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를 올리며 :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에게

셔터를 올리며 : 나를 키운 작은 가게들에게

$16.80
Description
부모님의 구멍가게에서 출발해 나의 편의점까지
한 가족이 작은 가게들을 통해 거쳐온 시대의 빛과 어둠
눈물과 웃음과 땀방울로 점철된 ‘자영업 연대기’
부모님이 가게 대신 넥타이를 매고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한 남자. 굴레였을까, 섭리였을까. 시간이 흘러 그 역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부모님과 같은 모양새로 카운터에 앉아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을 만나며, 그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자식들을 키웠는지, 작은 가게에 앉아 아빠는 어떤 꿈을 그렸는지, 누군가에게 공손히 고개 숙이며 어떤 다짐을 했을지, 부모의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짐작해본다.
『셔터를 올리며』는 현직 편의점 점주이자 에세이스트인 봉달호가 그동안 부모 또는 자신이 운영해온 가게들을 통해 인생과 시대를 돌아보는 자영업 연대기다. 평범해 보이는 가게에도 누군가의 인생이 끈끈하게 달라붙어 있음을, 밥벌이의 고단함과 삶의 모든 희로애락이 그 안에 온전히 녹아 있음을 이 책은 보여준다. 한 가족이 셔터 뒤에서 흘린 눈물과 땀방울의 흔적이, 저마다의 삶의 터전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응원과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봉달호

편의점주,에세이스트.

‘나’에대해이야기할수있는기둥으로단연‘가게’를꼽는다.현재자영업자이기도하지만,그에앞서부모님과내가운영하거나지나온가게를헤아려보면열손가락이모자랄정도다.그런숱한가게들이지금의나를만든셈이다.

편의점에서일하면서영수증뒷면,라면박스귀퉁이,휴대폰메모장등에틈틈이썼던글들이책으로묶여나오며작가가되었다.이젠편의점점주라는직업보다‘작가’라는호칭으로더알려졌다.
『매일갑니다,편의점』,『오늘도지킵니다,편의점』,『삼각김밥:힘들땐참치마요』등의책을썼고《조선일보》,《국민일보》등여러매체에칼럼과에세이를연재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껴입은얇은옷처럼

01.막걸리트럭앞자리―기억에대하여
정자교슈퍼(?~1980)

02.초인종이있는집―욕망에대하여
나주농약사(1981~1983)

03.바람이지나는길목―비상에대하여
소망분식1(1986~1987)

04.라면과최루탄―시대에대하여
소망분식2(1986~1987)

05.이끝과저끝―태도에대하여
포도밭갈빗집(1992~1993)

06.장사의기본―비밀에대하여
동진오리탕(1993~1996)

07.각자의길―이별에대하여
소주장학생(2000)

08.렉서스와졸업장―운명에대하여
명성숯불갈비(2003~2013)

09.아침꽃을저녁에줍다―용기에대하여
하하호호(2006)

10.나를찾아떠나는여행―사랑에대하여
해방편의점(2013~∞)

에필로그셔터를내리며

출판사 서평

자영업은판타지의무대가아니다!
현직편의점점주×작가봉달호의소금기가득한장사연대기

하루14시간편의점에서일하며틈틈이쓴글로책을내기시작해이제는엄연한에세이스트이자칼럼니스트로자리매김한봉달호작가.편의점에서의일상을유머러스하고생생하게풀어내면서자영업에세이의새지평을연그가,이번엔일상을넘어‘삶’이란기나긴무대위에서가게에대한새로운이야기를선보인다.구멍가게,농약사,분식점,갈빗집등오래전부터여러가게를전전했던부모님의모습을어깨너머로지켜보며커온저자는,이제어느덧자신의가게를십수년째운영해오고있다.지금까지지나온가게들을헤아려보면열손가락도모자랄정도이니이분야에서만큼은견줄만한상대를찾기어렵다.이책은현직자영업자봉달호가어릴적부모님이운영한시골점빵부터현재자신의편의점까지흘러온장사의연대기를돌아보면서,‘가게’라는곳에깃든인생과가족과시대를추억하는자영업에세이다.

2021년경부터출판계에서유행한편의점,서점,백화점,도서관,목욕탕,사진관과같은따스한공간들과달리,자영업자봉달호가『셔터를올리며』에서그리는가게는무작정아름답기만한판타지속그곳의모습이아니다.여기에는책상앞에앉은소설가가건네는환상적인위로대신에,실제삶의현장에뚝뚝떨어지는땀과눈물,기쁨과애환이손에잡힐듯생생하게펼쳐져있다.장사의치열함속에서닦지도않은손으로펜을붙드는사람만이써낼수있는,곧‘진짜삶의터전이담긴이야기’라할수있다.독자들은기억의깊숙한곳에서길어올린저자의고유한경험을빌려,자신의힘으로벌어먹고살아온우리이웃들의웃음과눈물을짐작해볼수있을것이다.

시대가거칠고무심한파도를몇번이고보낼때마다
우리가족은‘가게’라는뗏목을타고물결을견뎠다

저자의기억속가장오래된사건은1980년5월,어머니가구멍가게를운영했던정자교동네에서광주로향하는시민군의모습을본일이다.1986년,서울아시안게임을앞두고나라전체가손님맞이로들썩였을때는부모님이운영하던농약사에도손님들의발길이끊이지않았다.‘뭘해도되는’시대의파도위에잘올라탄덕분에가게에딸린작은상하방에서번듯한양옥집으로이사를갔으나,얼마지나지않아아버지의교통사고로가계가크게휘청였다.의료보험이변변치않아집안에누가크게아프기라도하면가계가훌렁무너지던시대였다.1987년,대학가식당은최루탄연기로가득찼고아픈아버지대신어머니가홀로운영하던분식점도예외는아니었다.학생들이시위에나서고경찰이진압을시작하면여기저기서셔터내리는소리가울렸다.다시일어선아버지가연가게가줄줄이부흥하는가싶더니,곧이어운영하던채석장은1997년IMF로부도를맞았다.

인생에서행운은단막극으로,불행은연속극으로찾아온다했던가.봉달호의인생에서도,부단히살아온삶에대한보상처럼작은행운이주어지는듯싶다가불행은곧바로머리를불쑥내밀곤했다.저자만이겪은이야기가아니다.자영업자자신또는자영업자의가족들은늘그랬다.시대는개인에게거친파도를무심히보내곤했고,그때마다한국의자영업자들은‘가게’라는보잘것없는뗏목을탄채로파도에올라타기도하고휩쓸리기도하면서그물결을건너야했다.『셔터를올리며』에서는시대의격랑속에서한가족의삶이어떻게변화하는지,롤러코스터같은개인의인생사가한국의현대사와어떻게마주하는지를생생히지켜볼수있다.이책은단순히특별한개인또는고생많았던한가족의경험담에서머무르지않는다.1980년대이후세기말의한국을경험한사람이라면누구나고개를끄덕이며공감하면서,자신이지나온삶을자연스레불러오게될것이다.

세상에그냥있는가게는없다
무심코지나치던가게에서발견하는뜨거운삶의이야기

누구보다일찍새벽을깨우고나와,모두가잠들무렵셔터를내리고집으로향한다.정해진휴식시간도휴일도없는삶.손님이언제올지몰라카운터에앉아대충끼니를때우고,몸이바스러질듯아픈날에도눈물을머금고자리를지킨다.손님의무리한요구도쉽게무시할수없고,근심이가득한날에도웃는얼굴로손님들을맞아야한다.매일이전쟁같고녹록잖은장사꾼의하루다.누군가는자신의꿈을위해,또누군가는가족과자식들을위해밥벌이의고단함을견디고부지런히몸과마음을움직인다.

자영업자에게‘가게’란단순히밥벌이의장소로만존재하지않는다.한집안의생계를책임지는곳이자,일상과일생을함께하는곳이다.그러니저기평범히서있는가게에도,알고보면몇사람의인생이끈끈하게달라붙어있는셈이다.

“거리에있는숱한가게를볼때마다,더욱이식당을볼때마다,나는저곳이그냥저기에있는것이아니라는생각을하곤한다.얼마나많은피와땀과눈물이배어있을까상상하곤한다.그러다보면국밥한그릇허투루먹을수없게된다.부모님은내게그런것을가르쳐주셨다.한마디말도없이가르쳐주셨다.”_176쪽

『셔터를올리며』에는작은가게에담긴치열하고뜨거운삶의이야기가가득하다.봉달호는자기자신만을위해서가아니라,절대판타지적으로소비되거나더이상쉽게지나치고소외돼서는안되는자영업자들과그들의가족이사는세계를사람들에게들려주기위하여이책을썼다.이책을덮고나면그동안무심코지나치던타인의가게에서도누군가의인생을조금은읽어낼수있을것이다.밥벌이란무엇인지,가족은무엇인지,삶이라는게도대체무언지.이이야기의끝에서모두가저마다의해답을찾을수있기를바란다.

추천사

세기말의한국을지나온사람누구나고개를끄덕이고무릎을탁칠만한이야기로즐비하다.하나하나의시냇물같은이야기가어우러져장대한서사의큰강물을이룬다.개인이경험한‘가게’란공간을통해어쩌면이렇게한시대상을보여줄수있는지,놀라울따름이다.
-강원국(작가)

소설가로서심각한직업적위기감을느꼈다.한집안의장사이야기가이렇게재미있고감명깊을수있다니…가슴이여러번저릿했고나중에는눈도몇번뜨거워졌다.밥벌이라는게뭘까,가족이란뭘까,삶이라는게뭘까.페이지를넘기며곱씹게되는이질문들에답을얻은기분이들었다.
-장강명(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