구를분산하려고강남개발정책을강력하게추진했다.강북의명문학교를강남으로이전해‘강남8학군’을조성하고,법원과검찰청같은공공기관과고속버스터미널도이전했다.그뿐만아니라애초강북왕복노선으로계획되었던지하철2호선을강남을포함한순환노선으로변경해건설했다.
강남구는정부의남서울개발계획에따라1975년탄생했다.당시강남구의면적은상당히커서오늘날의강남구,서초구,송파구를모두포함했다.이듬해인1976년반포동,압구정동,청담동,도곡동이‘아파트지구’로지정됐다.강남이라는특별한도시를인공적으로만드는데,강북의오래된부자가아닌신흥엘리트세력이단독주택이아닌아파트로들어왔다.우리사회에서강남이라는공간의형성은부의이동을가능하게했다.1980년대신흥엘리트계급이강남으로순식간에이동하면서단10년이란짧은기간에그들만의견고한성을만들어버렸다.강남은대한민국의중심이되어버렸다.
1970년대이후,강남의토지가격은1년사이에10배이상뛰어오르기도했다.1963년1평당400원하던강남의토지가격은1970년2만원,1975년10만원,그리고1979년에는40만원으로폭등했다.16년만에토지가격이1,000배나올랐다.
강남에너무집중화되니강남을분산시킨다면서,강남과교통을연결해제2,제3의강남을만들려고한다.그런식으로강남을중심으로계속신도시가연결된다.또정부는서울의인구분산과주택문제를해결하기위해신도시개발계획만수립하고나머지는다민간개발업자들에게맡겨버리는데,신도시의주택을비싼가격에팔아이익을남겨야하는민간개발업자들은어떻게든강남과연결하려고한다.그렇게강남에대한집중도는더욱더심화되며,‘강남불패’의신화도고착화한다.
강북에서큰마음먹고강남으로진입한사람과그렇게하지못한사람과의격차는엄청나게벌어지게마련이다.한때강남은기회의땅이었지만,이제는아무나입성하기힘든땅이되어버렸다.강남의역사와현실은한국사회의사회자본,문화자본,경제자본의성립과정과도밀접하게관련된다.
‘우리시대의생존과욕망,집의연대기’를가장생생하게전해주는르포르타주
저자는여러사례를잘녹여내독창적인방식으로집을둘러싼우리시대의욕망과모습을생생하게풀어냈다.일단집은‘거주하는곳’이라는이상적담론을넘어서서,집을자산가치로여길수밖에없는현실을있는그대로서술해나간다.어떤문제해결이나방향성을제시하기보다는일단우리가서있는현실을정확하게바라보는것은매우중요하다.거기에서시작해야길을잃지않고,가장효과적이고적절한대안도도출될수있을것이다.여전히한국사회의가장뜨겁고예민한문제는부동산문제다.이책에등장하는여러사람의이야기는각각의개인사를넘어,지금의한국이어떻게형성되었는지도엿보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