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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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쩌면, 삶은 무모하기에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
돌베개 출판사 전 대표 임승남이 전하는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
전쟁고아 출신 생계형 범죄자에서 돌베개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 임승남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에세이가 출간됐다. 1981년에 펴낸 자전소설 『걸밥』 이후 작가로서의 임승남이 42년 만에 선보이는 에세이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에는 남대문 지하도에서 근근이 생을 영위하던 어린 시절부터 출판사 대표직을 역임한 뒤 황혼기에 접어든 지금까지, 인간 임승남의 모든 생이 온전히 담겨 있다. 역사성과 현실성, 현장감이 살아 숨 쉬는 이야기, 암울하고 야만적인 시대 속에서 “숨 쉬는 불씨를 간직한 숯처럼”(문경민) 타오른 그의 삶은 “우리에게 새로운 내일을 향해 서슴없이 한 발짝 내딛을 용기”(이해찬)를 선물한다.
저자

임승남

1949년생으로추정.정확한나이는알수없다.네다섯살때한국전쟁으로고아가되어사회의보호를받지못한채로남대문지하도에서앵벌이,도둑질로생계를이어갔다.소년원과교도소를드나드는‘전과7범’으로자랐다.1970년의어느날,교도소에서인생을바꿔준한권의책을만나비로소연필을들었다.한글쓰는법을익힌후에스스로의이름을다시지었다.
1976년출소후출판사에취직하여15년동안묵묵히일한끝에이해찬으로부터돌베개출판사를인수했다.군부독재정권에굴하지않고『전태일평전』등을출간하며민주주의가꽃피는세상을꿈꾸다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구속되기도했다.1993년은퇴이후우리사회가‘더불어사는세상’이되기를바라며,더디지만진솔하게지금껏살아온이야기를글로썼다.

목차

프롤로그|그리고,꼬박20년이걸렸다

1부남대문지하도의유령들
남대문지하도의유령들
밥좀주쇼,예―좀주쇼!
『마음의샘터』라는책
습관처럼하루세번을읽다
내이름은임승남
잘여문벼는오히려고개를숙이는법
난생처음가슴으로울다
가끔그때의기적같은순간에
내가처음으로완성한편지

2부펜보다강했던총칼
이런,인간말종같은새끼가
이렇게천대를받느니차라리
지금의나는대체누구인가
전태일을만나다
고생을많이했겠네요
버림받은샌들과구두수백켤레
제대로협조할거야,안할거야?
웃어도웃는게아닙니다
차라리저한테넘기십시오

3부작별과환송회
전쟁고아양아치,인간승리
활화산처럼타오르는분노
여보,이거하나만약속해줘
내생애마지막구속이기를
최후진술
제일화목한부부처럼
임승남사장님환송회

에필로그|당신,그걸이제야알았어?

출판사 서평

전쟁고아출신생계형범죄자에서『전태일평전』의출판사대표가되기까지―
그누구보다뜨겁고격동적이었던삶의궤적

『이토록평범한이름이라도』의저자임승남,그의생은거칠고도낯선단어들로조합돼있다.“고아,지하도,앵벌이,감방,그리고출판사.”그러나거기에는의미가불분명하거나뜻을알수없을만한단어는포함돼있지않다.다만그단어들에내포돼있는시대와역사의사건들을두루염두에둔다면,그의생은결코외면할수없는하나의이야기임이분명해진다.
임승남은한국전쟁의여파로네다섯살때고아가됐다.한창부모의손길이필요한나이에가족은물론사회의보호도받지못한채홀로생존을위해분투해야했다.소년원과교도소를드나드는‘전과7범’이었던그는교도소에서만난한권의책을통해인생의방향을180도바꾸게된다.1981년에펴낸자전소설『걸밥』이후작가로서의임승남이42년만에선보이는에세이『이토록평범한이름이라도』에는남대문지하도에서근근이생을영위하던어린시절부터돌베개출판사대표직을역임한뒤황혼기에접어든지금까지,인간임승남의모든생이온전히담겨있다.그러나우리가그것을한개인의생이라쉽게치부할수없는것은,암울한질곡으로점철될뻔한그의생은고통스러웠던시대의흐름과맥을같이하기때문이다.
사람은누구나극한상황에놓이면끝도없이추락하는기분에사로잡힌다.그러나우리의본성은보다나은인간이되고자함에있고,사회는그런개인을포용하고구제하는안전장치가되어야한다는당연한진리를작가임승남은자신의온생애를통해몸소깨달았다.역사의사각지대에놓인채로쓰라린어둠속유령처럼자라야했던나약한한인간이이제굴곡진현대사를온몸으로관통한굴지의어른이되어우리앞에섰다.
역사성과현실성,현장감이살아숨쉬는이야기,암울하고야만적인시대속에서타올라“숨쉬는불씨를간직한숯처럼”(문경민)우리곁에놓인인간임승남의삶의기록은“우리에게새로운내일을향해서슴없이한발짝내딛을용기”(이해찬)를선물한다.

구석지고그늘진자리에서피어나는들꽃처럼
꿋꿋하게싹을틔우는변화의의지,배움의용기

전쟁은도시의모습을송두리째바꿔놓았다.대부분의산업시설이파괴되었고,거리마다실업자가흘러넘쳐그야말로“깡통한개,종이한장이아쉬운시대”였다.그폐허에는예전의기억들이조각난파편으로만남아있었다.자신의이름이“임승남”이란사실만은알고있었지만,그것은그렇게불렸다는흐릿한감각에의존한기억일뿐이었다.정처없이걷다가남대문지하도에까지흘러들어간그는비슷한처지의또래들과어울려살아가기시작했다.고향이나이름,나이같은것은중요하지않았다.그는이름대신‘꼬마’나‘이쁜이’로불리며앵벌이를하거나담배꽁초를주워팔아생계를이어나가다가끝내도둑질에까지손을뻗고만다.그렇게전과자가된그는폭행과폭언이일상인교도소안에서한권의책을만난다.그책이자신의인생을이렇게까지뒤바꿔놓을줄은미처알수없었다.
1960년대후반,의정부교도소에수감중이던임승남은문득『새마음의샘터』라는책을집어들었다.소크라테스나괴테같은대문호들이남긴명언을간단하게정리해엮은그책은구겨지고주름진그의삶을곧추세우는새기준으로작용했다.본능처럼매사에주먹부터휘두르던그가‘참는다는것은참을수없는것을참는것이다’라는문장을매일같이되새기며화를억누르기시작했다.분노가치밀땐‘인내는쓰다,그러나그열매는달다’며기어코참아냈다.

사회의구석진곳에서어릴때부터이리치이고저리치이며세상에대한불신과적대감만가득해졌을뿐,좋아하는것도없었고딱히무엇을해보겠다는생각도가져본적이없었다.그러다가우연히만난『새마음의샘터』가나자신을돌아보는계기를만들어준것이었다.그때부터나는내가이세상에서제일무지하며나쁜놈이라고생각했다.죄책감은나를한없이초라하게만들었다._96~97쪽

그러자이전에는단순하게느껴졌던일들이괴롭고복잡해지기시작했다.많은생각들이생겨나고,욕망이피어났다.그래서그는연필을잡았다.이름쓰는법부터익힌뒤닥치는대로책을집어읽기시작했다.마치피를갈듯,그간익혀온모든것을버리고새로채우는고단한훈련이었다.결핵으로피를토하면서도악착같이한자를익히고한글을연습했다.영단어도외우기시작했다.그리하여임승남이라는평범한세글자에새로운뜻,새로운철자를새겨넣었다.林承男,LimSeongNam.스스로다시지은이름이었다.

“저마다의심장을뛰게하는일,
그리고세상을밝게만드는일을향하여“

1970년대어느날.교도소에여느잡범들과는어딘가달라보이는사람이들어왔다.고려대사학과생이라는그는,유신헌법현수막을불태워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구속된‘정형’이었다.바둑을두며점차가까워진둘은깊은이야기를나누고,사회의이면으로내쳐진서로의삶을들여다본다.정형을만난것은어찌보면일생일대의행운이었다.그는출소후에도임승남이교도소내인쇄공장에서일할수있도록서신을써주었고,그것을계기로문맹반에들어가글쓰기도배울수있었다.취직자리가생겼다며만기출소한임승남을신생출판사로데려간것도정형이었다.그렇게1976년가을,임승남은월급3만원의영업사원이되었다.
첫사회생활이시작되려는참이었다.새마음으로마주한세상은그러나충격적이었다.임승남은자신과같은부랑자들의불행이,개인의사정으로인한것이아니라거대한시스템의문제때문이었다는것을깨닫고충격에빠진다.세상은격변의소용돌이에휩쓸리고있었다.농성을하던앳된노동자가강제로진압당해목숨을잃고,전태일이라는청년은개선되지않는노동법에개탄하여몸에기름을붓고분신했다.대통령이사망했다.광주서점에서반품되어올라오는책서너권에는총알자국이나있었다.자신도노동현장에직접뛰어들어야겠다고결심한그는평민사에서함께일했던이해찬을찾아갔다.오랜기간지켜본결과고민을털어놓기가장적합한상대라는생각이든탓이었다.그런데이해찬은그에게당시설립한돌베개출판사의영업일을맡아달라고부탁한다.
독재정권의탄압에도불구하고돌베개출판사는올바른민주주의성립을위해이른바‘불온서적’을출간하는일을멈추지않았다.창립자인이해찬이체포된이후임승남이출판사를정식으로인수해『전태일평전』『감옥으로부터의사색』등을출간했다.사람들의의식을깨우는책,사회의실상을드러내는책,인문사회분야에서반드시필요한책을내야한다는사명감이어깨를무겁게했다.그리고1989년8월3일,임승남은국가보안법혐의로구속되었다.전과7범의이력으로대전교도소에서만기출소한뒤13년만이었다.
1981년부터돌베개출판사대표직을역임한그는1993년사직의길을밟았다.그로부터다시20여년이흘렀다.자신의이름석자도쓸줄몰랐던한인간이수천번의실패를넘고또넘어서서이자리에섰다.그가『이토록평범한이름이라도』를통해전하고자하는것은‘인간승리’라는성공신화가아니다.“내가우연히만난한권의책을통해인생을바꾸었듯이독자들의인생도바뀔것이라믿고싶다”는그는,방향을잃고휘청대는청춘에게세상속으로과감하게뛰어들줄아는심장의격렬한열기를전하고자한다.

지금살아숨쉬는것자체가싫을정도로고통이심하다면,그것은올바른인간에대한갈망과열망이그만큼크기때문이다.그러니그고통또한아주귀하다.고통이지나가고나면몸과마음이한층성숙해질것이분명하다.그래서인간은어떤경우에도인간답게사는도전을멈추지않아야한다.도전하는정신이야말로본능대로살아가는야수와다른,인간에게있어서가장중요한점이아니겠는가._253~254쪽

임승남은‘본능의삶’을종결한뒤‘인간의삶’을꿈꾸기시작했고,변화를향해온몸을내던졌다.그렇기에이책은처절하고치열한생존기로도읽힌다.자칫무모한도전처럼보일수도있다.그러나,무모하기때문에오히려삶은아름다운것인지도모른다고그는말한다.살아있는이야기,절실함으로타오르는이야기,생이요동치는이야기.임승남만이전할수있는격동적이고묵직한비망록이다.‘이토록평범한이름’속에담긴,거대한불꽃으로발화할변화의씨앗이우리앞에도착했다.

추천사

사람은갈증의힘으로움직인다.세상을바꾸는일은,한사람이자신의내일을바꾸고자결심하는순간으로부터시작된다.여기온몸을내던져부딪치고깨어지며온전한삶을쟁취해낸이가있다.격동의세월에서끝내살아남은인간임승남이써내려간이기록은,우리에게새로운내일을향해서슴없이한발짝내딛을용기를선물한다.
-이해찬(전국무총리)

그는도끼로쪼갠장작같은사람이다.살아있는이야기,소설이었다면개연성을의심했을이야기,겪어낸사람이아니면하지못할고백이엮여세상에나왔다.아는책과아는이름이등장하는뒷방이야기들은따듯했으나가난과고문이점철된악랄한시간의기록은아프고섬찟했다.암울하고야만스러운시대를살아냈던임승남.이름도겨우쓰던그가출판사사장이되어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법정에선모습은절정을향해치고올라간소설의한장면처럼벅차고뭉클하다.기어코타오르고만그의삶이숨쉬는불씨를간직한숯처럼이책에담겨우리곁에놓였다.
-문경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