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레터 : 잎맥의 사랑 연대기

그린 레터 : 잎맥의 사랑 연대기

$18.00
Description
키우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 잎새,
그 안에 새겨진 사랑의 연대기를 담은 디아스포라 SF
역사를 화소로 삼아 말과 국가를 잃은 이들의 이야기에 꾸준히 천착해온 황모과 작가가 다산책방에서 새로운 디아스포라 SF 소설 『그린 레터』를 선보인다. 『그린 레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디아스포라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제인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펴낸 소설집 『보통의 우리』에 수록된 「그린 레터」와 맥을 같이하는 작품으로, 얼음산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륀’이 키우는 사람의 메시지를 잎맥에 새기는 식물 ‘비티스디아’를 해독하며 자신의 뿌리인 쿠진족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

황모과

저자:황모과
「모멘트아케이드」로2019년제4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하며데뷔했다.단편집『밤의얼굴들』중편『클락워크도깨비』『10초는영원히』『노바디인더미러』장편소설『우리가다시만날세계』『서브플롯』『말없는자들의목소리』등을출간했다.관동대지진조선인학살을소재로한SF단편소설「연고,늦게라도만납시다」로2021년SF어워드를수상했다.2022년양성평등문화상신진여성문화인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푸룬의이야기
2장이륀의이야기
3장로밀야의이야기
4장발루의이야기
5장푸룬의또다른이야기
6장모두의이야기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씨앗처럼,뿌리처럼,
이야기는밖으로터져나갈것이다.”

그들을우리로,과거를현재로호명하는이야기
조금느릴지라도확실하게도달하는황모과의세계

흔히시간이지나면아픔도무뎌진다고들하지만,이말을자세히들여다보면아픔의감각은시간이흐름에따라무뎌질지언정그상처는사라지지는않는다는의미를내포하고있다.우리에게아직까지현재진행형인아픔이기때문에,황모과만의섬세한접근은더욱빛을발한다.꾸준히SF를써온황모과는특히현실에굳게뿌리내린SF를선보이고있다.먼장소,먼미래의이야기를통해현실을은유하는게아닌지금현재,혹은근미래의이야기를통해지금우리를드러내는것이다.가상의국가와가상의시대를배경으로하는『그린레터』가우리의이야기로읽히는것또한같은맥락이다.

실제로『그린레터』의많은부분은실재에서착안했다.잎을편지로선물하는것은중국징포족의문화를모티브로하여변형했고,‘그린레터’라는제목은미국비자신청시서류미비등의이유로발급거절을통지하는용지를‘그린레터’라고부르는것에서가져와중의적인의미로사용했다.소설에등장하는여러가지에피소드들에서역사적인사건을어렵지않게떠올릴수있는것또한결코우연이아닐것이다.

그래서『그린레터』는작가가의도했든의도하지않았든결국세계의사건을지금우리의이야기로불러들이는방법이며지나간역사를현재로호명하는작업이다.그의소설은언제나지금이곳에서출발하여뻗어나간다.그리고조금느릴지라도확실하고정확하게되짚어온다.이것이황모과의세계가우리에게도달하는방식이다.

“사랑하는이여,부디건강하길,
어디서든안전하고평안하길.”

잎맥에새겨진가슴아픈사랑의역사
머물지못하고떠나야만했던사람들의이야기

이륀은증조할아버지가공들여키웠다는비티스디아잎을해석하느라분주하다.키우는사람의메시지를잎맥에새기는식물인비티스디아는전세계를통틀어1속1종인희귀종이며현재는그마저도찾아보기힘들다.얼음산국에자생하던마지막개체들은몇년전덮친열파쓰나미로완전히멸종했고,잎사귀에마음을새겨건넸다는‘쿠진족’의풍습마저도미신으로치부되며세상에서사라졌다.이륀의손에남겨진잎새는증조할아버지‘푸룬’이키운나무에서씨앗을얻어틔운것으로,세상에남은마지막비티스디아다.

‘식물이말을한다고?말이돼?’‘잎사귀로점을치는쿠진의이야기를믿는거냐?’‘너혹시쿠진이야?’등온갖편견에사로잡힌말들에도이륀이해석에몰두할수있었던것은증조할아버지의고향,밑동마을의한노인에게서전해들은이야기때문이다.

그러나잎새를해독할수있는방법은쿠진족사이에이어져오던‘해독키’를찾는방법뿐이다.날이갈수록엉뚱한단어들의조합만찾아내던이륀에게어느날수상한메일한통이도착한다.자신이해독키를가지고있고,기꺼이건네주겠다는낯선이의메일.이미멸종해버린비티스디아가적도근처에숲을이루고있다는그의말을이륀은쉽게믿을수없지만,그는정말로해독키를보내온다.이륀은자신을‘발루’라고소개한그를직접만나러가기로한다.

“부디나의이야기를남겨주렴.
아무도보지않는곳에서버텨온삶이있었다는이야기를.”

알지못했거나잊혀진이들의외로운싸움과
잃어버린시간을되살려선사하는위안과위로

황모과의소설에는‘역사’가주요맥락으로등장한다.이제는되돌릴수없는지난시간.다시는바꿀수없는과거.황모과는그시간을소설속에서되살려,과거를잊은독자들에게한번의기회를더주며묻는다.당신이라면이상황에서어떤선택을했을거냐고,이시간을건너어떤삶을살거냐고.그렇기에황모과의소설을읽는경험은공통의기억을얻는일인동시에,개인의기억을갖는일이다.타의에의해말과나라를잃고먼나라를떠돌아야했던푸룬과로밀야의이야기가단순히연인간의만남과헤어짐이아니라한민족의역사로읽히는건바로이런이유에서일것이다.역사의흐름속에서개인이겪은아픔은개인의것만이아니게되기때문에.

이소설에서는언어와문화를가졌지만국가가없는민족‘쿠진족’이등장한다.우리에게묘하게도익숙한이민족은주변국에사람과자원을수탈당하며이름과언어마저도잃는다.세곳으로분단된나라,자신의고향임에도그곳의이방인으로사는이들의삶은나라와말을잃었던,그리고지금도여전히분단되어있는우리의모습과닮아있다.고향에서살지못하고낯선곳으로쫓겨난사람들,존재한다는이유만으로멸시를받던이들이‘비티스디아’의잎사귀로고유의언어를찾아가는과정은‘만약에’라는가정으로울분을달랠수밖에없었던독자들에게위안과위로를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