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양장)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 (양장)

$18.66
Description
“서로를 원하지만 사랑은 아닌 이 관계가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간절한 걸까?”

서정과 파격을 오가는 이야기, 불온하고 매혹적인 문장
위태롭고 불안해서 더 아름다웠던 청춘의 비망록
에쿠니 가오리,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의 3대 여성 작가로 손꼽히며 나오키상, 주오고론문예상, 시바타렌자부로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한 무라야마 유카의 기념비적 문제작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성 정체성의 문제로 혼란을 겪는 후지사와 에리와 깊은 병세로 존엄사를 희망하는 아버지를 둔 야마모토 미쓰히데, 두 주인공의 방황과 성장을 과감하고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서슴없이 욕망을 드러내고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을 통해 생의 근본을 치열하게 탐구해 온 무라야마 유카의 진가가 여과 없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서정과 파격을 오가는 이야기, 가슴 떨리는 문장은 책장을 펼치고 덮는 순간까지 독자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한다.
『파도가 닿았던 모든 순간』은 1999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뒤 약 2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전국 도서관에서 특정 페이지가 너덜너덜해져 뜯겨 나간 채 발견된 소설로 입소문이 나며 마침내 현지에서 재출간되었다. 국내에서는 양윤옥 번역가의 손길을 다시 거쳐 새로운 표지와 장정을 입고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저자

무라야마유카

저자:무라야마유카
1964년일본도쿄에서태어나릿쿄대학문학과를졸업했다.1993년『천사의알』로제6회소설스바루신인상을수상하며데뷔했다.1994년부터2020년까지발표한『맛있는커피내리는법』시리즈는‘청춘연애소설계의혜성’으로불리며일본에서누계부수550만부이상판매된초대형베스트셀러가되었다.이후2003년에『별을담은배』로제129회나오키상을,2009년『더블판타지』로제4회주오고론문예상과제16회시마세연애문학상,제22회시바타렌자부로상을수상했고,2021년에는『바람이여폭풍이여』로제55회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수상했다.사춘기에겪는불안과외로움,단절과소통을부서질듯섬세하게그려낸『파도가닿았던모든순간』은1999년처음발표된이후로‘영원한청춘소설’이라는찬사를받았고,2023년에현지에서복간된뒤로도화제가되며‘무라야마유카월드’가건재함을알렸다.그외발표한작품으로『날개』『모든구름은은빛』등이있다.

역자:양윤옥
일본문학전문번역가.2005년히라노게이치로의『일식』으로일본고단샤가수여하는노마문예번역상을수상했다.무라카미하루키의『1Q84』,『직업으로서의소설가』,히라노게이치로의『장송』,『한남자』,『본심』,사쿠라기시노의『호텔로열』,『빙평선』,히가시노게이고의『나미야잡화점의기적』,『악의』,『라플라스의마녀』,『붉은손가락』,『유성의인연』,『매스커레이드게임』등다수의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
2
3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이녀석이하필그자리에나타나지만않았어도
우리는그야말로‘도무지이해할수없는’관계가될이유도없었다”

바다가내려다보이는아름답고평온한마을.그곳에는누구보다격렬하게자신의존재로고민하는고등학생이있다.공부든운동이든모든면에서주변사람들의기대에어긋난적이없는후지사와에리다.다들에리를천성적으로‘착한’아이이자모범생으로생각하지만,정작에리는자신의성별이바뀐채태어났다고느끼며억누를수없는욕구에남몰래괴로워하고있다.또동성인단짝친구를사랑한다고자각한뒤로는친구사이를망칠까봐마음을숨기고자힘겹게노력한다.그럼에도들끓는욕망을잠재울수없던에리는결국파격적인결심을행동으로옮기기에이른다.

미쓰히데는전국에서유일하게서핑부가있는이고등학교의대표서퍼다.일렁이는파도의리듬과자신의심장박동이완전히일치한다고느끼는그는수업시간을빼고는질리는줄도모르고바다에뛰어들기바쁘다.늘시시껄렁한농담을던지는그를보며친구들은아무걱정없어보인다고부러워하지만사실미쓰히데는암으로죽어가는아버지곁을지키며삶의무게를견디고있다.아버지는연명치료를거부하며아들에게존엄사를존중해주기를바라고,미쓰히데는그런아버지를보며죽음그자체보다죽음으로가는길에맞닥뜨리는과정에낙담한다.자신의손으로아버지의삶과죽음의경계를가를수있는것인지,정말로그래도되는것인지.

각자의괴로움으로견딜수없어하던두사람은집에서떨어진도시,요코하마의한복판에서마주친다.에리가고민끝에감행한일을,우연히그길을지나던미쓰히데가목격하고만것이다.학교에서는거의접점이없던두사람이었지만에리는혹여나자신의행동이학교에소문이날까봐걱정하다가미쓰히데에게위험한거래를제안한다.미쓰히데는자신의앞에갑자기등장한에리로인해규칙적이었던삶에서서히균열이가기시작한다고생각하며그거래에응하고,곧두사람은걷잡을수없는관계의소용돌이속으로빠져든다.

있을수없는일이라고나는생각했다.그리고동시에이런생각도들었다.의외로있을수없는일이태연히일어나는게이세상인지도모른다고._본문중에서

인생의파도가지나간뒤에
비로소받아들일수있었던것들에대하여

『파도가닿았던모든순간』은애초에접점이라고는없고모든면에서미숙한두청춘이서로를견디고부딪치다각자의모서리가닳아가며어른이되어가는과정을그려낸다.에리는사회에서요구하는표준과자기자신이다르다는것을처음으로자각한뒤,슬픔과좌절,자기혐오에시달렸다.미쓰히데는누구에게도기대지못하고홀로아버지의삶과죽음을가르는선택지를짊어지며외로워했다.

하지만이는“『인간실격』처럼아릿한후유증을남기는책”이라는독자후기에서도알수있듯,청춘의한시기에반드시거쳐야만했을통과의례와다름없었다.쉴새없이휘몰아치는파도처럼피할수도없이아픈감정이몰려올때,두사람은모두처해있는상황에서벗어나려고발버둥치고저항하지만결국에는고민이주는아픔을받아들이고점차익숙해진다.스스로에게가차없이모질었던에리는미쓰히데를만나면서,또자신의속마음을누구에게도털어놓을수없던미쓰히데는에리를만나면서있는그대로의자기자신을받아들이는법을배운다.마치몰려왔던파도가모두지나간뒤비로소자신을똑바로마주하고받아들일수있게되는것처럼.

무라야마유카는누구에게나깊은내면에존재하고있었을내적갈등이나쉽게이해할수없는결심,스스로도잘인정할수없는어리석음과아픔을꺼내에리와미쓰히데라는인물로조형해내보였다.그래서독자에게때로는어렵고불편한기분을안기지만곧숨기고싶었던과거의자신을똑바로바라보는경험을안겨준다.그리고독자는그제서야흘려보냈던아픔을보듬을용기를내고스스로를치유하게된다.『파도가닿았던모든순간』은위태롭고날카로운청춘을소재로공감을초월한이입을이끌어내는,무라야마유카만이선보일수있는역량이남김없이발휘된소설이다.

날카롭게깨진유리가파도에밀려바다의보석이되듯
출간된지20년이지나도여전히독자의영혼을거듭해서구원하는소설

“독한술을빚어내는”작가무라야마유카는작품을발표할때마다일본문단에파장을일으키며논란의중심에섰다.그녀가써내는글은기존의고정된인식을해체하고금기와불온의경계를넘나들기때문이다.하지만소설안으로들어가면인간내면깊숙한곳에자리잡은심연을발견하게된다.차마꺼내지못했지만분명히존재하는그무언가가.

『파도가닿았던모든순간』또한여성과청소년의욕망을정면으로마주한도발적인작품이다.하지만단지자극적인소설로만소비되지않은이유는따로있다.눈부신햇살아래부서지는파도와바다내음이풍기는것만같은청량한분위기에더해,지난날의방황과아픔,그리고몸어딘가에달라붙어잘떨어지지않았던바닷가의모래알처럼미처떨쳐내지못한지독한성장통이담겨있기때문이다.

이는“전국도서관에서특정페이지가뜯겨나갔다”는목격담과“영혼을거듭해서구원하는소설”등의후기를모으며20년이넘도록계속읽히고있는진귀한현상으로증명된다.이소설을읽기전으로는되돌아갈수없다.무라야마유카가빚어낸“술에깊이취해때로는감미롭게때로는괴롭게허우적거리겠지만,이윽고그술에서깨어난우리의시선은이세상을그전과는상당히다른모습으로포착”할테니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