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전장 (양장)

시장과 전장 (양장)

$25.60
Description
“삶에 고통이 없었다면, 문학을 껴안지 못했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한국 문학사에 남긴 또 다른 걸작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작품은 박경리의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이다. 작가의 실제 삶과 구분 짓기 어려울 만큼 그가 겪은 전쟁 체험이 짙게 녹아 있는 한편, 전쟁과 이념에 대한 그의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박경리 문학의 정수를 느껴보길 바란다.

저자

박경리

저자:박경리
본명은박금이(朴今伊).1926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1955년김동리의추천을받아단편「계산」으로등단,이후『표류도』(1959),『김약국의딸들』(1962),『시장과전장』(1964),『파시』(1964~1965)등사회와현실을꿰뚫어보는비판적시각이강한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았다.
1969년9월부터대하소설『토지』의집필을시작했으며26년만인1994년8월15일에완성했다.『토지』는한말로부터식민지시대를꿰뚫으며민족사의변전을그리는한국문학의걸작으로,이소설을통해한국문학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거장으로우뚝섰다.2003년장편소설『나비야청산가자』를《현대문학》에연재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단되며미완으로남았다.
그밖에『Q씨에게』『원주통신』『만리장성의나라』『꿈꾸는자가창조한다』『생명의아픔』『일본산고』등과시집『못떠나는배』『도시의고양이들』『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등이있다.
1996년토지문화재단을설립해작가들을위한창작실을운영하며문학과예술의발전을위해힘썼다.현대문학신인상,한국여류문학상,월탄문학상,인촌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했고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문학기념메달을받았다.
2008년5월5일타계했다.대한민국정부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를기려금관문화훈장을추서했다.

목차


초판서문

제1장

북한삼팔도
지령
푸른보리
밀짚모자와나비
행복의이야기
석산선생
백천온천
좋은사람아니다
페르시아의시장
암살자
전야
육이오
대지여
김포가도
피란길
비둘기
서울의거리
김여사
수와상황
후퇴

제2장

꽃상여
늙은농부
환상
한떨기의들국화
야전병원
부상병들의행군

입산
죄인들의광장
역전
어느빙하인가
연기나는마을
인민의적
쌀!
이가화
이세상사람들에게꽃을
싸락눈속의옛날을
탈출
황야를헤매는세마리의개미
달맞이꽃

어휘풀이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제삶이평탄했다면글을쓰지않았을것입니다.
삶이문학보다먼저지요.”

고전의품격과새시대의감각을동시에담아낸
박경리타계16주기추모특별판

1957년단편「계산」으로데뷔해,26년에걸쳐집필한대하소설『토지』로한국문학사에거대한이정표를남긴거장박경리.타계16주기를맞아다산북스에서박경리의작품들을새롭게엮어출간한다.한국문학의유산으로꼽히는『토지』를비롯한박경리의소설과에세이,시집이차례로묶여나올예정인장대한기획으로,작가의문학세계를누락과왜곡없이온전하게담아낸의미있는작업이다.이번기획에서는한국사회와문학의중추를관통하는박경리의방대한작품들을한데모아구성했고,새롭게발굴한미발표유작도꼼꼼한편집과정을거쳐출간될예정이다.

오래전에고전의반열에오른박경리의작품들은새롭게읽힐기회를갖질못했다.이번에펴내는특별판에서는원문의표현을살리고이전의오류를잡아내는것을넘어,새로운시대감각을입혀기존의판본과는전혀다른분위기의책을선보인다.이전에박경리의작품을읽은독자에게는기존의틀을부수는신선함을,작품을처음접할독자에게는고전의품위와탁월함을맛볼수있도록고심해구성했다.이전의고리타분함을말끔하게벗어내면서도작품각각의고유의맛을살린표지디자인으로,독서는물론소장용으로도손색이없게했다.한국문학사에영원히남을이름,박경리문학의정수를다산북스의기획으로다시경험하길바란다.

“밟혀도밟혀도뻗어가는잡초.난잡초야!”
“끈질기고,징그럽고,지혜롭고,민감하고무서운여자야!”

문단의선풍을일으킨베스트셀러,제2회한국여류문학상수상작
한국현대소설의새로운지평을연『시장과전장』

다산북스에서새롭게출간된『시장과전장』은작품성과더불어대중적관심과사랑을받은박경리의또다른걸작이다.검열을피하기위해연재를거치지않고1964년단행본으로출간되었는데,박경리문학을논할때그가남긴여러장편가운데서도『김약국의딸들』,대하소설『토지』와더불어빼놓을수없는대표작이다.

1965년제2회한국여류문학상을수상하기도한이작품은,이념대립이나물리적인폭력의세계를묘사하는기존전쟁문학의남성중심서사와달리,‘여성’으로서작가가경험하고직시한전쟁과생존의서사를본격적으로다루고있다는점에서차이가있다.

『시장과전장』은1960년대들어그의문학세계가초기작이지닌한계를넘어단편에서장편으로옮아가면서,작가의개인사적담론에서사회현실전반으로,이념의문제로전후인식의넓이와깊이면에서확장되어나감을보여준다.작가자신이직접체험한전쟁의참상을객관적거리두기를통해문학적으로재현함으로써,전쟁이라는거대한폭력이남긴상흔과이념대립의허상,인간존엄의상실,더나아가그것이여성들의삶에구체적으로어떤양상으로나타났는지,또어떤의미를지니는지비판적시각으로그려낸다는점에서문학사적으로도큰의의를지닌다.

『시장과전장』은1?4후퇴를기점으로1,2부가나누어져있으며총40개의장으로구성되어있다.‘남지영’과‘하기훈’이라는남녀주인공이등장하는데,이야기는두주인공의시점이번갈아가며전개되며“두개의플롯을이끌어가는구조”이다.‘시장(市場)’은“시끄러운장터의분위기에근사”하지만,‘전장(戰場)’은“구원의문제를놓고벌이는이념논쟁을함축하는특성”을지니고있다.

이념문제는하기훈을중심으로거론된다.그는공산당원으로당의지령을받아활동을하고,인민군으로나서기도한다.하지만그스스로‘코뮤니스트’를자칭하고있음에도보이고있는행동과이념의불일치로인해오히려이념대립으로촉발된한국전쟁이허구성이드러난다.

소시민으로서현실적으로“전쟁에서생존방식을모색”하는‘여성-지영의서사(시장)’와,공산주의와아나키즘등“이념의문제를거론”하는‘남성-기훈의서사(전장)’를번갈아보여주면서,‘이념’이라는허상이‘전쟁’이라는형식으로소시민의삶을어떻게뒤바꿔놓는지,이데올로기의낭만에기댄허울뿐인전쟁의폭력성과그참상을여실히보여준다.

“어떤짓을하더라도지금은사는일이징그러운그런때가아니에요.
영혼이나순결이무슨소용이에요?모두동물이되어버렸는데…….”

이념대립에희생된소시민의삶
박경리가목도한전쟁의참상과인간성상실의현장

지영의식구들은전형적인소시민이다.‘위대한승리’‘인민해방’‘영웅적인투쟁’이라는구호는먼얘기일뿐,민중들에게는생사가걸려있는눈앞의현실만이중요할뿐이다.시시각각으로변하는전세(戰勢)에아무런사상도이념도없는민중들은‘반공’혹은‘반동’이데올로기의검열로생존이위협받는현실에놓인다.서울의점령군이인민군과국군,중공군과연합군으로바뀔때마다사람들은사상검열을통해희생되고,결국지영의남편도이문제로잡혀간다.

전쟁은인간의존엄을짓밟고오직‘살아남는’데온신경을쏟게한다.“먹을것만찾는데도짐승같지않고도둑질을하는데도도둑놈같지않고사람을죽여도살인자같지않”은상황에놓인다.

“산과들에는탄피와파편,불발탄이수없이깔려있”고,피란민들의발길이닿는산길에는“무수한시체가누더기처럼”여기저기굴러있다.내리쬐는태양아래“피도말라버린시체”들사이를피해걸으면서도울지않았던지영은,기르던개가“말라비틀어진”채“죽지않고살아남”은모습을보고“눈물을흘”리며이땅에있는그어떤생명도피해갈수없는“전쟁의무참함”을본다.가부장없이홀로남은여성들을향한주위의시선,그들이체감하는성폭력의위험과공포또한구체적으로묘사된다.‘젊은여자’인지영은의혹과감시,성적대상화의시선에서자유로울수없다.

지영은‘부역자의가족’이라는이유로시민증이없어배급도,피난도할수없는처지다.폭격과굶주림이생활이된가운데지영은밀가루포대에눌어붙은부스러기에기뻐하고,“연탄불”도약도사람도없는마을에서병은곧죽음과직결되기에다가올겨울에대비해아이들의옷을짤뿐이다.“불안과공포”그리고“언제든지떠날수있으면떠나려고”매일매일어른들이입던털옷을풀어“아이들옷을쉬지않고짜는것”으로,“그일을하지않으면안된다”는마음가짐으로“지영은사는것을지탱”해나간다.

어머니를잃고도슬퍼할겨를이없다.지영의어머니‘윤씨’는중공군이남기고간쌀을가지고오려다국군의총에맞아“피에젖어거무죽죽”한“쌀자루를꼭껴안”은채죽음을맞이한다.하지만이웃과함께“건너편에있는밭”의“얼어서삽이잘들어가지않는”땅에“가마니에싸”서묻는것으로“장사는끝”이난다.지영에게이웃김씨부인이건네는위로의말은그가처한현실을아프게상기시킨다.“애기엄마,정신차리세요.아이들을위해서도애기엄마가정신을차려야지.어떻게하겠어요,참슬픈세상에우리가태어나서…….”

“살고싶다!내자식들,내어머니.
당신은죽어도난죽지못해요!”

전쟁속에깨닫는생의아름다움과애착
박경리가주목한생존과성숙의서사

개인주의적이고결벽적인성향을가진지영은애정없는결혼생활과남편의속물적성향,살림과육아등에대한친정어머니의지나친간섭으로가정내에안주하지못하고삼팔선부근연안에있는학교에교사로부임해홀로생활한다.전운이감도는가운데결국전쟁이시작되고,지영은가족들이있는서울로험난한피란길에오른다.

전쟁이일어나기전지영은가족들에게조차비판적이고냉소적인태도를유지하지만,전쟁이일어난후“이제는갈수없다”고느낀절망의순간에배를얻어타고땅에발을내디디면서흐릿하던아이들과남편,어머니의얼굴이똑똑히떠오른다.“모르는사람끼리얼싸안고눈물을흘리는”광경을보며“대지에입맞춤하고싶은감동에모든것은새롭고정답고소중하기만”한지영은이전에느끼지못했던‘생(生)’의아름다움과남편과아이들에대한사랑을새삼깨닫는다.

지영은무사히집으로돌아오지만,지인의강권으로공산당에입당원서를낸남편이서울수복이후수감되어행방불명되면서가장이된다.어린두자녀와친정어머니의‘생존’을책임지게된지영은위협속에서식구들을위해“고군분투”하는,생에대한애착과굳건한의지를가진인물로변모한다.전쟁은고통과슬픔을안겨주었지만지영에게“독립된주체로성장하는계기”이기도한것이다.지영에게“남아있는단하나의목표는아이들을데리고고향으로내려가는일”이며,오로지그것을위해살아남기로결심한다.

우여곡절끝에남성친척의도움을받아트럭을타고피란지부산진의야시장불빛과음악속으로파고들어가는지영의모습에서는“모든것을잃”고도결코포기하지않는이후의삶에대한의지를읽을수있다.이를통해작품속에여전히생동하고있는박경리문학의힘과정신을느낄수있을것이다.

“모든것을잃고,슬픔까지도잃었는지,
다만잃지않았던것은슬기로운목숨과삶을향한의지.”

인간소외에맞서는사랑과존엄
박경리문학기저에깔린구원과회복의메시지

주인공지영이겪는비극은박경리의개인사와도무관하지않다.어머니에대한연민과경멸,아버지에대한증오로점철된불운한유년시절,전쟁체험과남편과아들의죽음,홀어머니와딸을부양했던가장으로서의책무…….

작가의실제삶역시생존을위한고독한투쟁의과정이었다.“어떤궁핍보다잊지못하는것은내존엄이침해당한일이다.결코지워지지않는피멍같은것,인간의존엄과소외,이것이내문학의기저가아니었나싶어진다”라는고백처럼,박경리문학에서‘존엄과소외’의문제는초기작품부터드러난다.

전쟁미망인에게덧씌워지는사회적냉대,재혼과이혼으로인한낙인,사회생활속에서흔히마주하는차별과멸시의시선등이생래적으로예민한작가의자의식에“피멍같은것”으로자각되었고,사회에팽배한소외에작가의촉각은발달되어있었다.

이‘존엄(사랑)과소외’문제는‘박경리문학의밑바탕에깔린기본명제’이자,작가“박경리의문학의식이추구하고성취”해나가고자한지점이다.이를문학적으로승화시킨것이하기훈을사랑하는‘이가화’라는인물이다.작가는서문에서“긍적적인여자이가화를만날수있었다는데대하여기쁨을느”낀다고밝힌다.이가화는공산주의자들에게가족을모두잃고월남하지만,그로인해증오로나아가기는커녕자신에게도움을준기훈이공산주의자임에도애정을느끼고,그를사랑하기에위험을무릅쓰고빨치산으로입산을감행하기까지한다.이가화에게무엇보다절대적인것은사랑과삶,기쁨과행복이었던것이다.이는박경리가전하고자하는구원과회복의메시지와무관하지않을것이다.『시장과전장』은그러한박경리의문학세계를이해하고새로운문학적실험을느낄수있게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