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족 (양장)

뱁새족 (양장)

$18.00
Description
“삶에 고통이 없었다면, 문학을 껴안지 못했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한국 문학사에 남긴 또 다른 걸작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작품은 『뱁새족』이다. 당대를 풍미한 1960년대 지식인의 허영과 상류계층의 허위의식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비극과 희극 사이에서 “무한루프”를 그리는 ‘뱁새족’의 욕망과 삶을 들여다본다. 박경리만의 위트와 유머 감각이 녹아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생동하고 있는 박경리 문학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저자

박경리

저자:박경리
본명은박금이(朴今伊).1926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1955년김동리의추천을받아단편「계산」으로등단,이후『표류도』(1959),『김약국의딸들』(1962),『시장과전장』(1964),『파시』(1964~1965)등사회와현실을꿰뚫어보는비판적시각이강한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았다.
1969년9월부터대하소설『토지』의집필을시작했으며26년만인1994년8월15일에완성했다.『토지』는한말로부터식민지시대를꿰뚫으며민족사의변전을그리는한국문학의걸작으로,이소설을통해한국문학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거장으로우뚝섰다.2003년장편소설『나비야청산가자』를《현대문학》에연재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단되며미완으로남았다.
그밖에산문집『Q씨에게』『원주통신』『만리장성의나라』『꿈꾸는자가창조한다』『생명의아픔』『일본산고』등과시집『못떠나는배』『도시의고양이들』『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등이있다.
1996년토지문화재단을설립해작가들을위한창작실을운영하며문학과예술의발전을위해힘썼다.현대문학신인상,한국여류문학상,월탄문학상,인촌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했고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문학기념메달을받았다.
2008년5월5일타계했다.대한민국정부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를기려금관문화훈장을추서했다.

목차


1.유신애의집
2.매만보고가는사나이들
3.객실풍경
4.아마릴리스
5.다이아몬드와오물차

출판사 서평

“제삶이평탄했다면글을쓰지않았을것입니다.
삶이문학보다먼저지요.”

고전의품격과새시대의감각을동시에담아낸
박경리타계16주기추모특별판

1957년단편「계산」으로데뷔해,26년에걸쳐집필한대하소설『토지』로한국문학사에거대한이정표를남긴거장박경리.타계16주기를맞아다산북스에서박경리의작품들을새롭게엮어출간한다.한국문학의유산으로꼽히는『토지』를비롯한박경리의소설과에세이,시집이차례로묶여나올예정인장대한기획으로,작가의문학세계를누락과왜곡없이온전하게담아낸의미있는작업이다.이번기획에서는한국사회와문학의중추를관통하는박경리의방대한작품들을한데모아구성했고,새롭게발굴한미발표유작도꼼꼼한편집과정을거쳐출간될예정이다.

오래전에고전의반열에오른박경리의작품들은새롭게읽힐기회를갖지못했다.이번에펴내는특별판에서는원문의표현을살리고이전의오류를잡아내는것을넘어,새로운시대감각을입혀기존의판본과는전혀다른분위기의책을선보인다.이전에박경리의작품을읽은독자에게는기존의틀을부수는신선함을,작품을처음접할독자에게는고전의품위와탁월함을맛볼수있도록고심해구성했다.이전의고리타분함을말끔하게벗어내면서도작품각각의고유의맛을살린표지디자인으로,독서는물론소장용으로도손색이없게했다.한국문학사에영원히남을이름,박경리문학의정수를다산북스의기획으로다시경험하길바란다.

“가랑이가찢어져도황새를따라갈려는뱁새의비극은
바로그것이희극이라는데있죠.”

지식인과상류층의위선과허영을꼬집는
박경리의내공있는위트와유머

다산북스에서새롭게출간된『뱁새족』은박경리의또다른걸작이다.이작품은1967년6월16일부터9월11일까지《중앙일보》에약3개월간연재(총75회)되었으며,이후단행본으로출간되었다.

이소설은파리로미술유학을다녀온‘유병삼’이라는인물을주인공으로내세워‘1960년대상류사회의세태’를비판적으로그려내고있다.그는“그림을그리다가팽개치고”어쭙잖게‘미술평론가’라는“상표를붙인”자신의삶마저조롱의대상으로삼는다.이같은태도는타인의삶에도적용된다.그잣대는특히“세상에하나밖에없는골육”인누이‘유여사(유신애)’에겐더욱명민하고신랄한데,틈만나면가차없이면전에서그녀의속물성을까발리기일쑤다(“귀부인이고저하고,여류명사이고저하고,청렴결백한인격자이고저하는그화장이너무짙어서회벽이되었다면,그건흉물이지어디미인이라할수있겠어요?”).

그의냉소적인시선은작가의그것과맞닿아있다.“눈앞에서황금덩이가번쩍번쩍하는데구경만하고있으려니까,답답하고조갈증이나서저러는거”라며,주변인들이욕망의노예가되어끝없이탈주하는광경을,부부간에서조차이해관계를철저히따지며속물적인본성을숨기지못하는사람들의면면을속속들이펼쳐놓는다.

처세에능하지도자신의처지에만족하지도못하는유병삼에게“단순하고배짱좋고만사를자기편리한대로해석하고약고재빠르며능청스런그네들”,즉뱁새족은경멸의대상이다.그러나한편으론그들과“공범자”가되지않고서는대학에변변한자리하나얻을수없는처지이기도하다.

소설속에등장하는인물들(뱁새족)은온갖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연줄과재력,심지어결혼까지이용해어떻게든‘황새’가되어더높은계급,계층으로도약하려고군분투한다.그리고그러한헛된노력들이전부수포로돌아가면서절망에빠진다.그과정을지켜보는독자들눈에는그들의비극적삶이,채플린의영화처럼한편의희극으로느껴질뿐이다.

기존출간된박경리의장편들은비극적인연애나결혼,한국전쟁,전쟁미망인의삶등다소밀도있는서사와묵직한주제의식을담아낸작품들이주를이루었다면,『뱁새족』은그와는조금다른결을지닌다.작가의현대적감각과유쾌한필치,속도감있는전개가돋보이는이번작품을통해박경리문학의색다른매력과그의또다른면모를발견하는즐거움을맛볼수있을것이다.

‘모두허기가들어서저러는거다……
욕망무한,실로욕망무한이로다.’

교활함은필수,교양과체면은선택
순진하고정직한것이‘악덕’이된사회

다섯개의장중에서도특히「3.객실풍경」은눈여겨볼필요가있다.이장에서는,“이사장님댁사모님”이자외양부터“돈이남아돌아가는계층의여성”인것을확실히알수있는‘은숙여사’의주도로그녀의집에서파티가열리는데,‘뱁새족’들이각자의속내를감추고한자리에모이는진풍경이연출된다.

세상을살아가려다보면때론“원수같은사람도친한체하고가까운사람도먼것처럼꾸미는일”이허다하며“소위정치의냉혹함과마찬가지로사교계에있어서도그이치가통”용된다.‘은애여사’는상당한재력과연줄을쥔,“재빠른계산”과“결코현실을거역하지않는약삭빠름”,“하찮은것이라도목적을정하기만하면그것을위해언제든지버릴수있는가짜배기자존심”을장착한‘최상위포식자’다.병삼은누이의‘영리함’과“권력과금력,명성이지닌권위에맹목적으로추종하는그현실성과바탕에착한면이있어음모를꾸미는일이없고중상모략을깊이삼가는그신중성이신뢰를얻”어그녀의신임을얻었을거라판단한다.유여사는은숙에게기대어,동생병삼의교수직과더불어은숙의동생이자미국서유학한디자이너‘은애’와의결혼을추진하고싶어한다.

병삼은이를부정하지만,그역시당대의‘뱁새족’임은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누이가마련해놓은기반위에서생활하면서“재능도없으면서천재가되어보겠다고파리까지비싼여비쓰고갔다온놈”인병삼을포함해소설속에등장하는모든이들이그러하다.“졸업장한장우물쭈물얻어둔덕택으로학자행세하게된인사”인M대학교무처장‘홍재철’,정략결혼도불사하고“남의재산을계산”해“장래의대재벌을꿈꾸는”사업가‘박영수’,전직고관에“국회출마,B당의공천을노리”면서“건달”처럼“여자라면사족을못쓰고”아내몰래“살림을차린여자”가있다는‘차영호’,현실변화에순응하지못하고“사랑의순결을,사회의정의를목마르게외치”는시대착오적인친구‘양두연’,여배우가“용모도연기도신통치않”으면서“정조만제공하면황홀한스타의자리를차지할”거라는착각에빠진두연의정인‘강순미’,“사십을넘은황혼의미모”를무기로또한번인생역전의“호사를바라보는”‘김윤이’,웃음을팔아모은“한밑천으로사내발목을묶어놓”고“어부인으로승격”되리라믿는요정의마담…….사실상이들모두가뱁새족이며,이는우리사회를이루는모든구성원들이‘뱁새족’이나다름없음을작가가선언한셈이라고봐도무방하다.

박경리는자신마저도그들중하나라는것을부인할수없었던듯하다.연재에앞서그는‘작가의말’(《중앙일보》1967년6월14일자)에서이렇게술회한바있다.“작중인물중단한사람이라도쭉뻗은성격을그리고싶었”으나,“끝내모든등장인물은희화로멀어지고맹렬히조롱할수밖에없었던심정이괴롭다”고,“남의이야기인동시,지금이시점에서남들과함께열심히뛰고있다고생각하는작가의경우도물론조롱을면할수는없을것이며자화상임을어찌부정하겠”느냐고말이다.

모두“피투성이”가되어“물고뜯고싸우는세상”,하지만호텔스카이라운지에서내려다보이는“서울의밤은찬란하여불빛과별빛이꿈같”다.“이땅이가난한가?천만의말씀이다.판잣집도지게꾼도보이지않는서울은이렇게아름다운데.”

‘광대이기때문에슬픈거다……
슬프고비참하지않고서어찌남을웃기겠는가.’

예술가에게고독이란형벌이아닌창조의근본
박경리가그린예술가의고뇌

『뱁새족』에서주목해야하는부분이또있다.바로‘예술가소설’로서의한측면이다.

병삼은S대학강사일적에친구‘양두연’의부탁을받는다.두연이자신이운영하는극단운영자금을마련하는일을도와달라기에,“이름석자를대면제법알아보는실업가의저택”에그림을봐주러가게된것이다.하지만말실수를하는바람에“약장수”꼴이되어망신만당한다.그기억이잊힐즈음,그집딸이자신의수업에들어오면서소녀가자신을볼때마다“순엉터리,약장수,겉멋들린건달이”라고하는환청에시달린다.결국그는그림장수짓을한과거의일이부끄러워“하늘의별따기”보다어렵다는그자리를그만두고방황하게된다.

후반부에서유병삼이파리로미술유학을떠날당시를회상하는장면에서,그는“고독하게,철저히고독하게작품과대결하는자신의모습을,그것은오랜꿈이었고그꿈을향하여한국을떠났”지만,“철저히고독할수도없거니와”“이방의거리를헤매는것은무서웠고,낙엽을밟으며혼자가는마음에는절망이외아무것도없었”으며,“더러운다락방은자살아니면미칠것같은충동을주었다”고고백한다.재능에대한불신으로괴로워하는젊은예술가의절망과고독,우울과자살충동등‘예술가소설’에서나타나는‘예술가의고뇌’가엿보인다.

고독과의대결이절망이며,그끝에서예술을버린일은유병삼의성격에변화를일으키는데,이‘고독’은작가박경리에게도떼려야뗄수없는존재였던것같다.“고독하지않고글을쓴다면참이상한일아닙니까?”라며박경리역시예술가에게고독은창조를낳는“틀이며본(本)”이라고말한바있다.작품속에등장하는‘예술가’들은한계를극복하지못하고,두연은낙향하고병삼은‘화상(?商)’이되는것으로소설은끝을맺는다.이역시도작가로서의삶이,예술가로서의욕망이실현되기가결코쉽지않음을,그것은고독과절망,창조에따르는고통의무게를견딘후에비로소이룰수있는것임을넌지시던지는메시지로읽어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