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들의 숙제 (양장)

죄인들의 숙제 (양장)

$26.40
Description
“삶에 고통이 없었다면, 문학을 껴안지 못했을 것이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한국 문학사에 남긴 또 다른 걸작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아우르며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장편소설이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된다. 원전을 충실하게 살린 편집과 고전에 대한 선입견을 완벽하게 깨부수어줄 디자인으로 새 시대의 새 독자를 만날 준비를 마친 이번 작품은 『죄인들의 숙제』다. 전쟁고아로 둘만 남겨진 이복자매간의 애증과 갈등을 통해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성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질과 죄의식의 문제를 다룬다. 시대적 배경은 1960~70년대로, 작가는 당시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로 인해 물질적 풍요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사회 풍조와 인간소외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쓰인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을 통해 오늘날까지 생동하는 박경리 문학의 힘을 느껴보길 바란다.

저자

박경리

저자:박경리
본명은박금이(朴今伊).1926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1955년김동리의추천을받아단편「계산」으로등단,이후『표류도』(1959),『김약국의딸들』(1962),『시장과전장』(1964),『파시』(1964~1965)등사회와현실을꿰뚫어보는비판적시각이강한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았다.
1969년9월부터대하소설『토지』의집필을시작했으며26년만인1994년8월15일에완성했다.『토지』는한말로부터식민지시대를꿰뚫으며민족사의변전을그리는한국문학의걸작으로,이소설을통해한국문학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거장으로우뚝섰다.2003년장편소설『나비야청산가자』를《현대문학》에연재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단되며미완으로남았다.
그밖에산문집『Q씨에게』『원주통신』『만리장성의나라』『꿈꾸는자가창조한다』『생명의아픔』『일본산고』등과시집『못떠나는배』『도시의고양이들』『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등이있다.
1996년토지문화재단을설립해작가들을위한창작실을운영하며문학과예술의발전을위해힘썼다.현대문학신인상,한국여류문학상,월탄문학상,인촌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했고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문학기념메달을받았다.
2008년5월5일타계했다.대한민국정부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를기려금관문화훈장을추서했다.

목차

1.엉겅퀴꽃
2.동행자
3.눈
4.성공과실패
5.모습
6.붕괴
7.최초의남녀
8.소용돌이
9.이율배반
10.수지계산
11.빙하
12.귀가
13.두종말

어휘풀이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제삶이평탄했다면글을쓰지않았을것입니다.
삶이문학보다먼저지요.”

고전의품격과새시대의감각을동시에담아낸
박경리타계16주기추모특별판

1957년단편「계산」으로데뷔해,26년에걸쳐집필한대하소설『토지』로한국문학사에거대한이정표를남긴거장박경리.타계16주기를맞아다산북스에서박경리의작품들을새롭게엮어출간한다.한국문학의유산으로꼽히는『토지』를비롯한박경리의소설과에세이,시집이차례로묶여나올예정인장대한기획으로,작가의문학세계를누락과왜곡없이온전하게담아낸의미있는작업이다.이번기획에서는한국사회와문학의중추를관통하는박경리의방대한작품들을한데모아구성했고,새롭게발굴한미발표유작도꼼꼼한편집과정을거쳐출간될예정이다.

오래전에고전의반열에오른박경리의작품들은새롭게읽힐기회를갖지못했다.이번에펴내는특별판에서는원문의표현을살리고이전의오류를잡아내는것을넘어,새로운시대감각을입혀기존의판본과는전혀다른분위기의책을선보인다.이전에박경리의작품을읽은독자에게는기존의틀을부수는신선함을,작품을처음접할독자에게는고전의품위와탁월함을맛볼수있도록고심해구성했다.이전의고리타분함을말끔하게벗어내면서도작품각각의고유의맛을살린표지디자인으로,독서는물론소장용으로도손색이없게했다.한국문학사에영원히남을이름,박경리문학의정수를다산북스의기획으로다시경험하길바란다.

“나는언니불행의제물이었던거예요.
난언니의부속물도꼭두각시도아니란말예요!”

관계를통해죄의식의심층을파헤친
박경리의수작『죄인들의숙제』

다산북스에서새롭게출간된『죄인들의숙제』는박경리의또다른걸작이다.이작품은1969년5월24일부터1970년4월30일까지《경향신문》에총288회에걸쳐연재되었으며,이후1978년범우사에서단행본으로처음출간될때‘나비와엉겅퀴’라는제목으로발행되어오랫동안해당표제를유지했으나,최근다시원제목을찾았다.

『죄인들의숙제』는『토지』연재중에발표되었는데,당시박경리는『토지』집필에전력하며다른작품활동을거의하지않았었다.이때문에이소설은박경리가그간의긴침묵을깨고거의3년만에발표한새작품으로주목을받기도했다.

『토지』연재와동시에발표된장편소설은『창』(1970~71)과『단층』(1974)까지포함해단세작품뿐인데,세작품모두‘가족구성원간의관계’가갈등의중심이된다.이는남녀간의사랑을중심에두었던박경리의기존대중적연애소설과는궤를달리한다.이시기박경리는‘가족’이라는특별한관계성속에서비롯되는“‘죄인됨’의상황”과‘죄의식’의문제에깊이천착했는데,“마음대로끊어낼수없”고“서로에게윤리적책임과의무가발생”하는동시에“이성적논리로설명하기어려운”성질의‘사랑’(혹은‘죄악’)이발현되는“가족관계”야말로“인간의본질”에대하여“수없이질문과대답을지속하게하기때문”이다.

‘이복자매’가주인공으로등장하는박경리의작품은『죄인들의숙제』가유일하다.“돈에대한집착”과“아욕”이강한언니희정과“병적인결벽증”을지닌동생희련,극과극의성격을지닌두자매의오랜갈등을“밀도있게형상화”함으로써인간본성의문제를파고들었다는점에서이작품은박경리의다른소설과비교해주목해볼만하다.

희정은전쟁중폭격으로한팔을잃고불구가된몸으로어린동생을돌보며생계를책임진다.이후희정은과거의“많은희생”을희련에게끊임없이상기시키며정서적학대에가까운폭언과행동을서슴지않는다.또한희련을“소유물”처럼여기며,희련이성인이되었음에도“그의지배에서벗어나지못하”도록독점하려하고희련의부채의식을자극하는방식으로옭아맨다.

이때문에희련은자유를갈망하면서도그로인한죄의식에사로잡혀있다.희련에게희정이“불구자”라는것은“언니의특권”이며“치명적인무기”다.“불구자로서결혼할희망이없는노처녀희정의존재”는희련을우울하게하고,“자기만이남과같이결혼하”여가정을꾸리는“정상의생활”을하는것을“죄스럽게”여기게만든다.

“살아가려면살아남으려면죄인이돼야하는게요.
강하다는것은남을먹는일이며……진실을외면해야하는일이며,
아니죄의식을갖지말아야하는일인지도몰라.”

죽거나미치지않고살아남은‘죄인’들에게
박경리가던진‘어떻게살것인가?’라는물음

희정과희련의갈등이중심이되는한편,남편‘정양구’의불륜현장을목격한희련의친구‘강은애’의혼란과정신병발발,은애의오빠이자재일교포출신사업가‘강은식’과희련의비극적사랑은이야기의또다른축을이루며더욱심도있게주제의식에다가간다.

희련과절친한친구은애는아이옷을사러백화점에나섰다가남편‘정양구’와불륜상대인‘남미’의다정한한때를눈앞에서목격한다.젊고아리따운소녀와함께있는,평소와전혀다른남편의모습.“결혼은자유이기보다의무”,“애정이기보다생활”,“부부란생활을위한공범자”라고생각하던은애는그날이후혼란에빠진다.희련과달리,은애의죄의식은스스로를속이는데대한것이다.안락한생활과평범한일상에만족하고있는것처럼,자신의욕망을외면하고있다.

“기계처럼되풀이되는일상”이자기에게“아무런이상을일으키”지않았다는점이바로“병적이아닌가”하고은애는문득깨닫는다.“사람이기계를닮아간다는것은사람을벗어나고있다는것이며,사람이아닌것으로변질되어간다는것이상의병이또있을수있겠는가.”문득공허함에휩싸인그녀는무엇하나욕망하지않는자신이생명이없는‘사물’처럼여겨진다.겉으로보기에는아무문제없는,남못지않은결혼생활을유지하고있지만실상은자신이“뚜껑도열어본일이없는피아노”같이,‘가정’이라는구색을맞추기위한‘아내’혹은‘아이엄마’라는“물체”처럼여겨지는것이다.결국은애는정신이상증세가악화되어요양을떠나게된다.

이후정양구는각성하고가정에충실하려노력한다.동생의상태를걱정한강은식은귀국해은애의건강을살피는데,이것이계기가되어희련과강은식은연인으로발전하게된다.희련은그와만남을가지면서사랑의감정을느끼고해방감을느끼지만,주변의방해와소문,그로인한오해로둘사이가멀어지면서더큰절망에빠진다.

“사람을믿는다면그믿음만으로살수있을거예요.
최소한휴머니티가있다면그것을바라보고살아갈수있을것같아요.”

박경리문학이지향하는인간애(人間愛)의메시지

‘죄의식’은이작품을관통하는키워드다.하지만주인공들의죄의식은주관적인양심에기댄것으로그범주뿐아니라처벌의기준역시명확하지않다.실상작품속에서는“병적인결벽성”이있는희련과은애정도를제외하고는,자신의행동에양심의가책을느끼는인물이거의없다.주변의시선에개의치않고철저히본인의욕망에충실히행동한다.도덕관념이나윤리의식을배제한자신의행위에대한어떤죄의식을느끼지않을뿐더러자신의욕망을스스럼없이드러내는것에부끄러움이없다.이때문에희련과은애처럼더욱죄의식에시달리며고통받는인물이있는반면,계속그행위를반복하며아무렇지도않게일상을영위하는이들도있다.

이혼한지3년이지났음에도희련의주변을맴돌며미련을버리지못하는전남편‘장기수’,재력가인은식을차지하기위해희련을음모에빠뜨리는후배‘송인숙’,호시탐탐희련을노리는플레이보이‘최일석’등은“순수하고절대적인사랑”을꿈꾸는희련과달리,이기적이고속물적인본성을가감없이드러내며‘결혼제도’마저“수지계산의범주에서결코벗어날수없는”것으로치부한다.이러한모습은인간관계뿐아니라인간존재마저물질화하는세태변화와당대의인간상을작가가예리하게포착해내어소설속에녹여낸것이기도하다.1960~70년대를배경으로하고있지만,“화폐뭉치나수표액에따라사람이가치지어지는”분위기는오늘날의현실과도별반차이가없어보인다.

하지만박경리는끝까지인간에대한기대를포기하지않는다.“사람을믿는다면그믿음만으로살수있을거예요.설령애정이없는존경만으로도.괴롭겠지요.견딜수없겠지요.하지만어떤결함이있다해도최소한휴머니티가있다면그것을바라보고살아갈수있을것같아요.하지만그게없다면그건생명이없는거아니겠어요?”박경리는결국“이해하지못할죄는없으며결국모든인간이죄인일지도모른다”는메시지를던지기위해‘죄의식’의문제를소환한듯하다.인간본성을이해하는데서비롯되는측은지심,즉인간애(人間愛)의메시지를담기위해작가의길고긴고뇌가담긴이야기를독자들에게펼쳐보인것이다.박경리의문학이오늘날까지도깊은울림을주는까닭은,치열하게고뇌하는그의문학세계기저에‘사랑(휴머니티)’이깔려있기때문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