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남의 집 : 전월세의 기쁨과 슬픔

즐거운 남의 집 : 전월세의 기쁨과 슬픔

$16.80
Description
“내가 사는 집인데 왜 자꾸 여기가 ‘내 집’이 아니라는 거예요?”

90년대생, 전월세 세입자, 그리고 건축가인 두 남자가
전국의 시한부 거주자들에게 바치는 진짜 집 이야기
사회가 상상하는 청년은 ‘원룸’에 산다. 집이 아닌 방에서 ‘자취’한다. 10만 원짜리 용달차로 이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짐, 집주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얌전한 생활, 최소한의 주거면적에서도 적당히 만족하며 사는 삶… 세상이 기대하는 청년들의 삶은 못 대신 꼭꼬핀으로 잠시 고정된 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대표적인 주거불안정 집단인 2030세대의 주거를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대변할 수 있는 90년대생 건축가 이윤석과 김정민. 세입자로서의 희로애락을 피부로 체감하는 이들이, 때론 서럽고 때로는 즐거운 2년짜리 시한부 거주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집은 아니더라도 내가 나답게 하루를 살 수 있는 집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집이 자산과 투자 대상으로 여겨지는 지금, 매매가 아닌 주거권의 관점에서, 매물이 아닌 삶의 양식으로 집을 바라보는 건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무너질 일 없는 벽돌집을 여러 채 가진 기성 건축가들은 공감할 수 없는 청년 세대의 주거 현실과 빌린 집에 관한 고찰을, 두 저자는 젊은 건축가이자 세입자의 시선으로 날카로우면서도 위트 있게 포착해 냈다. 전월세 거주자들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담은 이 책은 집을 부동산으로만, 지위와 계급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당찬 선언처럼 들린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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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윤석,김정민

저자:이윤석

1990년대전에서태어났다.하루종일세일러문만그리던청소년기를지나대학에서는건축을공부했다.졸업후건축가로활동하며유튜브채널<서울은이상한도시>에서건축과도시를주제로영상을제작해왔고,2019년부터인터뷰시리즈<월세아니면전세>를기획해청년주거의이모저모를기록하는중이다.최근건축사무소VariousArtistsandArchitects를개소해몇개의공간을만들었다.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치고있다.



저자:김정민

1992년경기도포천에서태어났다.1층에식당이있는집부터아파트를거쳐마당이있는집에서자라왔다.지금은마당이있는집을그리워하며오래된아파트에살고있다.이과로진학했지만공대는가기싫어건축을공부하게됐고,그게또즐거워건축가로지내고있다.건축만하기에는이짧은삶이아쉬워서‘서울퀴어콜렉티브’에서전시및출판활동을해왔다.지금은프리랜서디자이너로,도시환경을연구하는도시연구가로활동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솔직하게만들어가는집
여지의여지
정붙이고녹붙이고
체리지옥화이트천국
집은ing
‘좋은취향’이라는게있나요?
가성빌라
내집이싫다

2장.나의셋방일지
뿌연세로줄창
혼자의것이아닌모두의것
나의계획못세워지기
집밖으로삐져나온것들
직방,다방,방방방
나에겐너무바쁜집
무너지는중입니다
안행복주택

3장.일상의발명가들
주름다리기
식탁테리어
죽이게예쁜화분
집안의작은동물
캣타워,별자리방,실험실
욕조를찾아서
호텔에살아볼까돈이없어도

4장.우리를담을집
혼자는아니지만둘도아닌
어차피로만든세상
네다리쭉펴고
벽돌로쌓은집과지푸라기로엮은집
거름망으로거를수없어요
오늘의집과내일의집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소설가장강명,건축큐레이터정다영추천!★

내가산집은아니지만어쨌든내가사는집
감히,빌린집도내집이라선언한다!

‘민달팽이세대’.주택가격급등으로청년들이주택마련은꿈도꾸지못하고열악한주거환경에서살아가는현실을껍데기집이없는민달팽이에빗대어칭하는말이다.민달팽이는집이없으므로속살이훤히드러나보이고사방에도사리는위험으로부터피할곳이없다.점액질같은희미한흔적을남기면서항상어디론가바삐이동한다.오래머물안식처없이이곳저곳흔적만남기고떠도는청년세대의처지를대변한다.그도그럴것이한국의19~34세인구중주택을소유하지않은가구의비율은86.8%(출처:국토교통부「2022년도주거실태조사」).웬만해선평생내집마련을하기어려울지모르고아마그중상당수는‘하려고들지도’않을것이다.

회사의어떤중년남성과나눴던대화가기억난다.그는나에게결혼은했는지,어디에살고있는지물었다.회사근처에서살고있다고대답하니그는“윤석씨는숙소에서자취하니밥도잘못챙겨먹겠네”라고말했다.우리집을왜숙소라고말하지?분명내가사는곳은집이아니라고생각했을것같았다.오래있을만한곳도아니라고생각했겠지.집도아니고오래있을만한곳도아닌숙소에서밥까지지어먹는다는것이힘들다고생각했구나.애초에결혼도안했으니밥차려줄(!)사람이없다고생각했을수도있다.갑자기나는모든방면에서미성숙한존재가되어버렸다.
_본문중에서

청년들이스스로의힘만으로착실히모아마련할수있는보증금의크기는빤하고,사회가상상하는청년의삶의크기도그것과별반다르지않다.그래서청년들이거하는곳은‘온전한집’이아닌빨리벗어나야할과도기적공간,아파트를사기전까지잠시머무는곳,그러니까탈출해야할임시숙소라여겨진다.
그러나월세아니면전세라는형태의빌린집에살면서도이곳이단순히다음역을위한정거장만이아님에공감하는사람들이있다.90년대생건축가이자세입자인두남자,이윤석과김정민.이들은‘소유만부추기는사회에서집을갖지않고도즐겁게살아갈수있을까?’라는고민을안고집에대한솔직한이야기를『즐거운남의집』을통해꺼낸다.2030세대가쉬이주택마련을할수없는환경임을인정하면서도내집이란꼭집을사야만가질수있는건아니라고분명히밝힌다.물리적인집이나를지켜주는게아니라내가집에쌓은정과녹(綠)과이야기가모여삶을지탱하는것이라말하면서,그런의미에서“빌린집도내집”이라소리치는이들의이야기가책을통해시작된다.

우리들만이할수있는이야기
우리들이반드시해야하는이야기가생겼다

1990년대생건축가이자전월세세입자인이윤석과김정민,이둘은유튜브채널<서울은이상한도시>에서‘월세아니면전세’프로젝트를통해2030세대의거주를개인적단위로조망하며그들이남의집을어떻게자기화해서사용하는지소개해왔다.월세혹은전세로살지만남들이정의내린모습이아닌자신만의고유한방식으로살아가고집을만드는사람들을만나인터뷰했다.분명내가사는집인데자꾸만여기가‘내집’이아니라고하는시선에저항하며,인터뷰이들의이야기에자신들의생생한전월세거주경험을더해집에대한이야기를책에가감없이담았다.현실적인문제와더불어청년세대들이주거공간을통해자신의삶을어떻게만들어나가고있는지기발하고도새로운시선으로보여준다.
건축가라고하면으레이름난건축물과,그와비슷하게휘황찬란한집에사는모습을떠올린다.‘집은나를표현하는도구’라말하며자신만의맞춤공간에수백수천만원짜리가구를들이는사람들.그래서인지전월세세입자라는정체성과가장멀게느껴지기도한다.그런데이윤석과김정민이집에관해나누는이야기는이상하게도조금다르다.낡은집의주름을조명으로가리는마음,창문의방범창과가림막이내포하는힘의방향,자연이특정계층만소유할수있는명품이되어버린현상등을논한다.집이소유와투자의대상으로여겨지는지금사회에서이러한집이야기들은어쩌면오히려현실과가장동떨어진낭만처럼보일지도모르겠다.그러나이들이꿈꾸는것은낭만이아니라,청년들의평범한바람이마땅히현실이될수있는사회적분위기가아닐까.지금의집은‘나를표현하는도구’로보기에너무나비싸고그래서집은나를담는그릇이될수없는노릇이다.

“우리가집은못샀지만,2년간즐겁게살자격정도는산것아닐까?”
빌린집에서산다는것의기쁨과슬픔

‘오늘의집’이나SNS에서흔히보이는집과는다르게우리의창문너머로보이는것은울창한나무나파란하늘대신옆집의콘크리트벽이다.다른집들에의해잘려나간조각빛이겨우집안으로들어온다.그마저도방범창을지나온빛은마치감옥의쇠창살모양을하고있다.인테리어는또어떨까.미디어에선‘체리지옥’이라는표현을내세워인테리어공사가어떻게체리몰딩으로뒤덮인지옥을세상에서가장하얀집으로변모시키는지보여준다.그에반해우리의예산안에서고를수있는집은늘알록달록하다.지난세대의트렌드였던옥색몰딩과걸레받이,여기가텔레비전을걸어야하는자리임을지나치게강조하고있는거실한편의아트월,2000년대유행했던꽃무늬문짝의냉장고,그리고그것과똑같은무늬의포인트벽지.그것들이미워페인트칠을하거나시트지라도붙여보려마음먹지만“퇴거시원상복구”라는특약에곧발목을붙잡히고만다.
빌린집에서산다는건어떻게보면즐겁지만은않은,서러운순간들을눈앞에두고사는일이기도하다.하지만2년짜리시한부거주자에게도2년간은즐겁게살자격이있는것아닐까?『즐거운남의집』에는제나름의방법을연구하면서‘그럼에도’즐겁게살아가려는이들의이야기가가득하다.다른건물에가려조각난햇빛뿐이지만초록식물을들여분명한행복의대상을만들고,이전세대의트렌드가끈질기게괴롭혀도그안에서특별한구석을찾아내거나,거실에마땅히놓여야할텔레비전과소파대신친구들과모여앉을큰식탁을두는식으로.내가산집은아니지만어쨌든사는동안은온전히내집이니까.그리고이러한고민들이모여나만아는삶의증거가된다.
집을부동산이아닌정을붙이고이야기를쌓아가는곳이라고생각한다면빌린집도충분히아늑하고즐거운내집이된다.뒤돌아보면물리적인집이없는탓에우리는오히려스스로가스스로의단단한집이되었을지도모르겠다.단단한껍데기가깨지는순간집이사라지고마는달팽이보다,집은없지만그덕에자기스스로를지켜온민달팽이의삶이실은더단단한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