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어둠

나의 어린 어둠

$16.80
Description
상실을 안고도 세상을 환히 들여다본 한 사람의 뜨거운 몸부림
화제의 작가 조승리의 소설 데뷔작 출간!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로 2024년 가장 뜨거운 이름 중 하나였던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가 첫 소설집 『나의 어린 어둠』을 출간했다. 실명을 앞둔 청소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네 편의 연작소설과 창작기를 담은 에세이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부드럽고 무른 감정과 마디마디 단단해지는 자의식이 담긴 한 시절의 복합적인 지형을 훌륭하게 담아내는 새로운 소설가의 탄생을 알린다.

모든 화자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사랑, 진로, 자존감 등의 균열을 겪는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정에서 겪는 폭력이나 특수학교의 풍경도 그려 보인다. 무엇보다 살아가야 한다는 감각, 장마가 내려쳐도 빗속에서 자전거를 타듯 살아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정제하고 분열시켜 허구로 빚어낸 이 소설들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든다. 모든 인물이 조승리 같지만, 어느 누구도 조승리 그 자체는 아니다. 『나의 어린 어둠』은 그렇게 “조승리들”의 이야기로 확장되며, 독자 각자의 자전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잃었는가’보다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내는가’를 비추는 이 어둠은, 고요하지만 뜨거운 빛을 품고 있다.
저자

조승리

저자:조승리
여름을좋아합니다.강렬한태양의광휘를,장맛비의운치를사랑합니다.여름의향기를품은생기가득한소설을쓰겠습니다.2023년샘터문예공모전생활수필부문대상을수상하며집필활동을시작했습니다.산문집『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로2024년알라딘올해의신인상을수상했습니다.산문집『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을쓰고,단편소설앤솔러지『내가이런데서일할사람이아닌데』에참여했습니다.

목차


네가없는시작
내안의검은새
브라자는왜해야해?
나의어린어둠
소설가가되었다_에세이
추천의글_윤성희,이길보라

출판사 서평

“호박부침개를먹으며속없는농담을하다보면
어둠은영원히‘어린’상태로남을것만같았다.”_윤성희

“부장님이자새댁행세를하는소녀이자엄마품이가장포근한
10대조승리,그다음은무엇이될지무척이나궁금하다.”_이길보라

시각장애인에세이스트에서소설가로,
조승리라는세계의탄생

“나는캄캄한눈으로가장어두운곳의이야기를
밝은세상에내놓겠다고다짐한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에서장애와일상을유쾌하면서도뼈있는언어로담아내며‘2024올해의신인’이라는주목을받은조승리작가가,첫소설집『나의어린어둠』으로돌아왔다.전작에세이에서의도적으로비워두었던“보이는세계에서보이지않는세계로이동한경험”을토대로하고있어더욱의미가깊다.실명을앞둔십대의시선에서출발해,자립과생존의경계에선청년기의시간을통과하는연작소설집은,시각장애라는고유한경험을당사자의언어로풀어내면서도그것을뛰어넘는보편성과문학적깊이를보여준다.‘어린어둠’을지나면서도자신만의불꽃을여실히지켜냈던작가는,소설이라는도구를통해삶을다시들여다보며독자와의새로운대화를시작한다.
『나의어린어둠』은네편의연작소설과한편의에세이로구성되어있다.연작소설은실명을앞둔중학생이겪는첫사랑,특수학교에서의기숙사생활,부모와의충돌,냉혹한사회앞에서의좌절등“조승리들이살았을법한순간들”을펼쳐보인다.이이야기들은,“작가를둘러싼외부세계와작가안에웅크리고있는내부세계가합쳐지는순간”만들어진문학적자화상들이다.

그럼에도살아가야하며,살수밖에없는현실
성장과상실의아름다운교차점

“그만울고우리집넘어가수박이나썰어먹자고.
수분을다빼냈으니그만치또채워야기운이나지.”

『나의어린어둠』의연작소설들은상실의예감과마주한인물들이삶을받아안는방식을그린다.「네가없는시작」의화자는실명판정을앞두고선배‘너’와사랑에빠지지만,그감정은보이지않는미래에대한‘너’의회피로끝내단절된다.“네가나만큼망가지면당당히네옆에있을수있을텐데”라고중얼거리는고백에서,시력을잃어가는자신을‘망가진존재’로인식하는비틀림,절망이느껴진다.상실은감각의차원에서만머물지않는다.「내안의검은새」에서는자식을포기하는아버지,부정당하는진로와자립,낯선도시에서겪는좌절이복합적으로드러난다.가족에게서도,사회에서도버림받은듯한순간에화자는“쫓겨난것처럼기분이처참”하다.실명은감각의상실일뿐아니라,관계의파열과불확실한미래까지포함하는총체적체험인것이다.
그러나조승리의인물들은모든상실에도불구하고‘그럼에도살아가기’를선택한다.특수학교진학을결정하거나,폭력적인관계를끊고서울을떠나보는등현재를새로운기점으로전환하는인물들의의지가돋보인다.표제작「나의어린어둠」의마지막장면은어린인물의내면에깃든역동적인기류를예민하게포착한다.소나기처럼예고없이들이닥친실명이후에도,주인공성희는빗속에서자전거를타듯살아가야한다는것을예감한다.상실은끝이아니라“겪어본적없는새로운장마의시작”인것이다.
이소설집의인물들은모두성장기의한복판에있다.흔들리는감정과선택의기로들을통과하며스스로를구축한다.「브라자는왜해야해?」의화자는특수학교에서‘부장님’이라불릴정도로책임감이강하지만,자신이돌보는부희언니를향해양가적감정을느낀다.지역초등학생들과트램펄린을두고벌어진갈등을겪으며장애인과비장애인간의거리감을체감하지만,“그림자만보면불구몸뚱이도,구질구질한가난도표가나지않는다똑같은그림자”라는생각에도다다른다.이처럼『나의어린어둠』은상실을통해성장하고,자신의세계를재건축해가는이야기다.어떻게사랑하고,어떻게세계와다시연결될수있는지를보여주는이책은결국독자에게질문을건넨다.나는지금,어떤상실을견디고있는가.그안에서어떻게현재를만들어가고있는가.

삶에서추출한픽션,픽션이된삶
우리모두의자전이되는이야기

“지숙의얼굴엔두려움과절망,막막함같은것이묻어있었다.
어쩌면내얼굴도누군가에겐저렇게보일까.”

연작소설의화자들은모두‘조승리’처럼느껴지지만,서로완전히동일한인물은아니다.실명을앞둔상황,관계의균열,사회와의거리감같은공통된정서와조건을공유하면서도,각기다른시기의감정과욕망을품고있다.이는하나의완결된자아로자전적이야기를통합하기보다는,분화되고어긋나며모순되기까지한여러개의자아를병렬적으로보여주며도리어진실을드러내려는시도다.
작품들은픽션인동시에에세이같고,때로는르포르타주처럼생생하다.허구적설정이삽입된소설이지만,인물들은실존적질감으로다가온다.그모든것이작가가통과해온시기와감각에서비롯되었기때문이다.소설과에세이,자전과창작의경계를나누는질문은이책앞에서무력해진다.작가는이러한분류를우회하며,소설이라는공간속에서삶을관찰하고기억한다.그리하여독자는‘이건조승리의이야기야’라고만말할수없게된다.“조승리들”의이야기이며,나아가우리각자의자전이된다.
소설집의마지막에배치된에세이「소설가가되었다」는글을통해세상과소통하려던조승리의연대기를그리고있다.최초의이야기는세상을향한저주의말대신적기시작한콩트였다.장애학교와사회를거치며두눈에들어온부조리들을공책에차곡차곡남겼다.작가는스무살안마사생활을시작하며점자단말기로글을쓰기시작했다.그뒤아무것도쓸수없던시기를지나,가슴이텅빌때까지고여있는이야기들을몽땅쏟아내기까지.앞선네편의소설이시점을달리한자아의스냅샷이라면,이에세이는그조각들을모아하나의목소리로응답하는작가의현재인것이다.이러한구성은독자에게‘삶에서추출된픽션’과‘픽션이된삶’이만나는서사적경계를체험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