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17.59
Description
“상처받은 마음도, 고단한 삶도 그저 다 흘러갈 뿐이야.
빙글빙글 돌아가는 레코드판처럼…”
외로운 삶에 따스하게 재생되는 아날로그 감동 소설
한때 재개발 광풍이 불었지만 공사가 중단되어 떠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난 서울의 후미진 동네 ‘풍진동’. 이제는 오가는 사람도 몇 없는 이 동네에 허름한 LP가게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곳엔 멋들어진 실내 장식도 요란한 간판도 없다. 그저 6천 장이 넘는 중고 LP만 상자째로 얼기설기 쌓아두고 신용카드 결제조차 안 돼서 손님을 당황하게 만드는 엉성한 가게다. 어딘가 모자라고 어설픈 이 가게의 특별한 점은 바로 수많은 LP 한 장 한 장마다 붙어 있는 포스트잇이다. 주인 정원은 가게에 들여놓은 LP판에 손으로 직접 쓴 감상평을 붙여 누군가에게 새로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건넨다.
곧 풍진동의 이 이상한 LP가게에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기라도 한 듯 점차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 굳이 음악을 발견하고 감상하기 위해 도시 외곽의 LP가게로 발걸음을 옮긴 그들은 나름대로의 아픔을 하나씩 안고 있었다. 부패를 일삼던 전 강력반 형사, 몰락한 아이돌 그룹 멤버, 취업난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취준생, ‘불량’하다고 불리는 미혼모 변호사, 병원을 버리고 야반도주한 정신과 의사까지……. 저마다의 사정을 가진 그들은 서로를 섣불리 판단하지도, 위로하지도 않는다. 대신 기꺼이 서로의 곁을 내어준다. 『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가 건네는 위로는 LP와 닮아 있다. 느리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33년간 팝 음악의 역사와 함께한 「배철수의 음악캠프」 라디오 DJ 배철수가 “책장을 여는 순간, 치유의 음악이 들려옵니다”라는 말과 함께 강력하게 추천했고, 밀리의서재에서 선공개되면서 소설 분야 1위에 올라선 아날로그 감동 소설이다.
저자

임진평,고희은

저자:임진평
이야기가만들어낼기적을믿는사람.어렸을때부터영화감독을꿈꿨다.하지만막상영화감독이되고보니,중요한건오로지‘어떤’영화감독이되는지였다는걸뒤늦게깨달았다.그후길위의생명들을위해음악회를여는과정을담은다큐멘터리「개와고양이를위한시간」과가습기살균제로인한인간과동물피해를다룬다큐멘터리「인간의마음」을만들었다.동물원과펫숍을반대하고,영화로보고싶은이야기를먼저글로쓴다.
x.com/dir_lim

저자:고희은
음악이만들어낼기적을믿는사람.중앙대문예창작학과와동대학원예술경영학과를졸업했다.책과음악으로청춘을보내고문화기획자이자작가로살아왔다.2024년부터홍대-합정사이에서카페겸문화공간을운영하고있다.유럽여행에세이『고독한사람들의도시』를펴낸후본격적으로유럽3부작소설작업을하다잠시방향을틀어음악소설을함께완성했다.

목차


프롤로그:VinylSavesUs
-그대떠나는날비가오는가?

정원
-아르페지오네소나타D.821
-예스터데이원스모어
-이풍진세상을만났으니……
-토카타와푸가D단조BWV.565

원석
-댄싱베어풋

두만과동만
-나는죽어가는것이두렵지않아요
-바이디스리버
-데스티니

미래
-첼로협주곡B단조,Op.104

시아
-블루벌룬

다림
-놓지마
-아유고잉위드미?
-그래,이게나야!

원장
-퍼펙트데이
-다시,첼로협주곡B단조,Op.104

원석
-아프리카
-가장슬픈일

정원
-친구

미래
-깨진그릇

예분
-서핑유에스에이

정원
-꿈을꾼후에
-스케치스오브스페인
-구름
-하이웨이투헬

에필로그:Still,VinylSavesUs
-원석
-정원
-미래와원장
-시아와다림
-동만과두만
-톰소령

작가의말
플레이리스트

출판사 서평

“이책은레코드판이아닙니다.
그렇지만책장을여는순간,치유의음악이들려옵니다.”
-「배철수의음악캠프」배철수강력추천-

★★밀리의서재소설분야1위★★
★★밀리의서재북마스터선정1위도서★★
★★2024년프랑크푸르트도서전화제작★★

두달후죽기로결심했는데
웬걸,너무바빠서죽을시간이없다…

여기,가족을모두잃고자신에게주어진인생을포기하고자하는한남자,정원이있다.마치오래전부터삶의마지막을기다려왔다는듯정원은어떤머뭇거림도없이천장에노끈을묶고의자에올라섰다.의자만발로툭차면원하는대로세상에이별을고할수있었던순간,정원은딱두달만더살기로마음을고쳐먹었다.갑자기죽음이두려워졌거나새삼스럽게삶에미련이남아서는아니었다.단지아버지가남긴6천여장의LP판이눈에띄었기때문이다.‘유품이란단순한물건이아니라누군가가살아온증거이자인생그자체’라던누군가의말이불현듯떠올랐고,자신에게남겨진LP판들이지금은모두죽고없는가족과함께했던흔적이새겨진유일한물건처럼여겨졌다.소중한음반들이쓰레기로버려지도록차마둘수없었던정원은그길로‘바람에날리는티끌’이라는뜻을지닌풍진동에LP가게를열었다.빈건물1층을두달짜리깔세로빌려무작정영업을시작한것이다.장사수완이라고는조금도없는정원에게예상하지못한사건이연달아벌어지고,가게에손님이몰리는기현상이일어난다.우습게도정원은어느새자신과약속한두달하고도1년이다지나도록너무바빠죽지못하게되는데…….

1년전죽으려했던사람에게이런미래가기다리고있을거라고그누가예상했겠는가.예상은커녕상상도못한일이었다.그런데결국정원은죽을새가없어살아남았다.더중요한건자신만살아남은게아니라는사실이었다._본문중에서
어쩌면죽고싶은게아니라
그저죽고싶을만큼외로웠던게아닐까?

중고LP가게를배경으로한『오늘도돌아갑니다,풍진동LP가게』는다소침체된분위기로시작한다.정원은어렸을때부터웃지않는아이였다.성장하면서점차감정을표현하기시작하고얼굴에표정이감돌게되었어도감정을느끼고표현하는일이여전히아주쉬운것은아니었다.가족을잃은후더욱깊어진고독속에서삶을포기하는선택을고려할정도로어두운내면에침잠해있던정원의마음을천천히밝힌것은LP가게에찾아오는손님들이었다.
음악에조예가깊은두작가,임진평영화감독과고희은작가의특별한만남에서탄생한이소설은마치오래된LP판에서흘러나오는음악처럼독자의기억과감정을어루만진다.삶의무게에지쳐‘한순간모든것을내려놓고싶은’이들에게단단하고깊은희망을전하는이소설은,고희은작가의말처럼“주변사람들의얼굴을찬찬히다시바라보고,저마다의무게를견디고있는그들과친구가되고때로가족이되는기적을”꿈꾸게한다.같은음악에귀를기울이고식사를함께할수있는사람은친구보다도더가까운,서로가서로의가족이될수있다는것을LP가게의손님들은정원에게알려주고있었다.소설처럼우리는혼자만의동굴에서벗어나타인과만날때비로소삶의무게를덜고일상을살아가는의미를찾을수있다.힘겨운하루하루를견디고있는독자라면이소설을통해누군가와연결되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깨닫게될것이다.

어느순간부터친구라고여겼던LP가게의사람들이정원에게마치가족처럼,운명처럼느껴졌기때문이다.동시에먼저떠나보낸동생은오히려친구처럼느껴지기도했다.혈연이아니어도서로선택하고아낌없이사랑을나눌수있었을존재,그래서역시소중한존재.가족이든친구든의미는조금씩달라도그들모두를사랑하고있음을정원은점차깨달아가고있었다._본문중에서

레코드판에새겨진연륜으로
흠집난영혼에게건네는속깊은위로

세상은계속해서우리에게더빨리,더많은발전을이루기를요구한다.효율적으로목표를달성하고,사회가정한기준을충족하는것만이당연하고정상적인삶인것처럼말한다.하지만풍진동LP가게는이런풍조를거스르는곳이다.잡음이섞이고때로는소리가튀는불완전한존재라도기꺼이턴테이블위에서돌아가며노래할수있도록자리를내어준다.바늘이천천히LP판에새겨진홈을따라가듯,서두르지않고서로의이야기에귀기울이다보면숨겨야만한다고생각하던상처와아픔도어느새따스하고깊이있는울림이되어우리의마음을어루만진다.
그렇기에풍진동의이상한LP가게는정원이세상을떠나기위해만들어진곳이지만역설적이게도남은날들을살아가기위한구원의장소가된다.이곳에는성공과실패를재단하는대신각자의속도와음악으로회복하는사람들이있을뿐이다.어디에서도받아들여지지못한다는생각에외로워하고있다면아름다운선율과연대의손길을선뜻내밀어주는풍진동LP가게의문을열어보자.누군가의온기가그리운날,완벽하지않은영혼이라도있는그대로환대받을수있는이곳은오늘도레코드판이빙글빙글돌아가며당신을기다리고있다.

정원에게이상한LP가게는그마음들이모여든곳이었다.정원을지구밖으로튕겨나가지않게꼭잡아준마음들.사랑이라고밖에말할수없는소중한마음들이.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