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슬픔 (박경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산다는 슬픔 (박경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1955년 단편 「계산」으로 데뷔해, 26년에 걸친 대하소설 『토지』로 한국 문학사의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작가 박경리.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수많은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사람 박경리’의 마지막 언어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다. 이번에 출간되는 시집 『산다는 슬픔』은 토지문화재단 소장 자료에서 발굴한 미공개 유고 시 47편을 엮은 책이다.
『산다는 슬픔』에 실린 시편들은 시대와 역사, 가족과 고통, 자연과 생명에 대한 박경리의 시선을 담담하고 숨김없이 드러낸다. 삶을 되돌아보며 토해내듯 적어 내려간 고백이 있는가 하면, 원주에서의 시골살이 속 소소한 기쁨과 무료함, 시대를 향한 분노와 체념,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도 담겼다. 함축적인 시편들 속에는 거대한 서사를 쌓아 올리던 작가의 힘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매일의 삶을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해온 성실함과, 날것의 언어를 끝까지 붙잡아 시로 제련해온 끈기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시집에는 미공개 시편과 함께 박경리의 육필 원고도 일부 수록했다. 작가 특유의 향토어와 구어체, 말맛과 호흡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어 집필 당시의 감정과 리듬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

박경리

본명은박금이(朴今伊).1926년경남통영에서태어났다.1955년김동리의추천을받아단편「계산」으로등단,이후『표류도』(1959),『김약국의딸들』(1962),『시장과전장』(1964),『파시』(1964~1965)등사회와현실을꿰뚫어보는비판적시각이강한문제작을잇달아발표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았다.
1969년9월부터대하소설『토지』의집필을시작했으며26년만인1994년8월15일에완성했다.『토지』는한말로부터식민지시대를꿰뚫으며민족사의변전을그리는한국문학의걸작으로,이소설을통해한국문학사에뚜렷한족적을남긴거장으로우뚝섰다.2003년장편소설『나비야청산가자』를《현대문학》에연재했으나건강상의이유로중단되며미완으로남았다.그밖에『Q씨에게』『원주통신』『만리장성의나라』『꿈꾸는자가창조한다』『생명의아픔』『일본산고』등과시집『못떠나는배』『도시의고양이들』『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등이있다.
1996년토지문화재단을설립해작가들을위한창작실을운영하며문학과예술의발전을위해힘썼다.현대문학신인상,한국여류문학상,월탄문학상,인촌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했고칠레정부로부터가브리엘라미스트랄문학기념메달을받았다.
2008년5월5일타계했다.대한민국정부는한국문학에기여한공로를기려금관문화훈장을추서했다.

목차

서문

1부동춘
사람
가엾은것들
고향항구
동춘
개미
찰나의별
노을로물든강가
삼가람길


2부사랑해야하지않겠는가
태풍
물망초
사랑해야하지않겠는가

예감
서둘지말게
문학
돌깔기

3부어찌이다지도말씀이없으시오
사물이된마음
자유
비밀의독
기다리는자의승리
산다는슬픔
어찌이다지도말씀이없으시오
혼자밥먹기
꼴불견
취하는것

4부너무나많은것을보았기때문이다
유한속의무한
적대관계
불안
현실사용법
무신론자
노동의이유

무게
욕망
새벽
문명
너무나많은것을보았기때문이다

5부내가까이있는사람
밤새
자연의영
우리집고양이
양식
어둠을기다리며
발걸음
검정고양이
내가까이있는사람
속살

육필원고

출판사 서평

박경리탄생100주년기념유고시집출간
미공개시47편최초공개

“문학은아득한하늘,별과같은곳을향해
영혼을찾아나서야하고
땅위에서곡식을심어먹는일이다.”

1955년단편「계산」으로데뷔해,26년에걸친대하소설『토지』로한국문학사의거대한이정표를세운작가박경리.그의탄생100주년을맞아,수많은작품뒤에가려져있던‘사람박경리’의마지막언어들이처음으로세상에나온다.다산책방에서출간한시집『산다는슬픔』은토지문화재단소장자료에서발굴한미공개유고시47편을엮은책이다.박경리가생전에발표하지않았던시편들을정리해처음으로공개한다는점에서의미가크다.
박경리는우리에게소설가로익숙하지만,생애동안200편에가까운시를남긴시인이기도하다.소설가등단보다1년앞선1954년,상업은행행우회사보《천일》에발표한시「바다와하늘」이그의첫발표작이었다.이후『못떠나는배』를시작으로『도시의고양이들』,『자유』,『우리들의시간』,『버리고갈것만남아서참홀가분하다』까지총다섯권의시집을펴냈다.문학의시작과끝이모두‘시’였다는점에서,박경리의문학세계를이해하기위해시를읽는일은더없이중요하다.
원주에서『토지』의최종장인5부를집필하던시기,박경리는노트와원고지에하루하루의노래를적어내려갔다.이시기에쓰인시들은문단의평가나독자의시선을의식하지않은,지극히사적이고내밀한기록에가깝다.너무솔직하고너무개인적이라는이유로많은시가잠들어있었다.그기록중47편을추리고,제목이없는시에는작가의외손이자토지문화재단이사장인김세희씨가할머니의생과작품세계를다시금숙고하며가제를붙였다.

“홍수같이눈물쏟을수없는일아닌가
슬픔이우주만한들”
살아있으므로쓸수밖에없었던말들
매일의삶을시로제련해온시인박경리의마지막고백

『산다는슬픔』에실린시편들은시대와역사,가족과고통,자연과생명에대한박경리의시선을담담하게,그러나숨김없이드러낸다.삶을되돌아보며토해내듯적어내려간고백이있는가하면,원주에서의시골살이속소소한기쁨과무료함,시대를향한분노와체념,스쳐지나간사람들에대한기억들도담겼다.

홍수같이눈물쏟을수없는일아닌가/슬픔이우주만한들/떠들고웃고춤을추어도/마냥그럴수만은없지/강변에서불덩이같은해가솟고/또쓸쓸히달이떠오르는데
-「사람」중에서

새롭게공개되는「사람」은표출되지않는거대한슬픔의상태를담아낸다.눈물로쏟아낼수없을만큼큰슬픔,떠들고웃으며일상을지속해야하는삶의표면,그아래가라앉은감정의무게를절제된언어로드러낸다.해와달이어김없이떠오르는자연의질서속에서,시는슬픔을극복하거나해소하지않는다.대신슬픔을안은채세계와공존하는인간의침묵과품위를응시하고있다.
고향과기억을다룬시편에서는한인간의뿌리와시간의감각이고스란히전해진다.

은빛섬광으로휘번득이며/고기가노닐고/해초나른하게꿈꾸듯춤추었다/환하게드려다보이던남쪽바다/내가태어난항구/(…)/멀리가까이/연인같이오누이같이/다가서고물러나는섬,/(…)/지금은모두전설이다
-「고향항구」중에서

박경리는「고향항구」에서고향을감각의풍경으로복원했다가,그것을전설의시간으로돌려보내는과정을그렸다.은빛섬광,노니는고기,춤추는해초같은생생한이미지는한때환히존재하던남쪽바다와항구를불러내지만,그세계는더이상현재형이아니다.섬과섬이연인처럼,오누이처럼다가서고물러나던관계의리듬역시시간속에퇴적되어,결국시는개인의기원이된장소가더이상돌아갈수없는이야기로남았음을선언한다.
또한인생의찰나와사랑,버팀의순간을바라보는시선은노년의작가만이가질수있는깊이로다가온다.견디는삶한가운데서잠시숨을돌리게하는빛의의미를절제된언어로드러낸「찰나의별」에서,박경리는인생의고단함을전제하면서도찰나의평온과황홀을포착한다.암흑속의촛불,칠흑같은밤의별이라는비유를통해위안은삶을바꾸는해답이아니라어둠이존재하기에비로소빛나는순간적구원으로제시된다.

인생살이험난한속에서도/쉬어갈때가있다고들한다/(…)/때로는순간이/편안하기도하고황홀하기도한것은/암흑속에서타는촛불이거나/칠흑같은밤/빛나는별하나이기때문이리라
-「찰나의별」중에서

함축적인시편들에는거대한서사를쌓아올리던작가의힘이고스란히스며있다.매일의삶을흘려보내지않고기록해온성실함과,날것의언어를끝까지붙잡아시로제련해온끈기를읽을수있다.

날마다적어내려간내면의숨결
저자의육필원고11편수록

이번시집에는미공개시편과함께박경리의육필원고도일부수록했다.작가특유의향토어와구어체,말맛과호흡을그대로확인할수있어집필당시의감정과리듬을생생하게전한다.토지문화재단의김세희이사장은“할머니가오로지자신을위해서써내려간조각조각난글들을바라보니,가족으로서할머니가감당하며살아왔을슬픔과고통의무게와깊이가심장을찔러왔습니다”라고시집을펴내는마음을밝혔다.
이시편들은‘위대한작가박경리’가아니라,오래살아온한사람이비로소꺼내놓을수있었던말들이다.고단했고,화가났고,외로웠으며,그럼에도끝까지살아낸사람의얼굴.이시집을통해박경리라는문학세계를기리는동시에,한인간이남긴삶의기록을정면으로마주할수있을것이다.