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적 혼자의 시대

필연적 혼자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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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100인의 1인가구를 만나 귀 기울여 들은 새 시대의 풍경
“왜 한국의 미래는 가족이 아닌 혼자를 선택했는가”
2025년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1인가구가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흔한 삶의 방식이 된 1인가구는 여전히 “왜?”에 대한 답을 설명해야 하는 소수자이고, 이들이 애써 내놓는 설명도 잘 통하는 일이 없다. 묻는 사람들이 이미 1인가구를 두고 ‘자기 몸 편한 것만 좋아해서’, ‘결혼할 만한 조건이 안 돼서’ 같은 프레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한국 1인가구의 삶을 연구하며 100인의 당사자를 직접 인터뷰한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가 본 현실은 다르다. 이들 대부분은 자유를 추구하며 전통을 거부한 사람도, 그렇다고 결혼을 ‘못’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가 보는 1인가구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인 지금의 한국 사회를 충실하게 살았을 때 이르는 필연적 결론이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혼자 살아갈 때 뒤따르는 그림자는 풍족한 자산이나 충분한 노후 대비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으며, 독립이 고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한다.
저자

김수영

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교수.서울대학교에서언론정보학과사회학을전공하고사회복지를부전공했다.같은학교대학원에서사회복지학석사학위를,영국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사회정책학박사학위를받았다.2018년부터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에서가르치고연구하고있다.
오랫동안사회적배제와위험이어떻게만들어지는지,그리고그것이특정개인의결함이나선택이아니라구조적조건의산물임을드러내는연구에집중해왔다.노숙인,빈곤층,장애인,플랫폼노동자그리고급격히증가하는1인가구에이르기까지다양한집단이서로다른형태로사회의경계밖으로밀려나는과정을추적했다.통계가보여주는비율과분포만으로는사회현상의이면을충분히조명할수없다고믿기에지금까지일관되게당사자를직접만나는질적연구를고집해왔다.
최근10년간은시대사적전환기에새롭게등장하는사회적위험과배제양상을파악하는데집중하고있다.특히미래사회를‘디지털시대’와‘개인화시대’로압축하고,이로인해‘연결된채단절된우리’가맞닥뜨릴고립의징후들을드러내왔다.2019년부터Alone프로젝트라는이름으로개인화시대의1인가구생활양식을연구해왔다.이책에는지난6년의연구기록이담겼다.
디지털복지국가의데이터감시,플랫폼노동,배달앱노동자의인간관계와산업재해등디지털시대를다룬연구로국내외에서여러차례수상했으며,저서『디지털시대의사회복지패러다임』은대한민국학술원우수도서로선정되었다.현재는미래사회의위험과정책적대응을모색하는ToSoPo(Tomorrow’sSocialPolicy)Network를이끌고있다.

목차

들어가며

1.가보지않은길
매뉴얼이없는시대의도래
보통사람1인가구
결혼이더불안한세대
숫자가보여주는현실
거대한판의이동
진실에가닿는응시
작은가능성〉비난이가리는것

2.나를갈아만든일
무책임한가장은해고했던이유
이제누구를위해일해야하나
지금내코가석자입니다
내가좋아서하는일
업무용으로최적화한삶
관계는운명이고커리어는계획이다
교육자와회계사의갈림길
독창성의이름으로
이기는자아와사랑하는자아
너는좀더일을해야마땅해
내전체의인생
신자유주의의북소리를따라서
작은가능성〉1인분의복지

3.나를수리하는여가
게임을하면레벨이라도올려야죠
카트에든자기계발
다울었니?그럼출근하자
누구를위한자기성찰인가
타인이라는백색소음
엄마아니면플랫폼
뒤늦게도착한청구서
노동시장이원하는홀몸
현대사회를움직이는자가발전기
각자도생의사회
작은가능성〉국가는당신의외로움을덜어줄수있는가

4.돈많은1인가구,과연행복할까?
당신이가진것은무엇입니까
과제를잘해낸모범생들
와인한병의경계선
가진게돈밖에없어요
유튜브가낳은살림꾼들
청년1인가구의가성비생존전략
아무것도쌓이지않는삶
돈없는자리는무엇으로채워지는가
마이너스되는건하나도없는그곳
돈으로퉁칠수없는영역
작은가능성〉제3의장소는어떻게당신을살리는가

5.왜셰프도혼자살면라면만먹을까?
몰라서못하는것이아니라면
왜혼자서는돌봄이안될까
생활이라기보다는생존
봐주는존재
해줄게있어서다행이구나
나랑같이밥먹을사람
혼자북치고장구를쳐서라도
윌슨을애정하는마음
자기돌봄이놓치고있는것
작은가능성〉나에게돌아온안부

6.혼자하는살림의경제학
돈은혼자의삶을얼마나바꿀까
좁은공간이주는에너지가있어요
인생은투룸부터시작된다
패밀리팩과음식물쓰레기
1인가구식사의스펙트럼
배달음식의진정한애용자
김치볶음밥과수제샐러드
저속노화편의점도시락
빨래방과세탁서비스의차이
문턱에서끝나는서비스
편리함이삶의질이되지못할때
작은가능성〉우정에주소를주다

7.아낌없이주는나무의생애
동사로서의가족
당신의가족은누구입니까
보호막,울타리,정체성
조카가내이름을불러주었을때
가족의상비군
친밀감이라는보상,소속감이라는위안
그러면이모가섭섭해
그렇게1인가족이되다
잊혀진친족
롤러코스터를타는1인가구의생애
아낌없이주는나무의밑동
작은가능성〉상호호혜의숲

8.마무리가있는인생
죽음이라는사회적사건
어떤풍경으로끝나는가
아무리아파도출근하는이유
안아프고깔끔하게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떠나면그만이라지만
비참하다는프레임
누가나를위해울어줄까
요람에서무덤까지
좋은죽음,그래서좋은삶
작은가능성〉무덤곁의친구들

나가며

출판사 서평

혼자살면너무좋아자다가도웃음이난다는데
“다혼자산다.”2025년행전안전부에서1인가구가천만을넘어섰으며,전체가구중42퍼센트를차지한다는통계를발표했을때일부언론이이소식을전하며쓴헤드라인이다.그런데이런뉴스는정책관계자들의경종을울리게만들지언정당사자들,혹은대중들에게는별다른감흥을불러일으키지못했다.한때독거노인이나빈곤청년으로소외계층의대명사였던1인가구는이제자유로운골드족의이미지가더강하다.1인가구로널리알려진연예인최화정은얼마전자신의유튜브에서혼자사는것이너무좋아자다가도웃음이난다말해화제가되었다.뒷수습을해야할가족도없고,스스로번것을모두누릴수있는지금이너무나만족스럽다는것이다.실제로2022년서울시의1인가구실태조사에서응답자중89퍼센트가노동시장에서경제활동을하고있는직장인이었다.이제혼자사는것은위기라기보다는하나의자연스러운,조금더자유로운선택처럼느껴진다.
그러나한국사회의지속과존폐를떠나,1인가구로살아간다는것이당사자개개인에게정말자유롭고편리하기만한일일까?그리고이들은그런자유를추구해이삶의방식을선택한것일까?은폐된사회적위협을연구해온서울대학교사회복지학과김수영교수는그렇지않다고말한다.그는1인가구의급증은그무엇보다구조적인원인에서출발한것이며,사회적존재인인간이혼자살아갈때뒤따르는그림자또한결코간과할수없는것이다.김수영교수는미디어의단편적이미지와통계속숫자의표면적이해를넘어서실제1인가구의삶을발견하기위해2019년부터100인의1인가구를직접찾아가인터뷰했다.하는일도경험도너무나다른이들에게서불꺼진집에돌아간다는사실하나로공통의서사를발견할수있을까?『필연적혼자의시대』는그수백시간의만남들과수천시간의사유를통해혼자사는것이가장보편적인사회란어떤사회인지,그사회에서1인가구로살아간다는것은무슨뜻인지펼친다.생생한증언과통찰이어우러진이책은1인가구보편의시대에대한가장냉정하고도따뜻한보고서다.

1인가구의자유
=저녁에는야근하고주말에는자기계발할자유

야근신청을따로하지않아도저는평소에도스스로그냥일을좀하는편이에요.한두세시간더일을하는것같아요.지금도일하고있었고.할거없으면일하는경우도좀생기고.그래서사실저는개인적으로진짜쉬고있지않으면거의대부분일을하고있어요.(서경수,IT기업디자이너,41세)

1인가구를대표하는가치가있다면바로자유일것이다.나하나만책임지면되니,삶을어떻게써도될것같다.그런데정작그런자유가주어진1인가구들이압도적으로선택한것은바로일이었다.그들에게일은단순히소득원이아니라삶의의미와재미의원천이었다.그래서그들의자유는일에포섭되었다.회사를위해서라기보다는나의성과를위해그들은초과근무하기망설이지않았고주말에도자기계발에힘썼다.더큰기회를향해이직하거나새로운학위를취득하는데도적극적이었다.일을말할때가장신이나는이들의이야기에귀기울이다보면1인가구의삶이구조적인필연이라는김수영교수의분석에고개를끄덕이게된다.성취를위해스스로를자발적으로갈아내고,여가시간에는지친자신을힐링과자기관리로재생해다시일하게끔하는이들의모습은그야말로후기자본주의사회에최적화된인력이었다.
저자는1인가구들대다수는어떤적극적인의지로1인가구의삶을선택하지않았다고말한다.다만커리어를생존의수단이자자아의핵심으로받아들여그무엇보다우선시했고그결과혼자살아가게된이들이많았다.커리어앞에서이토록진취적이었던이들이관계만은운명에맡겨두었기때문이다.그렇게그들이혼자만의방에사는시간은자꾸만길어진다.

돈많은1인가구,과연행복할까?
우리가혼자살아도괜찮을거라고느끼는이유중하나는성공해서경제적으로도넉넉해진다면,나머지는알아서채워지리라는믿음이있기때문이다.이런믿음에는근거가있다.여러연구가밝혔듯,소득과교육수준이높을때식생활의질또한높을확률이크다.소득은사회적관계에도영향을끼친다.가난은가족관계가악화되거나해체되는중요한원인이기도하다.최소한의물질적토대가없다면행복은커녕생존조차위태롭다.
김수영교수는적어도1인가구의경우에는답이그리단순하지않음을연구를통해드러낸다.먼저고소득1인가구는직장밖에서탄탄한사회자본을갖추고있는경우가드물었다.그들에게는꾸준히교류하며친밀감을나누는이들이얼마되지않았다.저자는그이유를고소득·고학력1인가구특유의구별짓기에서찾는다.성장을지향하는이들은관계에서도목적과이해,자격을따졌고,그결과그들의사회자본은매우제한적이었다.실제로2022년1인가구실태조사에서전문직·관리직1인가구들의우울과고립정도가가장심각한것으로드러났다.
고소득1인가구는식생활의질도낮았다.비용을줄이기위해서라도반찬을사고밥을해먹는저소득·중소득가구들에비해고소득1인가구들은바쁜일과사이외식을하거나늦은시간퇴근해배달음식을시켰다.이런음식은편리했으나장기적으로건강에부정적인영향을끼쳤다.이들의생활패턴은고소득1인가구들이콜레스테롤과열량섭취량,결식률이높고여러심혈관질환을비롯해만성질환의유병률또한높다는연구결과들과맞아떨어졌다.
다인가구에서돈은가족이라는매개를통해삶의질로흘러간다.누군가장을보고,밥을짓고,함께식탁에앉는과정에서경제적자본은건강한식생활로전환된다.가족과시간을보내는것자체가사회적관계이기도하다.가족구조가돈을생활의질로바꿔주는전환장치역할을하는셈이다.그러나이러한매개가없는1인가구들에게돈은삶의질로전환되지못한채고여있었다.

내가죽으면장례식에누가와줄까
누구에게나노화가찾아온다.찾아올죽음의과정에대한두려움또한성큼강해진다.김수영교수는1인가구와다인가구가두려워하는죽음의지점에는뚜렷한차이가있다는데주목한다.다인가구가자신을돌봐야할가족을걱정하며죽어가는과정을두려워한다면,1인가구들의시선은다른곳을향했다.이들은사후를고민했다.죽은뒤자신을누가,어떻게거둘것인가.인터뷰에참여한1인가구들이죽음이라는키워드에거의공통적으로떠올린질문이었다.
이들의두려움은혼자죽는순간이아니라혼자‘발견될’모습에서비롯되었다.미디어가전하는고독사의이미지가그들의마음속을맴돌았다.한참여자는“헤벌레입을벌리고실오라기하나없이죽은모습을남에게보이면너무수치스러울것같다”고말했고,또다른참여자는“한달이지나부패될때까지사람들이몰랐다는것,이게최악일것같다”고했다.외로워서,찾아주는사람이없어서죽은불행한인생으로기억될까봐두려운것이다.
사실죽음이후는죽은자가인식할수없다.그런데도왜이들은사후를이토록걱정하는걸까.가족은단순한동거인이아니라서로의존재의미가되어준다.누군가의부모로서,자녀로서,배우자로서살아간다는것자체가삶의이유가된다.그런데1인가구에게는이토대가없다.일터에서는직함과역할이나를정의해주지만,퇴근후에,은퇴후에,나는누구인가.내존재의의미는어디서오는가.사후에대한걱정은바로이공백의투영이다.존엄하게거둬지지못한죽음은살아온날들마저무의미하게만들어버린다.결국1인가구가두려워하는것은물리적고통만이아니다.방치당하고전시당하며사회적죽음을맞이하고,그리고그것이소급적으로삶전체의의미를지워버리는일이다.저자는이처럼죽음의모습은결국산자들에게보내는메시지이기도하기에.결국좋은죽음을예견할수없는상황에서좋은일상을살아가기란쉽지않다말한다.김수영교수는‘요람에서무덤까지’라는표어처럼,죽음의의례도보편적인사회서비스로제공하는길을모색할것을제안한다.혼자살아왔다고해서홀로버려지는것이마땅한것은아니기에.

독립이고립이되지않는사회로나아갈디딤판을찾아
사회역학자리처드윌킨슨은알코올의존자가많은사회는애초에알코올소비량이높은사회라고말했다.한집단이경험하는문제는그집단이살아가는사회에만연한징후를드러낸다.1인가구들의삶을살피며접한생존에대한극도의긴장감과그에따른자기착취는또한비단1인가구만의이야기가아니다.다만혼자사는이들이개인화된사회가초래하는위험을가장먼저,가장선명하게마주하고있을뿐이다.
이혼자의시대에드리운그림자는앞으로도계속짙어지기만할까?그렇지않을수도있다.기술발전이나새로운관계형태가언젠가개인화된사회의공백을메워줄수도있다.그러나김수영교수는이런자율조정에대한믿음이간과하는것이있다고말한다.바로시간이다.사회가새로운균형을찾아가는그‘사이의시간’동안,누군가는어마어마한고통을감내해야한다.1930년대대공황시기가그랬고,1997년IMF외환위기때가그랬다.결국시스템은또다른균형을찾았지만,그사이를살았던수많은사람의삶은돌이킬수없는내상을입었다.
지금의1인가구도비슷한과도기위에서있다.후기자본주의사회가삶의형태를이미바꾸어놓았지만,이를받쳐주어야할제도는여전히과거에머물러있다.이지체된불균형의시간속에서많은사람이조용히,이유도명확히모른채다치고있다.
1인가구당사자이기도한저자는이런아픔이어쩔수없는숙명이라고말하고싶지않다.신자유주의체제는우리가도저히거스를수없는거대한자연이아니다.인간이만들었고,그래서개선할수있는인공의사회구성물이다.그래서그는적응이아닌수정을말한다.혼자의시대가고립의시대로귀결되지않으려면,결혼이라는전통적틀바깥에서도사람들이안전하게서로를돌볼수있는새로운연결이필요하다.시장의논리와가족의논리사이를가로지르는길.저자는그길을향한걸음들이모일때,비로소우리는혼자의시대를지나연결의시대로나아갈수있다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