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같은 언어(큰글자도서) (같은 밤을 보낸 사람들에게)

마법 같은 언어(큰글자도서) (같은 밤을 보낸 사람들에게)

$31.00
Description
“내가 머무는 곳이 어디든,
편지는 그곳으로 엄마를 데려왔다.”

시인이자 소설가로서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신예작가 고은지의 첫 책
태평양을 건너 1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어린 날 나의 전부였던 엄마의 편지들을 꺼내들며

“안녕 안녕 안녕 우리 은지.” 『마법 같은 언어』는 엄마가 보낸 편지 속의 다정한 인사로 시작된다. 편지의 내용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이라서 독자는 이 편지를 주고받은 모녀 사이에 1만 킬로미터의 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다. 바로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이번에는 엄마가 아닌, 저자가 쓴 에세이가 시작된다. “현재는 과거의 복수다. 한국엔 전생에 자신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했던 사람의 부모로 다시 태어난다는 믿음이 있다. 나는 1988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오코너병원에서 태어남으로써 복수에 성공했다.” 이제 독자는 이 책이 평범하고 관습적인 서사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일찍부터 의식하게 된다.
고은지는 이민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났다. 그가 엄마의 몸을 도려내며 태어나 복수에 성공한 뒤 15년이 흘렀을 때 부모님은 자식을 두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리하여 부모의 돌봄 대신 자살 충동과 섭식 장애와 더불어 외로운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는데, 이때 잠시나마 그를 위로해준 것이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에게서 온 편지였다. 부재와 방치로서 자신에게 가장 큰 상처를 안긴 엄마였지만 그럼에도 그 상처를 달래준 것이 엄마의 손길이었던 셈이다.
저자가 인터뷰에서 밝히길, 『마법 같은 언어』의 초안은 원래 엄마가 보내왔던 49통의 한글 편지를 딸인 자신이 영어로 번역한 글뿐이었고 그 외에는 두 페이지 정도의 옮긴이의 말 정도였다고 한다. 어느 순간 정식 출판물에는 49통 중에서 10통의 편지만이 실리게 되었고, 2쪽의 후기는 200쪽의 산문이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은 독특하게도 엄마가 보낸 한글 편지, 그리고 저자 본인의 개인사 또는 가족의 역사를 담은 에세이가 10차례 번갈아 나오는 식으로 구성되었다. 미국판에는 한글 편지를 저자가 직접 번역한 영문이 포함되었으나 한국어판에서는 제외하고 편지의 이미지만을 남겼다. 손으로 쓰인 엄마의 편지와 활자로 된 산문을 번갈아 읽다보면 독자는 어느새, 이 둘이 아름다운 공생 관계를 이루도록 교묘하게 얽혀 있음을 눈치채게 될 것이다.
저자

고은지

(E.J.Koh.)

시인,소설가,번역자.1988년미국캘리포니아주에서태어났다.컬럼비아대학교에서문예창작과번역학으로석사학위를받고워싱턴대학교에서영어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2017년시집『시시한사랑』을출간해플레이아데스프레스편집자상(시부문)을수상했고,2020년『마법같은언어』로워싱턴주도서상,퍼시픽노스웨스트도서상,AAAS도서상을수상했으며펜오픈북상후보에올랐다.이원시인의『세상에서가장가벼운오토바이』를영어로번역하여한국문학번역원번역대상을수상했다.드라마〈파친코〉작가진으로참여했다.2023년코리안디아스포라의아픔과희망을담은첫소설『해방자들』로젊은사자상(소설부문)을수상했다.

목차

번역에관하여

1복수
2모든것은결국드러나게되어있다
3그때그노래
4열리고닫히고
5땅위의주름
6내가한선택들
7용서와분별력
8간절하지만기쁜마음으로
9오직우리뿐
10우리는마법처럼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리더스원의큰글자도서는글자가작아독서에어려움을겪는모든분들에게편안한독서환경을제공하기위해‘글자크기’와‘줄간격’을일반단행본보다‘120%~150%’확대한책입니다.
시력이좋지않거나글자가작아답답함을느끼는분들에게책읽기의즐거움을되찾아드리고자합니다.


“이책은시대,전쟁,이민이라는소재를엮어세대를관통하는상실과어머니들과딸들사이의사랑을다룬다.저자의고통스러운여정은엄마의편지와이어져있는데,고은지는이를번역하여모성과애정의언어를펼쳐놓으며어머니들의언어를생존자들의언어로아름답게번역해냈다.”
_최돈미(시인,『비무장지대(DMZColony)』저자

워싱턴주도서상수상 퍼시픽노스웨스트도서상수상
AAAS도서상수상 펜오픈도서상최종후보

고독의요새이자방어막으로서의언어,
그리고이해와용서에이를수있는마법같은언어

고은지가열다섯살이된해에그의아버지는한국의한기업으로부터3년계약의일자리를제안받고,부부는자식을캘리포니아에남긴채서울로한시적인이주를하기로결정한다.저자의눈에그것은,오직수익성좋은일자리와그것이주는기회를놓칠수없었기때문이었다.그들은“고급차두대,고층아파트,넉넉히지급되는회사소유백화점상품권,자신들과비슷한위치의새친구”가있는삶을향해,“아이들에겐곁에있어주는것보다든든한경제적지원을해주는게더나을것”이라는생각으로딸의곁을떠난다.
부모님이없는첫날아침에눈을뜬저자는엄마를찾아방방을돌아다녔고,엄마가아무데도없다는것을확인했을때는꼭죽을것같은기분을느낀다.처음에만해도한시적인일자리였지만,기존의계약기간인3년은이후5년이되고,5년은곧7년이된다.그동안고은지는절대적인외로움과어둠을견뎌야했다.학교엔나가지않고공원벤치에여섯시간동안앉아있다가돌아가고,귀가후엔열두시간을무기력하게잠자며보내는날들이이어진다.
그나마고은지가외로움을달랜것은일주일에한번씩엄마에게서날아오는한글편지를통해서였다.고은지는이를몇번이고애타게소리내어읽고엄마를떠올리며잠시뿐인위안을받는다.

편지에서는전화보다엄마목소리가더가깝게들렸다.나는내방책상에앉아,문간에서서,침대에누워편지를읽었다.그리고도로접어봉투에집어넣고침대옆협탁에두었다.엄마를가까이에두고싶어서였다.편지한통을한번이나두번씩읽었다.다시읽을땐입술을움직이며읽었다.읽을때마다새로운무언가를,내가놓친단어를찾기를바랐다.편지를치우면다시공황이시작됐다.그러면읽던편지를꺼내,조금전어디까지읽었든처음부터다시읽었다.

그러나결국편지의위로는오래가지못하고공황이그를잠식해버린다.한국어가서툴렀던저자는잘읽을수도없던49통의편지를상자에넣어처박아두었다.그리고엄마에게자신이부모를얼마나그리워하는지,자신이얼마나큰우울을겪고있는지말하는대신이렇게말할뿐이다.“난더이상아기가아냐.”
고독과우울속에서성인이된고은지는대학에서우연히시를접하게되었다.정치학전공이요구하는필수과목인수학성적을충족시키지못해졸업에애를먹고있던상황에서다른과목인시(詩)로대체하는것을제안받은것이다.저자는시에이어서문예창작과번역을공부하면서언어를이해하게되었는데,궁극적으로언어를다루는능력을통해용서의가능성을발견한다.

“학생이쓴시를읽어봤어요.”조이가책상에서조금물러났다.그러더니자기딸에대해이야기했다.내게사진도보여줬다.조이는사랑이자신에게어떤느낌인지를무척이나조심스럽게말해줬다.“학생의시들은용서가없어요.”조이가말했다.“어머니를용서해야한단게아니에요.실제로용서하란말이아니에요.하지만시에서는그분을혹은용서하지않는자신을용서해야해요.안그러면그건시가아니에요.”

언어를통해자신을고립시키는데에만길들여진저자가,언어는나를닫을수있는방어막뿐아니라나를밖으로열어주기도하는마법임을발견한것이다.이후논문을심사할한국번역가로부터저자는그옛날엄마에게서받은편지를번역하는과제를권유받았고,오래전에버린줄알았던편지꾸러미를상자에서꺼낸다.그러고는여름이끝날무렵예술가거류지에서엄마의편지를번역했다.그리고어린시절에도경험한적없을만치많은양의눈물을쏟았다고고백한다.이제야비로소엄마와기억,상실에대해말할수있게되었고용서에이르게된것이다.

가족과역사의큰조각을칼로자른듯한하나의파편
고통과치유가한페이지에살아숨쉬는책

『마법같은언어』의산문에서저자는자신의고통과화해하기위해서가족구성원여성들의역사를추적하기도한다.그는자신의친할머니‘구미코’가제주4ㆍ3학살에서비극적으로살아남았고그후남편에게무자비하게구타당하며살아왔음을알게된다.부유하게살았던외할머니‘준’은저자의엄마가십대소녀였을때거의스스로목숨을끊다시피하여죽음에이르렀다.또한모친으로부터버림받은엄마의경험은저자에게깊은공감을불러일으키고,앞서살다간여성들에관해알게되며저자는일종의책임감을느낀다.자신은“그들의인생이축적된존재”라고,“자신이지금하는말이나행동이과거를그들을위로할수있다”고믿게된다.
이렇듯세대를가로지르는트라우마를우아하게다루는솜씨는이에세이에서가장주목할만한측면이다.이책은절대적인외로움을겪던여성이시와언어를만나용서에이르는성장담이기도하지만,저자본인의표현을빌리자면‘가족과역사의큰조각을칼로자른듯한하나의파편’이기도하다.앞서살다간조상여성들의고통스러운사건에대해서술하면서도고은지는지나친감상주의에빠지지않고,이해를도모하고거기서사랑과돌봄을발견한다.저자는한인터뷰에서말했다.“내가가장슬픈일해대해읽고쓰고가장슬픈이야기를지닌사람들과대화하는것처럼보이겠지만,그럴때마다항상돌아오는것은사랑이었다.트라우마에대해공부하며나는사랑에대해서도배운다.이책의가장잔인한꼭지에조차빛의가장자리,즉확실한사랑과돌봄이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