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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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문경민

제17회중앙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곰씨의동굴」이당선되어등단했다.제2회다새쓰방정환문학공모전에서『우투리하나린』으로대상을,장편소설『훌훌』로제12회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과제14회권정생문학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화이트타운』으로2021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2023년제13회혼불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누나,안녕
2부국어교사정윤옥
3부마지막한해
심사평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읽는이의시간을정지시킬만큼감동적이고울림이큰소설”
제13회혼불문학상수상작가,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대상수상작가이자
현직교사인문경민작가가마음을다해써낸,사람과학교에관한이야기

제13회혼불문학상수상작『지켜야할세계』가다산책방에서출간되었다.심사위원으로위촉된은희경·전성태·이기호·편혜영·백가흠·최진영·박준작가는이작품에대해“한가족의불우한서사와불온이라낙인찍혔던노동운동사가함께맞물려있”으며“인간관계속에서끊임없이변주되는‘돌봄’의방식을유려한세목과안정감있는분명으로구현”해냈다고평했다.특히“매끄러운서사의흐름속에서도중간중간읽는이의시간을정지시킬만큼감동적이고울림이큰대목도많았다”고덧붙였다.소설이가진가능성,“그것도장편의방식으로만가닿을수있는세계가있음을”재차확인할수있게한이번수상작은읽고난후오랫동안‘내가’혹은‘우리가’지켜야할세계를곱씹게한다.

당선자문경민작가는청소년소설『훌훌』로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과권정생문학상을수상한소설가이자,초등학교에서근무하는교사다.작가는당선작이“부디사람을살리는소설이되기를빈다”고작가의말말미에밝혔다.소설을탈고한뒤밝히는소회가이토록남다른것은지금의시대가겪는중인가슴아픈사건들과도무관하지않을테다.『지켜야할세계』는불의의사고로죽음을맞이한고등학교국어교사정윤옥의삶을찬찬히톺는다.윤옥의인생이나열되는소설의도입부에서최근일어난여러일을떠올리는건어려운일이아니다.죽음에굴복해버린줄알았던한인간이실은자신과세상의존엄을지키기위해끊임없이노력해왔음을보여주면서,이야기는독자에게익숙하고도낯선질문을건넨다.당신은어떻게살아왔느냐고,그리고어떻게살아갈것이냐고.

“세상이바뀌고사람이변하더라도,
누구에게나지키고싶은자신만의세계가있다”
죽음까지담담히,자신의길을디뎌온
국어교사정윤옥의마지막한해

윤옥은중등국어교사로고등학교에서국어와문학,문법을가르쳤다.학교관리자들은윤옥을그다지좋아하지않았고,동료들의평가는엇갈렸다.어떤이는윤옥을고집스럽고불편하게만드는사람으로,어떤이는단단하고외로워보이는사람으로기억했다.정년을2년앞둔해에윤옥은2학년문과반담임을고집한다.교감의회유에도,은근한협박에도뜻을굽히지않았던이유는그반에시영이있기때문이다.뇌병변장애를앓는시영은동생지호를생각나게했다.부드러운머리칼과작게내는아아,소리가윤옥의마음을건드렸다.지호와는열살때헤어졌다.아버지가돌아가시고방직공장에다니게된엄마의벌이로겨우살아가던때였다.지호는하성호목사가운영하는기적의집에보내졌다.사범대학에입학한뒤에찾아간기적의집에지호는없었다.“그런애들은원래오래못산다.”엄마의한마디에윤옥은내내걸려있던지호에대한기억을억지로삼킨다.대학을졸업한후부임한학교에서윤옥은반가운얼굴을마주한다.정훈이었다.윤옥의대학동기인정훈은민들레야학을운영하고있었다.‘심장이울리지않’느냐는정훈의말과당돌한학생수연의태도에,윤옥은교원노조가입서류를냈고곧학교에서파면당한다.정훈과함께세운풀뿌리서점과야학운영하는일은고단했지만보람이있었다.그러나당당한태도로민들레야학을자신의세계,해방구라말하던수연은금이가버린후였다.이틈을,상처사이를정훈이파고들었다.깨어진수연과함께있는정훈을본윤옥은다시는풀뿌리서점에가지않았다.그러나정년퇴직을앞둔시기,이제끝을준비해야하는때에익숙한열정이불같이일어나는이유를윤옥도알수없었다.지나버린시절에제대로된작별을고하지않아서일까.교감과껄끄러운인사를나누고돌아온윤옥이건네받은낯선서류봉투,거기에든엄마의편지와DVD.DVD케이스에는엄마가손수쓴메모가있었다.‘편지를읽기전에비디오를먼저보았으면좋겠다.’지호를보내고살아남는데에생애를바쳤던엄마에게대체어떤일이벌어진것일까.

『지켜야할세계』의등장인물들은자신의영역을철저히사수한다.끝까지현실과타협하지않은윤옥,지호를떠나보낸후생존이라는목적만을위해움직이는듯한윤옥의엄마옥순과,자신으로살고싶어서아들상현을윤옥에게보내는수연이그랬다.그러나그들의세계는다른이들과연결되면서더견고해지기도,쉽게허물어지기도한다.이런연대의기억은삶의다음단계를밟아나아갈힘,‘우리’의세계를지킬단단한이유가된다.상현과시영을만난윤옥처럼,제주도의또다른지호들을만난엄마가그랬듯이.

“더많이사랑하고더많이친절하고
더많이행복하고싶었다”
무너진세계를일으키는오롯한슬픔의힘
새로운시대에선우리에게가장필요한소설

2023년7월18일,서이초에근무하던젊은교사가스스로세상을떴다.악성민원이원인이었다는소문과2년차새내기교사라는이야기가전해졌다.이일로전국민의애도와공분에휩싸였다.교사집회가일곱차례이어졌다.집회에참여한인원은6만여명까지늘어났다.학생들의인권을위해모였던교사들이이제는자신의생존을위해모였다.그들은같은마음으로애도하며교권확립을위해한목소리를냈다.작가는이소설부수고다시지으며서이초의선생님을떠올렸다고한다.시간을거스를수있다면,당장어둑한교실로들어가그를붙잡았을거라고.사는것이꺾이고구부러지고금이가는것일지몰라도,죽지말라고.이밤을버텨내라고.죽음으로시작해죽음으로끝을맺는이소설은어쩌면읽는이를살릴지도모르겠다.온전히자신으로살라고,그런고집이당신의세계를지키는일이라고토닥이는소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