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온 여인

가을에 온 여인

$25.11
Description
“삶에 고통이 없었다면, 문학을 껴안지 못했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한국 문학사에 남긴 또 다른 걸작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기획의 아홉 번째 작품은 박경리의 장편소설 『가을에 온 여인』이다. 박경리는 자본주의와 물신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가의식을 표출함과 동시에, 연약함과 부드러움으로부터 구원받는 미래에 관한 밝은 전망을 던지고 있다.

저자

박경리

朴景利(1926.12.2.∼2008.5.5.)
본명은박금이(朴今伊).1926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1955년김동리의추천을받아단편「계산」으로등단,이후『표류도』(1959),『김약국의딸들』(1962),『시장과전장』(1964),『파시』(1964~1965)등사회와현실을꿰뚫어보는비판적시각이강한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았다.
1969년9월부터대하소설『토지』의집필을시작했으며26년만인1994년8월15일에완성했다.『토지』는한말로부터식민지시대를꿰뚫으며민족사의변전을그리는한국문학의걸작으로,이소설을통해한국문학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거장으로우뚝섰다.2003년장편소설『나비야청산가자』를《현대문학》에연재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단되며미완으로남았다.
그밖에산문집『Q씨에게』『원주통신』『만리장성의나라』『꿈꾸는자가창조한다』『생명의아픔』『일본산고』등과시집『못떠나는배』『도시의고양이들』『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등이있다.
1996년토지문화재단을설립해작가들을위한창작실을운영하며문학과예술의발전을위해힘썼다.현대문학신인상,한국여류문학상,월탄문학상,인촌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했고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문학기념메달을받았다.
2008년5월5일타계했다.대한민국정부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를기려금관문화훈장을추서했다.

목차

1.푸른저택
2.그여자의시종들
3.심야의발소리
4.병실에서
5.여름밤
6.피서지
7.검은태양
8.바다건너온소식
9.의상을벗어라
10.마돈나
11.쫓는사람들
12.어떤종말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제삶이평탄했다면글을쓰지않았을것입니다.
삶이문학보다먼저지요.”
고전의품격과새시대의감각을동시에담아낸
박경리타계15주기추모특별판

1957년단편「계산」으로데뷔해,26년에걸쳐집필한대하소설『토지』로한국문학사에거대한이정표를남긴거장박경리.타계15주기를맞아다산북스에서박경리의작품들을새롭게엮어출간한다.한국문학의유산으로꼽히는『토지』를비롯한박경리의소설과에세이,시집이차례로묶여나올예정인장대한기획으로,작가의문학세계를누락과왜곡없이온전하게담아낸의미있는작업이다.이번기획에서는한국사회와문학의중추를관통하는박경리의방대한작품들을한데모아구성했고,새롭게발굴한미발표유작도꼼꼼한편집과정을거쳐출간될예정이다.

오래전에고전의반열에오른박경리의작품들은새롭게읽힐기회를갖지못했다.이번에펴내는특별판에서는원문의표현을살리고이전의오류를잡아내는것을넘어,새로운시대감각을입혀기존의판본과는전혀다른분위기의책을선보인다.이전에박경리의작품을읽은독자에게는기존의틀을부수는신선함을,작품을처음접할독자에게는고전의품위와탁월함을맛볼수있도록고심해구성했다.이전의고리타분함을말끔하게벗어내면서도작품각각의고유의맛을살린표지디자인으로,독서는물론소장용으로도손색이없게했다.한국문학사에영원히남을이름,박경리문학의정수를다산북스의기획으로다시경험하길바란다.

“나는타락된인간아니오?
불씨조차없는,다사그라져버린잿더미요.”
자본주의와물질문명에대한비판과경고
타락한세계속황폐한삶을포착하다

『가을에온여인』은1962년8월부터1963년5월까지《한국일보》에서연재한소설로,박경리의다른작품인『성녀와마녀』『노을진들녘』『김약국의딸들』등여러장편소설과비슷한작품구조를보인다.또,『가을에온여인』에서도자본주의에서비롯된물질문명을비판하고그로인해훼손된인물이등장한다는점에서다른작품과의유사한작가의식이반영되어있다.『가을에온여인』의배경이되는푸른저택의강사장과오부인,관리인영희와주치의현박사등은자본주의를대표하는인물로,물신주의가무의식까지침투되어타락한인간이다.
이들의이야기를관찰하며전개해나가는인물은성악을전공하는가난한대학생인성표다.그의동생정란은밤무대에서노래를불러돈을벌고오빠인성표와비윤리적인남편의뒷바라지를한다.그런정란을보고만있기가괴로웠던성표는푸른저택에가정교사로입주하게된다.고아출신이었던성표는이제푸른저택의주변인이자,중간자적입장에자리하면서자본주의와물신주의의민낯을본다.저택에서밤마다들리는발소리의주인공은관리인영희를겁탈하는강사장이다.가부장제의종주로서,또사업주로서강사장은폭력과강간을모두에게휘두르고자신을합리화한다.그의아내인오부인은원래약혼자였던강사장의동생이자신을배반하자살해하고,그의형인강사장과결혼한다.‘무서운살기’를품은듯하지만‘통곡하고있는것만같은’얼굴의오부인은강사장의행동을알면서도모른척한다.오부인은자본과미모를이용해남성을유혹하다가자신의목적에저해되면살인까지도감행한다.푸른저택의관리인영희는예술에조예가있는지식인이지만,물신주의경쟁심에의해자신의삶을스스로던져버리며저택에남아있기를택한다.이들모두인간다운삶을철저히차단하고살아가는자들이다.

“합칠수있는영혼이서로다가선
그런복된경우가몇번쯤이세상에있었을까?”
훼손된세계에서본향적세계로
순수,감동,연민으로관계맺는긍정적미래

박경리는생명주의를최우선으로내세운다는평가를받기도한다.‘생명의근원’에서오는‘불덩이같은슬픔’은생명전체에서오는연민때문이며,이연민이타자에대한유대감으로확대되는까닭이다.이를바탕으로박경리는『가을에온여인』에서순수함과연약함,연민,그리고감동이인간을삶을구원해줄수있다는낙관적전망을제시한다.
대표적인인물이초점화자성표의동생정란이다.비록남편에게맹목적인사랑을퍼붓는정란에게서자기정체성을기대하기는어려우나,자기연민을타인과의신뢰감으로발전시키고관계를지향한다는점에서정란은박경리가말하고자하는주제의식을대표한다.또,정란의순수함을발견하고연정이아니라측은지심을동반해그를돕고자하는영태도있다.정란이와영태의맑은성정은삶을정화하고그들의삶,나아가타인의삶도구원한다.의화역시친연적성정으로관계를지향하는인간이다.의화는홀로찬이를낳은뒤,오부인에의해찬이와의만남이거부된채살아간다.그러나부드럽고다정한성정덕에누구도의화를쉽게대하지못한다.
그러나정란과의화는힘이약한여성이므로,스스로거부해야할남성과자본의논리를도리어받아들이거나주변화된인물로머물수밖에없다.여성은남성보다약하다는논리아래,이들은모든잘못을자신의탓으로돌릴뿐이며따라서제도적으로또는구조적으로기득권의재생산에유리하게이용당한다.남성과자본에의해이중으로침략당한이여성들의삶은결핍,부재,비이성,혼란,위기로가득하다.하지만성표는이들의삶에서새로운삶의가능성을발견한다.이들은사랑,베품,연민으로타인을감싸안고서로에게에너지를주며인간의본향을떠올리게하는인물들이다.이렇게성표,정란,영태,나성구,의화등은하나의고리로연결되어간다.연결고리없이탈가족화되었던이인물들은신분이나출신이아닌,연민으로서로관계맺는다.이처럼박경리는주변적삶을살아가는여성들에게서오히려생명력을포착하고관계지향적삶이중심을이루는밝은미래를타락한현대사회의새로운대안으로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