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플라멩코 추는 남자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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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야기의 끝에서 당신은
‘진짜 가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장편소설 『플라멩코 추는 남자』. 은퇴를 결심한 주인공 허남훈은 스스로를 위한 과제들을 마련한다. 과제는 대부분 소박한 것들이지만, 67세 노인에게 버거울 수도 있는 것들도 있다. ‘스페인어’와 ‘플라멩코’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반평생을 굴착기 기사로 살아온 주인공은 소위 말하는 꼰대 영감. 고집불통의 성격답게 주인공은 악착같이 그것들을 배워나가지만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맞닥뜨린다.

10년 역사의 혼불문학상은 올해 대대적인 재정비를 통해 상금을 7,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더 새롭고 의미 있는 문학상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상금뿐만 아니라 심사위원회의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 은희경, 전성태, 이기호, 편혜영, 백가흠 소설가가 본심위원으로 참여했다. 본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드라마적 스피디한 전개는 작가의 필력이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한다고 진단하면서 이번 수상작을 “코로나19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돋보인 작품으로 평가했다.
선정 및 수상내역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저자

허태연

이야기를만드는사람.서울에서태어나해남,제주,홍천에서유년시절을보냈다.돌아가신아버지를생각하며쓴장편소설『플라멩코추는남자』로제11회혼불문학상을수상했다.정많고강인한제주사람들,아름답고따뜻한제주의여름을회상하며장편소설『하쿠다사진관』을썼다.

목차

1.거래의조건…7
2.마흔하나,청년일지…13
3.늙다리청년의곧은필체…22
4.굴착기가사라지다…35
5.새로운관계를만들다…46
6.춤이라도출수있게…57
7.플라멩코를시작했습니다…68
8.당신,바람났어?…79
9.포기하고싶거든포기해라…90
10.자신이똑바로설공간을만드는것…103
11.궂은날도좋은날도…115
12.커피는한봉이정량입니다…128
13.만나봐야알일…144
14.플라멩코,내려올수없는자전거…158
15.미안하다,오늘에야너를찾아서…168
16.숫자만상대하면되니까…176
17.아빠의두번째선물…189
18.부드럽고매콤한김치파에야…198
19.내인생은나의것…215
20.플라멩코추는남자…226
21.다시,일상으로…256

심사평…269
수상소감…273

출판사 서평

스페인으로‘진짜가족’을찾아나선
한남자의플라멩코정복기

“그래,어쩌다이일을하게됐어?”
남훈씨가묻자늙다리청년의눈동자가흔들렸다.그것은인상적일만큼자그맣고희미한빛깔을띠고있었다.
“그냥뭐.기술이필요해서죠.”
청년이꼼꼼히마스크를추어올렸다.
“원래꿈은뭔가?결혼은했어?”
“그런것까지말해야하나요?”_본문7~8쪽

먼지가소복이쌓인봄날의작업장,그곳에주차돼있는거대한굴착기앞에서주인공허남훈이한청년을만나면서소설은시작된다.26년동안굴착기를운전해온남훈씨는은퇴를결심한뒤자신의중고굴착기를거래하기위해그곳에서청년을만난것이다.권위적인모습의전형적꼰대인남훈씨는그성격답게거래를하러온청년에게자신의굴착기자랑만잔뜩늘어놓은뒤이것저것캐물으며청년을괴롭힌다.원만히거래가성사되기만무하다.청년과의거래는불발되고이후남훈씨는몇명의거래자를더만나지만모두불발될수밖에없다.

“어떤언어형식을배운다는건새로운관계를준비하는것과같지요.이언어는미래의언어입니다.멋진기회와새로운만남이여러분을기다리고있어요.기억하세요.새로운언어형식이새로운관계를만듭니다.”_본문56쪽

고리타분한자신의성격을남훈씨는누구보다잘알고있다.반평생을굴착기기사로살아온그는은퇴를결심한뒤스스로를변화시키기위한과제들을마련한다.스스로의과제를하나씩해결해나가는것,어쩌면이것이남은생애동안남훈씨가이루어야할최종목표일지모른다.일종의버킷리스트이기도한남훈씨의과제는대부분‘청결하고근사한노인되기’같은소박한것들이지만‘스페인어배우기’나‘플라멩코배우기’같이67세노인에게는제법험난할수있는것들도있다.

남훈씨가과제를수행하는과정은결코순탄하지않다.‘해외여행’과제를수행하기위해스페인어학원에들어선남훈씨는젊은이들로가득찬교실분위기에몸둘바를몰라하지만,이내스페인어에매료된다.‘새로운언어형식이새로운관계를만든다’는스페인어강사카를로스의말한마디때문이었다.또한‘체력기르기’과제를수행하기위해찾아간플라멩코강습소에서첫시간목격한단한번의강사의춤사위에뜨거운열정을체감한다.고집불통의성격답게남훈씨는악착같이그것들을배워나가지만예상치못한우여곡절을맞닥뜨린다.그것은가족에관한문제였다.

개개인의삶을고단하게만드는코로나팬데믹
조금멀어졌던‘가족’이라는단어를재발견하는기회

가볍게저녁을먹고공항가는길.어둑한하늘에서싸라기눈이조금날렸다.운전대를잡은아내가비행시간에늦으면어쩌느냐고조바심을냈다.
“세시간이나미리출발했잖아요.걱정마세요,엄마.그나저나지금스페인은어떤풍경일까?말라가공항에내리자마자낙엽냄새가풍겨올까요?”
두손으로제어깨를안고선아는바르르몸을떨었다.
“그럼,닷새뒤에만나요.”
공항앞에서아내가말했다.추우니얼른닫으라는데도선아는창밖으로한동안손을흔들었다._본문227~28쪽

스페인어와플라멩코를배워나가는한꼰대영감의성장기.스페인어강사카를로스와플라멩코강사,그리고결국굴착기를임대해간청년과의만남속에서남훈씨는진정한가족의의미를깨닫는다.남훈씨는그들과의관계속에서마지막과제를마련한다.그것은‘진짜가족’을찾기위한과제이자,은퇴전에는결코해결할수없다고여겼던과제다.

67세남훈씨는과연자신의과제를모두수행할수있을까?가족이모르고있던또다른가족에대한문제를남훈씨는결국해결할수있을까?지금도여전한팬데믹은개개인의삶을고단하게만들고있지만,한편으론조금은멀어졌던‘가족’이라는단어를재발견하는기회가되기도한다.『플라멩코추는남자』의주인공남훈씨는지금우리모두가함께뚫고지나가고있는코로나19라는기나긴터널의한가운데에서같이걷고있다.이소설을통해기나긴터널반대편에서기다리고있는‘진짜가족’을발견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