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큰글자책)

이처럼 사소한 것들(큰글자책)

$24.22
Description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다산책방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가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오웰상(소설 부문), 케리그룹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보내며 이 소설이 키건의 정수가 담긴 작품임을 알렸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저자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킬리언 머피는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있으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오웰상 소설 부문 수상
저자

클레어키건

(ClaireKeegan)

1968년아일랜드위클로에서태어났다.17세에미국으로건너가로욜라대학교에서영문학과정치학을공부했다.이어서웨일스대학교에서문예창작석사학위를받아학부생을가르쳤고,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철학석사학위를취득했다.
《가디언》은키건의작품을두고“탄광속의다이아몬드처럼희귀하고진귀하다”라고평한바있다.이는그가24년간활동하면서단4권의책만을냈는데그모든작품들이얇고예리하고우수하기때문이다.키건은1999년첫단편집인『남극(Antarctica)』으로루니아일랜드문학상과윌리엄트레버상을수상하며화려하게데뷔했다.2007년두번째작품『푸른들판을걷다(WalktheBlueFields)』를출간해영국과아일랜드에서출간된가장뛰어난단편집에수여하는에지힐상을수상했다.2009년쓰인『맡겨진소녀』는같은해데이비번스문학상을수상했고《타임스》에서뽑은‘21세기최고의소설50권’에선정되었다.최근작『이처럼사소한것들』로오웰상(소설부문)을수상하고,2022년부커상최종후보에올랐다.
자국에서는이미오래전부터거장의반열에오른키건에게미국을넘어세계적인명성을안겨준이책은‘역대부커상후보에오른가장짧은소설’로도알려져있다.18세기부터20세기말까지아일랜드정부의협조하에가톨릭수녀원이운영하며불법적인잔혹행위를저질렀던‘막달레나세탁소’를배경으로,자칫모든것을잃을수있는선택앞에서고뇌하는한남자의내면을치밀하게그려낸소설이다.이작품은현재아일랜드배우킬리언머피가직접주연과제작을맡아영화로제작중이다.

목차


이처럼사소한것들_11

덧붙이는말_123
감사의글_125
옮긴이의글_127

출판사 서평

*문학평론가신형철,르포작가은유추천
*2022부커상최종후보
*킬리언머피주연·제작영화화

역대부커상후보중가장짧은소설
크리스마스마다반복해서꺼내읽을새로운고전의탄생!
“십여년만에마침내나온클레어키건의신작이고작100여쪽에불과한데실망하는사람도있을것이다.그러나안심하길.키건은단어하나낭비하지않는작가니까.”『맡겨진소녀』(104쪽)에이어11년뒤출간된『이처럼사소한것들』을소개하며영국의문화평론가베리피어스가남긴말이다.

키건은자국아일랜드를비롯한유럽에서이미거장의반열에오른작가였으나,다른대륙으로까지는그명성이채전해지지않았었다.그러나2021년『이처럼사소한것들』이출간되면서미국을비롯한세계의독자들에게,마치지나간시간들을벌충하려는듯한광적인흥분을일으켰다.그러한현상을더욱부추긴사건은이책이2022년부커상최종후보에등극한것이다.원서기준으로116쪽에불과한이책은‘역대부커상후보에오른가장짧은작품’이라는별칭을얻게되었다.

키건의소설에지배적인사조가있다면그것은,기꺼이드러내지않음과효율에대한집착이라할수있다.그는자신의작업을‘덜어내는작업’이라고일컬으며무엇보다간결함으로부터기쁨을느낀다고고백한다.초기작부터이어져온이러한성격은주인공빌펄롱의시선에서전개되는『이처럼사소한것들』에도드러나는데,이토록긴대화나너절한설명을피하는것은동시에소설속인물을위한작가의배려이기도하다.키건은등장인물이인정하길꺼리는감정들을작가가노출하는것이부적절하게느껴진다며이렇게덧붙인다.“훌륭한글쓰기란훌륭한예의에달려있다고믿는다.”

번역을맡은홍한별역자가설명하듯,클레어키건은무수한의미를압축해언어의표면안으로감추고말할듯말듯조심스레이야기하는작가이다.명시적으로말하지않고미묘하게암시하기에독자가두번,세번,아니그이상읽어야눈에들어오는것도있다.이책을추천한신형철,은유역시입을모아“읽자마자그자리에서다시한번더읽었다”라는후일담을밝힌바있다.

불운의출입구를지나본이는안다,
안락과몰락을가르는것은더없이연약한경계임을
1985년,나라전체가실업과빈곤에허덕이며혹독한겨울을지나고있는아일랜드의한소도시뉴로스.부유하진않아도먹고사는데부족함없이슬하에다섯딸을두고안정된결혼생활을꾸려가는석탄상인‘빌펄롱’의시선으로이야기가전개된다.뉴로스는서서히쇠락하는중이다.실업수당을받으려는사람들줄이점점길어지고,전기요금을내지못해가정집은너나없이냉골이라외투를입고자는사람도있다.펄롱은이스산한풍경을보며생각한다.세상에서가장쉬운일이모든걸잃는일인지도모르겠다고.
펄롱은빈곤하게태어나일찍이고아가되었으나어느친절한어른의후원아래경제적도움을받았고,그런본인이그저‘운’이좋았음을민감하게자각하는사람이다.가족을먹여살릴수있는직업이있고,딸들을좋은학교에보낼수있으며,따뜻한침대에누워다음날어떤일들을처리해야할지생각하면서하루를마무리할수있는특권을누리고있음을잘알고있다.그리고이안온한일상을언제든쉽게잃을수있다는사실까지도잊지않고살아간다.

크리스마스를앞둔어느날아침,펄롱은수녀원으로석탄배달을나가창고에서한여자아이를발견하고그곳에서벌어지는불법적인사건의정황을파악하게된다.스스로에게‘서로돕지않는다면삶에무슨의미가있나’하는질문을던지는데까지생각이이르지만,아내를비롯한그를둘러싼세계는평온하게가정을지키기위해서는무시할것들은무시해야한다고조언하며그를침묵하게끔한다.수녀원이절대적권력을행사하는마을에서안락한삶을누리던펄롱은위험이예견된용기를내야할지아니면딸들과가정을위해자신도침묵해야할지깊은고민에빠진다.그리고그위태로운갈림길앞에서불안과동시에어떤전율을느낀다.모든것을잃을수있는선택앞에움츠러든펄롱은마을에흐르는강을오래도록내려다본다.강물은자기가갈길을안다는것,너무나쉽게자기고집대로흘러드넓은바다로자유롭게간다는사실을부러워하며.

“우리가운데살아남을것은사랑이다.”
인간의품위에대한클레어키건의확언
정치적인글을예술로승화시킨작품에수여하는오웰상을수상한이책에는‘막달레나세탁소’사건이등장한다.소설초반에‘수녀원’이라는단어가나왔을때부터아일랜드독자들은이미숨겨진불길함을알아챘을것이다.막달레나세탁소는18세기부터20세기말까지아일랜드정부의협조하에가톨릭수녀원이운영했던시설로,당시‘성윤리에어긋난짓을저지른’여성들을교화시키고보호한다는명분으로설립된곳이다.하지만실제로는죄없는소녀들과여자들이그곳에감금된채폭행과성폭력,정서적학대속에서노역에시달렸고그들의아기들또한방치되거나죽임을당했다.무려70여년간자행되어온잔혹한인권유린에대해아일랜드정부는아무런사죄의뜻도표명하지않다가2013년이되어서야뒤늦은사과문을발표했다.
이러한배경을두고『이처럼사소한것들』은종종역사소설로비치곤했으나,작가는이소설이막달레나세탁소사건을주제로한작품이라는점에는완벽히동의하지않는다.

“이책은아버지와함께석탄을배달하러간소년이기숙학교의석탄창고에갇혀있는또래소년을발견하는이야기에서출발하였습니다.소년의아버지는그저문을잠그고아무말도하지않은채다음배달을계속했지요.
어느순간부터저는석탄배달부의관점에사로잡히게되었고그에게집중했습니다.아버지인그가이사실을지닌채어떻게배달을마치고,하루를보내고,인생을살아갈지그리고그가여전히자신을좋은아버지라고여길수있는지탐구할필요를느꼈습니다.저는펄롱이라는남자가이소설이끝난후에도여전히자신을좋은아버지라고여길수있을지모르겠습니다.딸들에게제대로된교육을제공하지못할수도,사업을잃고가족을부양하지못할수도있기때문입니다.

저는우리가어떻게대처하고,우리마음속에갇혀있는것을어떻게안고살아가는지에관심이있습니다.의도적으로여성혐오나가톨릭아일랜드,경제적어려움,부성또는보편적인것에대해글을쓰려고한것은아닙니다.하지만왜그렇게많은사람이,소녀와여성이수감되어강제로노동해야한다는사실을알면서도거의또는아무것도하지않았는지에대한질문에답하고싶었습니다.”_클레어키건,2022년부커상인터뷰중에서

이렇듯소설은단순히어떠한사건자체에대한고발이아니다.종교나수녀원에시선을집중시키는대신주인공이삶에서느낀비참함이나감격의순간들에주목하는방식으로이야기를풀어나간다.사건은단지사회의문화나환경이한소시민의도덕성에어떤영향을주는지포착하기위한장치로서작용할뿐이고,그안에서개인의내면을뒤따라감으로써인간의실존적고민과삶의본질에대해이야기한다.

하지만드러내려고의도하지않았으나드러난것들이의미하는바도없지않다.유럽에서가장완고하다고여겨지는가톨릭국가인아일랜드,그리고아기예수의탄생을축하하는크리스마스가배경이라는점에서이야기의비극은강화된다.그러나그비극속에서쉽게절망하지않고,모두가즐거운크리스마스를보내고있을때문밖에서어떤일이벌어지고있는지관심을두는한사람에게서우리는인간의가능성에대한한줄기희망을찾는다.신형철평론가는이소설의끝에서“우리가이세계를포기할수없는이유하나를얻게된다”고이야기했고,키건역시이작품이“우리가운데살아남을것은사랑이다.”라는영국시인필립라킨의말에응답하는책이되길바란다고밝혔다.펄롱의사랑이어디서흘러와어디로흘러가는지를생각해보면“거대한휴머니즘을이작은책한권에압축해놓았다.(《파이낸셜타임스》)”라는말이결코과장이아님을알게될것이다.한개인의이야기에서시작된이소설이종국에는인간의품위에대한확언을대신해주기에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