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세월 (박경리 산문 | 양장본 Hardcover)

약이 되는 세월 (박경리 산문 | 양장본 Hardcover)

$18.74
Description
“선한 예술과 사랑, 그 앞에 우리들의 고요한 기도가 있다”
고난의 세월 속에서 쌓아 올린 이토록 진실한 문장들
『약이 되는 세월』은 박경리가 작가로 등단한 이후 1970년대 말까지 써 내려간 에세이, 그리고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이다.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태평양전쟁, 그리고 6ㆍ25전쟁을 지나면서 젊음도, 계절도, 고향도 잃어버렸다고 썼다. 가족을 잃고 그 자신도 병고에 시달리면서 “피부에 스며드는 계절의 냉기 속에서” 단지 “생활의 괴로움”을 맛볼 뿐이다. 그에게 주어진 불행을 심화시킨 고독으로 인하여 그는 문학에 발을 들여놓았다. “고독과 불행이라는 공감을 통한 인간상 속에 친밀과 눈물”을 느꼈고 그 순간만큼은 진실했으며, 그 진실이 그를 문학으로 이끌었다. 소설 연재를 시작하면서 마감 시간이 바짝 다가올 때의 공포 속에서도 그는 꽃을 가꾸고 살이 썩어가는 금붕어에 머큐로크롬을 발라준다. 쿠바 사태로 3차 대전의 위기가 촉발했음에도 땅을 사서 땀 흘리며 그 땅을 일구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가 하면, 책가방을 짐 위에 얹고 무거운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 중학생을 보며 그의 선행에 감동해 눈물을 훔친다. 이를 읽고 어찌 박경리의 인간미에 감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는 말한다. “우리는 내일의 불행 때문에 오늘을 거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을 살아야 한다.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작가 박경리의 내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진실한 문장들로 가득한 이 책에서 독자들은 어쩌면 그의 숨결까지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

박경리

저자:박경리(1926.12.2.∼2008.5.5.)
본명은박금이(朴今伊).1926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1955년김동리의추천을받아단편「계산」으로등단,이후『표류도』(1959),『김약국의딸들』(1962),『시장과전장』(1964),『파시』(1964~1965)등사회와현실을꿰뚫어보는비판적시각이강한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았다.
1969년9월부터대하소설『토지』의집필을시작했으며26년만인1994년8월15일에완성했다.『토지』는한말로부터식민지시대를꿰뚫으며민족사의변전을그리는한국문학의걸작으로,이소설을통해한국문학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거장으로우뚝섰다.2003년장편소설『나비야청산가자』를《현대문학》에연재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단되며미완으로남았다.그밖에『Q씨에게』『원주통신』『만리장성의나라』『꿈꾸는자가창조한다』『생명의아픔』『일본산고』등과시집『못떠나는배』『도시의고양이들』『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등이있다.
1996년토지문화재단을설립해작가들을위한창작실을운영하며문학과예술의발전을위해힘썼다.현대문학신인상,한국여류문학상,월탄문학상,인촌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했고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문학기념메달을받았다.
2008년5월5일타계했다.대한민국정부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를기려금관문화훈장을추서했다.

목차


초하·정릉·촌부
빛과서재와
여심(旅心)
기다리는불안
연륜
세월
신경쇠약
지도
거리의악사
조화
항아리
사치스러운것
목련
약이되는세월
산이보이는창에서
바닷물소리
내고향의봄
소진의계절
전원으로향하는마음
해마다봄이오면
오동나무
동백꽃
산사의고독한피서
겨울밤
작업의시작
일종의유행병
식구와두개의외각
저상(佇想)
답답증
녹음
여름어느날
뒤안길
독백
사진과죽음
바다의향기
○월○일
모녀상
소녀예찬
여자의마음
차중(車中)에서
고마운그분
고향사람들
말이없는사람
우스운이야기
망각
먹는다는것
싸움
자기처리
오늘에산다는것
현대인의병폐
훗날을생각하여
어린비둘기를더이상욕보이지말라
어머니의사랑
학교는장터가아니다
시감이제(時感二題)
새로운비약
규격
보호자의본능
사랑과예술
이웃사촌
현대의영웅
무관심의미덕
고독과감상
회화(會話)
낭만
비공개로합시다
남의것
개인의뜻
표정센스!
오만과친절
미(美)에대하여
정직
봄이라고하는데
사생아서자의열등감
부자만같은기분
아름다움을팔지말자
영화에서본남성상
잡지표지에도둑맞은내얼굴
문학과나
문학의효용
작품과모델
행동과사색
밀폐된문화
고독의산물
비극의확대
따스한눈길
쑥스러워질수없는휴머니즘
불안한예감
나이야기
자화상
자기문학의재비판
솔바람에대하여
작의(作意)가없는사람
마지막습작을위해
문학하는소녀에게
인간에대한사랑을
개인의의사

연애의의미

출판사 서평

“나를미워하지말자”
한발씩,한발씩디디고나아가는정신행위이자창조의의지

박경리는「기다리는불안」이라는제목의글에서변화를갈구하면서도그변화를두려워하고불안해하는자신에대해토로한다.“정류장에서버스나합승을기다리는불안을나는견디지못한다.타고나면안심하고마음을놓지만기다리는동안은참으로괴롭다.결국하나의상태로부터다른하나의상태로옮겨가는그과정이무서운가보다.”초조와공포,저주,마음밑바닥에깔려있는미진한것들은수시로발열하고그는그것을“자학을완전히탈피못한자아의미명속에일어나는현상”으로본다.그러한그의불안과자학은어디에서비롯된것일까?박경리는여학생시절에꽤많이사진을찍었다.그때가태평양전쟁말기여서학교에서사진찍는것을금하고있었는데도말이다.하지만6.25전쟁을겪고주변의사람들이죽어나간이후사진은죽은사람에대한섬뜩한감각만을간직하는두려운것이되었다.박경리는「사진과죽음」에서“생명을잃어버린다는것은두렵고징그러운일이다.그두렵고몸서리치는생각때문에나는내가죽는날까지없어진사람들을망각의강에다띄워보내지못할것이다.”라고썼다.

그에게“회상은다만가슴저리는허무에지나지못한다.”그밑바닥엔아홉해를채넘기지못한채세상을떠난어린아들에대한처절한상실감이자리하고있다.아이가죽은지몇해가지났지만그고통은오히려연륜처럼그의마음을더깊이싸고돈다.“불우하면불우한대로생각이나고,생활이안정되어육신이편해지면그럴수록더욱더생각이나서밤이깊도록잠을이루지못한다.”비슷한또래의아이들만보아도울컥죽은아이를떠올리고그림을썩잘그리는딸아이를보면서죽은동생의그림에비하면어림도없다는서글픈생각을한다.남편을잃은것도,아이를잃은것도여름이다.그래서해마다여름이면묵은상흔들이그를괴롭힌다.

〈해마다봄이오면〉에서박경리는“자신을미워한다는자의식,다시말하자면자학같은것,이치열한자학속에서나는나를가누지못한채한해,또한해그렇게세월이흘러갔다.”고고백한다.봄이오면“나를미워하지말자”고다짐하면서도“나의자학은한발씩,한발씩디디고나가는인생에의계층의정신행위”,“보다적극적인삶을위한부정의계기”라고말한다.“그것은결코망각도포기고아닐것이며다만삶에대한의지요,삶을위한탈출”이며,바로“창조의의지”라고말이다.

“인간에대한관심,애정없이문학은존재할수없다”
사회에참여하는것은문인들의권리이자의무

「어린비둘기를더이상욕보이지말라」는박경리가1960년4월24일《조선일보》에기고한글이다.4ㆍ19혁명이일어난직후쓴글임을어렵지않게알수있다.그는“이땅에피를흘리고유명을달리한어린영혼들의명복을빌며지금시내각병원에서생사경을방황하고있는청소년들의처절한고통앞에이값싼어른들의눈물을뿌린다.”고쓰고“마산에서불과몇명의경관의처단을주저하다가이지경이되었으니어찌그실수를논의하지않을수있겠는가.부정선거라는기름에다불을지른것은두말할것도없이경관의발포였다.이나라의순진한학생들은데모로써호소했지,결코시초에또먼저폭력을자행하지는않았던것이다.”라고비통해했다.그러면서“민주주의를수호하고진리를사랑하는마음에서그아까운젊음을내던진현실”에방관하고있는어른들을질타했다.나아가“문인중에피를흘렸다거나데모에참가하였다는말을듣지못하였고더군다나민주주의를위해서나반독재(反獨裁)를규탄하는필화로써투옥되었다는말도듣지못하였다.”면서문인들의현실참여를호소했다.엄혹한비상계엄시국에서이러한글을기고한다는것은작가의생명을거는일이나다름없다.그럼에도박경리는“문인들도구름위에사는선인이아닌이상사회에참여하는것은당연한권리인동시의무”라며목소리를높였다.“인간에대한관심,인간에대한애정이없는문학”은존재할수없으며,“문인은문학이라는작업속에서진실하게,극명하게인생을표출해야”하기때문이다.

「문학하는소녀에게」에서박경리는“어쩌면작가란가장강한세속의욕망을희구하는인간인지도모르겠고,그욕망(自身)을증오하는인간인지도모르겠고……그러나궁극에는따뜻한마음과모멸에,눈이정확한작품을마련할수있는거라고생각한다”고썼다.그래서감옥에있는사위를,옥바라지하는딸을,천사같이잠들어있는어린손주를두고고통스러운나날을보내면서도불행하지는않다고,박완서가보낸편지에이렇게답장을쓴다.“눈이먼것같은희미한의식”속에서도사랑하는것들을지키겠다는신념으로,뜨거운핏줄을,인간에대한사랑을,하느님의뜻을믿고있다고.

#박경리17주기추모기획
#다산책방〈박경리산문선〉출간!

한편다산책방에서는2026년박경리작가탄생100주년을준비하며한국사회와문학의중추를관통하는그의방대한작품들을새롭게출간하고있다.대하소설『토지』와장편소설선에이어진행하고있는이번기획은박경리작가의산문과시를아우르며,오랫동안유실되었던미발표작품도포함되었다.올해집중적으로출간되는〈박경리산문선〉은지난2023년에다시출간된『일본산고』에이은다산책방의기획산문선이다.새롭게개정된『약이되는세월』은작가의육필원고를옮기는과정에서발생했던이전판본의오류들을바로잡았다.또한현대의독자들이편하게읽을수있게끔다듬으면서도고유한문장과표현,시대를드러내는단어들은그대로두어작가의목소리를오롯이전하고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